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한 절대자의 뉴비생활-185화 (186/279)

제 185화

185화 – 두 번째 만남

#1

“하, 진짜 저렇게 신랄하게 까니까 할 말이 없네.”

“진짜 우리 프로 맞냐?”

“정신 차리고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해. 알겠어?”

오늘 패배한 용성의 선수들은 옹기종기 모여서 드레젠의 방송을 보고 있었다.

아슬아슬하게 졌던 순간들.

아쉬웠던 순간들이 다시 지나갔다.

특히 하이츠의 아트 선수는 묘기에 가까운 움직임을 선보였다.

“여기, 아트 선수의 절묘한 타이밍이 스킬을 막았습니다. 이 스킬은 광역으로 들어가는 스킬이었죠? 만약 들어갔으면 상황이 달라졌을 거예요.”

드레젠은 아트의 활약을 중점으로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아쉬웠던 점, 상대방이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었을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도 빼먹지 않았다.

선수들, 그리고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들을 콕콕 집어서 설명하는 능력이 대단했다.

“이렇게 보니까, 우리가 질 만했네.”

“에라이, 그렇게 인정하면 되냐?”

“납득을 해야 다음엔 더 잘하지! 오늘은 늦었으니까 다들 푹 쉬어. 내일모레 또 경기 있을 거야.”

프로리그가 시작된 만큼, 선수들도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벌써 팬클럽이 만들어지고, 서포터즈가 일어날 조짐을 보였다.

선수들은 지난날, 준비해왔던 것들을 마음껏 선보일 기회만을 엿보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드레젠이 코치로 들어간다는 소식은 전혀 몰랐다.

“이로써 리뷰를 마치겠습니다. 벌써 시간이 꽤 늦었네요.”

행사를 마치고, 뒤풀이 파티를 하고, 영상 분량까지 뽑아내니 벌써 새벽 3시를 훌쩍 넘기고 있었다.

외국 시청자들은 이제 막 오전이 된 상황이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북미랑 유럽 리그 개막전인가.’

북미에 있는 가브리엘이 생각났다.

LA에서 열리는 서부 리그의 개막전은 현지 시각으로 오후 여섯시에 시작할 예정이었다.

한국 시각으로는 오전 10시가 되는 샘.

공교롭게도, 그때까지 시간이 딱 맞았다.

“오늘 오전 10시에 북미 리그가 시작하죠?”

-그렇죠.

-설마 그것도 보실 생각이신가?

-어우;; 완전 피곤하시겠는데;;

-몸 생각하면서 하세요

-맞아 몸 생각하셔야죠

자신을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이들이 보였다.

브락시아에서는 느껴보지 못했던 따스함이었다.

몇몇 동료들은 진심으로 그를 걱정해주기도 했었다.

대부분 이종족이라는 것이 문제였지만.

‘인간은 어떠한 환경에서 살아가느냐에 따라 정말 다르구나.’

드레젠은 속으로 뇌까리곤 말했다.

한층 더 밝아진 목소리였다.

“그러니까, 오늘은 그때까지 노방종으로 달립니다.”

-도랏;;

-아니 선생님?

-ㅋㅋㅋㅋㅋㅋㅋ와 체력 괜찮으심미카?

-오늘이야말로 드레젠 선생님이 죽는 날인가!

-ㅋㅋㅋ정신력이 떨어지면 컨트롤도 떨어지겠지!

이제 드레젠이 언제 죽는지에 대한 내기까지 하고 있었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다.

그가 시니컬하게 툭 내뱉었다.

“그렇게 쉽게 죽진 않을 겁니다.”

다시 회백색의 세상으로 뛰어들었다.

세계가 다시 흘러갔고, 그는 서서히 주변 상황을 받아들였다.

오늘 할 일은 황제를 만나, 도리안에게 있었던 일을 설명하고 그 프로젝트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황제가, 그리고 황궁에 있는 사람들이 마족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알아볼 겁니다.”

이젠 본격적으로 스토리에 끼어들 생각이었다.

이 평화로운 세계를 즐기기 위해서는 더러운 것들을 하루 빨리 치워버려야 했으니까.

더러운 것들 중의 하나는, 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황궁도 포함이었다.

‘끝까지 황제의 정체는 밝히지 못했지.’

그가 아는 것은 이제 거의 다 나왔다.

일곱 영웅, 그리고 그가 겪었던 자들에 대한 정보는 이제 거의 다 드러났다.

이제는 순수하게 여태까지 쌓아온 지식과 경험, 무력으로만 해결해야 할 테지.

‘그래도 위협이 될 만한 것들은 거의 다 치웠다.’

몇 가지만 더 치워버리면 오롯이 그가 원하는 방향으로 전쟁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영웅 노릇을 할 생각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위협을 내버려 둘 생각도 없었다.

굳은 얼굴로 하늘을 한번 바라본 그가 와이렉스를 호출했다.

두 번째 만남은 이전과 같은 분위기는 아니겠지.

“황제의 민낯을 구경하러 가 봅시다.”

-가즈아!

-이제부터 시작인 거 같닼ㅋㅋ

-진짜 꿀잼

-흐흐 오늘은 선생님의 죽음을 구경하겠습니다.

시청자 역시 잠보단 드레젠을 택했다.

시청자 수는 오늘도 끊임없이 올라갔다.

새벽이었음에도 멈추지 않고 올라가는 시청자 수.

드레젠은 하늘을 가르며 미소를 지었다.

‘이젠 괜찮겠어.’

자신도 사람이기에, 두려움이 존재했다.

그건 언제 닥쳐올지 모르는 변수에 대한 것.

사람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닥쳤을 때, 판단력이 흐려지고 이성적인 사고가 옅어진다.

제일 무서운 것은 생소함이라는 말도 있었으니까.

“여러분이 도와주시면 엔딩도 금방 보겠네요.”

설령 죽더라도 괜찮았다.

실패했을 때, 잠시 미끄러졌을 때 응원해 줄 사람들이 있었으니까.

다시 도전하는 것쯤이야, 어렵지 않았다.

실패해도 다시 일어서는 과정이 어려워서 그랬던 것이지.

애초에 그가 살던 세계는 실패가 용납되지 않았던 곳이었으니까.

“상쾌한 마음으로 황제를 털러 가 봅시다.”

이곳에선, 황제도 결국 시뮬레이션의 일부였다.

끝없이 공략하면 언젠가는 무너지게 되어 있는, 실패가 용납되는 곳이었다.

#2

황궁은 때아닌 손님 덕분에 요란을 떨었다.

마침 오늘은 황제가 사냥을 나가는 날이기도 했다.

황제의 사냥.

언제나 이런 곳에서 암살이 벌어지곤 했지만, 내실을 탄탄히 다져놓은 브레이시스 제국은 암살의 위협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다.

“지금 황제 폐하께서는 뒤쪽 숲으로 사냥을 가셨습니다.”

“그래? 그럼 기다리지.”

“그- 백작님.”

하녀장, 발바로사가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분홍색 머리칼, 청색 눈동자가 인상적인 그녀가 드레젠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오늘따라 그녀의 기세가 흉흉했다.

“무슨 일인가?”

“외람된 말씀이지만, 저와 검을 나눠주실 수 있으십니까?”

“하녀장이 누군가에게 가르침을 받을 수준은 아닌 것 같은데.”

“그게 아닙니다. 그저 순수한 검사 대 검사로서 검을 나눠보고 싶을 뿐입니다.”

오늘 그녀는 하녀장이 아닌, 검사 발바로사의 눈빛이었다.

드레젠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발바로사의 검술은 제법 특이했으니, 오랜만에 몸을 풀 생각이었다.

생각해보니, 발바로사를 모티브로 한 캐릭터가 영광의 전당에도 존재했다.

공략해 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좋아, 준비하게.”

“감사합니다. 백작님.”

발바로사의 눈빛이 형형하게 빛났다.

눈빛을 보아하니 제대로 준비한 것 같았다.

발바로사는 하녀들을 시켜 드레젠을 훈련장으로 안내했다.

“발바로사는 영광의 전당에서 구현된 세검 스타일 검사의 원조입니다.”

-오오

-괜히 싸운다는 게 아니었구만

-선수분들 공부하는 시간이닼ㅋㅋㅋ

-와 진짜 모두의 코치 ㅇㅈ

눈티아 이후로는 처음으로 마스터급 강자와의 대결이었다.

드레젠은 어떻게 하면 발바로사를 도발하지 않으면서도 그녀의 스타일을 분석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검사 대 검사로 싸우자고 했으니, 적당히 봐주면서 하다가는 감정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검사는 그런 존재였으니까.

“발바로사는 우리가 알고 있는 기사와 똑같습니다. 성격이 정말 우직하고 자존심이 강한 편이죠.”

단, 자신보다 강한 이에게는 굽힐 줄 아는 사람이었다.

본래라면 군인 체질이었지만, 어째선지 하녀장이 되었다.

왜 그런지는 드레젠 본인도 몰랐다.

이유를 듣기 전에 마족과의 전투에서 전사해버렸으니까.

‘생각해보면 아까운 전력이었지.’

마스터는 귀한 전력이었다.

될 수 있는 대로 살리는 편이 좋겠지.

실없는 생각을 하며, 드레젠은 발바로사를 기다렸다.

곧이어 갑옷을 착용한 발바로사가 등장했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옷을 갈아입느라.”

“괜찮아. 시작할까?”

드레젠은 처음부터 마나를 끌어 올려, 만전으로 임했다.

발바로사는 그의 눈빛을 보더니 꿀꺽, 침을 삼켰다.

어마어마한 기운이었다.

긴장을 조금이라도 놓으면 목이 베일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마스터로서 인정해 주신 건가.’

발바로사는 희미하게 웃으며 오러를 일으켰다.

훈련장에는 벌써 구경꾼들이 모여 있었다.

“그럼, 먼저 갑니다.”

발바로사가 먼저 움직였다.

그녀는 빠른 속도로 싸우는 검사였다.

빠른 발은 곧 하체에서 나오는 법.

쿠웅-!

포탄 터지는 소리와 함께 발바로사의 신형이 쭈욱 늘어났다.

‘한 번의 휘두름으로 일곱 번 공격을 하는 게 주특기였지.’

실제 게임에서도 구현이 되어있는 스킬.

드레젠은 일곱 번의 섬광을 가볍게 피해냈다.

놀라운 것은,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는 것.

발바로사는 가속된 의식 속에서 입술을 깨물었다.

‘칫, 이 정도였다고?’

발바로사는 더욱 빠르게 오러를 휘둘렀다.

그녀의 검 끝에서 채찍처럼 후속타가 들어왔다.

피했다고 생각한 순간, 오러가 쫓아오는 식의 검술이었다.

드레젠은 눈을 부릅뜨고 몸과 가까운 검날을 이용해서 공격을 쳐냈다.

-뭐 보이는 사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가 보여야 공부를 하지ㅜㅜ

-이건 선수들 전용 강의인가?

-ㅋㅋㅋㅋ ㅇㅈ

이 정도라면 눈썰미가 좋은 선수들은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알았을 것.

드레젠은 본격적으로 반격에 나섰다.

콰앙-!

강맹한 속도는 곧 힘이고, 그 힘은 단단한 벽에 부딪히면 산산이 부서지기 마련.

드레젠은 스스로가 거대한 벽이 되어, 발바로사의 검을 받았다.

“크윽-.”

엄청난 반탄력은 마스터의 신체도 아주 잠시 휘청이도록 만들었다.

드레젠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품으로 파고들었다.

고수들의 싸움에서 균형을 잃는다는 것은 목숨을 잃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순식간에 끝나버린 싸움이었다.

“……졌습니다.”

“특이한 검술이네. 모르고 당하면 정말 위험하겠어.”

“백작님은 저와 검을 처음 마주하셨습니다만.”

드레젠은 빙그레 웃었다.

“하녀장이 생각하는 것보다, 난 경험이 많거든.”

“이해했습니다. 가르침 감사합니다.”

가르침은 무슨.

발바로사 정도 되는 인물이라면 패배도 큰 자산이었다.

그녀에게 패배를 안겨준다는 건, 그만큼 엄청난 경지의 검사였기에.

이로써 보완해야 할 점을 알았겠지.

검을 섞고 난 후, 한층 더 친밀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을 때, 난데없이 박수 소리가 들렸다.

“훌륭하군. 백작. 발바로사는 고드먼 경도 상대하기 꺼리는 검사인데.”

“화,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드디어 드레젠이 기다리던 황제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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