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한 절대자의 뉴비생활-191화 (192/279)

제 191화

191화 – 서리족 참전

#1

크리스의 천재성은 완벽한 모방에서 나왔다.

한번 본 무언가를 완벽하게 재현하는 것.

그것이 미칠 듯한 성장 속도의 원인이기도 했다.

“엇-?”

“와!”

“저거 봐!”

크리스와 벤시의 체구는 비슷했다.

성인이더라도 남녀 차이라는 것이 있었으니까.

벤시의 기술을 크리스가 따라 하지 못할 이유는 더더욱 없었다.

유려한 움직임이 장점이었던 벤시.

그녀는 크리스가 똑같은 방식으로 갚아주자, 일순간 당황했다.

“하! 이거 진짜 천재로군!”

“하압!”

“하지만 꼬마야, 따라 한다고 다 되는 게 아니란다.”

크리스는 갑자기 세상이 뒤집히는 것을 느꼈다.

벤시는 그의 공격을 유연하게 받아쳤다.

기술이라면 황궁의 기사단장에게도 밀리지 않았으니까.

크리스 역시 빠르게 반응하여 공중에서 자세를 고쳐, 착지했다.

“단순 따라 하는 것만으로는 원류를 이길 수 없지. 어떤 원리로 돌아가는지 잘 알아야 할 것이야.”

“조언 감사합니다.”

“그 겸손이 더 높은 곳으로 올려 주겠구나.”

벤시는 조용히 웃고 대련을 이어나갔다.

가르쳐 줄 것이 많겠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단원들 역시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였다.

오늘, 크리스의 밤은 길 예정이었다.

“좋아, 그렇게 하는 거다! 원리를 파악하라고!”

“단장님이 저렇게 말이 많았나?”

“단장님도 제자 하나는 있어야지.”

“허허, 그럼 내 기술도 슬쩍?”

기사단원들은 자신이 아는 기술을 얼마나 잘 따라 하는지, 어디까지 재능이 있는지 궁금했다.

크리스에겐 분명 축복이리라.

벤시와의 대련은 크리스의 석패였다.

경험 차이는 천재성과는 또 다른 부분이었다.

“자, 다음 누구냐!”

“제가 하겠습니다.”

이번에는 묵직한 폴암을 든 기사가 올라왔다.

단장은 그 모습을 보고 크리스에게 제안했다.

“모든 이들과 수를 나눠보겠느냐?”

“그래도 되겠습니까?”

“그래. 한 사람당 다섯 수씩. 어떠냐.”

크리스는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과의 전투는 모두 경험이 된다.

절대 거부할 생각이 없었다.

“에릭을 불러오게.”

“에릭이요?”

“그 녀석에게도 똑같은 조건으로 대련을 할 생각이야. 황자 저하도 허락해 주셨네.”

“알겠습니다.”

그들은 차별하지 않았다.

이곳에 온 이상, 모두가 똑같이 훈련해야 했으니까.

곧이어 에릭이 들어왔고, 훈련이 시작되었다.

에릭은 크리스와 또 다른 재능이 있었다.

“에릭, 너는 피지컬이 좋구나. 어떤 기술이라도 소화할 수 있는 피지컬이 있어.”

“그, 그렇습니까?”

“아주 좋은 무기다. 잘 갈고 닦아봐.”

“감사합니다. 단장님.”

투박하고 우직하지만,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 몸뚱이가 있었다.

에릭은 끊임없이 움직일 수 있었고, 적의 약점을 파고들 수 있었다.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 결국 빈틈을 만드는 스타일이었다.

이건 타고난 체력과 근지구력이 없으면 불가능한 이야기이기도 했다.

“후욱- 후욱-.”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도 몸은 쉬지 않고 움직이는 경이로운 체력.

크리스는 그 모습을 보면서 내심 감탄했다.

‘나는 저렇게 오래 못 싸워.’

그러니 단기결전으로 승부를 본다.

여태까지는 그래 왔었다.

그의 기술을 당해낼 사람은 또래에 없었기 때문에.

또래뿐만이 아니었다.

드레젠이나 아이젠하트, 샤페론 같은 고수가 아니라면 기사도 크리스와의 대련을 꺼려했다.

“후우-.”

“꼬마야. 체력이 떨어진 것 같은데-, 쉬었다가 할래?”

“아닙니다. 더 할 수 있습니다.”

“아니긴. 지금 검 잡은 손이 후들거리고 있고만.”

“윽.”

크리스의 약점이 드러났다.

현저하게 떨어지는 체력.

마나를 사용하지 않았을 때, 떨어지는 체력.

아직 소년이라는 걸 감안하면 분명 대단한 일임에도, 크리스는 만족할 수 없었다.

결국

“오늘은 여기까지 해야겠군. 여긴 전장이다. 당장 지금 상황이 터져도 나가야 한다.”

“알겠습니다.”

“그래도 훌륭하군. 정말 천재라는 말이 아깝지 않아.”

기사단원들은 저마다 고개를 끄덕였다.

에릭, 그리고 크리스.

차세대를 대표할 두 인재였다.

#2

서리족은 오늘도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는 중이었다.

그들은 조금씩 춥지 않은 지역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족장 쿠우쿠는 인간에게 저자세로 나가며 협상까지 유도하는 중이었다.

덕분에 척박한 환경에서도 보다 여유로운 일상을 보냈다.

“확실히 거래가 도움이 되긴 하는군.”

“그렇습니다. 진작 이렇게 할 걸 그랬네요.”

서리족이 내세울 것은 질 좋은 모피, 병사들에게 지급할 활과 화살, 마지막으로 특수한 보석인 ‘탄자니움’을 제공했다.

탄자니움은 마법사들 사이에서 꽤 유명한 물질이었다.

자신들이 연구한 마법, 혹은 연금술로 만든 약의 효과를 시험해 볼 수 있었으니까.

여태까지는 상당히 귀한 물품으로 취급되어 왔다.

“잘들 있었어? 오늘은 뭐 필요해?”

“요즘 아이들이 춥다고 아우성이더군.”

“오, 그렇다면 이런 게 필요하겠네.”

넉살 좋은 상인이 도착했다.

바리바리 싸 들고 온 물품 중에서는 없는 것이 없었다.

서리족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물품을 고르기도 했다.

상단에는 하시스 성을 나타내는 깃발이 나부끼는 중이었다.

감히 제국에서 건드는 자가 없는 상단.

이바르데가 이끄는 하시스 상단이었다.

“이건 어떻게 사용하는 거냐면-.”

상단주, 이바르데는 신이 나서 떠들었다.

서리족은 마법을 쓰지 못하기 때문에 도구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이바르데는 각종 마도구를 주는 대가로 탄지니움을 얻었다.

값은 아주 후하게 쳐주는 중이었다.

“성주님이 너희 사시는 걸 보면 좋아할 거야. 할레단 후작가도 우릴 도와주고 있으니까.”

“은인에겐 항상 감사한 마음뿐이다. 조심히 가도록. 호위를 붙여 주겠다.”

“에이, 됐어. 너희가 우리 편이라면, 같은 곳에 살지 않아도 가족이다.”

이바르데의 언변은 매력적이었으며 서리족의 호감을 샀다.

쿠우쿠 역시 이바르데에게 아낌없는 지원을 해 주었다.

탄지니움이라고 불리는 광석은 서리족에겐 보물이나 다름없었다.

여태까지는 잘 내어주지 않던 걸 내어주니, 제국 마탑엔 활력이 돌았다.

“오늘도 구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올게!”

“조심히 가라.”

쿠우쿠는 전사들과 함께 배웅해 주었다.

이바르데의 상단은 서리족과의 거래를 튼 점에서 엄청난 주목을 받는 중이었다.

서리족이 어떤 종족인가.

인간만 보면 으르렁거리기 바쁜 존재였다.

무수히 많은 실전을 거친 그들을 제압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병사들이 투입되어야 했다.

“인간과의 거래도 제법 괜찮은 것 같습니다.”

“정직하게만 온다면 우리도 거절할 이유는 없어. 은인이 우리에게 많은 것을 베풀었다. 우리가 제대로 처신하지 못한다면, 그도 곤란한 상황에 처할 거야.”

호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영원한 숙제를 해결해 준 드레젠.

서리족의 차기 족장은 쿠우쿠였지만, 진짜 지도자는 드레젠이라는 말도 있었다.

서리족 대부분도 인정하는 눈치였다.

[손님이 오는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마을을 수호하는 석상처럼 몸을 웅크리고 있던 드레이크가 기지개를 켰다.

쿠우쿠는 드레이크렉스, 만드록스에게 시선을 던지고, 느껴지는 기운에 고개를 하늘로 돌렸다.

아련한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들에겐 퍽 익숙한 소리였다.

“귀인이 오셨군. 다들 맞이할 준비를 하자.”

“중앙에 불을 지펴라! 오늘은 파티다!”

와아아아아-!

서리족의 환호성이 울렸다.

쿠웅, 하는 소리를 내며 만드록스가 움직였다.

백색의 와이번, 와이렉스가 바람을 가르고 땅으로 내려왔다.

[그간 잘 지냈나?]

[덕분에. 무슨 일인가? 누추한 곳까지.]

만드록스의 시선이 와이렉스의 위, 드레젠에게로 향했다.

드레젠이 손을 흔들며 땅을 밟았다.

“쿠우쿠, 있나?”

“은인이여, 반갑습니다. 이런 늦은 시각에 찾아오시다니…….”

“꽤 급한 일이거든.”

드레젠은 서리족을 둘러봤다.

그새 삶의 질이 부쩍 올라간 느낌이었다.

척박하게 살았던 서리족에겐 편리한 도구가 많이 생겼다.

“이바르데가 잘 해주고 있나 보군.”

“그렇습니다. 방금 들렀다가 근처 마을로 떠났습니다만.”

“괜찮아. 알아서 하겠지. 그보다-.”

드레젠은 본격적인 이야기를 꺼냈다.

거인족.

그들은 서리족과도 아예 관련이 없는 건 아니었다.

정말 이따금, 아주 드문 확률로 서리족의 영역까지 침범하는 경우가 있었으니까.

물론 그때마다 거인족의 육신은 갈가리 찢겼지만.

“인간을 도와 거인족을 막아달라는 말씀입니까?”

“그래. 부탁 좀 하자.”

“명령을 내려 주십시오. 그대는 서리족의 주인이나 다름없습니다.”

-으리!

-캬 멋있고ㅋㅋㅋㅋ

-내가 겪은 서리족은 저렇게 겸손한 캐릭터가 아니었는뎈ㅋㅋㅋ

-강해지는 수밖에 없다!

“명령은 무슨. 너는 이제 족장이니까 자리 비우면 안 되는 거 아니야?”

“족장은 엄연히 살아있소. 은인.”

2미터는 족히 넘어 보이는 거구가 등장했다.

현 족장인 쿠오레였다.

우락부락한 근육을 가졌음에도 순박한 인상을 지닌 서리족이었다.

드레젠은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이거, 실례했습니다. 족장.”

“허허, 아닙니다. 저도 슬슬 은퇴할 때가 되었지요. 거인족의 저주는 서리족도 익히 알고 있습니다.”

족장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거인족의 광폭화가 더욱 심해진다면, 결국 서리족도 그 화를 피할 수는 없을 테니까.

싹을 잘라놓는 것이 좋겠지.

족장은 한 가지 궁금한 점을 물었다.

“거인족의 저주는 쉽게 풀 수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방법이 있는 겁니까?”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아 지원을 요청하는 겁니다. 저기……신성왕국으로 가야 할 것 같거든요,”

“흐음, 현재 성좌와 가장 가까운 곳은 그곳밖에 없지요.”

매일 기도를 올리고, 분기에 한 번씩 대대적인 행사와 공양을 하는 신성 왕국이었다.

아주 드물게 성좌가 응답을 내려 준다는 이야기도 있을 정도였다.

드레젠은 족장에게 말했다.

“다는 필요 없고, 도움이 될 정도면 됩니다. 병력을 빌려주실 수 있습니까?”

“물론이오. 거인족이 더 날뛴다면 필시 이쪽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진 않겠지. 거인과 싸우다 보면 이들도 얻는 것이 꽤 있을 테고.”

“감사합니다.”

족장은 두툼한 손을 내밀었다.

드레젠이 맞잡으며 서리족의 참전이 확정되었다.

[그럼 나도 가지.]

“여기 안 지켜도 되겠어?”

만드록스가 거들고 나섰다.

그가 킁- 하고 콧김을 뿜었다.

만드록스라면 거인의 힘을 훨씬 웃돌았다.

[이제 몸 좀 풀어야지.]

만드록스 역시 다가올 재앙을 감지한 것일까.

드레이크들은 영역의식이 강한 몬스터였다.

그런 만드록스가 둥지를 박차고 전장으로 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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