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한 절대자의 뉴비생활-186화 (187/279)

제 186화

186화 – 담판

#1

황제.

그는 드레젠이 온 것을 보고 의아해했다.

도리안이 온 것을 모르고 있는 건가?

텔레포트 마법진을 이용하면 며칠 걸리지도 않았을 텐데.

‘그녀의 고질병이 도진 것일지도 모르겠군.’

황제는 일단 생각을 해 보았다.

도리안은 전형적인 마법사였다.

지금은 그 끝을 보았다고 생각해, 잠시 자신과 함께 동침하는 사이가 되었지만 새로운 마법이라면 드레젠보단 그쪽이겠지.

그는 조용히 결론을 내린 후, 자신이 생각하는 것이 맞았는지 확인하기로 했다.

“그래, 도리안 경은 만났는가?”

“네. 그녀의 서신을 가지고 왔습니다. 꽤 재미있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황제의 눈썹이 한 차례 꿈틀댔다.

재미있는 사건이라.

그녀가 직접 통신을 보내지 않고, 서신을 통해 전해야 할 만큼 외진 곳에 있다는 뜻이었다.

황제는 들어보기로 했다.

“음, 재미있는 일이라-.”

“여기 있습니다.”

꺼리는 사람일수록 앞에서 책잡히는 일은 하지 않는 게 좋다.

드레젠은 그 말을 확실히 실천했다.

공손히 전한 서신이 황제의 손에 들렸다.

눈을 굴려 내용을 본 황제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이, 이 내용이 정녕 사실인가?”

“예. 증거도 있습니다.”

떠나가기 전, 드레젠은 니오베에게 한 가지 부탁을 했다.

자신의 맹약자이자, 후원자인 드레젠의 부탁이야, 드래곤의 입장에서는 별것도 아니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말의 무게는 강력했지만, 말이야 그냥 내뱉으면 되었으니까.

드레젠이 왼손을 내밀었다.

[통신을 시작합니다.]

니오베에게 신호가 갈 것이다.

황제가 있는 곳에 강력한 마나가 휘몰아쳤다.

그 마나에 놀란 기사들이 잽싸게 반응했다.

검을 뽑는 소리, 오러를 입히는 소리가 살벌하게 들렸다.

“됐다. 기세를 거둬라.”

황제 역시 내심 긴장했으나 드레젠과 원한 살 일도 없었고, 증거를 보여준다고 했으니 믿어 보았다.

그가 즉위한 후, 수도 없는 암살 시도를 겪었지만, 마스터에 오른 후로는 완전히 없어졌다.

그것은 일종의 자존심이었다.

황제는 그 누구 앞에서도 나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되는 법.

[오냐, 불렀느냐 나의 맹약자여.]

하지만 이 목소리 앞에선, 황제는 한없이 작아졌다.

성스러운 목소리라고 생각했다.

거부감이 들지 않는, 자신보다도 아득히 위에 있는 목소리였다.

황제는 눈을 부릅뜨고 반지에서 튀어나온 존재를 바라봤다.

“드, 드래곤…….”

[그대가 황제로구나. 그대의 마법사는 내가 잘 가르쳐서 보내겠다. 다가올 재앙에 대비하거라.]

“정말 드래곤입니까?”

[본인이 거짓말을 해서 뭣 하겠느냐. 다만, 다른 일족 앞에서는 그 말을 조심해야 할 것이야.]

황제는 고개를 숙였다.

이는 위대한 자들에 대한 예의였다.

방금 했던 말이 얼마나 위험했던 발언인지, 그도 인지하고 있었다.

황제의 말은 곧 제국 전체의 말이나 다름없었으니까.

“명심하겠습니다. 위대한 존재여. 그대의 곁에 도리안이 있다면, 안심하겠습니다.”

[드레젠에게도 신경을 써 주거라. 다름 아닌 본인의 맹약자니까.]

“여부가 있겠습니까.”

드래곤의 얼굴이 사라졌다.

팽팽했던 긴장감은 아직도 유지되고 있었다.

모두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드레젠을 바라보고 있었다.

드래곤이라니.

전설로만 전해지던, 그 생물이 직접 나타났다.

“믿을 수가 없군. 정말 재앙이 닥치려는 건가?”

“무의 추종자라는 세력을 알고 계십니까?”

드레젠은 황제를 떠보기로 했다.

황제는 무거운 표정이 되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찾아와서 이런 민감한 주제를 턱턱 던져대니, 조금은 난감했다.

그래, 새로 등장한 신흥강자의 말도 들어보긴 해야겠지.

“발바로사.”

“예, 폐하.”

“응접실을 비워 두도록. 다과도 넉넉하게 내오고.”

“이행하겠습니다.”

어느새 다시 하녀복으로 갈아입은 발바로사가 하녀들을 이끌었다.

황제가 드레젠을 바라보며 말했다.

“잘 알고 있지. 황궁도 나름대로 정보단체를 움직이고 있으니까. 본인은 케이드 백작이 무의 추종자를 어떻게 알고 있는지가 더욱 궁금하군.”

“그건 차차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은…… 듣는 귀가 많군요.”

황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어떤 결정을 내리고, 드레젠 본인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행동이 변하겠지.

드레젠은 내심 기대가 되었다.

이 앞으로는 자신도 모르는 상황이었으니까.

“응접실이 준비되었습니다.”

“가지.”

두 사람은 응접실로 향했다.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순간이었다.

#2

“이제 슬슬 움직여야 하지 않아?”

“눈티아도 당한 거 모르냐? 드레젠은 만만히 볼 놈이 아니야.”

“……그건 그렇지만.”

어딘가 모를 장소에서 두런두런 이야기 소리가 들렸다.

에휴- 하는 한숨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의 말대로, 드레젠은 정말 엄청난 걸림돌이었다.

여기 모여있는 자들은 무의 추종자들.

마족. 베리드를 부려 이 세계를 멸망시키려는 자들이었다.

“의식은 어떻게 되고 있지?”

“이제 금방이지.”

“그럼 그곳으로 밀어 넣어야겠군.”

“방법은?”

함정은 준비되어 있었다.

문제는 그 함정에 대상을 어떻게 밀어 넣느냐였다.

드레젠은 야생동물이나 몬스터가 아니었다.

가장 큰 지상 과제였다.

“그냥 본대를 부르자.”

“그럼 전쟁에서 질텐데?”

“불러야 한다니까? 이곳을 전쟁터로 만드는 것이 본래 계획 아니었어?”

본대.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컸다.

베리드의 본대는 상상을 초월하는 군대였다.

인간의 군대?

아마 본대 병력의 3분의 1도 제거하지 못하고 전멸할 가능성이 컸다.

제아무리 마스터가 많은 인간의 군대라도 소용없었다.

“……그건 그렇지.”

누군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브락시아는 중요한 곳이었다.

이 세계 전체에서 유일하게 생명이 살아 숨 쉬는 곳이었으니까.

브락시아에서 생명이 사라진다면, 베리드가 다시 세계를 건설할 수 있었다.

‘모든 것이 평등한 세상.’

‘그 위에 군림할 수 있는 우리!’

평등한 세상을 만든다는 표면적 의미를 지니고 있긴 했다.

하지만 그들은 인간이었다.

욕심, 욕망, 권력을 가지고 싶다는 감정이 뒤섞인 인간.

더 위로 올라가고 싶은 마음이 가득 들어찬 인간.

“그렇다면, 신성왕국으로 가야겠군.”

“그 꼬맹이도 찾았으니, 함께 처리하자고.”

알 수 없는 곳에서의 밀회.

그들은 방향을 돌려, 신성왕국으로 향했다.

중앙 전체를 넓게 차지하고 있는 브레이시스 제국의 북쪽에 있는 거대한 왕국.

그곳에서부터 다시금 출발하기로 했다.

#3

황제는 인상을 찌푸린 상태로 드레젠의 이야기를 듣는 중이었다.

그의 말이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는 몰랐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예상보다 많은 것들을 알고 있었다.

“……거기까지 알고 있을 줄은 몰랐군.”

“지금까지 제가 세상에 나오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과연-.

황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라, 기회를 보고 있던 건가.

브레이시스 제국은 넓었고, 아직 완전히 개척되지 않은 곳도 있었다.

이를테면, 파베론 산맥이라던가.

“그들은 제국, 그리고 인류의 적이겠지. 하지만-.”

“…….”

드레젠은 황제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어떤 말을 꺼낼까.

황제는 속내를 감추지 않아도 된다.

황제는 누군가를 속이지 않아도 된다.

황제는 모든 것을 자신의 뜻대로 한다.

그렇기에, 그는 앞으로 그가 나아갈 행보를 선언할 것이다.

-황제님 젭알

-진짜 제국이랑 싸우면 질질 끌린다구ㅜㅜ

-와 진짜 그러면 난리나겠네;;

-안된다 황제야ㅜㅜ

시청자들도 난리가 났다.

최고 권력자와 한판 붙는 건 정말, 정말로 어려운 일이었으니까.

그럼에도 드레젠은 각오가 되어 있었다.

저번에는 무서워서, 힘들어서 도망쳤지만-.

‘지금은 아니야.’

제국 전체와 전쟁을 하고, 아무리 힘들고 죽어도 도전할 수 있었으니까.

‘게임’이라는 틀은, 결국 플레이어의 승리가 예정되어있는 시나리오니까.

언제든지 그의 뒤에서 목을 날릴 수 있는 사신이 준비되어 있었다.

“-지금은 내실을 먼저 다질 때네. 제국, 그리고 다른 왕국들은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었지.”

“도리안 경에게 들은 바가 조금 있습니다만.”

“프로젝트에 대해서 알고 있었나?”

황제가 깊은 한숨을 쉬었다.

프로젝트.

그의 머릿속에서 나온 것은 아니었다.

인간을 초월한 자들.

그리고 각국의 왕들이 한데 모인 자리에서 기획했던 프로젝트.

“용사를 육성하는 프로젝트였죠. 대충은 알고 있습니다.”

실은 자세하게 알고 있었지만.

드레젠은 무표정하게 황제를 바라봤다.

“그 프로젝트만 성공한다면, 우리는 재앙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걸세.”

“아닐 겁니다.”

“……뭐라?”

순간적으로 흉포한 마나가 치솟았다.

드레젠은 차근차근 이유를 설명했다.

그가 느꼈던 것들, 그리고 용사들이 느낄 감정들.

“대현자가 계획했겠죠. 하지만 그도 완벽한 것은 아닙니다. 폐하.”

“-그래. 그들이 배신이라도 한다면, 끔찍한 일이 벌어지긴 하겠다만.”

“그래서 폐하께서 반대해야 합니다. 가장 영향력이 큰 분이기 때문입니다.”

황제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생겼다.

황제.

대륙의 패자의 고민은 깊었다.

“아이러니하군. 황제가 고민하게 만들다니.”

“-그만큼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당장은 수락할 수 없네. 하나 그대가 말했던 것들이 한 번이라도 사실로 입증된다면, 내 전면에 나서서 백작을 지원해 주도록 하겠네.”

드레젠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라면 만족할 만한 결과였으니까.

황제가 먼저 일어섰고, 그가 따라 일어섰다.

“이야기는 여기까지 해 두지. 엘프들은……드래곤의 보호를 받겠군.”

“그렇습니다.”

“그럼 본인도 힘을 실어 줘야겠지.”

갑자기 그가 홀로 중얼거렸다.

귀족들의 반발이 심할 수 있겠지만, 드레젠이라면 그 정도 이름값은 충분히 하고도 남지.

감히 황제의 말에 거역할 수 있는 자는 없을 것이다.

“신성왕국에 볼일이 있다고 했나?”

“예.”

“무엇 때문인지 물어봐도 되겠는가?”

“-스카이워커 가문에 관한 일입니다.”

황제 역시 스카이워커 가문을 잘 알고 있었다.

브레이시스 가문과 긴밀한 연결고리가 있는 가문인데, 어찌 모를까.

그의 안색이 딱딱하게 변했다.

드레젠과 스카이워커 가문이 긴밀한 관계였을 줄이야.

“스카이워커 가문의 생존자가 있었나?”

“제 밑에서 크고 있습니다. 어디, 폐하께서 알고 계신 것도 있습니까?”

“그거 공교롭군.”

황제가 미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 역시 스카이워커 가문의 비밀 하나를 간직하고 있었으니까.

황제의 입이 다시 열렸다.

“내 아들내미 중 하나도, 스카이워커 가문의 생존자를 거두고 있거든.”

그건 또 새로운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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