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한 절대자의 뉴비생활-200화 (201/279)

제 200화

200화 – 선택

#1

콰앙-!

피투성이가 된 성기사가 문짝을 부수고 뒹굴었다.

거리 한복판에 널브러진 성기사는 꿈틀거리며 숨만 붙어 있는 수준이었다.

수녀들이 화들짝 놀라며 부서진 문짝 안을 쳐다봤다.

“죽여!”

“이 악귀의 자식!”

“한꺼번에 덮쳐!”

성기사들은 다 큰 성인이었고, 상대하고 있는 사람은 그들보다 머리 하나는 작은 소년이었다.

그것도 놀라운데, 더 충격적인 것은 조그마한 소년이 성기사들을 압도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콰앙-!

그는 오러로 성기사들의 전유물인 신성력을 똑같이 구현해 냈다.

펑펑 터지는 오러가 작렬할 때마다 성기사들이 주르륵 밀려났다.

“이거, 드레젠이 괴물을 키웠군.”

“반드시 없애야 한다. 우리도 거들어야겠어.”

“사도님을 불러 와라.”

성기사들만으로는 역부족이란 걸 깨달은 로브인들.

그들은 수도의 구역을 담당하는 주교들이었다.

각기 나눠진 구역에서 공물을 걷고, 예배를 주관하는 자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강력한 신성력과 신성 마법을 사용했다.

지켜보고 있던 그들이 가세하자, 크리스가 순식간에 밀렸다.

“크윽-.”

옆에 떨어진 새하얀 빛의 화살.

오러로 보호하고 있다고 해도 그 위력까지 상쇄할 수 없었다.

마법사와 기사의 조합은 상상 이상으로 뛰어났고, 효율적이었다.

크리스는 두 번째로 죽을 수도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안 돼. 여기서 죽을 수는 없어. 절대-!’

핏발이 선 두 눈이 모든 정보를 끌어모았다.

교주들이 쓰는 마법, 기사들이 휘두르는 검.

신성력이 터지는 범위, 검 끝에서 넘실거리는 신성력의 폭발력.

자그락거리는 돌 부스러기와 부서져 버린 식탁의 잔해들.

전투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것들이 크리스의 뇌리에 박혔다.

‘보인다.’

눈도 깜빡이지 않고 미친 듯이 움직였다.

이미 크리스는 정형화된 검술을 쓰지 않고 있었다.

필요할 때, 최적의 경로를 맞춰 휘둘렀다.

초식을 따로 떼어내, 필요한 부분만 가져다 쓰는 기술.

검사들이 이루고 싶은, 초식에서 벗어난 경지였다.

“만만찮군. 정말 저 정도의 힘이었다고?”

“드레젠이 눈치 채기 전에 어서 끝내야 한다. 전력을 다해.”

마법이 거세졌다.

결국 교묘하게 쓴 마법이 크리스의 중심을 뒤흔들었다.

틈을 놓치지 않은 성기사가 크리스의 복부를 걷어차 거리를 벌렸다.

콰앙-!

신성력이 듬뿍 들어간 발차기.

발끝에서 폭발하는 힘 때문에 크리스 역시 멀리 날아갔다.

“크윽, 젠장.”

전투 중에 쓰러졌다고 봐주는 것은 없었다.

드레젠과의 훈련이 떠올랐다.

가끔 봐줬지만, 쓰러졌을 때 더 거세게 몰아치는 것이 그의 특징이었다.

마나는 아직 많이 남아있었다.

이 정도의 여파라면, 드레젠도 눈치챘을 테지.

‘스승님에게 의존만 해선 안 돼.’

검을 지팡이 삼아, 몸을 벌떡 일으켰다.

곧바로 그를 노리고 오는 검이 쏟아졌다.

크리스는 이를 악물고 빈틈을 찾아, 반격했다.

쩌엉-!

검과 검이 부딪치며 충격파를 만들었다.

“쥐새끼 같은 놈!”

“잡아라! 주교들의 힘까지 받았잖느냐!”

성기사의 대장으로 보이는 자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크리스를 보며 이죽거리는 것이 상당히 얄미웠다.

아직 자세를 가다듬지 못한 크리스를 향해 성기사들이 달려들었다.

제아무리 크리스라도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잘 버텼다. 크리스.”

콰아앙-!

달려들었던 모두가 공중으로 치솟았다.

크리스와는 차원이 다른 힘에, 모두의 이목이 그쪽으로 쏠렸다.

넓은 등과 탄탄한 신체.

전신에 넘실거리는 오러와 신성력.

크리스는 전신에 힘이 쫙 빠지는 것을 느꼈다.

“스승님.”

“많이 늘었네. 성기사들이랑 붙어 보니까 어떻던?”

“꽤 강하네요.”

드레젠이 검을 빙글 돌리며 피식 웃었다.

사실 성기사 자체는 별거 없었다.

그들과 연계하는 주교들이 훨씬 까다로웠다.

이번 전투로 인해 마법사와 성기사의 조합이 얼마나 까다로운지 깨달았다.

‘아직 난 부족해.’

죽을 위기를 넘겨서 그럴까, 크리스는 허탈한 감정이 몰려왔다.

하지만 절대 절망에 빠지거나 열등감에 휩싸이지 않았다.

그러기엔 너무 좋은 사람들과 함께 지낸다는 걸 알았으니까.

“마법사와 검사를 한꺼번에 상대하는 방법을 알려 주마. 잘 보고 있어라.”

실전을 통한 강의는 크리스에게 무척 도움이 될 터.

드레젠은 정석적인 방법으로 상대하려 했다.

크리스는 상처투성이에 지친 몸뚱이를 일으켜, 스승이 행하는 전투를 바라봤다.

한순간도 놓치지 않을 기세였다.

긴장이 풀려서인지 후들거리는 팔다리에 신성한 기운이 머물렀다.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자, 화려한 옷을 걸친 노인이 다가왔다.

“아이야, 괜찮으냐?”

“감사합니다. 이젠 괜찮아요.”

“미안하구나. 다 본인이 부덕한 탓이다.”

노인은 꾸벅 고개를 숙였다.

크리스는 물끄러미 그를 바라봤다.

높은 사람인 것은 알겠는데, 갑자기 나타나 놀란 마음뿐이었다.

“그대의 가문을 망친 주범이다. 내 평생을 속죄하면서 살아야겠구나.”

“당신이…….”

“이 나라에 성좌의 말씀을 전파하고 있는 교황이다. 직접 손을 쓰진 않았지만…… 동조한 것은 사실이지.”

크리스는 떨리는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콰아앙-!

그 사이 드레젠은 전투를 시작했다.

성기사들을 훌쩍 넘어, 주교들을 향해 쇄도한 드레젠.

“그렇게 느려터진 캐스팅으로 날 맞히려고?”

퍼억-!

드레젠은 검도 쓰지 않았다.

몽크들이 쓰는 체술로 주교들을 제압했다.

순식간이었다.

주교들은 그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도 없었다.

크리스도 제대로 쫓을 수 없는 속도였다.

‘저 속도는 어떻게 내는 거지?’

두 눈을 부릅뜨고 겨우 마나의 잔상을 쫓았다.

주교들은 드레젠의 발차기 한 방을 맞을 때마다 벽을 뚫고 처박혔다.

실로 가공할 위력이었다.

성기사들이 손을 쓰기도 전에 마법사부터 처리해 버렸다.

“기동력을 살려서 무조건 침투해야 해. 알겠지?”

마법사를 상대로 방어만 하는 건 죽여 달라고 하는 거나 마찬가지.

드레젠은 뛰어난 각력과 하체의 힘을 바탕으로 부단히 뛰어다녔다.

그 결과가 바로 이것.

성기사들은 벙찐 상태로 드레젠을 쳐다봤다.

“별 것도 아닌 것들이 어린애나 괴롭히고 말이야. 안되겠네.”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린 그의 표정이야말로 악귀 그 자체였다.

그 압도적인 무력에, 성기사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심지어 교황조차 그를 말리지 못했다.

드레젠이 움직였다.

성기사들에겐 지옥, 그 자체였다.

#2.

“……이건 어떻게 설명할 거지?”

“젠장, 저 꼬맹이도 괴물이었잖아!”

“교황을 몰아내자더니, 어림없는 소리였군.”

드레젠 드레젠 드레젠!

저 놈만 아니었어도 일이 이렇게까지 꼬이진 않았을 텐데!

검은 로브를 뒤집어 쓴 자가 탄식했다.

그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나서부터 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정말 성좌의 대리라면, 본대를 불러 와야 한다.”

“설마 성좌들이 저런 놈을 심어놨을 줄이야.”

이제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드레젠은 무의 추종자를 몰락시킬 수 있는 씨앗이었다.

대항마.

무의 추종자들을 사냥하게 풀어둔 사냥개이기도 했다.

“곧 탑이 도착할 거야. 그곳에 밀어 넣어야겠군.”

“더 이상 실패하면 그분들이 가만 두지 않을 거다. 이제 진짜 정신 차려야 해.”

“……나도 알고 있다고.”

둘은 심각한 얼굴로 대화를 이어갔다.

드레젠을 이곳에 있는 전력으로 막는 건 불가능했다.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는 수밖에.

그들은 자취를 감췄다.

“겨우 이 정도로 내 제자를 해코지하려 했단 말이지?”

“끄으…… 젠장.”

“주동자는 누구지?”

주교 중 한 명에게 물었다.

감히 크리스를 건드려?

간덩이가 부어도 단단히 부은 놈들이었다.

주교는 반쯤 정신이 나가, 대답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어쩔 수 없지. 사도들을 불러서 하나씩 조져 보는 수밖에.”

싱긋 웃으며 말하는 드레젠의 단어는 험악했다.

그들의 눈에 교황의 실루엣이 보였다.

왜인지 모르게 분노에 가득 찬 모습이었다.

왜?

교황 역시 그들과 똑같은 인물일 텐데!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아직도 흉계를 꾸미고 있다니, 정말 한심하구나.”

‘당신이 할 소리는 아니지!’

주교들은 속으로 그를 욕했다.

그 역시 스카이워커 일가를 없애버린 주동자 중 한 명이었다.

절대 떳떳할 수 없는 사람일 터.

뻔뻔한 모습에 치가 떨릴 지경이었다.

“나는 속죄하기로 했다. 구원자가 오셨으니, 진심으로 회개해야겠지.”

“그게 무슨…….”

“그렇게 되었네. 자네들도 이젠 그만하게.”

“교황님?”

드레젠이 상황을 무마하려는 교황을 보며 말했다.

아직 기세를 풀지 않았기 때문에 살벌한 느낌을 계속 풍겼다.

그는 뒤에서 회복하고 숨을 고르고 있는 크리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결정은 쟤가 하는 겁니다. 당신들이 아니라. 아시겠습니까?”

“……알겠소. 내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교황은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피해를 본 자는 크리스였다.

본인들이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었다.

결정은 크리스가 해야 할 일이었다.

죽이는 것도, 용서하는 것도 모두 크리스의 몫이었다.

“무거운 결정이겠지만, 네가 해야 해. 그래야 후회하지 않아. 알겠지?”

“네. 알고 있어요. 그리고…… 이미 결정했어요.”

꿀꺽-.

성기사들과 주교들이 침을 삼켰다.

크리스의 표정은 흔들림이 없었다.

그의 아버지가 그러했듯, 결정을 내릴 땐 단호하게 내려야 했다.

“교황님은 제가 가문을 일으킬 때까지 아낌없는 지원을 해 주세요. 그리고…… 주교들과 사도들은 그 죗값을 치러야 할 겁니다.”

교황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고, 나머지는 고개를 떨궜다.

자, 그렇다면 이제 집행을 해야겠지?

뚜둑-.

드레젠이 손을 풀었다.

-교황도 마음에 안 들지만!

-그래도 뜯어내야 합니다

-뽕까지 뽑아야됨!

-그렇지 그렇지!

시청자들 역시 분기탱천한 상태.

크리스의 행동은 나름 합리적이었다.

신성 왕국은 부자였다.

그 꼭대기에 있는 교황이 후원을 해 준다.

정말 매력적인 조건이었다.

“교황 성하! 이게 무슨 짓입니까!”

달갑지 않은 목소리가 들렸다.

사도 요한, 사도 유다가 일단의 무리를 이끌고 교황에게 다가왔다.

성기사들뿐만 아니라 병사들까지.

이건 일반적인 행차가 아니었다.

“요한, 유다. 진짜 구원자가 나타났다. 너희들도 보지 않았느냐.”

“궤변입니다! 구원자라뇨! 그런 건 없습니다! 교황과 주교! 그리고 우리 사도들이 있을 뿐입니다!”

사도 : 가롯유다가 쩌렁쩌렁 외쳤다.

드레젠은 그에게 검을 겨누며 말을 끊었다.

“야, 대놓고 쿠데타를 하겠다고 말해라. 그만한 병력을 끌고 오면서 그냥 왔다고 하려고?”

그의 말에, 유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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