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한 절대자의 뉴비생활-206화 (207/279)

제 206화

206화 – 사룡의 고성

#1

사룡.

왜 한자가 들어갔는지 모르겠지만, 죽을 사(死)를 써서 사룡이었다.

아마 성좌들이 전한 이름이겠지.

사룡은 죽음의 기운을 퍼뜨리는 녀석으로, 주변 시체를 언데드로 만드는 특성을 가졌다.

단일 전투력은 드레이크보다 위, 헤츨링보단 아래였다.

진정으로 무서운 점은 바로 어마어마한 물량.

“언데드는 약하지만, 끊임없이 나오지. 체력 안배를 잘 해야 해.”

“알겠습니다.”

푸른 안광을 빛내며 그들을 둘러보는 해골들.

네 사람은 빽빽하게 들어찬 해골들을 바라보며 걸음을 옮겼다.

퍼억-!

드레젠이 손으로 가볍게 해골을 부숴버렸다.

그것으로, 전투가 시작되었다.

“다 부숴!”

“스테판! 뒤로 빠져서 버프 마법만 걸어!”

“네!”

탱크가 전진하는 것처럼 밀고 들어가는 세 사람.

민간인들이 언데드가 된 것인지, 전투능력이 거의 없었다.

싸움 좀 한다는 민간인이 와도 충분히 상대가 가능했다.

문제는 언제나 그렇듯, 물량이었다.

“끝도 없군.”

“10분은 넘게 싸운 것 같은데, 이제 고작 여기야?”

어디서 튀어나온 건지, 꾸역꾸역 몰려드는 해골들.

어려울 것은 없었다.

몸풀기도 안 되는 수준의 전투력이었으니까.

체력 안배라는 것이 있어, 탱크처럼 밀고 나가지 못한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끝이 없네.”

“이쯤에서 치고 나가는 것이 어떻소?”

“좋아. 내가 하지.”

드레젠이 가장 마나가 많았으니, 그렇게 하기로 했다.

새하얀 오러, 신성력을 일으킨 드레젠은 그대로 주먹을 내질렀다.

가벼운 잽이었지만, 그 여파는 복도를 쩌렁쩌렁 울렸다.

콰아앙-!

“뭐야!?”

“신성력?”

“서, 성기사였단 말이오?”

세 사람의 놀람은 덤이었다.

특히 아더의 놀라움은 정말 컸다.

오러의 사용도 자신보다 뛰어났는데, 신성력까지?

갑자기 나타난 드레젠은 엄청난 실력으로 아더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우, 우린 할 게 없는데?”

“체력이나 아껴 둬.”

용병의 생존방식은 확실히 분배되는 체력에서 나왔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용병들은 본능적으로 체력 안배에 신경 썼다.

앞에서 누가 싸워준다면 그거야말로 감사할 일이었다.

정말 아끼는 동료라면 교대로 싸우면 될 일이었고.

“여긴 대충 정리된 것 같군. 위부터? 아래부터?”

“위부터 가시죠.”

“그래.”

위엔 드레젠이 찾는 중인 아티팩트가 있었다.

그 아티팩트는 이곳 사람들이 쓸 예정이었다.

정확히는 빌려주는 것이지만.

“따라온 보람이 있도록 해 주지.”

그가 웃으며 위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위에는 검과 방패를 든 해골들이 그들을 맞이했다.

전투는 일방적이었지만, 체력적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특히 아더는 체력적으로 상당히 힘들어했다.

“조금 쉬었다 가야 하나?”

“아닙니다. 후우-. 버틸 수 있습니다. 계속 가시죠.”

아더의 고질적인 문제점이기도 했다.

강하지만, 연비는 최악인.

그야말로 탱크였다.

탱크도 화력은 강하지만 연비는 최악이니까.

“뒤로 잠깐 빠져 있어.”

“괜찮-.”

“야, 고집 좀 부리지 마.”

결국, 스테판이 나서 아더를 뒤로 빼버렸다.

이 둘은 이런 사이였다.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주는, 최고의 파트너.

드레젠이 원하는 완벽한 팀원이었다.

“이 위쪽부터는 고위 언데드가 나온다. 리치도 있을 거야.”

“느껴집니다. 강력한 마나로군요.”

“리치라니…… 제국이 왜 멸망했는지 알겠는데.”

리치는 냉기 마법과 저주 마법을 위주로 사용하는 몬스터였다.

자아도 가지고 있는, 그야말로 언데드계의 궁정 마법사였다.

리치를 상대하는 방법이야 많았지만, 그 핵을 부수지 않으면 완벽하게 소멸시킬 수 없다는 것이 특징이기도 했다.

“이제부턴 긴장해야 할 거야.”

“알겠습니다.”

“이것도 좀 먹고.”

드레젠은 미리 챙겨두고 있었던 물약을 건넸다.

그가 직접 레시피를 만들었던 물약, 이시스의 눈물이었다.

“이건?”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언데드가 쏘는 마법들을 막아줄 거다. 전투에 돌입하기 전에 먹으면 돼.”

“알겠습니다.”

그 후로는 계속 전투, 또 전투였다.

언데드는 징그럽게 많았고, 네 사람은 그야말로 무쌍을 찍었다.

새하얀 해골들이 날아다니는 광경은 쾌감, 그 자체였다.

-진짜 잘 박살 낸다

-ㅋㅋㅋㅋ웃기넼ㅋㅋ

-나도 저런 던전 가서 스트레스 풀고 싶다

-저런 콘텐츠 안 나오냐 ㅜㅜ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매력을 느꼈다.

그중 하나는 강해지면 몸을 직접 움직여, 타격감을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있었다.

그런 점에서, 이 던전은 쾌감의 끝을 달렸다.

본래 언데드를 상대할 때, 이런 쾌감에 빠져 체력 안배에 실패하는 모습을 보이는 자들이 있었다.

“도전적인 모드도 있으면 좋겠군요. 듣고 있을 겁니다. 우리 대표님.”

“예?”

“가끔 혼잣말하니까 신경 쓰지 마.”

아더와 스테판은 묘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

이 위부터는 정말 진짜 언데드와의 싸움이 기다리고 있었다.

페이스는 제법 괜찮았다.

쿰쿰한 마나가 느껴졌다.

“가지.”

“예.”

잠시 휴식을 통해 마나를 채운 네 사람은 리치가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한때 마법사의 자질이 있었던 자들.

그들이 사룡에 의해 다시 살아나, 진정한 마법을 깨우쳤다.

그것이 이 대륙에 서식하는 리치.

강력한 호위기사를 거느린, 언데드의 진정한 딜러였다.

[감히 이곳에 발을 들이다니, 스피라스 님의 진노가 두렵지 않느냐.]

“별로 안 두렵다.”

사룡은 어디까지나 사냥감에 불과했다.

이 떨거지들은 걸림돌일 뿐, 드레젠에게 위협이 될 일은 없었다.

하지만 드레젠만 그런 생각을 가졌지, 아더와 스테판은 잔뜩 긴장했다.

리치.

거기다 단단한 갑옷을 입은 듀라한도 있었다.

‘데스 나이트는 없나 보군.’

있었으면 골치가 아팠을 테지만, 데스 나이트는 리치보다 더 희귀한 몬스터였다.

자질이 있는 자에게 마나를 불어넣어 탄생시킨 리치와는 다르게, 데스 나이트는 헤시라둔처럼 진짜 마스터를 이용해 만들어야 했으니까.

아더가 검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듀라한이 진격하고, 리치가 뒤를 받쳐 주었다.

“내가 듀라한을 맞지. 스테판, 리치만 요격해. 집중적으로. 네가 잘 하는 거 있잖아.”

“아, 알겠습니다!”

[사룡의 보물을 지켜라! 인간 놈들에게 빼앗기지 마!]

드레젠은 피식 웃으며 검을 빙글 돌렸다.

듀라한.

해골로 된 얼굴을 들고 있는 기사.

데스 나이트 다음으로 강한 근접 언데드 몬스터였다.

“흐읍-!”

신성력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전투는 일방적이었다.

아더와 은자디아 역시 스테판을 보호하며 포지션을 짰다.

스테판의 마법 실력이 빛을 발했다.

[이블 스피어]

일반적인 마나를 이용해 어둠을 구현하는 흑마법과는 달리, 악마들이 쓰는 어둠의 마나.

마력이라고도 불리는 특수한 마나는, 파괴적이며 거칠었다.

아더의 검에서도 검붉은 오러가 피어났다.

“으랴아아-!”

단순한 횡베기였지만, 듀라한이 한 번에 나가떨어졌다.

그 뒤에 있던 해골 병사들은 덤이었다.

아더는 뛰어난 용병이었다.

용병.

정확히 자신의 임무를 수행할 줄 아는 자가 베테랑이라고 불렸다.

아더는 자신에게 맡겨진 임무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실행하는 베테랑이었다.

“가라!”

흑마법과는 질적으로 다른 어둠의 마법.

그것이 뒤에 있는 리치에게 적중했다.

콰지직-!

마법사끼리의 싸움은 마나의 질, 마법의 강함으로 결정됐다.

[이런 마법 따위-!]

“네 입에서 그런 마법이라는 소리가 나올까?”

드레젠은 피식 웃고 듀라한의 머리를 까부쉈다.

콰아아앙-!

이블 스피어가 폭발하며, 리치 하나가 그대로 소멸했다.

강력한 마법 방어를 뚫어버린 것도 모자라, 리치 하나를 완전히 없애버렸다.

[이럴 수가!]

“뭘 이럴 수가야? 리치들이라 남의 마나는 읽어내지 못하나 보지?”

“후우-! 한방 더 갑니다!”

파지직-!

검붉은 뇌전이 튀어, 마법진을 그렸다.

리치들이 발작적으로 외쳤다.

[저 마법사들부터 잡아! 집중 공격해라!]

“이놈들이, 나는 병풍으로 보이나.”

콰아아아아-!

신성력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온 공간을 새하얗게 물들였다.

언데드는 신성력에 노출된 것만으로도 몸이 녹아내렸다.

스테판은 다 좋았지만, 적들이 확 몰리면 집중력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었다.

‘지금은 아직 미숙할 때니까.’

스테판은 무려 6서클 마도사였다.

드레젠과 함께 활동할 때는 7서클의 끝, 8서클을 앞두고 있었다.

애석하게도 그 뒤로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왔지만.

[뭐야-!]

“죽어 인마-!”

콰아아아아-!

드레젠의 진정한 무쌍이 시작되었다.

스테판은 조용히 지팡이를 내렸다.

사실 그들이 나설 필요도 없었다.

드레젠 혼자서도 이 고성에 있는 적들을 죽이는 데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성검까지 다룰 줄 안단 말야?”

“대체 정체가…… 뭘까?”

“그러게 말이다. 허허.”

특히 은자디아는 적잖이 놀랐다.

한 가지 검술의 끝을 보는 것만 수십 년이 걸리는 인생들이 많았다.

천재라고 불리는 자들도 검의 끝을 보기란 정말 힘들었다.

그런데 저 젊은이는 뭔가.

‘대체 몇 가지의 검술을 구사하는 거지?’

반쯤 진심이 된 드레젠은 괴물, 그 자체였다.

저건 천재로 형용할 수 없는 자였다.

그의 동작 하나가, 검의 극의에 다다른 자들의 것이었다.

“아더, 스테판.”

“…….”

멍하니 전투를 구경하고 있던 두 사람에게, 드레젠의 목소리가 꽂혔다.

그는 악동 같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마력.

그 패도적인 힘은 페베스 검술과 퍽 잘 어울렸다.

페베스 검술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모습.

그것을 드레젠은 잘 알고 있었다.

“이게 너희들이 가지고 있는 힘이다.”

파직-.

신성력이 꺼지고, 그 자리를 검붉은 뇌전이 자리했다.

마력.

아이러니하게도, 이 마력은 인간이 가진 검술에게 가장 잘어울렸다.

드레젠은 캠을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부터는 여러분이 열광할 차롑니다.”

-뭔데유?

-아니, 마력도 사용 가능하다고?

-대체 정체가 뭐야! 당신 운영자지!

-진짜 못하는게 뭐야 ㅜㅜ

마력 역시 마나의 일종.

검의 끝에서, 그가 마주한 힘이기도 했다.

페베스 검술의 끝은 전혀 새로운 검술이었으니까.

그가 성좌와 처음 마주한 날이기도 했다.

-이야, 이거! 내 뒤를 이을 녀석이 여기 있었네!-

-저, 혹시 내가 누군지 아냐?-

쾌활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무척 강한 사람이기도 했다.

본래 패배했어야 할 전투.

용사 홀로 적진으로 들어가 마족들을 상대해야 하는, 비인도적인 작전이었다.

그곳에서, 드레젠은 진짜 죽을 뻔했다.

그때 그를 구해준 남자.

-브락시아의 역사서에서도 봤을 거야. 스카이워커라고 한다. 음……천마라고 아나 몰라?-

그가 말했던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드레젠이 충격에서 헤어나오기도 전에, 또 한 번 스카이워커의 말이 이어졌다.

-너, 천마검법 좀 배워볼래?-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