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한 절대자의 뉴비생활-188화 (189/279)

제 188화

188화 – 재회하다

#1

백색의 와이번.

그게 의미하는 바는 제국에서 한 가지로 통일되고 있었다.

비스트 마스터의 후예이자 신흥강자로 떠오르는 자.

이제 막 백작이 된 드레젠이었다.

“다들 무기를 내려라.”

“저 와이번, 본 적이 있습니다.”

“우리도 그때 그 자리에 있었으니까.”

할레단 후작가와의 결투 때 본 적이 있었다.

황자뿐만 아니라 기사단도 그곳에서 경기를 구경했었다.

홀로 할레단 후작가의 정예를 찍어 눌렀던, 대단한 인물의 행차였다.

황자가 앞으로 나서며 드레젠과 또 한 명의 인물을 마중했다.

“어서 오게. 케이드 백작.”

“황자 저하를 뵙습니다.”

“오랜만이군. 기별도 없이 찾아오다니, 무슨 일인가?”

드레젠은 크리스와 함께 고개를 숙였다.

일단 거인족에 대한 것을 물어볼 생각이었다.

드레젠은 기사단원을 훑으며 입을 열었다.

“요즘 거인족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하여 찾아왔습니다. 도움을 드리고 싶군요.”

“환영하네. 옆에 소년은?”

“화, 황자 저하를 뵙사옵니다.”

“제 제자입니다.”

크리스가 다시 인사했고, 드레젠이 소개했다.

황자는 크리스에게서 느껴지는 마나에 눈을 빛냈다.

확실히 보기 드문 인재였다.

확실히 본인의 기량이 뛰어나니 제자 보는 눈도 뛰어났다.

“훌륭한 재목이로군. 혹시 황명으로 온 건가?”

“스스로 왔습니다. 작은 인연이지만 계속 이어나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황자는 눈을 빛냈다.

그가 있는 북방은 척박한 지역이었다.

성좌의 저주를 받았다나, 그런 주제에 전략적으로는 꽤 요충지에 있어서 관리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곳이 아니었다.

당연히 이곳으로 발령 온 자들은 죽을상을 하고 있었으며, 90%가 넘는 확률로 기회가 되면 다른 곳으로 훌쩍 떠나버렸다.

‘그런데 스스로 찾아온 이라…… 이거 흥미롭군.’

황자는 드레젠의 속내를 떠보기 위해 슬쩍 물었다.

“이곳엔 어떠한 콩고물도 없네.”

“왜 없습니까?”

“뭐라?”

기사단원들은 불안한 눈빛으로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봤다.

황자는 이곳을 굉장히 아꼈다.

특히 함께 전장을 누비며, 생사고락을 함께한 기사단원을 욕보인 자들은 가차 없이 황족 모욕죄를 뒤집어씌웠다.

그래서 더욱 긴장됐다.

드레젠은 떠오르는 실세가 아니던가.

“이곳에서 버티고 있는 모두가 큰 보물이죠. 척박한 땅에서 버티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지. 하하! 역시 본인이 사람을 잘못 보진 않았군!”

황자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누가 뭐래도 이들은 자신의 자랑이었다.

본래는 다음 황위를 잇기 위한 싸움을 위해 이곳으로 왔다.

딱 정해진 기한만 채우고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생각보다 이곳은 더 좋은 곳이었다.

“내가 황위를 포기한 것도 이들 때문이지. 자랑스러운 이들이라네.”

“동감합니다. 영웅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는 자들이지요.”

실제로 이들은 전쟁이 터지자마자 맹활약했다.

살벌한 전장에서 살아온 자들은, 임기응변에 능했으며 어떤 상황이 닥쳐도 침착했다.

이들 하나하나는 일반 영지의 기사단장급 전력이었다.

한 명이라도 살려서 귀중한 전력으로 써먹을 생각이었다.

“이곳이 거인족의 습격을 받는 땅이라는 건 백작도 잘 알고 있을 걸세.”

“그렇습니다. 상황은 어떻습니까?”

“겨울이 다가오고 있네. 거인족이 수시로 내려올 테지.”

황자의 미소는 메말라 있었다.

긍지와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자들도 현실 앞에서는 풍파를 피할 수 없는 법.

황자와 그가 이끄는 기사단의 현실은 참담했다.

“얼른 끝내버려야겠군요.”

“해결책이 있겠는가?”

거인족은 전쟁 중반까지 골치였다.

원인은 그들의 신기가 더는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

각종 원인을 찾아 헤맸으나, 정확한 원인을 밝혀내진 못했다.

“거인들의 신기를 다시 작동시키면 됩니다.”

“신기라…… 성좌들이 남기고 간 거겠지?”

“로키가 그들을 보살펴 주고 있었죠.”

로키.

토르, 오딘과 함께 성좌의 자리를 꿰차고 있는 인물.

강력한 성좌 중 한 명이었다.

본래 지구의 역사라면 북유럽 신화에 존재할 이들이었다.

하지만 이 세계는 아스가르드도, 북유럽 신화도 없었다.

그저 성좌의 일원일 뿐.

“로키가 신기를 준 건가?”

“그렇습니다. 그 신기의 수명이 다했거나, 문제가 있겠죠.”

그걸 어떻게 알고 있느냐는 눈빛을 의연하게 넘긴 후, 드레젠은 말을 계속 이었다.

신기.

그걸 알고 있는 것도 신기했는데, 드레젠은 그게 어디 있는지까지 파악하고 있었다.

“저 산맥의 끝에 신기가 있습니다. 그걸 회복하는 건…… 성좌의 강림뿐이죠.”

“성좌의 강림이라고?”

“예. 성좌의 강림을 유도해야 합니다.”

성좌의 강림이라니.

여태까지 성좌를 두 눈으로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성좌 역시 드래곤이나 죄악처럼, 전설로만 전해져 내려오는 자들이었다.

적어도 황자는 그렇게 믿었다.

“드래곤도 깨어있는 마당에, 성좌라고 못 부를 건 없습니다. 황자님.”

“드래곤? 드래곤이 깨어났단 말인가?”

황자는 막사를 잠시 바라봤다.

다들 저마다의 시간에 빠져, 듣는 이는 없었다.

엿듣는 것도 상관없었지만, 두 사람의 시간을 방해하는 자는 없었다.

“예. 이 반지가 그 증표입니다.”

드레젠은 손에 있는 반지를 보여주었다.

이 세상에서 볼 수 없는 아름다움.

반지에서 은은하게 피어나는 이질적인 마나.

인간의 손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는 증거였다.

“직접 통신도 할 수 있으나, 얼마 전에도 했기 때문에 실례라서……. 떠나기 전에 한 번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대의 말이니 믿겠네.”

황자는 드레젠을 믿었다.

드래곤이라는 사실은 믿기 힘들지만, 드레젠이라면 가능할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성좌의 강림도 가능성이 아예 없진 않았다.

만약 정말 성좌를 강림시켜, 거인족에게 평화를 되찾아줄 수 있다면.

‘의미 없는 희생은 없을지도 모르겠군.’

“믿어주시니,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럼 제가 알고 있는 것들을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이는 자신의 뒤를 따라 이곳을 공략하려고 하는 유저들을 위한 설명이기도 했다.

와글와글 떠드는 채팅창은 언제나 자신의 힘이 되어 주었다.

“신기의 이름은 ‘미스틸테인’입니다. 성좌의 적을 찌르는 나뭇가지죠.”

“미스틸테인. 어감이 흉흉하군.”

“미스틸테인은 본래 로키의 무기였습니다만, 거인족에게 줬습니다.”

미스틸테인의 두 번째 기능.

그건 죽지 않는 기운을 주변에 나눠주는 것이었다.

‘겨우살이 창’이라고도 불리는 미스틸테인은 본래 불사의 기운을 흡수하고 축적하는 기능이 있었다.

그래서 불사의 존재인 성좌의 적들을 무찌를 수 있었던 창이었다.

“반대로 어딘가에 설치해두면 흡수했던 기운을 주변에 퍼뜨려, 작은 생명도 죽지 않게 만들어 주죠.”

“이 척박한 땅에서 살아갈 수 있었던 비결이로군.”

“그렇습니다. 본래 거인족에겐 먹이도, 분쟁도 필요 없었으니까요.”

미스틸테인의 기능이 멈춘 순간, 재앙이 시작된 것이었다.

모두의 노화가 시작되었으며, 모두의 생명이 꺼져갔다.

난생처음 배고픔을 느낀 거인들은 폭주하며 주변에 있는 것들을 닥치는 대로 먹었다.

본래 투쟁과 전투, 평화의 종족이었던 거인은 포식과 탐욕의 종족으로 떨어졌다.

“……그들 나름대로 사정이 있었던 게로군. 하지만 그게 제국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걸 정당화할 수는 없네.”

“그렇죠.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거인족의 시선을 돌리며 미스틸테인을 원상복구 하는 겁니다.”

“기사단을 사지로 내몰 생각은 없네.”

황자는 기사단을 끔찍하게 아꼈다.

그들은 황궁에 있는 자들보다 더욱 가족 같은 존재였다.

성공 확률을 알 수도 없는 일에 내몰 수는 없었다.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마침…… 주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자들이 있거든요.”

도움을 줄 수 있는 자들이라니.

황자는 드레젠이 이 주변에서 무얼 하고 다녔는지 궁금했다.

“기사단도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은 모두 주겠네. 문제를 해결할 수만 있다면.”

“알겠습니다. 저하.”

“저 아이도 꽤 총명해 보이는군.”

이제 이곳에 온 진짜 목적을 밝힐 때였다.

마침 황자가 적절한 화두를 던지기도 했으니.

와이렉스를 손질해주고 있는 크리스를 보며, 드레젠이 입을 열었다.

“총명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스카이워커 가문의 생존자니까요.”

“……뭐라?”

여태까지 계속 미미한 미소를 띠고 있었던 황자의 표정이 급격하게 변했다.

이번엔 드레젠이 웃을 차례였다.

#2

기사단 막사.

홀로 검을 휘두르고 있었던 소년을 찾는 소리가 들렸다.

“어이, 황자 저하께서 찾으신다. 응접실로 가 봐.”

“알겠습니다.”

소년은 황급히 검을 챙겨서 훈련장을 벗어났다.

무슨 일일까?

혹시 아까 손님이 왔으니 시중을 들라는 것일까?

익숙한 일이었지만, 이젠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나도 이젠 가문을 가질 수 있어.’

황자의 눈에 든 것은 행운이었다.

보잘것없는 신분이었던 그가 스카이워커 가문의 생존자로 취급받은 것은 정말 행운이었다.

때문에 그는 미친 듯이 노력했다.

기사 지망생이었던 그는, 오늘도 강해졌다.

“부르셨습니까, 황자 저하.”

“그래, 이곳에 앉아라.”

“어-?”

크리스와 소년.

두 사람이 눈을 마주쳤다.

크리스는 순수하게 놀랐고, 소년은 동공이 미친 듯이 흔들렸다.

크리스의 입이 열렸다.

“에릭? 에릭이야?”

“도, 도련님?”

가문 안에서 꽤 친하게 지냈던 두 사람의 재회였다.

드레젠은 두 사람을 꽤 흥미롭게 지켜봤다.

보아하니 시종, 혹은 가문에서 살아가고 있던 어린아이였던 모양.

혹시 저 소년이 나쁜 마음을 품었을 가능성도 있었다.

“역시.”

“둘 다 생존자가 맞나보군요.”

“어, 어떻게-.”

에릭이 말을 더듬었다.

왜 모르겠는가.

최고의 자질을 가진 자라고 떠들어댔던 도련님이었는데.

가문 사람들이 너도나도 크리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애를 썼었다.

“에릭! 정말 다행이다. 살아 있었구나.”

“도, 도련님.”

“둘의 관계가 어떻게 되느냐.”

황자가 물었다.

에릭이 잠시 머뭇거리는 동안, 크리스가 답했다.

“가문에서 키우고 있던 기사 지망생이었습니다. 저하.”

“어쩐지, 검에 대한 이해가 빠르다 했더니……. 그랬군. 하면 이쪽은?”

“저는 루프스 스카이워커 대공의 막내아들이옵니다.”

황자의 눈이 빛났다.

막내아들이라면, 직계 자손이라는 뜻.

검으로 일어난 위대한 가문의 혈통이 아직 끊기지 않았음을 알았다.

황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두 소년을 불렀다.

“시험해 보고 싶은 것이 있으니, 따라오거라.”

“알겠습니다.”

크리스는 에릭과 나란히 걸으며 밝게 웃었다.

동생 같은 이를 만났으니 당연한 일.

하지만 에릭의 표정은 전혀 아니었다.

“흠.”

드레젠이 묘한 눈길로 두 사람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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