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한 절대자의 뉴비생활-207화 (208/279)

제 207화

207화 – 천마의 후계자

#1

이건 아무도 모르는 사실이었다.

이 시점을 기점으로 드레젠의 실력은, 엄청나게 상승해 있었다.

초대 스카이워커, 천마는 속성으로 지식을 때려 박고 홀연히 사라졌으니까.

파지직-!

검붉은 뇌전은 천마검법의 상징과도 같았다.

-너는 재능을 뛰어넘은 경지에 올랐으니, 충분할 거다.-

이 한마디를 남기고 홀연히 사라진 천마.

드레젠은 수천 년을 갈고닦은 검의 정수를 마주했다.

그 여파로, 배웠던 모든 검술의 극의가 보였다.

배우기 어렵다던 페베스 검술 역시 천마검법에 비하면 한 단계, 아니 몇 단계나 낮은 수준이었으니.

“마, 말도 안 돼.”

아더가 멍하니 드레젠을 바라봤다.

자신들밖에 없는 줄 알았다.

이런 불길한 마나를 쓰는 사람은, 이 세상에 다신 없을 줄 알았다.

실력이 붙은 지금은 당당히 드러내고 다녔지만, 한때는 그러지 못했다.

“어, 어떻게-.”

스테판의 손이 덜덜 떨렸다.

그것은 동질감에서 비롯한 떨림이었다.

기쁨, 두려움, 존경심…….

아더뿐만 아니라 리치들도 드레젠에게 집중했다.

스테판이 아니라, 드레젠이 훨씬 위험했다.

리치의 집중포화가 시작되었다.

“마력은 이렇게 쓰는 거야.”

드레젠은 마력을 몸에 두르고 근접전을 펼쳤다.

천마검법은 아주 기초적인 것만 꺼내 들었다.

천마검법의 기본적인 이치는 단 하나였다.

<무조건 부순다.>

그것이 어떠한 존재든 관계없이, 무조건 부수는 검법.

어떠한 존재를 산산조각낸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천마검법에는 검에 닿는 그 무엇이든, 약점을 찌를 수 있는 초식들이 있었다.

강한 검에도, 부드러운 검에도, 변칙적인 검에도 모두 대응할 수 있는 검법.

‘천마가 한 번 더 손본 검법.’

최초의 그랜드 소드 마스터였던 스카이워커의 친우와 함께 만들어, 한층 더 진화한 검법이 탄생했다.

그것이 바로 지금 드레젠이 익힌 천마검법이었고.

독특한 마나 컨트롤은, 닿는 모든 것을 부숴버렸다.

리치의 마법도 예외는 아니었다.

[어, 어째서 우리 마법이-!]

“여태까진 아주 잘 통했지?”

하지만 지금은 어림도 없었다.

드레젠은 할레단 후작가와 싸울 때도 마법을 제대로 파훼했었다.

기본적인 기교에 더해, 검법의 특성까지 더해지니, 말할 필요가 없었다.

결국, 리치들은 손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줄줄이 바닥에 몸을 눕혔다.

“이 위에는 리치 킹이 있으려나?”

전투가 끝난 후, 드레젠은 태연하게 위를 쳐다봤다.

아더는 물론이고 스테판, 은자디아까지 홉뜬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는지도 모른 채.

시선을 돌려, 멀뚱히 서 있는 세 사람을 쳐다봤다.

“왜, 나라고 마력을 못 쓸 줄 알았어?”

“그, 그게…… 보통은 아무도 못 쓰는 게 정상 아니에요?”

“그렇긴 하지. 내가 어제 말했잖아.”

아더는 지나가듯 말한 드레젠의 말을 떠올렸다.

그래, 분명 군대보다 잘 싸운다고 했지.

지나가듯, 농담으로 한 말인 줄 알았는데 진짜였다니.

멍하니 그를 쳐다보고 있자니, 드레젠이 더 놀라운 광경을 선보였다.

한 손에는 새하얀 신성력이, 다른 한 손에는 검붉은 마력이 뇌전을 튀기고 있었다.

“그, 그게 어떻게 되는 거죠?”

“내 비법이지. 이제 얼른 아티팩트나 챙기러 가자.”

아직도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을 이끌고, 드레젠은 위층도 단번에 쓸어버렸다. 리치 킹이라고 해서 드래곤보다 뛰어난 건 아니었으니까.

리치 킹이 보호하고 있던 상자 안에, 오늘 구할 아티팩트가 들어 있었다.

“이거 두 개는 너희들 거다.”

“이게 뭐죠?”

“마력을 강화해 주는 목걸이.”

드레젠은 팔찌를 챙겼고, 은자디아는 검을 챙겼다.

두 개의 목걸이를 가진 두 사람과 은자디아에게 양해를 구한 후, 허리띠 하나를 챙겼다.

그가 얻은 아이템은 다음과 같았다.

[마나 보조 팔찌]

[마나를 변환하는 시간을 20% 단축시킨다.]

[예리함의 허리띠]

[검의 예리함을 20% 더해준다.]

그에게는 이미 메긴교르드가 있었기 때문에 허리띠는 필요 없었다.

이건 크리스에게 줄 선물이었다.

나름 제자라고 데리고 있는 아이인데, 여태까지 제대로 지원해 준 것도 없었으니까.

이거면 실전에서 제법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조금 더 구해볼까.’

크리스는 아직 어렸다.

그런 만큼, 장비보단 본연의 실력을 키우는 것이 바람직하긴 했다.

하지만 브락시아는 결코 만만한 세상이 아니었다.

템빨로 밀어붙일 수 있다면 기꺼이 하는 것이 좋았다.

크리스가 아무리 천재라지만 마스터급 강자를 만나면 손도 못 써보고 당할 것이다.

‘빠져나갈 구멍은 만들어 주는 것이 좋으니까.’

아르게논 대륙에서의 파밍은 그야말로 폐지를 줍는 행위와 비슷했다.

멸망한 제국이 얼마나 많은 아티팩트를 찍어냈으면, 던전마다 후두둑 쏟아지겠는가.

레드 드래곤인 레드릭은 아티팩트들은 건들지 않고 인간들만 쏙쏙 골라 죽였다.

용한 재주였다.

“그럼, 이젠 밑으로 가시죠.”

이곳에, 사룡의 봉인을 풀 수 있는 열쇠 중 하나가 있었다.

그걸 찾아서 돌아가면 할 일은 끝.

그렇게 닷새 동안 움직일 생각이었다.

그동안 여기 있는 동료들과 합을 맞추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아래쪽은 별거 없으니, 얼른 끝내자고.”

“네, 네.”

드레젠 혼자 다 해 먹어서 체력이 남아돌았다.

뒤에서 눈만 끔뻑거렸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세 사람은 아직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했지만, 일은 똑 부러지게 해냈다.

드레젠에게 빚이라도 갚으려는 것일까, 고성의 지하에서 아더의 기합 소리와 스테판의 주문 외우는 소리가 쉴 새 없이 들렸다.

“덕분에 좀 편하네요.”

-ㅋㅋㅋㅋㅋㅋ

-진짜 무냐고! 천마검법이라니!

-아니 이 세계는 동서양이 다 짬뽕 되어있넼ㅋㅋㅋ

-성좌 디자인을 그렇게 한듯ㅋㅋ 기발하긴 하네

성좌의 존재는 대중에게 친숙한 존재들이 많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 성좌를 탄생시킨 창조주가 그런 인물이었으니까.

“세계관을 잘 짜긴 했습니다. 아무튼, 성좌의 의뢰를 받는다면 이런 식으로 클리어하시면 됩니다.”

지금 드레젠이 진행한 이벤트들이 모두 데이터화 되어, 다른 유저들이 플레이하는 세션에도 배포가 되는 중이었다.

당연히 유저들은 이를 모르고 있었다.

드레젠의 게임 진도가 가장 빠르기 때문에 이뤄진 일이기도 했다.

‘평범한 사람이 성좌를 볼 수 있을 리가 없긴 하지.’

일반 유저들은 적어도 현실 시간으로 1년은 플레이해야 마스터가 될까 말까 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게임 외적인 부분에서도 재능이 필요했다.

사람의 뇌가 가지고 있는 재능이 빛나지 않는다면, 진정한 마스터가 될 수 없을 테니까.

어쨌든, 실시간으로 패치 내용을 만들고 있는 드레젠 덕분에 게임의 콘텐츠가 풍부해졌다.

일하고 있는 엘프들은 갈려 나가고 있었지만.

“이제 돌아갈 일만 남았군.”

“다들 안 지쳤으면 됐지. 그 포션 효과 죽이지?”

“네! 정말 장난 아니었습니다!”

“근데 애석하게도 오늘 가지고 왔던 게 다야. 아, 내가 운용하고 있는 상단을 부르면 되겠구나.”

“상…단이요?”

덩그러니 아르게논 대륙에 왔던 사람이라, 갑자기 비즈니스적인 이야기를 하니 영 어색했다.

아더는 거칠어 보여도 순박한 구석이 있었고, 스테판은 어리숙해 보여도 마법사다운 면모를 보였다.

그런 매력이 있는 친구들이었다.

“그래. 혼자 다녀도 백작은 백작이거든. 딸린 식구들도 좀 있고. 성 하나밖에 없지만.”

“아…….”

성이라고 해도 운영하는 일은 쉬운 것이 아니었다.

작은 용병단을 꾸려도 필요한 자금은 천문학적이었으니까.

그래서 용병들이 일을 통해 자금을 벌어들이는 것이었다.

뭐든지 그랬다.

움직이는 것엔, 돈이 필요했다.

“마력 다루는 법, 알려 줄까?”

“저, 정말요!?”

드레젠이 길을 걷다 말했다.

뜬금없었지만, 아더와 스테판은 귀를 쫑긋 세웠다.

쓸데없는 소란은 몬스터를 불러들일 수 있었지만, 드레젠과 은자디아가 기세를 일으키는 것만으로도 주변이 고요해졌다.

그만큼 둘의 격이 높다는 뜻이었다.

“그래. 너희, 일반적인 사람들하고 비슷한 오러 운용법을 쓰던데.”

“맞아요. 마력을 아는 사람은 없었으니까요.”

확실히, 마력은 희귀한 특성이었다.

어둠의 성좌, 데이몬의 힘이 아주 조금 흘러 들어간 경우를 제외하면 발견할 수 없었으니까.

드레젠?

드레젠은 인위적으로 익힌 것이지, 타고난 것이 아니었다.

“마력에 대한 이해도만 있으면, 스타일이 확 달라질 거다. 스테판 너도.”

“꼭 배우고 싶습니다!”

스테판이 언성을 높였다.

피식 웃으며, 드레젠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이 아르게논 대륙에서 착실하게 성장해 준다면, 강력한 조커가 될 수 있겠지.

성좌의 임무를 행하는 동안, 잘 키워볼 생각이었다.

허무하게 죽는 일이 없도록.

“저녁에 와. 오후엔 사라미스 검술을 전수해야 하니까.”

“알겠습니다.”

아더의 눈빛이 초롱초롱하게 빛났다.

한계를 느끼고 있던 참이었다.

더는 성장을 느낄 수 없는 구간.

정체기라고도 하는 곳에 턱 하고 막힌 지 몇 년이 흘렀다.

‘그걸 뚫어낼 수 있을 것 같아.’

길을 제시해주는 것은 은자디아도 해내지 못했던 일이었다.

같이 동고동락했던 용병들도, 귀족이라고 떵떵거리던 자작도 해내지 못했다.

하지만 이 자라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을 더 높은 곳으로 올려줄 스승.

진정한 선생님.

“스승님으로 모시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다니까. 부담스러워요.”

“그, 그럼 마음만이라도.”

“나 연애할 생각 없는데.”

“그게 아니라-!”

아더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그녀 역시 연애를 할 생각은 없었다.

다른 이유는 아니고, 사람을 믿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강함에 반해, 대쉬한 남자가 꽤 있기도 했다.

[으어어어어어-!]

그들이 걸음을 옮기고 있을 때, 오거의 울음이 들렸다.

네 사람이 기감을 활짝 펼쳤다.

아더와 스테판의 얼굴빛이 굳었다.

이 목소리, 꽤 익숙했다.

“이거, 렉스의 소리지?”

“맞아! 오거 렉스!”

“큰일이군. 우리가 없으면 방어선이 금방 뚫릴 텐데.”

은자디아 역시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마나를 일으켰다.

자칫 잘못하다가 주변의 몬스터를 끌어들일 수 있는 행위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중요한 일이 생겨버렸다.

드레젠은 직감적으로 생각했다.

‘자작이 죽었던, 바로 그날인가.’

들었던 적이 있었다.

오거 렉스가 쳐들어왔고, 기껏 세워놨던 항구가 반파되었다.

그 이후, 인간들이 약해진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득달같이 달려드는 몬스터들 때문에 복구가 늦어졌다고 했다.

모두 아더와 스테판에게 들은 내용이었다.

나태에 빠진 자작을 살려두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꼭두각시 하나쯤은 만들어 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퀘스트 목표가 제 발로 걸어 들어 오다니. 얼른 해결해야겠네요.”

비극이라고 할 수 있는 사건에, 드레젠이 개입했다.

게다가 퀘스트도 공짜로 해결할 수 있었으니, 일석이조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