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한 절대자의 뉴비생활-195화 (196/279)

제 195화

195화 – 하이츠의 코치

#1

북미 리그의 경기는 한국과 달리 개싸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들은 개개인의 역량을 한계까지 끌어올리는 방법을 사용했는데, 조직력이 특징인 한국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아, 가브리엘 선수! 집중 마크를 당하고 있습니다!]

가브리엘 메샤.

그는 분명 뛰어난 선수였다.

강일은 옛날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미소를 지었다.

브락시아에서도 자신을 압박하기 위해 수도 없이 많은 계약이 난무했으니까.

‘그립기도 하네.’

그가 꾸렸던 팀이 생각났다.

일곱 영웅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팀원이 그의 손을 거쳐 갔다.

가장 손발이 잘 맞았던 팀원들의 얼굴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들은 현시점에 아르게논 대륙에서 탐사 활동을 벌이고 있을 터.

‘그들도 데려오긴 해야지.’

위기에 빠져 있던 놈들을 구해줬던 일.

아르게논 대륙은 지금 지옥이나 다름없었다.

훗날 몬스터들을 통합하기 위해 레드릭의 아들을 노린 마족이 그곳을 습격하는 대륙.

각종 아티팩트와 옛 제국의 영토가 남아있는, 드래곤의 대륙이기도 했다.

[아~ 말씀드리는 순간! 가브리엘 엄청난 컨트롤을 보여 줍니다! 순식간에 세 명을 리타이어!]

가브리엘은 천재성을 여과 없이 보여 주었다.

말이 세 명이지, 한 사람이 세 명을 이기기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몸뚱이는 하나고, 한 번에 피할 수 있는 공격도 하나였으니까.

막고, 피하고, 반격까지 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둘도 힘든 것이 현실.

가브리엘은 무려 세 명이나 되는 프로 게이머들을 상대로 승리를 거머쥔 것.

“가브리엘 선수는 눈이 좋네요. 예전에도 다영 님에게 했던 말이 있죠? 눈이 좋다고. 저건 정말 타고 나야 하는 거거든요.”

-??? : 보고 피하면 돼요.

-ㅋㅋㅋㅋㅋㅋㅋ

-아ㅋㅋㅋ그 발언ㅋㅋㅋ

-보고 피하면 되긴 하지;;

-하지만 우린 쳐맞지ㅜㅜ

그래, 정말 동체 시력이 뛰어나고 반사신경이 좋은 이들은 보고 피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것은 정말 신기한 경험일 것이며,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경지였다.

선이 그어진다고 할까?

어디로 도착할지 보인다고 할까?

자신만의 경험으로 빈틈을 파고드는 플레이.

“그런 점에서 가브리엘 선수는 동체 시력뿐만 아니라 상대 선수들의 패턴까지 분석하고 있을 겁니다. 본능적으로.”

첫 레이드 때의 이야기를 예를 들어서 설명했다.

왼발을 구르면 빈틈이 생겼던 헤시라둔.

그것처럼 본능적으로 적의 빈틈을 찾아 찌르는 것이 아주 예술이었다.

아직 가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이 보이긴 했지만, 그거야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였고.

“다른 팀을 보지 못해서 잘 모르겠지만, 아마 당분간 북미에선 적수가 없겠는데요?”

-한국이랑 비교하면?

-게임 강국이랑 비교하면 어떤가요!

-괜찮아 우리에겐 드레젠이 있으니까!

시청자들은 비교를 좋아했다.

강일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고민했다.

이내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 가감 없이 평가했다.

“아직 한국에서는 이만한 기량을 찾기 힘듭니다. 아트 선수가 조금 가능성 있겠네요.”

-재능러ㅜㅜ

-안돼! 자존심을 지켜야 한다고!

-가브리엘 선수의 약점은 뭐라고 생각합니까?

“약점이라……아무래도 천재성이 한 번은 발목을 잡을 겁니다.”

-??

-???

-정말요?

-뭐 자만해서 그런 건가요?

“자만심은 천재든 아니든 경계해야 할 1순위고. 가브리엘은 천재지만, 완벽하진 않습니다. 그의 천재성은 눈과 반사신경에 국한되어 있어요.”

가브리엘의 단점이자 장점이기도 한 천재성.

강일은 정확하고 날카로운 자세로 가브리엘이 해야 할 과제를 내놓았다.

“언젠가 그의 몸이 눈과 반사신경을 따라가지 못할 때가 올 겁니다. 기술도 마찬가지예요. 다른 선수들의 기량이 부쩍 증가했을 때를 말하는 거죠. 분석 당하면 원 패턴인 선수는 결국 몰락하게 되어 있습니다.”

가브리엘은 분명 천재였다.

하지만 노력하지 않으면 멀리 도망갈 수 없는 수준이기도 했다.

장래를 내다보자면 가브리엘보단 아트 선수가 훨씬 높은 곳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있었다.

내심 둘의 대결 구도가 기대되기도 했다.

“미국은 경기를 많이 하네요. 오늘만 다섯 팀인가?”

[첫 번째 경기는 가브리엘 메샤의 활약으로 ‘LA’팀이 승리했습니다.]

[완벽한 압도였죠? 그의 신비로운 칼솜씨는 드레젠이랑 비교되곤 한답니다.]

[올스타전이 기대되네요. 과연 가브리엘이 드레젠과 붙어 어떤 결과를 낼지, 궁금합니다.]

강일은 피식 웃었다.

미안하지만 가브리엘은 자신과 전혀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었다.

강일이 보는 것과 가브리엘이 보는 것은 디테일이 달랐으니까.

“저도 기대되네요. 다른 선수들이 어디까지 올라올 수 있을지.”

자신을 뛰어넘을 수 있는 선수가 나온다면 기꺼이 왕좌를 넘겨줄 수 있었다.

아직은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것 같다는 것이 문제였지만.

10년이 넘는 시간을 단기간에 뛰어넘을 수는 없었으니까.

“세이브 더 브락시아는 앞으로 계속 흥행할 테니, 선수들도 계속 성장할 겁니다.”

북미 리그 역시 꽤 흥미진진했다.

제법 만족스러운 경기 수준이기도 했고.

시간이 흘러, 경기가 모두 끝났다.

북미 리그는 팀이 많은 만큼, 시간도 오래 걸렸다.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 해야겠습니다. 약속이 있어서-.”

-또 약속 나가시네

-대체 이분 체력이 얼마나 되는 거임ㅋㅋㅋㅋ

-몸 생각하세요ㅜㅜ

“아, 조금 자고 나갈 거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그를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시청자들이 있어, 언제나 힘을 낼 수 있었다.

마나를 잔뜩 흡수했기 때문에 사람의 경지가 아닌 것도 있었고.

전장에서 일주일 넘게 밤새웠던 것과 비하면 이 정도는 일도 아니었다.

강일은 시청자들의 배웅을 받으며 방송을 종료했다.

“좀 씻을까.”

오늘, 그리고 내일은 할 일이 많았다.

이삿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가구를 새로 봐두기로 했다.

당연히 하이디엔과 임수아 여사가 함께하는 여정이었다.

체력 하나는 남아도니, 짧게 촬영해서 브이로그 형식으로 올려도 되겠다 싶었다.

‘잘 되고 있다. 기분이 좋네.’

이렇게 평화로운 삶을 살아보는 것이 꿈이었는데, 그것이 현실로 다가오니 하루하루 살만했다.

상쾌하게 씻고 옷을 입었다.

청담에 있는 카페로 향해야 했기에, 어플로 택시를 불렀다.

슬슬 자동차도 한 대 사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2

이현성, 그리고 하이츠의 감독과 코치진들이 한곳에 모였다.

드레젠이라니.

그 전설의 고수가 자신들의 코치가 된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들은 약속 30분 전부터 와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분이 진짜 하이츠의 코치가 된다니, 정말 믿기지 않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조금 전까지 방송 챙겨봤는데, 진짜 설명하는 게 족집게더라고요.”

누군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 프로 구단 중에 드레젠의 방송을 안 챙겨보는 이가 있을까?

단언컨대 없다고 말할 수 있었다.

그는 세이브 더 브락시아의 모든 지식을 가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더 탐났다.

공공재에서 사유재가 되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는데-.

“구단주님. 계약금은 얼마나 생각하고 계세요?”

“……일단 계약서에는 20억을 적었습니다.”

20억.

일개 코치로는 어마어마한 금액이었다.

입이 떡 벌어지는 금액이기도 하지만, 이현성의 말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더 부른다면 흔쾌히 줄 생각입니다. 그리고…… 승리수당도 챙겨 줘야죠.”

“허어, 그, 그렇게까지 하셔도 되는 겁니까?”

“솔직히 전, 여러분 모두보다 그분이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안 좋은 쪽으로 듣진 마세요. 단순 코치로서의 재능만 놓고 판단한 거니까.”

이현성은 냉정하게 말했다.

코치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도 했다.

그들의 출신은 프로게이머가 아닌, 체육계 사범인 경우가 많았으니까.

지금까지는 그들의 방법이 먹혔지만, 한계가 있을 것이다.

“애초에 출발 선상이 다르잖습니까. 이 바닥에서 유일하다시피 한 경력잔데.”

“그건 그렇죠.”

“그리고 이 시장이 얼마나 커질지, 저는 상상도 되지 않아요. 영광의 전당 말고도 다양한 방법으로 리그가 진행되겠죠.”

공성전, 서바이벌, 단체전 등등.

세이브 더 브락시아에선 무궁무진한 콘텐츠가 파생될 수 있었다.

모든 장르의 게임을 세이브 더 브락시아라는 틀 안에서 이뤄낼 수 있다는 뜻.

그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앞으로 커스텀 모드가 나오고, 그걸 적극적으로 대회에 채용한다고 하면……이 시장은 어마어마하게 커지겠죠. 대체 불가능할 정도로.”

“맞는 말입니다.”

당장 게임 내에서도 다양한 이벤트가 벌어지는 중이었다.

앞으로 세이브 더 브락시아와 같은 게임이 나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전망하기도 했고.

이현성은 과감하게 투자할 때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분께 배우면, 우리 코치진도 훨씬 성장할 겁니다. 전 여러분을 믿고 있습니다. 모두의 스승이라고 생각하세요. 괜히 텃세 부리면 안 됩니다.”

“알겠습니다.”

이윽고 카페 문을 열고 강일이 등장했다.

혼자가 아니라 하이디엔이 붙여준 변호사와 함께 카페에 들어섰다.

훤칠한 키와 연예인만큼의 비주얼.

그의 실물을 본 코치들과 감독이 탄성을 내질렀다.

저 정도라면 메인으로 밀고 나가도 괜찮을 정도였다.

“어서 오십시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제가 늦은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아뇨, 내부 회의를 할 게 있어서 먼저 온 것뿐입니다. 자, 앉으시죠. 드시고 싶은 것도 말씀해 주세요.”

계약의 기본은 상대방의 기분을 편안하게 하는 것.

모든 것이 강일의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느낌이 들게끔 신경 썼다.

카페를 지나가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강일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코치 중 몇몇이 움직여 인원을 통제했다.

“일단 계약서부터 읽어 보시죠.”

“네.”

요약하자면 이러했다.

하이츠 선수들을 가르칠 것.

일주일에 최소 이틀 출근하여 선수들을 봐줄 것.

월급은 기본급 + 승리 인센티브.

졌더라도 하이츠 선수가 MVP를 받으면 추가 수당.

“좋네요.”

“그리고 이건 추가적으로 부탁하는 겁니다만, 방송에서 과도한 코치는 조금…….”

“그건 걱정하지 마십쇼. 거기에선 최소한의 정보만 풀었을 뿐이니까.”

“아, 그렇다면?”

“제가 가르치면 꽤 많이 달라질 겁니다. 결과로 보시면 알 겁니다.”

“하하, 기대하겠습니다. 그럼 선수 숙소부터 둘러보시겠습니까?”

강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변호사 역시 계약서에 하등 문제없음을 얘기했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강일은 변호사를 배웅했고, 계약서에 사인을 마쳤다.

정식으로 하이츠의 코치가 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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