소설리스트

귀환한 절대자의 뉴비생활-226화 (227/279)

제 226화

226화 – 드워프들의 염원

#1

그렇게 되었다.

그야말로 엄청난 이벤트.

전 세계적으로 게임에 푹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다.

드레젠은 위를 올려다봤다.

흠…….

“느긋하게 올라가도 되겠는데?”

“그렇죠? 천천히 마나 관리하면서 올라가면 되겠군요.”

탑은 높았다.

체력 관리는 필수 요소였다.

여유도 생겼겠다, 두 사람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나선형 계단을 계속 올랐다.

드레젠은 문득 생각나는 것이 있어, 입을 열었다.

“드워프 출신 성좌도 있지 않았나?”

“아 맞아요. 그런 캐릭터도 있었죠.”

하이디엔이 고개를 끄덕였다.

브락시아의 생물, 생명을 가지고 있는 필멸자가 성좌가 되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어디에나 있는 설정이었지만, 브락시아에서의 성좌는 조금 더 특별한 임무를 부여받았다.

“성좌가 된다고 해서 다 좋은 건 아닙니다. 영생을 누릴 수 있지만, 계속 전쟁을 치러야 하니까요.”

-그렇구만

-말이 성좌지, 그냥 노예 아닌가?

-전투 노예 ㅜㅜ

-ㅋㅋㅋㅋ 생각하니까 웃기네

영원한 안식을 취할 것인지, 아니면 영광의 싸움을 해 나갈 것인지.

선택은 자신의 몫이었다.

드워프의 영웅이었던 웨이드는 결국 창조주의 눈에 띄어, 성좌가 되었다.

그는 무의 추종자와의 전투를 반겼다.

“그 영웅이 이곳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끝은 좋지 못했다.

다른 성좌들의 텃세는 전혀 없었지만, 드워프 특유의 자격지심이 문제였다.

결국, 그는 성좌에서 내려와, 영원한 안식을 택했다.

창조주는 그의 선택을 배려해 주었다.

“성좌가 되었다면서요?”

“전회차에선 성좌 자리를 내려놓고, 영혼이 되었거든요.”

무의 추종자들과의 전투는 쉬운 일이 아니었으니까.

웨이드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었다.

굴러 들어온 돌은 적응하기 힘든 법이었으니.

문제는, 그의 사념이 꽤 강하게 남아 있다는 점이었다.

“2층이군요. 가시죠.”

“이번에는 천천히 깨셔야 해요.”

“걱정 마세요.”

드레젠은 믿음직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2층은 드워프가 가지지 못했던 재능을 가진 놈이 나왔다.

드워프는 마법을 다루지 못하는 종족이었다.

오로지 육체 능력과 강인한 맷집, 뛰어난 마법 무구로 승부를 보는 종족이었다.

[너희를 산채로 구워주마!]

2층은 7서클 수준의 대마도사가 등장했다.

마법사를 상대하는 방법을 잘 알아야 클리어할 수 있는 스테이지였다.

많은 유저들이 이곳에서 좌절할 것이다.

마법사를 상대하는 일은 익숙지 않았을 테니.

[일어나라-!]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대사를 읊는 적.

우수수 일어나는 땅딸보 해골들.

이 많은 적을 뚫고, 저 마법사를 상대해야 했다.

드레젠은 고민하지 않았다.

“제일 좋은 방법은 광역기로 쓸어버리는 겁니다만, 그게 안 된다면, 파티원을 믿으세요.”

[쉴드]

[물체 가속]

[매직 미사일 – 다연발]

퍼퍼퍼퍼펑-!

하얀색 기관총탄이 쏟아지는 것 같았다.

일어난 해골들은 그 위용이 무색하게 다시 허물어졌다.

하이디엔의 서포트는 최고였다.

그녀의 압도적인 퍼포먼스는 마법사 지망생을 훌쩍 늘려놓을 정도였다.

-뽕 찬다!

-당장 마법사 하러 갑니다

-ㅋㅋㅋㅋㅋ 늬들은 이렇게 안 된다고!

-이야 마법사랑 검사랑 조합하면 진짜 무섭구나;;

여태까지 드레젠은 홀로 싸우는 것을 선호했다.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드레젠이라는 엄청난 실력자를 받쳐줄 사람이 없었으니까.

서로 합을 맞춘다는 건 꽤 어려운 일이었다.

오랜 기간, 수많은 전장을 함께 헤쳐 나가야 할 수 있는 행동들이 나왔다.

‘추억인데.’

하이디엔은 끝까지 살아남은 전쟁 영웅이었다.

지금 시점의 일곱 영웅들도 하지 못하는, 드레젠과 합을 맞출 수 있는 유일한 존재였다.

그녀를 제외하면 니오베나 그에 준하는 강자들만 가능한 일이었다.

종횡무진 전장을 누비는 전사와 든든하게 뒤를 받쳐주는 마법사.

그 둘이 펼쳐내는 콤비는 무서울 것이 없었다.

[이, 이런 미친-!]

“놀랐겠지. 우리가 이렇게 강할 줄 누가 알았겠어. 그지?”

씩 웃는 드레젠의 표정은 악마 그 자체였다.

파지직-!

흑뢰가 피어났다.

거기에 마력의 힘을 더했다.

세상에 다시없을 디스펠 마법이나 다름없었다.

“덤벼 봐.”

드레젠이 손을 까딱했다.

드워프의 사념은 마법을 퍼붓기 시작했다.

불, 얼음, 전기, 바람 등등.

각종 마법이 그에게 쏟아졌다.

하지만 흑뢰를 두른 드레젠 앞에서는 모두 무용지물이었다.

“이것밖에 안 돼? 조금 더 잘 해야지! 늬들이 원하던 마법 수준이 이게 아닐 텐데?”

[이런 건방진-!]

건방지긴 뭐가.

드레젠은 고소를 머금고 드워프의 화신을 쳐냈다.

저항 한번 못해보고 반으로 갈려버린 드워프.

결국, 경험이 적은 마법사는 이런 식이었다.

-반갈죽

-ㅋㅋㅋ 아 흑뢰는 좀 너무했다

-2층도 무난하게 클리어!

-쭉쭉 가즈아!

탑을 오르는 콘텐츠는 지루하지만, 또 색다른 재미가 있었다.

뭐가 나올지 모르는 쫄깃함과 정해진 공략대로 움직이는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재미.

보통 이런 곳은 ‘못하는’ 자들이 들이박는 모습을 즐기는 시청자들이 넘쳐났지만, 드레젠은 달랐다.

-하이디엔 대표님 많이 찍어주세요!

-ㅋㅋㅋㅋ 하이디엔님이 주인공이지!

-엌ㅋㅋㅋ 그거 인정ㅋㅋㅋ

-ㄹㅇ ㅋㅋ

역시 여성 게스트의 힘은 대단했다.

무려 브락시아 회사의 대표가 출현하는 방송이었다.

어마어마한 미인으로 알려진 브락시아의 대표, 하이디엔.

그녀의 게임 실력까지 대단했다는 걸 확인한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얼른 클리어하고, 드워프를 만나러 가죠. 끝에 가서는 꽤 긴 싸움을 해야 할 겁니다.”

“드워프의 망령들이라…… 진짜 웨이드가 나올지도 모르겠네요.”

그렇게 된다면, 꽤 골이 아파지겠지.

어쨌든, 탑은 들어왔으면 죽을 때까지 나가는 것이 불가능했다.

여러모로 한계를 시험하는 장소였다.

“3층은 뭐가 나올지 모르겠네요. 쭉쭉 가죠.”

두 사람은 파죽지세로 탑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망령 따위가 두 영웅을 막을 수 없었다.

계속해서 새로운 전투 방법을 던졌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통과했다.

그들의 영상이 클립이 되어 수출되고, 커뮤니티를 떠돌았다.

[하이디엔 대표님 ㄹㅇ 겜순이였음]

[마법 쓰는 게 완전 프로 저리 가라던데? ㄹㅇ겜잘알이더랔ㅋㅋㅋ 둘이 지금 3시간 만에 탑 30층까지 올라감ㅋㅋㅋㅋ 좌표 찍어줄 테니까 바로 가자!]

커뮤니티엔 이런 글들이 어마어마하게 올라왔다.

그녀가 입고 있는 장비하며, 마법의 수준까지.

게다가 게임 NPC 하이디엔과 비교하는 글까지 올라오며 화제가 되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실시간으로 인기를 갱신하며 탑을 올라갔다.

#2

“자발라! 야, 대머리!”

“대머리라고 하지 말랬지! 뒈지고 싶냐!”

“그게 문제가 아니야, 지금 탑에 누가 들어간 것 같다고!”

드워프 수뇌부.

언제나 시끌벅적한 드워프들은, 오늘도 유난을 떨며 회의를 시작했다.

이곳은 외부 세력이 알지 못하는 곳이었다.

탑에 들어간 거라면, 필시 철없는 어린 드워프들이겠지.

대장인 자발라가 인상을 팍 찌푸렸다.

“거기가 어디라고 겨 들어간 거야, 어? 누가 들어갔는데?”

“없어진 녀석들을 체크 해봤는데, 아무도 안 들어갔더라고.”

“엉? 그건 또 무슨 말이야?”

각 세대에 전달해 인원을 파악하도록 했다.

하지만 실종된 이는 없었다.

모두 멀쩡하게 일터에 있거나, 집에 있었다.

그 말은, 드워프 이외의 존재가 들어갔다는 것.

자발라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색대를 꾸려야겠군.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좀 알아보라고.”

“그려, 알겠수. 설마 성좌가 우리를 용서해줘서 그런 건 아닐까?”

“뭔 개소리야?”

“아 왜 묻어버린 재단 있잖수. 거의 발굴이 끝났거든.”

말이 나온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았는데, 묻어버린 재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역시 땅과 관련된 종족이랄까.

땅과 관련된 작업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대단했다.

자신의 동생이 말하는 내용을 듣던 자발라가 묘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인가? 그래서?”

“아무래도 그런 것 같지 않수? 성좌는 역시 우릴 버리지 않았던 거유!”

“그럼 다시 묻고 또 발굴하면, 관심도 두 배가 되지 않을까?”

퍼억-!

동생이 자발라의 머리를 때렸다.

자발라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 왜 때려!”

“형님 바보유!? 그래서 어떻게 대장 노릇을 하겠다는 거유?”

“왜! 틀린 말 했냐!”

“성좌가 바보들도 아니고, 줬다 뺏는 게 제일 나쁜 거, 몰라유?”

듣고 보니, 그것도 그랬다.

묘하게 맞는 말이었다.

자발라가 뚱한 얼굴로 다시 명령을 내렸다.

“그럼 얼른 수색대나 꾸려. 누군지는 몰라도 지원군이라고 생각하자고.”

“알겠수.”

자발라가 곰곰이 생각했다.

이렇게 외진 곳까지 찾아오는 자가 누가 있을까?

혹시, 자신들의 외모를 바꿔줄 누군가일까?

어쨌든 희소식인 것만은 분명했다.

그가 히죽 웃고 있을 때, 우르릉-! 하는 소리가 들렸다.

“뭐야!”

유리 너머로 굉장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물론 그가 원하는, 광맥이 터지거나 하는 일은 아니었다.

그들이 지키고 있던 거대한 균열.

그 균열이 미친 듯이 흔들리고 있었다.

“비상! 비상이다! 비사아아앙-!”

드워프들은 몰랐다.

탑과 균열은 서로 같은 종족이 관리하고 있다는 걸.

탑에 침입자가 발생했고, 그 침입자가 탑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어 발생한 일이었다.

침입 프로토콜이 예상보다 빠르게 발령된 것.

“당장 병력들 집합시켜-!”

자발라는 자신의 무장을 챙겼다.

두터운 갑주와 자신의 키보다 훨씬 큰 할버드였다.

작은 몸집으로도 그런 큰 무장을 다룰 수 있는 이유.

그건 바로 무장들이 어마어마하게 좋은 아티팩트였기 때문이었다.

“몇 년 동안 얌전하던 녀석이, 갑자기 왜 날뛰는 거야!?”

자발라는 헐레벌떡 뛰어갔다.

드워프의 대장 자리는 거저 얻은 것이 아니었다.

그는 신속하고 정확하게 동족들을 챙겼다.

아직 어린 드워프들은 재빨리 벙커로 피했고, 전투가 가능한 이들이 재빠르게 무장을 마쳤다.

“대, 대장! 갑자기 왜 저러는 겁니까?”

“난들 아냐? 빨리 대포 준비해! 골렘도!”

격납고 안에 잠들어있던 병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드워프들의 진짜 능력이 깃든 병기들.

그것이 모습을 드러냈다.

인간의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는 공성 병기들이 지축을 울렸다.

“반드시 막아라! 이날을 위해서 우리가 준비해 온 것들이 있잖나!”

“우오오오오오-!”

드워프들은 두려움을 함성으로 밀어냈다.

그들에겐 수십 년간 준비해 온 병기들과 병사들이 있었다.

균열이 열렸다.

그 안에서, 마족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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