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한 절대자의 뉴비생활-212화 (213/279)

제 212화

212화 – 호문쿨루스

#1

아르게논 대륙을 덮고 있는 대부분 땅은 숲이었다.

대자연이 인간의 문명을 덮어, 그들의 흔적을 필사적으로 지우고자 했다.

이는 레드 드래곤의 수장이자 드래곤 로드인 레드릭이 명령한 내용이기도 했다.

“오늘은 사룡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야겠군요.”

사룡 스피라스.

죽은 드래곤이 생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자신의 육신을 남겨둔 결과였다.

본래 드래곤은 죽어서 육체를 남기지 않는다.

드래곤의 사체는 너무도 강력해, 분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었다.

피를 불러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 드래곤들은 대부분 시체를 마나로 분해해 버립니다. 드래곤이 죽은 땅은 다른 곳보다 마나가 풍부한 이유입니다.”

-오

-자연으로 돌아가는 그런 느낌?

-자연사만 시체를 안 남기는 건가요?

드레젠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연적으로 죽은 드래곤만 시체를 남기지 않았다.

그 조건이 거의 이뤄지지 않아, 거의 모든 드래곤이 자연사한다고 보면 되었다.

인간의 힘으로 드래곤을 죽인다는 건, 헤츨링이 아니고서야 불가능했다.

“헤츨링 역시 저번에 봤듯, 엄청난 내구도를 자랑하기 때문에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죠.”

아무런 마법도 쓰지 않고 성 하나를 초토화시킬 수 있는 육체 능력을 가진 것이 헤츨링이었다.

마스터급 실력자가 아니면 생채기를 내는 것도 불가능한 존재.

그런 것이 드래곤이었다.

“사룡 스피라스는 좀 억울하게 죽은 케이스입니다.”

스피라스는 블랙 드래곤으로, 성룡이 되기 전에 죽었다.

주변에 있는 성좌의 죄와 시비가 붙었기 때문이었는데, 전투가 일어난 곳은 아직도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불모지로 변했다.

그 성좌의 죄가 드레젠이 잡아야 하는 몬스터이기도 했다.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드래곤은 결국 마법을 이용해 죽은 자신의 시체에서 살게 됩니다. 그게 바로 사룡 스피라스지요.”

사룡은 존재만으로 주변에 있는 생물들의 생명력을 빨아들이는 능력이 있었다.

잡기 위해서는 특별한 물건을 제작해야 했다.

마침 이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들이었다.

“사룡은 주변에 있는 생명력을 빨아들이죠. 그래서 더미가 필요합니다.”

드레젠은 야심한 밤, 홀로 움직였다.

장막을 드리워, 정체를 감춘 그를 볼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지금부터 하는 행동은 ‘금기’에 가까운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드레젠은 밤길을 거닐면서도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저는 호문쿨루스를 연금 할 겁니다. 여러분들도 호문쿨루스가 뭔지는 알고 있죠?”

-그럼요!

-당연히 알죸ㅋㅋㅋㅋ

-아 강철이 떠오른다 강철이!

-엌ㅋㅋㅋㅋㅋ

-저작권 컷!

호문쿨루스.

인공 생명체를 이야기하며, 무기물을 조합해 생명을 창조하는 걸 말했다.

현자의 돌이라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드레젠은 완벽한 호문쿨루스를 만들 생각이 없었으므로 필요 없었다.

“제가 만들 호문쿨루스는 제 생명력 대신 빨려 줄 더미입니다. 이것도 금기시되니까, 본토에서는 하지 마세요.”

흑마법사를 지망하는 자들이나, 연금술의 끝을 보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말리지 않겠지만.

그 대가는 톡톡히 치러야 할 정도였다.

이는 창조주가 정한 규율이기도 했다.

자신 외에 그 어떤 자도 인공적으로 생명을 창조하지 못하게 했으니까.

“필요한 것은 열두 종류의 몬스터 심장입니다. 간단하죠?”

그리고 그 영혼을 가둘 보석 하나만 있으면 되었다.

간단하지만, 어렵기도 한 작업이었다.

왜냐고?

-킹치만!

-우리 드레젠 선생님은 조금 더 다르게 하겠지!

-이젠 패턴 다 외웠다ㅋㅋㅋㅋ

-엌ㅋㅋㅋ ㄹㅇㅋㅋㅋ

드레젠은 피식 웃었다.

이제 함께 방송한 시간이 꽤 되어서 그런지, 시청자들이 자신의 성향을 어느 정도 파악한 모양.

사룡이 빨아들이는 생명력은 많은 양이었다.

그렇기에 많은 생명력이 필요했다.

많은 생명력은 강인한 몬스터에서 기인했다.

“곳곳에 있는 네임드 몬스터를 찾아봅시다.”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녀석 중, 꽤 쓸만한 놈들이 있었다.

이곳의 지리는 훤히 알고 있는바.

그의 엄청난 기억력은 지도를 가지고 올 필요도 없었다.

이런 기억들이 쓸모가 있을지 모르던 일이었는데, 이런 곳에서 다시 꺼낼 줄은 몰랐다.

“맵핑은 다들 해두셔야 할 겁니다. 저야 전회차에서 질리도록 다녀서, 잘 알고 있는 겁니다.”

기본적으로 아르게논 대륙은 울창한 수해였다.

맵핑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길 잃고 죽기 딱 좋은 환경이었다.

드레젠은 연신 탐지마법을 활성화하고 길을 나섰다.

첫 번째 목표는 현재 알마리스 기준, 북쪽에서 세력을 불리고 있는 웨어울프들의 수장이었다.

“이쪽 웨어울프는 드래곤의 저주로 인해 이성을 잃은 상태입니다.”

드래곤의 횡포는 꽤 대단했다.

성좌의 명령 때문이었을까, 아르게논 대륙은 기본적으로 몬스터의 흉포함이 궤를 달리했다.

또한, 본래 인간이 손을 데었던 아티팩트들의 능력들이 대폭 강화되었다.

모든 것이 드래곤의 영향 때문이었다.

“그래서 공식적인 부족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죠. 즉, 우리가 사냥해도 문제가 없다는 겁니다.”

웨어울프는 수인족의 일부였다.

곰, 독수리, 늑대, 호랑이 등등, 꽤 많은 부족이 있었다.

수인(獸人)이라는 어원처럼, 인간의 정신을 온전히 유지해야 부족으로 인정을 받았다.

야생성에 휘둘리는 자들은 가차 없이 버려지는 곳이 수인족의 사회였다.

“북쪽으로 쭉 가다 보면 나뭇결이 바뀌는 때가 옵니다. 이런 식으로.”

알마리스 근처는 소나무처럼, 딱딱한 비늘 모양의 나뭇결이 특징이었다.

단단하고 가공이 편하기에 집을 짓는 재료로 많이 사용되기도 했다.

반면 수인족이 서식하고 있는 영역 근처의 나무들은 결이 조금 더 부드럽고 촘촘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오크나무처럼 생겼죠. 참나무라고도 부릅니다. 그와 비슷한 결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무의 변화는 곧 생태계의 변화를 뜻했다.

공기마저 달라졌다.

알마리스의 진득한 바닷냄새가 완전히 사라졌다.

마치 결계라도 친 것처럼, 빳빳하고 삭막한 공기가 주변을 매웠다.

“지금부터는 멘트 치지 않겠습니다.”

암살을 위한 움직임을 취해야 하니, 멘트를 삼갔다.

늑대들은 후각이 매우 발달해 있는 동물이었다.

경계심이 많은 동물이니만큼, 냄새까지 완벽하게 지워야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늑대의 기척이 잡혔다.

‘많군.’

-와 저게 뭐야;;

-겁나 많넼ㅋㅋㅋ

-거의 언데드만큼 많은 듯;

-와 맵에서 빨간 점이 더 많넼ㅋㅋㅋ

빽빽하게 들어찬 늑대들.

그들은 이상한 낌새를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덩치는 정말 컸으며, 호랑이도 찢어 죽일 정도의 마나를 가지고 있었다.

드레젠은 그들을 가뿐히 무시했다.

진짜 경계해야 할 녀석들은 저 늑대들이 아니었으니까.

‘이제부터 시작이군.’

지금부터는 작은 소리도 허용할 수 없었다.

발끝에 마나를 집중하고, 체취를 줄였다.

시야에 잡히는 사람 모양의 물체가 보였다.

‘눈이 빨갛군. 역시 기억대로야.’

수인들은 푸른 눈이 특징이었다.

야수처럼 찢어진 동공과 푸른 홍채.

붉은 안광을 뿜어내는 때는 이성을 잃었을 뿐이었다.

극도의 분노에 사로잡히거나 야성에 몸을 맡기는 자들만 붉은 안광을 뿜어냈다.

‘로드는…….’

두 발로 뚜벅뚜벅 걸어 다니는 웨어울프들 사이, 붉은 털을 가진 로드가 보였다.

이례적으로 황금색 눈동자를 지닌 녀석이었다.

드레젠은 준비를 했다.

마나를 끌어 올리고 사신을 불러냈다.

[크르르륵?]

마나의 유동을 감지한 웨어울프들이 코를 벌름거렸다.

흉성이 폭발할 지경이었다.

[‘동수동수’님 100,000코인 후원!]

[슨생님 천마검법 더 안 보여주십니까?]

‘천마검법이라…….’

-천마검법 3장 가자!

-가즈아아아!

-오이오이, 믿고 있다고!

-ㅋㅋㅋㅋㅋ 3장 가자!

드레젠이 장막 안에서 나왔다.

크르르-!

늑대의 예민한 후각이 그를 잡아냈다.

감히 자신들의 영역에 오다니.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아우우우우우-!]

로드가 울부짖을 때, 그의 머리에 내리꽂히는 달빛이 그림자를 만들었다.

드레젠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그의 신형이 빨려 들어가, 로드의 그림자를 타고 빠져나왔다.

찰나의 일이었다.

캠 역시 제대로 잡지 못할, 가공할 움직임이었다.

“죽어라.”

서걱-!

드레젠의 등 뒤에 자리하고 있었던 사신이 움직였다.

절대로 피하지 못하는 일격이 로드의 배를 가르고, 심장을 꺼냈다.

1초도 안 되어서 일어난 일.

3초가 지나자, 펄떡이는 황금색 심장이 손에 쥐어졌다.

5초.

반응이 빠른 웨어울프들이 달려들었다.

“3장, 보여드리죠.”

드레젠은 여유롭게 웃으며 등에 매인 검을 꺼냈다.

어깨에 걸쳐진 검에서 파직, 마력이 솟아났다.

시청자들이 숨죽여 지켜봤다.

심장을 아무렇게나 쑤셔 넣은 후, 드레젠이 손잡이를 두 손으로 움켜잡았다.

-뭐, 무슨 검법을 쓰든 마찬가지겠지만 말이야. 3장에 수록된 묘리는 특히 다수의 적을 상대할 때 효율적이야.-

변검(變劍), 혹은 환검(幻劍)이라는 말이 있다.

허초와 실초를 섞어 뭐가 진짜 공격인지 모르게 하는 묘리.

화산파의 매화검법이 대표적인 환검이었다.

천마는 자신의 검에도 그런 묘리를 담았다.

-대검이라도 상관없다. 운용하는 방법은 다 똑같아.-

천마는 곧게 뻗은 양날 검을 사용했지만, 대검으로도 시범을 보여줬다.

검은 어떤 모양이냐에 따라 무게중심이 다르게 잡혀 있었다.

그 중심을 이용하는 방법을 제대로 배웠었다.

‘아직 흉내 내는 수준에 불과하지만-.’

드레젠은 대검을 휘둘렀다.

한 번에 모든 것을 쏟아내는 1장, 2장과는 달리 3형은 산탄총처럼 퍼져 나가는 마력 다발이 특징이었다.

천마검법 · 3장 · 천마열풍

(天魔劍法) · (三章) · (天魔裂僼)

천마가 검을 휘두르니, 고고했던 신선들도 모두 찢겼더라.

그의 검은 모든 거짓 선함을 찢어발기고, 자신만의 길을 추구했더라.

천마의 분노가 웨어울프들을 휩쓸었다.

마치 백 개의 발리스타를 발사한 것처럼, 마력의 폭풍이 모든 것을 쓸어갔다.

“어서 빠져나가죠.”

황금빛 가루가 비처럼 내렸다.

살점과 함께 떨어져야 정상이었겠지만, 미세한 살점마저도 모두 갈아버린 위력.

황홀하고 아름다운, 그리고 무척이나 살벌한 광경이었다.

시청자들은 순간 말이 없었다.

약 5초간 정적이 흐르고, 열광적인 채팅이 쏟아졌다.

-지렸다

-이거지!

-지렸닼ㅋㅋㅋ

-ㄹㅇ 무쳤넼ㅋㅋㅋ

-오이오이! 믿고 있었다고오오오오!

드레젠은 가볍게 발을 굴렀다.

저 멀리, 늑대들이 쫓아오지 못하는 곳까지 달아난 그는 바로 다음 목표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이미 동선은 다 짜 두었으니, 아르게논 대륙에 재앙을 내릴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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