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한 절대자의 뉴비생활-214화 (215/279)

제 214화

214화 – 사룡의 둥지

#1

자신들이 따라온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니.

아더와 스테판은 쭈뼛거리며 드레젠을 바라봤다.

호문쿨루스.

그 저주받은 물건을 만들었다고 했을 땐, 어디 몰래 의식이라도 치르러 가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가 가는 곳은 한눈에 봐도 몬스터가 우글거리는 곳이었다.

‘저번에 봤던 언데드의…….’

무수히 많이 쌓여있는 몬스터의 유골.

본래는 백골로 남아있어야 할 뼈들은 희미하게 남아있는 생명력마저 빨려 있었다.

삭고 부식되어 거무튀튀한 색이 된 유골들.

두 사람 역시 점점 숨이 가빠오는 것을 느꼈다.

“이건 대체…….”

“돌아가라. 너흰 들어오면 버티지 못할 거야.”

“스승님! 호문쿨루스를 제작하신 이유가-!”

“맞아. 여기 안에 있는 녀석을 죽이려면 필요하거든. 성좌의 시련이니까 홀로 들어가야 해. 돌아가라.”

아더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심장으로부터 빨려 나가는 활력이, 이 장소는 무척 위험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으니까.

드레젠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려던 것을 멈췄다.

스테판이 그녀의 손목을 붙들었기 때문.

“……가자.”

뜸을 들이고, 다시 입을 열었다.

“어서 가야 해. 곧 몬스터가 몰려올 거야.”

으득-.

아더는 주먹을 강하게 움켜쥐고 몸을 돌렸다.

사실 그녀는 이번 일과 아무런 상관도 없었다.

분해하는 이유는, 그에게 온전한 믿음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분명 스승으로 모시기로 했는데, 벌써부터 그를 믿지 못하다니.

“얼른 가자.”

스테판 역시 낯빛이 어두웠다.

결과적으론 큰 실례였으니, 드레젠이 두 사람을 저버려도 할 말이 없었다.

두 눈을 질끈 감아봤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결국, 두 사람은 스승인 드레젠을 믿지 못했던 거다.

#2

“둘도 돌려보냈으니, 얼른 달리겠습니다.”

말을 하는 와중에도 시간은 흘렀고, 2분 정도 까먹었다.

2분.

120초라는 시간은 드레젠 같은 사람에겐 제법 긴 시간이었다.

많은 거리를 이동할 수 있고, 한 무더기의 적을 처치할 시간을 버렸다.

사룡은 지금, 드레젠에게 있어 최고의 상대였다.

‘빠듯하겠는데.’

두 네임드 역시 만만치 않았다.

놀랍게도, 두 녀석들은 빛과 어둠의 힘을 썼으니까.

마력을 사용하는 녀석, 신성력을 사용하는 녀석.

아이러니한 것은, 두 몬스터 다 언데드라는 점이었다.

[사룡의 둥지가 침입자를 인식합니다.]

[수호자들이 몸을 일으킵니다.]

쿠르르륵-!

땅에서 지저분한 소리가 들렸다.

온통 검은색으로 뒤덮인 해골들이 나타났다.

마찬가지로, 검은색 코팅이 되어있는 무장을 들고 있었다.

드레젠은 한 번, 검을 휘둘렀다.

[두 문지기가 깨어납니다.]

파직-!

저 멀리서 검붉은 뇌전이 보였다.

첫 번째 목표였다.

이름 따윈 알고 싶지도 않았고, 알고 있지도 않았다.

그저 가로막기에 죽였을 뿐.

“이 검은 해골들은 가까이 두면 생명력을 빨아갑니다. 그러니까 둘러싸이지 않게 조심하면서 전진하세요.”

이 해골 때문에 수많은 용병이 죽어 나갔었다.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지 못해 한 달을 쩔쩔맸었지.

죽어간 동료들이 해골로 변해, 다시 칼을 들이미는 장면은 트라우마를 일으키기 충분했다.

이번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드레젠은 혼신의 힘을 다했다.

“이곳에선 신성력이 직빵입니다.”

콰아아앙-!

검에 신성력을 두르고 가볍게 휘두르는 것 만으로 일대가 쓸려나갔다.

언뜻 본다면 매우 쉬운 일이었지만, 그가 기본적으로 담은 신성력은 어마어마한 수치였다.

해골들이 우수수 쓸려나가고, 드레젠은 땅을 박차 이동했다.

[산 자는, 이곳을 지나갈 수 없다!]

신기하게도 이지를 가지고 있는 수호자.

거대한 방패와 기다란 롱소드를 한 손으로 들고 있는 해골 전사였다.

드레젠은 피식 웃으며 검을 잡은 손잡이에 힘을 주었다.

천마검법을 사용할 필요도 없는 녀석이었다.

‘여기선 사라미스 검술이지.’

방패도 뚫고 들어갈 정도의 일격이 필요했다.

저 녀석은 일정 이하의 대미지를 완벽하게 무시하는 녀석이었으니까.

설명은 나중에 하기로 하고, 눈앞에 있는 적부터 처리하기로 했다.

신성력, 그리고 사라미스 검술.

둘의 조합은 안 어울릴 것 같으면서도 의외로 잘 어울렸다.

“신성력을 이용한 기예 중에 이런 것도 있습니다.”

드레젠은 신성력의 끝을 날카롭게 벼렸다.

보통 신성력은 폭발의 형태로 그 힘이 나타나지만, 무수히 많은 테크닉으로 여러 가지 변형이 가능했다.

신성력의 폭발을 늦추는 것 역시, 그런 기예에 속했다.

사라미스 검술의 일격이 수호자를 강타했다.

[그딴 검술로-!]

직선뿐인 검술은 결코 자신을 뚫지 못한다는 자신감.

수호자의 패착이 바로 그것이었다.

하얀 직선이 방패를 반으로 쪼갰다.

동시에 해골의 구석구석, 신성력이 침범했다.

“펑-.”

투콰콰쾅-!

갈라진 틈 사이에서 연쇄폭발이 일어났다.

신성력의 폭발력을 잠시 억제했다가 안쪽에서 터뜨리는 기술.

내부에서 폭발이 일어났기에, 재생력을 한껏 갉아먹는 효과도 있었다.

[끄아아아아-!]

“죽은 주제에 고통은 또 느껴지나 보지?”

드레젠은 피식 웃었다.

신성력은 언데드에게 쥐약이나 다름없는 힘.

가위바위보에서의 상성처럼, 어쩔 수 없는 순리였다.

순식간에 재가 되어버려 검은 보석을 남긴 수호자.

드레젠은 빠르게 돌을 집었다.

[수호자를 처치하셨습니다.]

[복수의 망령이 깨어납니다.]

수호자를 처치했다고 다가 아니었다.

그가 죽으면 하나의 기믹이 더 발동되는 조건이었다.

쿠웅-!

검은 뼈가 한데 뭉치기 시작했다.

뼈의 잔해가 거대한 동물이 되어, 드레젠을 덮쳤다.

“얘는 최대한 피해서, 다음 수호자가 있는 방까지 갑시다.”

사룡의 가호를 받는 복수의 망령.

죽음의 기운으로 둘러싸여 있는 이 괴물은, 정면에서 상대하는 것이 매우 손해였다.

두터운 방어막으로 몸을 보호하고 있으니, 그것부터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저는 정면에서 딜로 찍어 누를 수 있겠지만, 이 정도 스펙이 되기 전까지는 정석적인 방법을 따라주세요.”

-엌ㅋㅋㅋㅋㅋ

-또 시전했음

-나는 되지만 너흰 안 된닼ㅋㅋ

-역시 뭐든지 아는 남자;;

시청자들이 드레젠을 좋아하는 이유.

자신감을 꾸밈없이 드러내기 때문이었다.

그는 당당했고, 거침없었다.

좌중을 지배하는 카리스마가 있었다.

[우어어어어-!]

뼛조각이 튀어, 드레젠의 몸을 두들겼다.

피아 구분 없이 오직 드레젠을 잡기 위해서 달려드는 복수의 괴물.

드레젠은 피식 웃으며 발을 놀렸다.

아슬아슬한 수준으로 간격을 유지했다.

“저 녀석은 따돌리는 것이 가능합니다만, 그러면 다음 수호자 공략이 조금 힘들어집니다.”

여기까지 걸린 것이 10분 정도.

드래곤 레어이니만큼, 그 크기 또한 남달랐다.

가볍게 칼을 몇 번 휘두른 것이 다였지만, 이동 시간은 정말 길었다.

반대편까지 망령을 끌고 가는 것이 관건이라면 관건이었다.

“반대편 수호자는 이 녀석이 있으면 한 방에 끝내버릴 수 있거든요.”

마력과 신성력은 상반된 힘이라고 말했다.

지금 이 망령은 마력을 두르고 있었고, 반대편에는 신성력을 두른 수호자가 존재했다.

신성력을 둘렀기 때문인지, 시간만 적당히 끌어도 소멸하는 녀석.

하지만 시간이 문제였다.

“순식간에 끝낼 겁니다.”

-가즈아아아!

-여기도 시간 싸움이네유

-가자가자!

-크으 재밌겠다 진짴ㅋㅋㅋㅋ

새로운 레이드에, 사람들이 우후죽순 몰려왔다.

소식을 들은 다른 방의 스트리머들 시청자들을 모조리 넘기고 들어올 정도였으니까.

고군분투하고 있는 드레젠의 모습은, 영화의 한 장면이나 다름없었다.

“이제 거의 다 도착했습니다.”

저 멀리서 희미한 빛이 보였다.

그 빛 주변으로는 검은 해골이 보이지 않았다.

신기한 일이었지만, 그 본질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었다.

“두 번째 수호자 역시 딜찍누는 힘들 겁니다.”

신성력은 밀어내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뭐든지 밀어내고, 배척하는 힘.

그것이 마나로부터 변질된, 신성력의 본질이었다.

그 형태가 ‘폭발’이라는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고.

“신성력의 본질은 척력. 거기에 파괴력을 더하면 폭발이 됩니다.”

척력과 폭발은 엄연히 말하면 다른 성질이었지만, 힘의 방향은 같았다.

중심으로부터 퍼져나가는 힘.

수호자에게도 그 힘은 똑같이 적용되었다.

“신성력은 공격을 밀어내서, 공격 자체의 위력을 줄여버리죠. 그래서 성기사들이 남들보다 방어력이 뛰어난 겁니다.”

-오오

-힘의 원리까지 공부해야 하는 게임은 대체;;

-ㅋㅋㅋㅋㅋㄹㅇ 이런 거 알고 모르고 차이가 큼

-디테일은 언제나 생명이짘ㅋㅋ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드는 것처럼, 이런 지식 하나하나가 힘을 쓸 때, 혹은 상대할 때 큰 차이를 만드는 법.

드레젠은 신성력을 정확히 이해하고 파훼할 생각이었다.

쿠웅-!

거대한 소리가 바로 뒤에서 들렸다.

공룡 영화에 나오는 장면처럼 괴물을 몰고 왔을 때, 수호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오-! 용사여! 잘 했도다!]

-??

-뭐야

-??

-이건 뭐얔ㅋㅋㅋㅋ

수호자는 그의 방패를 세웠다.

거대한 타워 쉴드 하나만 들고 있는 새하얀 해골.

이는 한때, 아르게논 대륙으로 원정을 왔던 성기사단장이었다.

그의 신성력은 너무나 고강해, 언데드로 부활시켜도 그 신성력을 완벽하게 지우지 못했다.

[이런 기지는 어느 누구한테 배운 것이냐! 나를, 이 나를 고통에서 해방해다오!]

“전력으로 부딪히십시오.”

[우오오오오오-!]

성기사였던 해골이 그대로 망령과 부딪혔다.

드레젠은 땅에 검을 박아두고 오러로 방벽을 쳤다.

콰아아아아아아-!

거대한 폭발로 인해 레어 자체가 우르르 울렸다.

[감사한다. 용사여. 부디, 부디 사룡에게 안식을…….]

“걱정하지 마십시오.”

스르륵 사라지는 모습을 보며, 드레젠은 그에게 경의를 표했다.

수많은 세월, 엄청난 고통을 받았을 터다.

폭발이 지나간 곳은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덩그러니 떨어져 있는 하얀 돌을 제외하곤.

“자, 이제 재료가 모두 모였습니다.”

서로 밀어내는 힘을 가진 두 개의 돌.

이게 바로 결계를 해제할 열쇠였다.

드레젠은 호문쿨루스의 상태를 확인했다.

아직 멀쩡했다.

“두 번째 네임드로 가는 길이 열립니다.”

두 홈에 다른 돌을 끼우니, 앞으로 가는 문이 열렸다.

첫 번째 관문을 통과했으니, 다음 관문으로 나가야지.

걸린 시간은 약 15분 정도.

[호문쿨루스에게서 생명력이 빠져나가는 속도가 빨라집니다.]

[남은 시간 : 1 : 30 : 00]

“일이 좀 틀어진 것 같은데요?”

시간이 점점 없어졌다.

드레젠의 인상이 와락 일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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