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한 절대자의 뉴비생활-196화 (197/279)

제 196화

196화 – 가르치는 사람이 중요한 이유

#1

하이츠 선수들은 오늘은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방송에서 드레젠이 이야기하는 것만 봐도 그가 얼마나 깊은 지식을 가졌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처음엔 믿기지 않았다.

정말로 자신들을 봐주는 코치로 온다고?

“흐흐 정말 기대되지 않냐.”

“그러니까. 와 우리도 크리스처럼 되는 거야?”

게임 NPC가 그렇게 부러웠던 적은 처음이었다.

선수들은 휴게실에 모여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들의 몸은 하나같이 군살이 없고, 제법 단련한 느낌을 주었다.

전문적으로 운동한 사람은 아니지만, 관리에 소홀하지 않은 느낌?

딱 보기 좋은 체형들을 가졌다.

“그러게. 크리스처럼 되면 좋겠는데.”

“우리에게만 따로 검술을 가르쳐 준다든가 하는 건 없겠지?”

“흐흐흐, 그러면 우리가 프로리그 그냥 씹어 먹는 거지!”

프로리그는 앞으로 다양한 모드가 추가될 것임을 예고했다.

유저들이 만드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벌써 게시판을 도배하고 있었으니까.

앞으로 세이브 더 브락시아의 프로게이머들은 무엇이든 소화할 수 있는 선수들이 되어야 했다.

갈수록 경쟁은 치열해지겠지.

그런 상황에서 드레젠 같은 사람에게 배울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었다.

“다들 주변 정리 좀 해라. 오늘 귀한 손님 오시잖아.”

“알겠어요. 지저분하면 안 되죠.”

한 집에서 젊은 사람 여러 명이 생활하다 보니 물건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그걸 또 여러 사람이 치우니, 금방 숙소가 깔끔해졌다.

숙소에서 함께 먹고 자며 생활하는 매니저가 흐뭇하게 웃었다.

게임 외에는 별다른 관심도 보이지 않던 청년들.

드레젠이라는 거물이 온다는 말에 모두가 한마음, 한 뜻이 되어 움직이고 있었다.

‘확실히 대단하긴 하지.’

지금 프로게이머들이 쓰는 기술도 드레젠이 보여준 장면에서 따온 것이 많았다.

교보제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그밖에 없었으니, 거기서 변형하고 비트는 형식으로 발전한 것.

신기한 것이, 선수들의 역량이나 스타일에 따라 다르게 변화한다는 점이었다.

똑같이 보고 베껴도 다른 결과가 나오니, 코치나 감독으로서도 신비로웠다.

“아, 감독님. 네. 지금 1층이에요? 알겠습니다.”

매니저는 전화를 받고 드레젠이 밑에 와있다는 것을 알았다.

손님맞이 준비는 얼추 끝난 상황.

초롱초롱한 눈빛의 선수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새 코치님 오셨단다. 다들 인사할 준비 하자.”

“네!”

군기가 바짝 든 모습.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감독 앞에서도 저렇게 빠릿빠릿하게 움직이지 않았었는데.

매니저는 허허 웃으며 선수들과 함께 현관에서 기다렸다.

이윽고 문이 열리며, 목이 빠져라 기다렸던 사람이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오, 완전 군기가 바짝 들었는데요?”

가벼운 듯하면서도 힘이 실린 목소리였다.

용사 시절 말하는 법까지 배웠던 강일, 드레젠이었다.

발성 자체가 남다르기에, 선수들의 귀에 쏙쏙 박혔다.

선수들은 감격스러운 눈빛으로 강일을 쳐다봤다.

“반갑습니다. 오늘부터 새로 코치로 온 강일입니다.”

“반갑습니다. 코치님.”

“지, 진짜 팬입니다!”

강일은 씩 웃으며 선수들을 바라봤다.

그가 눈여겨보고 있었던 선수, 아트도 꾸벅 인사했다.

오늘도 일주일에 두 번 출근하는 날 중에 하루로 쳐 주었다.

일을 시작한 만큼, 허투루 보낼 생각은 없었다.

“일단 1대1로 실력 체크부터 해야겠군요. 다들 캡슐로 들어오세요.”

“버, 벌써요?”

“일주일에 두 번, 제가 체크하러 올 겁니다. 방향성을 제시해주고, 고민거리를 던져줄 거예요. 그걸 어떻게 해결하느냐는 여러분의 몫이죠. 프로니까.”

프로.

그 분야의 전문가를 뜻했다.

강일은 전문가와 일반인의 차이를 ‘사고방식’으로 두었다.

대하는 자세나 일을 할 때의 생각.

평소 생활 습관까지 모두 어떠한 직업을 대하는 사고방식에 따라 달라지니까.

“그럼 차례대로 캡슐에 들어오세요.”

프로 선수들이 쓰는 캡슐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본래 게임을 즐기는 용도의 캡슐.

다른 하나는 훈련용 캡슐이었다.

“캡슐도 최상급이고, 관리 상태도 좋아 보이네요.”

“하하, 저희가 매일 신경 써서 정비하고 있습니다.”

“좋네요. 그럼 저는 이거 쓰면 되나요?”

강일이 캡슐 하나를 가리키자, 매니저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캡슐은 모두 선수 개인의 이름표가 붙여져 있었으니까.

지금 강일이 가리킨 캡슐은 어느 이름표도 없는 캡슐이었다.

“네. 편하게 쓰시면 됩니다. 원래 코치용으로 주문된 캡슐이거든요.”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제일 먼저 주장부터 들어오세요.”

“아, 알겠습니다.”

벌써부터 강행군이라니.

선수들은 약간 주눅이 들었다.

그들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생각했으니까.

보통 스트리머라면 자기소개도 하고, 친해질 시간을 가지는 것이 보통 아닌가?

‘내가 잘못 생각했나?’

선수들이 저마다 고개를 갸웃하고 있었다.

강일은 이곳에 스트리머가 아닌, 코치로서 왔다.

게다가 계약금으로 20억이라는 거금을 받았다.

돈 받은 값은 제대로 해야지.

‘오늘 꽤 재밌을 거야.’

강일은 피식 웃으며 캡슐과 동기화를 했다.

훈련용 캡슐은 시간 비가 현실과 동일했다.

그러니 따로 동기화를 하지 않아도 실시간으로 감상할 수 있었다.

스크린으로 경기장에 모습을 보이는 두 사람.

“준비는 되셨습니까?”

“예. 코치님.”

주장 이현.

팀의 맏형이자 전사, 기사, 수인을 즐겨 사용하는 탱커 포지션이었다.

항상 오더를 맡는 자이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전투에 들어서면 난전이 벌어지지만, 대략적인 브리핑은 필수였다.

주장이라는 건 정말 중요한 포지션이었다.

“주장에 탱커. 흠…….”

강일은 잠시 무언가를 살펴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둘 다 능력치도 똑같고 밸런스도 완벽한 캐릭터를 골랐다.

한 손 검과 커다란 방패를 들고 있는 전형적인 밸런스형 캐릭터였다.

“그럼 오시죠.”

“예!”

이현은 방패를 앞세우고 돌격했다.

마나가 골고루 퍼져 있는 것이, 밸런스는 잘 잡혀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흐음-.”

강일은 자리에 가만히 서서 달려오는 이현을 마주 상대했다.

움직이지도 않고 몸을 비틀며 방패를 올렸다.

검은 가볍게 자세를 취한 상태였다.

파지직-!

방패와 방패가 부딪치며 강력한 스파크가 튀었다.

“크윽!”

튕겨 나간 것은 주장인 이현이었다.

자세를 바로 하고 다시 돌격.

하지만 강일에게 닿는 공격은 하나도 없었다.

이현은 팔을 휘두를수록 수렁에 빠지는 기분이었다.

‘이게 뭐야!’

나중엔 방어고 뭐고 미친 듯이 휘둘렀다.

그럴 때마다 자신의 코치는 몸을 틀거나 기묘한 방법으로 공격을 튕겨냈다.

“후우……후우……어, 언제까지 공격하면 됩니까?”

“제가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이현은 이를 악물었다.

세이브 더 브락시아는 고통에 관련된 것 외에는 모두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게임이지만 숨도 차고 마나가 부족하면 현기증도 생겼다.

마법으로 인한 환각 증세였지만, 유저들에겐 실제와 같이 느껴졌다.

“이제부터 트레이닝에 들어갑니다. 처음부터 다시 공격해 보세요.”

“넵!”

이현은 다시 마나를 일으켰다.

방패를 들고 공격할 때, 강일의 목소리가 들렸다.

“왼발은 조금 더 힘을 줘야 합니다. 어깨와 승모근에 힘이 과도하게 들어가 있습니다. 그러면 연계 동작이 부드럽지 못해요.”

“흐읍-!”

무의식적으로 그의 말을 따라 한 이현은 기묘한 느낌을 받았다.

마나도 떨어졌고 캐릭터의 움직임도 굼떴지만, 훨씬 더 부드러웠다.

동작 자체가 깔끔해졌다고 해야 하나?

“방패에 마나를 두를 땐, 회전하듯 걸어놔야 합니다. 상대방의 마나를 빗겨내게끔.”

키이잉-!

드레젠의 방패에 닿은 이현의 방패는 미끄러지듯 쑥 빠졌다.

그것을 느낀 이현의 눈이 커졌다.

‘마나 운용까지 가르친다고?’

마나는 감독과 코치도 가르칠 수 없는 부분이었다.

마나는 스킬과 다르게 본인밖에 느낄 수 없는 부분이었으니까.

다른 선수들의 마나를 볼 수 있는 건 같은 선수뿐이었다.

이현은 전율했다.

‘더 성장할 수 있다!’

솔직히 이 이상 실력을 키우는 건 게임을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드레젠이 있는 이상 그 딜레마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마나를 읽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마나는 마나로 읽을 수 있으니까 눈에 최대한 많은 마나를 투자해야겠죠.”

안 보인다면 그건 마나가 부족한 것이다.

이현은 코치의 말대로 안력을 돋웠다.

그러자 강일의 캐릭터에서 휘돌고 있는 마나가 보였다.

이 간단한 것을 아직도 모르고 있었다니.

‘하긴, 캐릭터의 마나는 한정적이니까.’

일단 게임 캐릭터는 무한히 성장이 가능하지만, 대회용 캐릭터는 성장이 불가능했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선수들이 스킬의 위력과 몸을 보호하는데 마나를 많이 배정했다.

얼마나 효율적으로 마나를 쓰는가도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하, 이런 방법이 있었군요.”

“무엇보다 잘 봐야 합니다. 그래야 적은 양의 마나로 대처를 할 수 있거든요.”

이것이 탱커의 자질이었다.

적은 마나로 많은 마나를 소모하게 만드는 것.

영광의 전당에서 탱커가 해야 할 역할이기도 했다.

“오늘은 이 정도까지 하죠. 다음 들어오세요.”

화면 밖에서 보고 있던 사람들이 입을 쩍 벌렸다.

저런 식으로 가르친다고?

완전 원 포인트 레슨이었다.

“정확도가 완전 사긴데?”

“그러게요. 현이 형은 랭커들도 뚫기가 힘들다고 하던데.”

“와, 진짜 어나더 클라스다.”

드레젠에 대한 찬사가 쏟아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감독이 주먹을 꽉 쥐었다.

리그 초창기.

아직 선수들의 실력이 고만고만할 시기였다.

이럴 때 치고 나가지 않으면 경쟁력이 없었다.

‘올해 우승은 무조건 하이츠다.’

국내를 넘어서 세계 무대까지 넘볼 수 있으리라.

그는 여유롭게 캐릭터를 고르고 있는 드레젠을 바라봤다.

20억?

그보다 더한 돈을 줘도 이정도 기술을 가르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왠지 20억이 아깝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번 우승 상금이 얼마지?”

“우승팀에게 10억일 겁니다.”

“후원사가 많은 만큼 진짜 빵빵하구만.”

최초의 가상현실 게임이라는 타이틀.

그것이 주는 메리트가 정말 컸다.

게임 산업에 관한 관심도 급증하는 중이었다.

가상현실은 곧 과학의 급격한 발전과 동일했으니까.

‘흐흐, 언론이 알면 난리가 나겠지?’

감독은 솔직히 자랑하고 싶었다.

우리 하이츠가 세계 최고의 코치를 영입했다고.

입이 근질근질했다.

그의 바람은 곧 현실이 되었다.

“가, 감독님! 이거 보십시오!”

“응? 뭔데?”

“여기, 저희 계약 장면이 SNS에 올라왔습니다.”

대한민국의 언론이 들썩이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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