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한 절대자의 뉴비생활-202화 (203/279)

제 202화

202화 – 새로운 동료를 찾아서

#1.

충격적인 말이었다.

저건 누가 봐도 성좌였다.

의심의 여지가 없는, 성좌 그 자체.

신성 왕국의 모든 이들이 무릎을 꿇었다.

살면서 성좌를 보게 되다니!

“주, 죽을죄를 지었나이다. 성좌시여.”

“부, 부디 용서를…….”

요한을 비롯한 반란군들은 벌벌 떨리는 몸을 주체하지 못했다.

마스터?

사도?

다 부질없었다.

성좌 앞에서는 모두 한낱 인간일 뿐이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고개를 숙이고, 목숨을 구걸하는 일뿐.

“제발 용서해 주소서.”

몸을 떨며 용서를 비는 소리가 울렸다.

성좌, 스텔라는 직접 몸을 움직였다.

그녀가 거대한 날개를 펄럭이자, 광풍이 몰아쳤다.

드레젠이 위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아니, 갑자기 사자라니. 진짜 성좌들은 뭐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네.”

[우리도 나름 바쁘거든. 성좌들이 관리하고 있는 세계는 꽤 많단다.]

“이곳 말고도 말입니까?”

[그래. 네가 살고 있는 지구도 마찬가지. 우리가 보호하고 있지.]

그렇구나.

생각보다 바쁜 일정이 있다는 말에 드레젠은 고개를 끄덕였다.

시청자들은 모르고 있겠지.

그녀가 말하고 있는 건 드레젠이 아닌 강일의 머릿속에 들리는 말이었으니.

“어쨌든, 주신 지위는 잘 이용하겠습니다.”

[단단히 준비하렴.]

스텔라의 목소리가 널리 퍼졌다.

그녀의 말 한마디에는 세상 사람들이 감당할 수 없는 무게가 담겼다.

사람들은 이제 드레젠이라는 이름을 똑똑히 기억할 것이다.

성좌, 스텔라의 단 하나의 사자로서.

[다들 말 잘 들어라. 허튼 짓 하면 내가 직접 브레스를 뿜어 줄 테니까.]

그는 바쁘니 가 보겠다는 말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졌다.

어디서 부르는 것인지 몰라도, 입자가 되어 흩어지는 모습은, 어딘가로 소환되는 듯했다.

사람들은 아직도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다.

드레젠은 어깨를 으쓱이고는 한마디를 툭 던졌다.

“들었지?”

-ㅋㅋㅋㅋㅋ까불면 다 죽어!

-성좌도 없는 것들이 까불어!

-엌ㅋㅋㅋㅋ 진짜 이제 누가 건드냨ㅋㅋㅋ

-성좌가 후견인이야 드래곤까지 후견인이야!

신성 왕국에 등장한 스텔라.

그것은 역사서에 쓰일 만한 일이었다.

적어도 오늘 하루는 사람들이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겠지.

드레젠에게 있어서도 잊지 못할 하루였다.

그 성좌가 직접 게임 속 세상에 관여할 줄이야.

‘정말 보기 힘들었는데.’

실제 브락시아에선 도저히 손 쓸 수 없을 때, 한 번 와서 도와 준 것이 다였다.

지금은 여유가 조금 생긴 것일까, 직접 내려와서 자신을 도와주니 그리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성좌 : 스텔라의 가호가 깃듭니다.]

[게임 시간으로 일주일에 한 번, 성좌의 힘을 빌려 쓸 수 있습니다.]

[현재 빌려올 수 있는 힘 : 10%]

[마나 보유량 + 50%]

[모든 공격력의 30% 방어 무시 대미지 판정]

“미쳤는데?”

스텔라의 가호는 심플하면서도 화려했다.

방어 무시 대미지라니.

브락시아에 살면서도 이런 효과의 아티팩트는 찾아볼 수 없었다.

역시 성좌다웠다.

“사자시여.”

“응?”

“부디 용서를…….”

“너희들이 해 놓은 짓이 있는데 편안하게 넘어가려고 했어?”

고작 고개를 조아리는 것으로 죄가 용서된다면, 그들에게 수탈당하고 죽어간 이들이 편히 잠들지 못하겠지.

드레젠은 죄지은 자들이 편하게 용서를 비는 꼴을 볼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간 자신들이 했던 짓을 똑같이 당해야 할 것이다.

“당하는 처지가 돼 봐야지 정신 차리지.”

“…….”

“교황님.”

“예! 구원자시여!”

교황 역시 극도의 존칭을 써 주었다.

이제 신성 왕국의 진정한 주인은 자신이 아니라는 걸 알았으니까.

드레젠은 단호하게 말했다.

“감히 성좌에게 반기를 든 자들을 모두 구속하세요. 그리고 당장 그 면죄부부터 없애.”

“아, 알겠습니다.”

이제 교황은 그야말로 스텔라의 말씀을 전하는 자일 뿐, 왕이 아니었다.

어쩌면 지금까지 섭정을 해 왔던 것일지도.

소란스러웠던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2.

“성좌가 직접 오다니, 진짜 엄청 놀랐어요.”

“그보다 성좌를 직접 봐도 괜찮았어?”

그날 밤.

호화로운 방에 묵고 있는 드레젠은 크리스와 대화를 나눴다.

모두가 둘을 두려워했다.

경외와 존경, 그리고 두려움이 담긴 시선을 내내 마주해야 했다.

드레젠은 신성 왕국의 비리를 모조리 뿌리 뽑았다.

“네. 저는 괜찮았어요. 아마 정면으로 바라보지 않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잘했다. 정면으로 바라봤으면 정신이 버티지 못했을 거야.”

아니면 스텔라가 일부러 인간들을 배려했을지도 모르지.

드레젠은 밖을 바라봤다.

언제 그랬냐는 듯, 신성 왕국은 다시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갔다.

돌아다니는 시민들의 생각은 전혀 일상과 같지 않았지만.

“아마 삼삼오오 모여서 오늘 있었던 일을 떠들고 있겠지.”

“신성력을 각성하는 자들도 생기지 않을까요?”

“그럴지도 몰라.”

확실히 가능성 있는 말이었다.

신성력의 근원은 마나지만, 간혹 신실한 믿음으로부터 나오는 자들도 있었다.

그것 역시 마나의 각성 원인 중 하나였다.

스텔라가 보통 존재감이어야지.

마나는 어떠한 계기로든 각성할 수 있었으니까.

“당분간 바쁘게 지내야 할 거야. 감당할 수 있겠어?”

“네. 그게 제가 해야 할 일이니까요.”

가문을 일으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금부터는 착실히 내실을 다져야 한다.

땅을 복구하는 일부터 시작해서 가솔들을 모으는 일까지.

크리스와 어울리는 배필도 찾아야 했다.

“항상 수련은 빼먹으면 안 된다. 나는 일을 처리하고 나면 아르게논 대륙으로 가야 해.”

“아르게논 대륙이라면…….”

아르게논 대륙.

한때 광활한 제국이 있던 곳이었다.

강화 아티팩트를 제작해 일반인을 강화했다는 곳.

그래서 이곳, 브락시아 대륙을 침략했다는 곳이었다.

“제국의 잔해는 아직 곳곳에 남아 있지. 레드릭의 둥지가 있는 곳이기도 해.”

드래곤이 처음 등장한 곳도 아르게논 대륙이었다.

그곳에 있는 몬스터를 지배하고, 인간들을 멸망으로 내몬 장본인들이기도 했다.

하도 행패가 심해, 성좌들이 직접 드래곤을 내려 보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와 드디어 다른 대륙인가!

-지금 나는 다른 대륙은커녕 제국도 다 못 둘러봤는뎈ㅋㅋㅋㅋ

-진짜 제국 오지게 큼ㅋㅋㅋ

-다른 대륙이라니 빨리 가 보고 싶다!

“아르게논 대륙엔 아티팩트가 많지. 유적지 곳곳에 묻혀 있으니까. 몇 개 집어 와서 팔거나 그 가신들에게 주면 좋아할 거야.”

“그곳에서 따로 시련을 거쳐야 한다고…….”

“그거야 뭐. 그쪽에서 파티를 만들면 되니까.”

드레젠이라고 믿을 만한 동료가 없었던 건 아니다.

결국 전쟁 통에 죽어서 그렇지, 그도 마음을 열고 지내던 사람들이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전장에 따로 배치된 팀원들은 결국 적의 함정에 걸렸다.

모여 있을 땐 그토록 뛰어났던 이들이었는데.

‘어쩌면 그것도 다 계략이었는지 모르지.’

친구들이, 동료들이 어떻게 죽어갔는지도 몰랐다.

그들의 비보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다.

더불어 빨리 이 세계에서 탈출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겠지.

드레젠은 피식 웃었다.

“다시 만날 사람들이 있거든.”

“부럽네요. 그분들이.”

“그러냐?”

크리스가 웃었다.

그리고 당돌하게 말했다.

“나중에 제가 가문을 세우면, 그분들도 꼭 모시고 싶어요.”

“그래. 그러는 것이 좋겠지.”

어차피 그가 없는 세상에서 그들을 보호해 줄 사람은 크리스밖에 없었으니까.

드레젠은 오랜만에 추억에 잠겼다. 브락시아에서 추억이라고 부를 수 있는, 몇 없는 기억 중 하나였다.

#3.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진짜 그렇게 될 줄 알았나.”

“지, 진짜 성좌였어. 진짜 성좌였다고……!”

한편 그 시각, 공포에 젖어 벌벌 떠는 이들이 있었다.

무의 추종자들.

정확히 말해서는 그들을 숭배하는 자들이었다.

신성 왕국에도 꽤 많은 수의 첩자들이 있었다.

애초에 부패와 비리가 만연한 나라에서 진짜 구원을 믿는 자들은 별로 없었다.

그런데, 오늘 성좌가 나타났다.

“젠장, 우리도 그분들을 어서 불러와야 하는 거 아니야?”

“이, 일단 계획대로 하자고. 분열부터다. 알겠어?”

“분열을 일으키면, 그때는 어떻게 하려고? 그래 봤자 성좌의 대리자라는 타이틀이면 끝나는데.”

“야, 다른 사람들이 성좌의 대리자라는 걸 믿을 것 같아?”

그것도 그랬다.

지금 드레젠은 스텔라 왕국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을 뿐, 당장 제국에서만 하더라도 그가 성좌의 사자라는 걸 모르고 있었다.

신성 왕국은 완전히 나가리.

그렇다면 다른 곳을 얼른 선점해야겠지.

“후, 그러면 이제 남은 곳은 어디지?”

“일단 처리해야 할 일들이 있지. 나는 그림자 기사단을 맡겠다.”

“괜찮겠어?”

그림자 기사단.

대륙 최고의 무력 집단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눈티아가 있었을 때의 이야기였다.

눈티아는 그림자 기사단의 단장이자, 화력의 20% 이상을 담당했으니까.

“지금 그들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옛날처럼 똘똘 뭉쳐 있는 게 아니야.”

“그래, 그렇지.”

“그렇다면 거짓 정보를 흘려서 각개격파를 하면 된다.”

일리 있는 말이었다.

하나의 목표가 정해졌다.

다른 곳은?

“그럼 나는 드워프를 맡지. 너는 수인을 맡아라.”

“좋아.”

“그자들은?”

“그건…… 조금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 같은데. 니오베가 저쪽으로 붙어 버렸으니.”

‘그들’은 위대하신 존재들을 뜻했다.

드래곤.

무의 추종자들은 드래곤까지 자신들의 편으로 만들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 실험으로 어린 헤츨링의 시체를 되살리는 작업까지 했었다.

“그렇다면…… 각자 살아서 보자고.”

“그래.”

무의 추종자들이 흩어졌다.

그들은 대륙 전체를 본격적으로 뒤흔들기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다.

이제 드레젠이 힘을 얻었다.

그걸 막을 기회는 단 한번 뿐이라는 걸, 다들 잘 알고 있었다.

#4.

다음 날.

드레젠은 와이렉스의 등에 올라탔다.

크리스는 이곳에 남기로 했다.

교황을 비롯해 열 명의 사도들이 모두 그의 후원자를 자처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곳에서 철저하게 내실을 다지기로 했다.

“그대의 앞길에 성좌의 빛이 깃들기를 바라겠습니다.”

“조심히 다녀오세요. 스승님.”

“다들 크리스를 잘 부탁해.”

교황, 그리고 사도들과는 황금색 계약서로 단단히 묶어 놨다.

원래 안 보일 때는 성좌들의 욕도 하는 법이었다.

크리스가 오늘따라 들떠 보이는 드레젠을 향해 말했다.

“가다가 떨어지시면 안 돼요.”

“하하! 네가 내 걱정을 다 하고, 많이 컸다? 걱정하지 마. 그냥 조금 기분이 좋을 뿐이니까.”

옛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데, 좋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

와이렉스의 날개가 힘차게 펄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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