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한 절대자의 뉴비생활-221화 (222/279)

제 221화

221화 – 너는 내 편인가?

#1

알마리스.

갑작스레 멈춰버린 괴물의 폭주.

얼어붙어 있던 용병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번엔 저택에 틀어박혀 있는 베르난디 자작도 용병들을 보러 나올 정도였다.

“……저걸 대체 누가 멈춘 거야?”

“누구겠어. 지금 여기 없는 사람이겠지.”

용병들은 갑자기 사라진 드레젠을 의식했다.

누군가 하늘을 쳐다보며 입을 소리쳤다.

거대한 무언가가 알마리스를 가로질러 가는 중이었다.

“저거 봐! 그때 그 와이번이다!”

“갑자기 떠나시는 건가?”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용병들은 물론, 아더와 스테판마저 알 길이 없었다.

그들이 본 것은 불길한 곳으로 들어가는 드레젠의 모습뿐이었으니까.

두 사람은 멀뚱히 서로를 쳐다봤다.

그리고는 한숨.

“어쩌냐.”

“그러게. 다시는 안 오시는 거 아닌가 몰라.”

“그래도 멈춰 있을 수만은 없지.”

아더는 드레젠의 눈빛을 잊지 않았다.

그는 두 사람을 질타하는 눈빛을 가진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걱정하고 있는 것 같았다.

더욱 죄책감이 들게 하는 눈빛이었다.

‘분명 무슨 일이 생기신 걸 거야. 기다려 보는 수밖에 없어.’

아르게논 대륙은 아직 넓었다.

미개척지도 많았고, 찾아내지 못한 유적도 많았다.

그들이 할 일은 하나.

본래 하던 대로, 아르게논 대륙을 개척하는 것이었다.

“우린, 우리 할 일을 하면 되는 거야.”

“그래야겠지.”

둘은 좌절하지 않았다.

그 사실만으로도, 더욱 강해질 기회는 많아지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은자디아가 둘에게 다가왔다.

“드레젠 님은 금방 돌아올 걸세. 너무 낙심하지 말게나.”

“알겠어요. 얼른 움직여서 개척해야죠.”

어떻게 하는지는 알았으니, 그대로만 하면 될 일이었다.

많이 배우고 싶었는데, 너무 갑작스럽게 일이 벌어진 것 같아 아쉽긴 했다.

하지만 세상일이, 사람과의 인연이 그렇게 쉽게 풀어지는 것이던가.

기회가 있다면, 다시 찾아오겠지.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찾아온다는 말이 있지. 우리도 열심히 준비해야 할 걸세.”

“네.”

세 사람은 다시 의지를 다졌다.

재앙은 지나갔다.

이젠 다시 움직일 시간이었다.

#2

니오베의 레어.

그녀는 저 멀리서 다가오는 기척을 느꼈다.

그녀가 무척 아끼는, 그리고 따스한 기척이었다.

벌써 이곳까지 올 일이었던가?

니오베는 의문을 품었다.

“스승님. 무슨 일인가요?”

“네 친구가 온 것 같구나. 함께 맞이하겠느냐?”

“드레젠 경이? 그러죠.”

열심히 서적을 읽고 있던 여인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크 메이지라고 불리는 자.

도리안 구스타프였다.

맑은 눈동자는 한층 더 깊어졌고, 마나는 더욱 많아졌다.

“벌써 일을 끝낸 것은 아닐 테고…….”

니오베는 굳이 궁금증을 키우지 않았다.

이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직접 말을 섞는 것도 유희였으니까.

별것도 아닌 일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

그래야 살아갈 수 있는 것이 드래곤이었다.

“안으로 들여라.”

[알겠습니다. 위대하신 분이여.]

그녀의 레어를 지키고 있는 수호자들이 드레젠을 극진히 모셨다.

드레젠의 기운이 심상찮았다.

그는 니오베에게 인사를 하고, 도리안을 바라봤다.

계약까지 한 이상, 그를 어찌할 수는 없을 것.

하지만 계약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했다.

“하나만 묻지.”

“뭔데요?”

“대현자를 만난 적 있나?”

대현자라는 말에, 도리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언을 한다고 전해지는 대현자 알렌.

그의 주장으로 용사 프로젝트를 실시했으니까.

도리안 역시 그를 직접 보고, 회의까지 나눴다.

“당연하죠. 폐하와 직접 대면하기도 했으니까. 왜요?”

“니오베 님. 그놈이었습니다.”

“음? 뭐가 말이냐.”

니오베는 들끓고 있는 드레젠의 감정을 읽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단순한 복수심이라고 하기엔 그와 죄악, 스피라스는 아무런 접점도 없었다.

그렇다면 어떤 계기가 있다는 뜻일 텐데.

“대현자, 에드워드 알렌이 스피라스를 조종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성좌의 죄악이 깨어난 것이었습니다.”

“-말이 안 된다. 상식적으로…….”

“그럴 수도 있을 겁니다. 스승님.”

도리안이 무뚝뚝한 표정으로 말했다.

니오베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드래곤이 모르는 마법은 없었으며, 그들은 마법에 절대적인 저항력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는 이따금 이상한 문물을 들여오곤 했지요. 마족의 물건이라면서,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았어요.”

“그렇다면…….”

“네. 그가 대현자인 이유 역시, 마법적인 소양이 뛰어나서가 아니니까요. 그는 그야말로 현자. 앞을 내다보고, 나아갈 방향을 정해주는 사람입니다.”

“당장 찾아가야겠구나.”

한 일족의 수장이라는 짐을 짊어질 만큼, 대단한 여인.

그것이 니오베였다.

모든 종족 중에 최고라고 하는 드래곤이었으니, 그 힘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녀의 눈동자가 위험하게 빛났다.

드레젠은 황급히 그녀의 손을 잡았다.

“지금 니오베 님이 움직이면, 그는 음지로 숨을 뿐입니다. 차근차근 죽여놔야 합니다.”

“그래야겠지. 나도 안단다. 하지만…… 스피라스가 그랬듯, 드래곤도 감정이 없는 건 아니야.”

그녀의 표정은 우는 것 같으면서도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만큼 절친한, 그리고 소중한 사이였겠지.

드레젠은 니오베의 손을 잡은 채, 그녀가 진정하길 기다렸다.

드래곤이라 그럴까, 감정의 동요는 극히 짧았다.

그녀가 평정심을 되찾는 시간은 순간이었다.

“본격적으로 움직여야 하겠구나. 가디언들에게 명하겠다. 일족을 능멸한 자가 나왔으니, 복수를 해 줘야지.”

“동면에서 깨우시는 겁니까?”

“그래. 모든 일족이 일어나 활동할 것이다. 이미 준비를 어느 정도 끝내 놓았겠지. 드래곤까지 조종할 수 있다면, 문제는 작다고 할 수 없다.”

구구절절 맞는 말이었다.

대현자의 미래가 암울해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하지만, 드레젠은 결코 긴장을 풀지 않았다.

그는 위험한 사내였다.

적으로 만났을 때는 더욱 음험한 계획으로 자신을 몰아넣겠지.

‘사라진 녀석들의 행방도 알 수 있을지 모른다.’

나머지 넷의 행방이 어디에서 끊겼는가.

그걸 알아봐야 했다.

드레젠은 도리안을 바라봤다.

문제는 그녀가 진짜 적인지 아닌지였다.

“도리안 백작.”

“네. 케이드 백작.”

“그대는 인류를 저버리지 않았길 바라지.”

“어떤 방법으로 증명해야 할까요? 저와 폐하는, 그 누구보다 인류를 사랑하고 있어요.”

도리안은 답답함을 담았다.

잠시 생각하던 그녀가 결단을 내렸다.

아크 메이지라는 자존심을 내려놓는 행위였다.

본래라면, 여기서 당장 마법을 갈겼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대, 드레젠이라서 이렇게 해 주는 겁니다. 알겠어요?”

뾰족한 목소리로 말한 그녀가 드레젠의 가슴팍에 손을 댔다.

뭐라 할 새도 없이, 그녀는 중얼중얼 주문을 외웠다.

그녀가 외운 주문이 뭔지 안 드레젠이 눈을 크게 떴다.

“……됐어요. 제 생사여탈권을 맡겼으니, 앞으로 의심 같은 건 하지 마세요.”

‘이 여자, 원래 이런 성격이었나?’

드레젠은 혼란스러웠다.

본래 도리안은 극도의 개인주의였다.

무슨 영향이었을까.

설마, 자신에게 말하지 못한 무언가가 있었나?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저는 인류를 위해서 살아갈 겁니다. 여태까지 그랬고, 앞으로도 계속.”

“당신을 믿지.”

“……황궁이었으면 가만두지 않았을 겁니다.”

도리안은 그 말만 남기고 홱 돌아섰다.

드레젠에게 지금 도리안이 무슨 일을 벌였는지 알려주는 메시지가 떴다.

[도리안 구스타프가 당신에게 ‘생명의 계약’을 겁니다.]

[계약 내용 : 인류를 위해 싸우겠다.]

[계약 내용을 어겼다고 판단했을 시, 그녀의 목숨을 취할 수 있습니다.]

-츤츤

-이야;;

-대박이네;;

그녀의 결의였다.

도리안은 니오베와 함께 지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그녀의 물음은 본질적인 것부터 시작되었다.

과연, 자신은 왜 마법을 배우려 했는가.

단순히 재능 때문에?

아니, 그녀는 마법 말고도 잘하는 분야가 많았다.

“처음 마법을 배웠을 때가 생각났어요. 어렸을 때였지만, 꽤 단순했던 이유였던 것 같아요.”

본래 본질은 단순하다.

저 깊은 곳, 진리라는 것에 가까워질수록, 단순하고 명료하게 나타나기 마련이었다.

아이는 어른들이 생각할 수 없는 대답들을 내놓는다고 하지 않던가.

그들은 본질에 더욱 가까운 사고를 지녀서 그렇다고 생각했다.

“사람을 구하고 싶었거든요. 마법으로.”

“그렇군.”

“좋은 마음가짐이다. 본래 추구하는 바는 단순해야 하는 법이야.”

니오베가 흡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도리안은 드레젠에게 마법을 걸면서, 초심을 되찾았다.

크면서 뒤틀리고 왜곡되었던 본질을 다시 세운 것.

드레젠은 그녀를 바라보며 빙긋 웃었다.

“고맙군. 큰 도움이 되겠어.”

“그, 그렇게 웃지 마시죠. 정드니까.”

“그러지. 그럼 저는 거인족이 있는 곳으로 가보겠습니다.”

니오베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손뼉을 치며 말했다.

“내가 데려다주마. 좌표만 계산하면 금방이니까.”

“그러면 저야 좋죠.”

“그러고 보니, 그 근처에 친구가 또 있었지. 겸사겸사 만나러 가야겠구나. 도리안? 공부 열심히 하고 있거라.”

도리안이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드레젠을 바라보며 한마디를 던졌다.

“제가 이곳을 나가는 날, 모든 마법사가 절 주목하게 만들 거예요. 당신보다 강해져 있을 테니, 기대하세요.”

“바라던 바야.”

자신보다 강한 사람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드레젠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눈을 감고 좌표를 찾아내던 니오베가 눈을 떴다.

“가지.”

그녀가 드레젠의 손을 잡았다.

파앗-!

환한 빛이 뿜어졌고, 두 사람이 레어에서 사라졌다.

도리안은 물끄러미 그 모습을 보고 있다가 손을 휘저었다.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던 서적들이 그녀의 손으로 빨려 들어왔다.

“당신보다 강해지겠다는 말은, 허언이 아니야.”

생기가 없었던 그녀의 눈빛이 살아났다.

곧, 도리안은 정신없이 마법서를 탐닉하기 시작했다.

#3

제국의 북쪽.

거인족이 사는 땅.

환한 빛과 함께 막대한 거리를 한 번에 이동한 두 사람은, 주변을 둘러봤다.

니오베가 손을 놓으며 말했다.

“나는 볼일이 있으니, 그대는 거인족의 일을 해결하러 가거라.”

“알겠습니다. 그럼.”

“아, 네 아이도 이동시켜 두었다. 아마 근처에 있을 거야.”

드레젠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니오베는 여러모로 도움을 많이 주었다.

몇 번을 감사해도 모를 일이었다.

그녀는 다시 눈을 감더니, 텔레포트 마법으로 사라졌다.

드레젠은 저 멀리 연기가 피어오르는 곳을 확인했다.

“이제 거인족을 만날 수 있겠군요.”

아르게논 대륙에서의 일은 무사히 마쳤다.

금의환향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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