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한 절대자의 뉴비생활-220화 (221/279)

제 220화

220화 – 너였구나?

#1

툭툭, 흙먼지를 털어내니 살 것 같았다.

이곳은 야마타노오로치의 생각과 움직임을 관리하는 뇌였다.

뇌를 그냥 둘리가 없지, 그곳엔 야마타노오로치의 정신이라고 할 수 있는 환영이 있었다.

말이 환영이지, 이 자가 진짜 오로치라고 해도 될 정도.

“……그렇게 뚫고 오다니, 이건 또 재미있는 일이로군.”

“시간이 없어서 말이지. 지금 네 몸이 이 주변을 쓸데없이 파괴하고 있다고.”

“그거야, 인공적인 폭발로 날 깨웠으니까. 감히 건방진 놈들이 날 깨웠어?”

그는 희번득 눈을 뜨며 말을 이었다.

뭔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 모양이라, 드레젠은 잠자코 그의 말을 들었다.

“이렇게 내 몸에 구멍을 뚫고 올라온 것을 보니, 네놈도 한패인 모양이군.”

“……딱히? 오히려 그놈들을 죽인 건 나였는데.”

“-뭐라?”

야마타노오로치의 기세가 확 줄었다.

난동을 피우던 몸뚱이가 멈추는 것이 느껴졌다.

일이,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는 야마타노오로치.

드레젠은 어깨를 으쓱하며 차근차근, 알아듣게 설명해주었다.

“로키가 시험을 내려서 말이지. 본래 너의 눈을 가지러 온 건데, 무의 추종자가 깨웠지 뭐야.”

그래서 죽였다고 말했다.

어쩔 수 없이 내부로 들어와 심장을 멈춰야 했음을 어필했다.

그러자 야마타노오로치가 인상을 구기며 생각에 빠졌다.

전투 의사가 없음을 깨달은 드레젠이 검을 비끄러맸다.

[야마타노오로치의 분노가 멎었습니다!]

[제한시간이 사라집니다.]

[히든 분기 발생! 야마타노오로치와의 인연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게 무슨-.’

드레젠도 겪지 못한 이벤트였다.

그러면 눈은?

멀쩡히 살아있는 사람에게 ‘저기요, 눈 좀 주세요.’ 하면 줄까?

물론 끔찍하게 사랑하는 사람이라면야 줄 수도 있겠지.

하지만 야마타노오로치는 느낌이 달랐다.

“그런 거였군. 로키 이 자식…… 감히 날 시험하려 들어?”

“아는 사이였나?”

“사실 난 죄악 같은 것이 아니라, 진짜 성좌거든.”

이것도 몰랐던 일이었다.

그렇다면 왜?

진짜 브락시아에서는 왜 죽었던 것일까?

의문이 점점 쌓여가고 있었다.

그때, 그의 뒤에서 밝은 빛이 일어났다.

“드디어 장난을 친 놈이 납셨군.”

“여어-. 오로치. 오랜만이야.”

“하, 이딴 장난을 치고도 무사할 줄 알았나?”

쿠구구구구-.

무시무시한 기운이 주변을 휘감았다.

드레젠도 한순간 움찔할 정도.

이것이 ‘진짜’ 야마타노오로치의 힘이겠지.

“이상한데.”

드레젠의 등 뒤에서 등장한 남자.

거대한 황금색 뿔 투구를 쓰고 있는 장신이었다.

값비싼 트리트먼트라도 바른 듯, 윤기 나는 곱슬머리가 꽤 인상적이었다.

“사실 이 친구를 소개해 주고 싶었거든. 중간에 일이 꼬인 것 같았지만.”

“얘? 제정신은 아닌 것 같다만.”

하긴, 거대한 산을 수직으로 뚫고 올라온 것이나 다름없었으니까.

이상한 눈초리로 보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해온 짓이 있어, 드레젠은 그저 멋쩍게 웃을 뿐이었다.

“그래. 마스터가 눈여겨보고 있는 녀석이야. ‘진짜 파트너’를 구할 수 있겠다면서.”

“그 정도란 말야?”

“그렇지. 잠재력이 아주 좋아.”

캠이 두 사람을 잡고 있었다.

시청자들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었다.

-무신 소린고?

-누가 해석 좀;;

-같은 한국말 하는 거 맞음?

-ㅋㅋㅋㅋㅋ 뜬금없네 이젠 성좌가 와도 별 감흥도 없고ㅋㅋㅋ

다행히 분기라고 했으니, 그저 스토리의 일부라고 생각한 모양.

드레젠은 잠시 고민했다.

방송을 멈춰야 할까?

아니면-.

[괜찮아. 별것도 아닌데 뭘. 내 분신들이 이미 작업을 다 끝내 놨거든.]

로키의 간드러진 음성이 들렸다.

드레젠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적어도 성좌가 하는 일이라면 믿을 수 있겠지.

“이 정도까지 할 줄이야. 솔직히 좀 놀랍다?”

“약속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합격이지. 미스틸테인을 좀 보러 가자고. 그나저나, 얘한테 선물 좀 주지 그래?”

뻔뻔한 말에, 야마타노오로치가 비뚜름하게 웃었다.

그가 손을 뻗더니, 한쪽에서 무언가가 날아왔다.

척 보기에도 퍽 단단해 보이는 금속이었다.

그걸 드레젠에게 넘겨 주었다.

“아다만티움을 엄청난 지열과 압력으로 다시 가공한 거다. 드워프들에게 맡기면 꽤 재미난 걸 얻을 수 있을 거야.”

“그 정돕니까?”

자신의 얼굴 정도의 광석.

이걸 가지고 뭘 만들 수 있을까?

“무기를 추천하지만, 이미 그에 버금가는 무기를 들고 있으니 아티팩트라도 만들지그래.”

“드래곤에게 맡겨도 됩니까?”

“……그래, 드워프보단 그게 낫겠지. 하지만 그 도마뱀들이 널 도와주려 하겠나?”

드레젠은 자신의 왼손을 들어 보였다.

약지에 끼워져 있는 반지를 본 오로치가 허, 하고 헛숨을 내뱉었다.

“이거 생각보다 꽤 능력 있는 녀석이었군. 그래. 니오베에게 안부 전해줘라.”

-이렇게 되면 나가린데;;

-복수는여?

-말이라도 꺼내 보자!

-진짴ㅋㅋㅋ 이게 무야!

복수를 하러 왔다가 친목만 다지고 있었으니.

스피라스가 들으면 원통해서라도 다시 살아날 일이었다.

야마타노오로치는 자신이 죽인 드래곤은 꿈에도 모르는 듯 행동했다.

그래서 드레젠이 직접 물어봤다.

“말이 나와서 말인데-, 옆에 있던 드래곤 기억나십니까?”

“블랙 드래곤? 기억난다. 무의 추종자에게 조종당해서 나한테 덤비는 걸 죽여 줬지.”

“……누구에게 조종당했는지 아십니까?”

“그래. 이름을 얼핏 들었던 것 같구나. 에드워드 알렌이었나?”

순간, 드레젠의 표정이 흉신 악살처럼 일그러졌다.

그가 다시 물었다.

“정말, 에드워드 알렌이 맞습니까?”

“그래. 나도 나름 성좌거든? 세 놈이었는데, 분명 한 놈이 그렇게 말하는 걸 들었어.”

-이번 일은 실패로군.-

-아직 성좌를 넘어서는 일은 요원해. 빠진다.-

-에드워드 알렌, 그 잘난 XXX께서 실패할 때도 다 있다니.-

-상대는 성좌다. 이번 일은 그저 실험일 뿐이야.-

야마타노오로치의 기억이었다.

드레젠은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동시에, 과거의 자신에 대한 회의감이 몰려왔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주체하지 못해,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로키가 그의 동요에 반응했다.

“무슨 일이래? 아는 사이냐?”

“예. 아주 잘 아는 사이죠.”

드레젠이 씹어 뱉듯 말했다.

알다마다.

그 녀석은-.

“인류에게 대현자라고 칭송받고 있는 녀석이니까요.”

한때, 자신의 동료였던 자였다.

#2

“엘리스.”

“예. 로드.”

“방금 들었지?”

엘리스는 대답이 없었다.

그녀 역시 적잖은 충격에 휩싸인 듯했다.

전쟁, 그곳에서 그녀는 죽어가는 동족들을 보았다.

자신의 스승, 엘르에라도 그중 하나였다.

“지금부터 대현자와 내통했던 자들을 모두 색출해. 당장.”

“알겠습니다.”

엘리스가 결연하게 답했다.

진정한 적 중 하나가 밝혀졌다.

참으로 오랜 시간이었다.

하이디엔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래. 그렇게 생각하면 앞뒤가 맞는군.”

그녀는 전쟁을 상기하며 이상한 점을 차근차근 짚어 나갔다.

아슬아슬하게 뒤집히지 않는 전황.

야금야금 갉아 먹히는 전력.

이따금 걸리는 함정까지.

왜 알지 못했을까.

그의 얼굴을 떠올리니 구역질이 치밀었다.

깨달은 것이 많았다.

인류는, 아니 브락시아는 결국 멸망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던 것.

분전했다고 생각했지만, 모든 것이 조작이었다니.

“젠장-!”

콰아아-!

무심코 내려친 벽이 쩍쩍 갈라졌다.

지금까지 했던 희생은 대체 뭐란 말인가.

그리고-.

“그럼, 일곱 영웅은 대체 어떤 최후를 맞이한 거지?”

생각하기도 싫은.

어떻게든 외면하고 싶은 물음이 문득 떠올랐다.

아무도 보지 못했던 최후의 전투.

오직 일곱 영웅만이 저항했던, 엘프들에게 시간을 벌어줬던 전투.

“대체, 그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거지?”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이제부턴 그 진실을 파헤쳐야 하겠지.

그리고-.

“최악의 적을 상대해야 할지도 모르겠군.”

질끈 깨문 입술이, 꽉 쥐어진 주먹이 바르르 떨렸다.

꾹 감은 눈꺼풀은 당장에라도 쏟아내고 싶은 눈물을 막아냈다.

#3

야마타노오로치의 꼭대기.

다시 몸을 웅크린 산꼭대기에서, 드레젠은 한숨을 삼켰다.

넋이 나간 모습이었다.

하긴, 그럴 만도 했다.

그렇게 함께 전장을 굴렀던 자들이, 진짜 적이었다니.

“어이가 없네요.”

-그르게요.

-ㅋㅋㅋㅋ 진짜;;

-그럼 아크 메이지는요?

“그녀는 진짜 영웅이었겠죠. 아마 저랑 비슷한 부류일 겁니다.”

나머지 넷은?

그들은 진짜 죽었던 걸까?

그렇다면 니오베에게서 마법을 배우고 있는 아크 메이지는?

그녀의 진짜 정체는 뭘까?

“거인족의 저주를 해결한 다음엔, 니오베의 둥지로 가 보시죠.”

-ㅇㅇ

-그거 맞다

-진짜 쫄깃하넼ㅋㅋㅋ

-스토리 이야;;

-스포 당한 느낌이지만, 통수는 안 맞겠닼ㅋㅋㅋ

정보는 매우 중요했다.

유저들은 이제 누가 진짜 적인지 인지하고 행동하겠지.

그건 이제 저쪽 문제고, 남은 것은 그의 일이었다.

“전회차에서 그렇게 어려웠던 이유가 있었군요.”

대현자.

에드워드 알렌은 전략 참모이자, 총사령관이었다.

그의 말로 인해 생존자들이 움직였으며, 전쟁을 치렀다.

그렇게 엎치락뒤치락했던 전쟁.

대현자는 엄청난 성과를 거뒀고, 인류와 마족은 팽팽하게 맞설 수 있었다.

한데-.

“그게 다 주작이었다니.”

드레젠은 어이가 없어, 피식 웃었다.

자,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간 당했던 일들을, 어떻게 하면 복수할 수 있을까?

오히려 좋았다.

지금 드레젠은 그들과 연도 없었고, 이용당할 만큼 무지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성좌의 후원을 받고 있는 지금이 더 적절할지도 모르겠군요.”

-원래 1회차는 연습이지

-ㅋㅋㅋㅋ ㅇㅈ

-와;; 진짜 짜증나겠닼ㅋㅋㅋ

-전쟁했는데 우리 편 총사령관이 적이었어;;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인류 전체가 그의 손에 놀아나는 꼴이었으니.

하지만 이번에는 다를 것이다.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 자신이 있는 한.

“일정을 바꿔야겠습니다. 로키가 갔다고 하니, 저는 니오베의 레어로 가보겠습니다.”

드레젠은 눈을 감고 어딘가에서 쉬고 있을 와이렉스를 불렀다.

[드디어인가. 일은 잘 끝났나 보군.]

거대한 날개를 펄럭이며 다가온 와이렉스.

드레젠의 심상찮은 표정을 읽고, 그가 물었다.

[어디, 충격적인 소식이라도 들었나?]

“그래. 아주 충격적이었지. 니오베의 레어로 가자.”

알려줘야 할 일이 있었으니까.

조금 더 긴 여정이 될 테지만, 스피라스의 진짜 복수를 할 수 있게 되겠지.

드레젠은 알마리스를 바라보며, 속으로 미안함을 삼켰다.

‘나중에 사과하러 와야겠군.’

미안한 일이었지만, 지금은 더 급한 일이 있었으니까.

드레젠은 시선을 푸른 바다에 고정하고 날아갔다.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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