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한 절대자의 뉴비생활-194화 (195/279)

제 194화

194화 – 구원자라니

#1

유다.

열두 사도 중 한 명으로써, 실제로 칼루스의 열두 사도들이라고 있었다.

성경에 나오는 열두 사도들과 똑같은 이름을 가진 자들.

칼루스를 보좌하며, 전쟁의 처음과 끝을 준비하는 자들이기도 했다.

자, 그렇다면 신성왕국의 사도들은?

“신성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다 구원자가 되는 건 아니지요.”

“사도라고 하더니 구원자가 어떤 의미인지도 모르는 것 같군, 성좌가 얼마나 노하셨으면 외부인을 보냈겠나?”

“……모욕은 참지 않겠습니다.”

유다의 목소리는 은은하게 떨리고 있었다.

구원자.

정말인 구원자가 온 걸까?

자신들이 행한 짓들이 마음에 안 들어서?

“교황이 먼저 보자고 했을 테니, 안내하면 된다. 사도가 할 일은 원래 그런 일이니까.”

유다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부터 말려버렸다.

상대방은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 존재는 여태까지 보지도 못했는데-.

“안내하겠습니다. 따라오시죠.”

“크리스는 여기 있어.”

“다녀오시죠.”

크리스는 드레젠을 배웅했고, 유다는 드레젠을 본격적으로 안내했다.

아무런 말도 없이 거리를 거닐었다.

드레젠은 성기사와 사도들이 다 듣는 와중에 시청자들과 잡담을 나눴다.

“보이십니까? 이곳이 스텔라입니다. 꽤 많이 발전했죠.”

-엄청 예쁘긴 한데.

-이 안에 썩은 사람들이 있다는 게 문제지

-ㅋㅋㅋㅋㅋ 이왕 구원자 행세 하는 거, 제대로 하시져

-전회차에서 다 해봤다~이마리야!

“신성왕국에서 이야기를 하고 나면, 북쪽에서의 일도 완전히 끝나겠군요.”

“누구랑 얘기하는 겁니까?”

유다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

드레젠은 그에게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심기가 불편했지만, 어쩌겠는가.

그에게서 느껴지는 강인함은 그를 호위하고 있는 성기사들을 모두 합친 것보다 뛰어났으니까.

‘정말 구원자라고? 이런 사내가?’

유다는 젊은 나이에 사도의 자리에 올랐다.

그 때문일까, 주변에서 시기와 질투를 많이 받았다.

반대로 기대도 많이 받았다.

언젠가는 신성왕국의 주인이 될 것이라는 소리도 많이 들어왔다.

“혹시 성좌께서 걱정하고 계시거든, 걱정 마시라고 전해 주십시오.”

“그래? 성좌께서 인간들의 말을 믿어 줄까?”

드레젠이 작게 웃었다.

유다는 치솟는 모욕감을 꾹꾹 눌러 참았다.

대신 슬쩍 미소를 지으면서 입을 열었다.

“스텔라는 성좌들을 위해 만들어진 왕국이니까요.”

“그래. 그래야지.”

드레젠은 당당하게 걸어갔다.

유다는 그와 대화하는 내내, 속내를 들키고 있는 것 같아 불편했다.

그래서 더 말을 섞지 않았다.

얘기를 계속하면 할수록 수렁에 빠지는 느낌은 불쾌하다 못해 살의가 치밀었으니까.

그렇게 두 사람과 성기사들은 교황이 있는 곳을 향해 나아갔다.

#2

교황청.

드레젠은 스텔러스 14세와 마주쳤다.

그가 머무는 공간 자체가 신성력으로 가득 차 있었다.

황금색 띠가 둘린 장식들.

새하얀 공간 위에 수놓아진 은빛 드래곤의 형상.

모든 것이 고급스러움의 극치를 달렸다.

“어서 오십시오. 교황인 스텔러스 14세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드레젠입니다.”

“처음 듣는 이름이군요. 드레젠이라…….”

교황은 드레젠이라는 이름을 상기했다.

‘여유롭게 다니는 자’라는 뜻.

교황 본인도 썩 좋아하는 단어였다.

요 몇 년 사이에 그런 가명을 쓰고 돌아다니는 사람은 없었는데-.

“구원자라는 이야기를 하셨는데, 정말 성좌께서 보내신 겁니까?”

“그렇죠. 성좌께서 보내시긴 하셨죠.”

“호오- 그 증거가 있습니까?”

드레젠은 한 손에 신성력을 피워냈다.

그리고 다른 한 손에 오러를 둘렀다.

“이런 것부터 시작해서-.”

교황은 드레젠이 하는 행동들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신성력은 성좌의 축복이라고 믿었다.

외부, 마나를 기초로 한 오러를 사용하는 자들은 신성력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 정석이었다.

두 가지 힘을 모두 다루는 자는 드레젠이 처음이었다.

“호오-.”

“이건 성좌가 주신 검입니다.”

드레젠이 베드모아젤이 준 검을 보여주었다.

교황은 그에게서 검을 건네받아, 천천히 살펴봤다.

보통 검은 쇠를 통째로 단련해서 만들었다.

주물을 이용해 틀을 잡고, 단련하고 담금질하여 만드는 것이 검이었다.

하지만 드레젠이 건네받은 검은 마치 퍼즐 조각처럼 엉겨 붙어 있었다.

“과연, 과연 그렇군요. 신기할 따름입니다.”

교황은 인자한 웃음을 지었다.

절대 인간의 기술력으로는 만들 수 없는 검이 눈앞에 있었다.

마법이라고 하기엔 담긴 힘이 기이했다.

마나는 한 톨도 느껴지지 않았는데, 다른 힘이 깃들어 있었다.

‘분명 성좌와 연관이 있겠군.’

교황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드레젠이라고 했나?

갑자기 등장해서 구원자라고 하니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충분히 이용가치가 있어 보였다.

정말 자신이 못한 일을 행한다면, 적당히 구슬려야겠지.

“그대를 믿겠습니다. 구원자여.”

“감사합니다. 저는 다른 건 할 필요가 없고, 몇 가지만 손보고 갈 겁니다. 나머지는 교황의 뜻대로 하세요.”

“몇 가지라면?”

드레젠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성좌께서 원하시는 대로 돌려놓는 작업이죠. 그분들에게 부탁할 것도 있고.”

“알겠습니다. 오늘부터 귀빈으로 모시겠습니다.”

교황이 눈짓을 주자, 수녀복을 입은 자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신성왕국의 귀빈.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정말 컸다.

교황이 있는 자리에서 ‘귀빈’이라는 자리는 없었다.

손님과 신도, 그 둘 뿐이었다.

“모시겠습니다. 귀인.”

“그럼, 모쪼록 잘 즐기시기를.”

교황은 웃으며 배웅했다.

드레젠 역시 마주 미소지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드레젠이 떠나가고, 유다가 교황에게 다가갔다.

“어쩌실 생각입니까?”

“당분간은 두어라. 어차피 구원자라 할지라도 인간이다. 사치와 향락은 인간의 가장 큰 적이지.”

“……죄송합니다.”

유다는 고개를 숙였다.

교황은 허허, 하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는 유다를 탓할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더 가르쳐주고 싶을 뿐.

“잘 지켜보며 배워라. 생각보다 훨씬 능구렁이 같은 인간이니까. 그리고 항상 기도하는 것, 잊지 말고.”

“말씀을 따르겠습니다.”

교황은 유다를 아끼고 있었다.

가장 어리고, 가장 총명하고, 가장 신성력이 많은 사도였으니.

그가 자신을 도와 커다란 일을 할 것이라는 확인이 있었다.

#3

“유다는 배신할 겁니다. 괜히 가롯유다가 아니에요.”

-엌ㅋㅋㅋㅋ

-닉값ㅋㅋㅋㅋㅋ

-전회차에서도 그랬나요?

“네. 신성왕국이 본격적으로 망하게 되는 시발점이기도 하죠.”

스텔러스 일가는 그래도 적정선을 유지했다.

하지만 가롯유다는 신성왕국을 거대한 똥통으로 바꿨다.

성좌의 응답?

그런 것이 있을 리가.

“공물은 더 심하게 바치라고 하지, 성기사에 대한 지원도 별로 없지, 중간엔 서리족과 전쟁까지 해서 정말 나라가 말도 아니었죠.”

그 와중에 마족까지 침입해 들어왔으니, 나라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것이 이상했다.

드레젠은 휘황찬란한 방으로 안내가 되었다.

수녀 복장을 한 자들은 성대한 만찬을 준비했다.

드레젠이 수녀에게 말했다.

“저기, 성벽에 있는 크리스라는 아이를 좀 데려와 줄래?”

“알겠습니다.”

수녀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 중 한 명이 야릇한 시선을 보냈다.

“혹시 시중을 원하십니까?”

“아니, 혼자 있고 싶네. 나가 줘라.”

“……알겠습니다.”

드레젠은 일부러 기세를 피워내며 말했다.

마치 ‘굉장히 기분이 좋지 않으니까, 건들지 마,’라고 말하듯이 행동했다.

수녀들은 눈치가 빨랐고, 종종걸음을 물러났다.

수녀인지 하녀인지 잘 모를 일이었지만.

“크리스가 올 때까지 주변이나 둘러보죠. 영상도 찍을 겸.”

-찬성찬성!

-오늘도 탐방 가시죠!

-ㅋㅋㅋㅋ기대된다

-선생님, 방금 상당히 아쉬워한 것 같은데요

-ㅋㅋㅋㅋㅋ엌ㅋㅋㅋ

“여기서는 사치와 향락을 주의해야 합니다. 절대 꼬임에 넘어가서는 안 되죠. 아시겠습니까?”

따끔한 교육이 이뤄졌다.

신성왕국은 함정투성이였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였지만, 특히 신성왕국에서는 아무도 믿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거듭 강조했다.

“다 성좌의 시험이라고 생각하고 버티라는 거죠.”

-무서운 곳이네

-ㅋㅋㅋㅋ겉으로는 엄청 신성한 척 다하더닠ㅋㅋㅋ

-그켬;;

교황은 자신을 가만두지 않겠지.

조금씩 조금씩 세뇌하려 들 것이다.

그걸 이겨내고 신성왕국의 중심부까지 가야만 했다.

그곳에 성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장치가 있었으니까.

“신성왕국에도 도착했으니,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2부에서 만나유!

-오늘도 시간 빨리 가네

-ㅋㅋㅋㅋ이제 미국 개막전인가!

“그러네요. 이제 북미 개막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볼 준비하시죠.”

바로 다음 콘텐츠가 준비되어 있었다.

캡슐에 있는 동안은 마나가 몸의 피로를 어느 정도 풀어주는 것 같았다.

그러니 현실에서도 방송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것 외에도 강일 자체의 몸뚱이가 강인하다는 점도 있었다.

“그럼 쉬는 시간 가지고 리그 시청하겠습니다. 오늘은 실시간으로 코멘트를 달아볼게요.”

북미에서도 초청장이 왔으나 너무 먼 거리라 가지 않았다.

대신 영상을 올리겠다고 했다.

유능한 엘리스는 각국의 언어를 모두 마스터했다.

영어 자막 다는 일 정도야 식은 죽 먹기였다.

“오늘은 가브리엘이 출전하는 날이기도 하네요.”

가브리엘 메샤.

자칭 드레젠의 라이벌이었다.

재능은 드레젠, 강일이 인정할 정도로 뛰어났다.

실전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되었다.

#4

북미 리그!

세계에서 최고로 크게 열리는 리그이기도 했다.

중국과 더불어 게임 산업에 크게 투자하고 있는 미국.

요즘 말이 많은 중국과 달리, 미국은 순조롭게 리그를 진행하는 중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신사 숙녀 여러분. 오늘은 정말 역사적인 날입니다.]

해설위원의 말로 시작한 리그.

리그 개막전은 그 어느 나라보다 화려했다.

무려 당대 최고의 가수들이 나와 축하 공연을 할 정도였으니까.

-와 미국 퀄리티 봐ㅋㅋㅋㅋ

-진짜 얼마를 때려 부은 거임 저거

-대단하구만ㅋㅋㅋㅋㅋ

한국과는 차원이 다른 인파가 몰린 것도 한몫했다.

역시 미국시장은 크다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강일은 감상하면서 선수들을 살펴보는 중이었다.

‘가브리엘 말고는 볼 사람이 없는 건가?’

하긴, 전부 신인이었으니 보고 말고 할 것도 없었지.

그렇기에 오늘 경기가 더욱 중요했다.

가브리엘, 아트.

또 하나의 전설이 탄생할 수 있을지 주목했다.

‘이제 코치 일도 직접 해야 하니까.’

게임도 게임이고 코치 일도 코치 일이었다.

강일은 의자에 몸을 기대며 리그를 감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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