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82화
182화 – 프로리그 개막식!
#1
e스포츠의 역사엔 두 가지 게임이 있었다.
처음 e스포츠를 부흥시킨 게임이자, 아직도 민속놀이 취급을 받고 있는 별들의 전쟁.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게임이기도 했다.
연예인 못지않은 스타들을 배출했으며,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을 정식으로 사용하게 된 계기이기도 했다.
“내가 이런 곳에 올 줄이야.”
“왜? 엄마도 게임 좋아했잖아.”
“얘는, 언제 얘기를 하고 있는 거니?”
두 번째는 전설의 리그.
이번에는 AOS게임의 전성기였다.
본격적으로 프로게이머의 연봉이 높아지던 시기.
유입은 더욱 많아졌고, 판은 세계로 커졌다.
그리고 그 계보를 잇는 게임이 오늘 처음으로 대중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드레젠 님!”
“다영 씨, 어서 오세요.”
“어머, 저분은 누구야? 엄마는 저번에 그 처자가 더 좋은데.”
강일은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 어머니를 슬쩍 흘겼다.
그들이 있는 곳은 강남에 있는 봉은사역.
프로리그 개막이라 그런지 엄청난 인파가 몰려있었다.
“안녕하세요! 다영이라고 합니다!”
“어머, 안녕하세요. 강일이 엄마예요.”
다영이 초롱초롱한 눈빛을 빛냈다.
이틀 전 통화 후, 두 사람은 간단한 톡을 나눴다.
어머니가 있어도 괜찮은지, 몇 시에 어디서 모일 것인지 등등.
다영은 강일의 어머니가 누군지 무척 궁금했다.
그래서 상관없다고 강력하게 주장해, 이 자리에 함께 있었다.
“오, 오늘 어때요? 이상하진 않죠?”
“괜찮아요. 보기 좋네요.”
강일은 가볍게 칭찬했다.
오늘 다영은 확실히 신경 쓴 티가 많이 났다.
샵에서 머리까지 했는지, 컬이 통통하게 살아있었다.
“어? 다영 아냐?”
“진짜? 어디?”
그녀의 얼굴은 이미 공개된 상태.
간간이 알아보는 자들도 생겼다.
강일은 일부러 기세를 피워 주변 사람들이 함부로 다가오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걸 뚫고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은 그런대로 인정해 줄 생각이었다.
“여긴 사람이 너무 많으니까, 일단 들어가죠.”
“네.”
“이야, 우리 아들 완전 스타네?”
“얼른 따라와.”
강일은 두 여자의 손목을 가볍게 잡고 성큼성큼 걸어갔다.
인파가 많이 몰리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그 때문에 강일은 각별히 신경 썼다.
누구보다 어머니와 함께 왔기에 제법 집중했다.
“강일 님 되십니까?”
앞쪽에서 정장을 입은 사내들이 다가왔다.
하이디엔의 지시를 받은 경호원들이었다.
특별한 지시를 받은 그들은 강일 일행과 접촉해 사정을 설명했다.
“대표님께서 VIP실로 안내를 명령했습니다. 어머님이랑 다영 님, 맞으신가요?”
“네.”
“가시죠.”
엄중한 경호를 받으며 걸음을 옮기는 일행에게 시선이 몰렸다.
빠른 걸음으로 사라진 그들에게 신경 쓸 겨를은 없었다.
관계자나 중요한 사람이겠거니 하며 시선을 돌릴 뿐.
그들의 관심은 오직 관중석에 빨리 앉는 것이었다.
#2
VIP실엔 하이디엔이 먼저 와서 기다리는 중이었다.
그녀는 강일을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어서 오세요. 강일 님. 기사를 보낼 걸 그랬나 봐요.”
“됐어. 그렇게 신경 안 써줘도 돼.”
“아, 안녕하세요오.”
“어머, 반가워요. 많이 피곤해 보이신다.”
뒤이어 다영과 임수아 여사의 인사가 이어졌다.
하이디엔은 그녀들의 인사도 꼼꼼하게 받아주었다.
어마어마한 미모에, 다영은 넋이 나가 있었다.
자리에 앉은 네 사람은 오늘 있을 행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아, 강일 님 자리는 여기에요.”
경기가 제일 잘 보이는 곳을 VIP석으로 지정했고, 하이디엔, 드레젠(강일), 이현성 등등 관계자들의 이름표가 있었다.
그 바로 뒷줄엔 다영과 유명 스트리머들의 자리가 배정되었다.
강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 캠에 잡힐 수도 있어요. 괜찮겠어요?”
“이젠 괜찮아.”
“아, 우리 드레젠 님 잘생긴 얼굴은 저만 보고 싶었는데.”
하이디엔은 가벼운 농담으로 분위기를 풀어 주었다.
그녀 덕분에 분위기는 정말 좋게 변했다.
뒤이어 VIP석에 앉을 사람들이 속속 들어왔다.
다영은 구석에 앉아 사람들을 구경했다.
‘이런 분들이랑 같이 얘기할 수 있다니, 정말 꿈만 같다. 히히.’
그녀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드레젠의 어머니, 임수아 여사를 쫓았다.
사실 이런 곳에 있으면 불편하기 마련이었다.
높은 사람들.
홀로 무언가를 이뤄내거나, 압박감이 심한 곳에서 자란 이들이 내뿜는 분위기란 것이 있었다.
“호호, 반가워요. 우리 아들이 잘 하고 있는지 모르겠네.”
엄청난 사람들 사이에서 기죽지 않고 유창하게 말하는 모습은 멋있기까지 했다.
이현성은 하이츠의 구단주였고, 하이디엔은 브락시아의 대표였다.
게다가 다양한 구단의 구단주, 감독도 왔다.
그런 인파 속에서도 당당히 빛나는 드레젠 역시 대단했다.
‘이름이 강일…… 이라고 했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사이, 행사 시작 시각이 다가왔다.
모두가 인사를 하고 각자의 위치로 떠나갔다.
하이디엔은 세 사람을 친절하게 안내해 주었다.
밖으로 나가니 웅성거리는 소리와 홀을 가득 메운 음악 소리가 들렸다.
“옛날 생각나네.”
“엄마도 별들의 전쟁 직관 왔었지?”
“그럼~ 임요훈 선수는 엄마의 우상이었어.”
비록 지금은 게임 하는 모습을 볼 수 없었지만, 그 시절엔 수많은 자의 우상이었다.
두런두런 이야기하며 자리에 앉았다.
다영은 한 줄 뒤에, 강일과 임수아 여사는 VIP석에 착석했다.
다영을 알아본 스트리머들이 인사를 건네왔다.
“다영 님? 와아, 저 풍월입니다. 안녕하세요.”
“아! 풍월 님! 완전 팬이에요! 안녕하세요!”
“아, 저는 강아집니다. 안녕하세요~.”
다양한 스트리머들이 인사를 건넸다.
다영은 정신없이 인사하고 친목을 다졌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 모두 내로라하는 스트리머였으며, 드레젠의 팬들이었다.
그래서 다영에게 물었다.
“다영 님! 드레젠 님 실제로 보셨나요!?”
“아, 그렇죠? 같이 합방도 했으니까요.”
“와! 실물! 실물 어떠신가요? 여기에 오셨어요?”
스트리머들의 관심이 폭발했다.
다영은 잠시 머뭇거렸다.
이걸 알려줘야 하나?
왠지 실례가 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녀의 고운 미간이 좁게 모아질 때, 드디어 행사가 시작되었다.
[여러분 반갑습니다! 이야, 정말 많은 분들이 모여 주셨군요! 오늘이 무슨 날인지 다들 아시나요?]
예에-!
쩌렁쩌렁한 음성이 울렸다.
화려한 조명, 무대 장식, 그리고 거대한 무대를 몇 번이나 겪어본 진행자까지.
완벽하게 준비한 무대가 진행되었다.
[그리고 오늘, 특별한 분들이 오셨습니다. 다들 비춰 주세요! 브튜브나 방송국에서 보던 사람들이 다 모였어요!]
캠이 아마존 TV의 유명 스트리머들을 한 명씩 비춰 주었다.
꺅꺅 소리가 난무하고, 스트리머들은 손을 흔들었다.
얼굴을 공개한 이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이도 있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얼굴 공개를 하는 이들도 존재했다.
[이분도 오셨어요!? 이야- 얼굴도 공개하셨군요! 여러분, 소개합니다!]
캠이 강일의 얼굴을 잡았다.
잘생긴 얼굴에 미소가 드리웠다.
그의 좌석엔 ‘드레젠’이라는 이름이 박혀 있었다.
사람들이 그 이름을 보고 환호했다.
우와아아아아아아-!
쩌렁쩌렁한 함성!
드레젠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와, 정말 엄청난 인기입니다. 앞에 마이크 있는데, 한 말씀 해 주시죠.]
강일이 앞에 있는 마이크를 들었다.
순식간에 좌중이 조용해졌다.
그가 무슨 말을 할지 모든 이목이 쏠렸다.
“반갑습니다. 드레젠입니다. 이렇게 진짜 모습으로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초대해 주셔서 감사하고……좋은 경기 부탁드립니다.”
우레와 같은 박수가 울렸다.
다양한 함성이 들렸다.
바로 뒤에 앉아있던 스트리머들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아니 진짜 실물이 더 잘생긴 거 뭐야!”
“와 대박. 다 가진 남자였잖아?”
“다영 님이 부러워진다.”
“하, 하하…….”
다영은 부러움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드레젠, 강일의 미모는 연예인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으니까.
사람들은 너도나도 강일과 합방을 하고 싶어 했다.
[지금부터 세이브 더 브락시아 프로리그! 영광의 전당의 프로리그 개막식을 시작~~~~~하겠습니다!]
본격적인 경기에 앞서, 축하 무대와 다양한 행사가 준비되었다.
유명한 아이돌 그룹과 다양한 가수의 무대.
후원해주신 분들과 아마존 TV의 짤막한 축하사.
일반인들을 상대로 한 다양한 이벤트까지.
아주 알찬 시간들이었다.
“요즘은 정말 잘 돼 있네.”
“그치? 브락시아의 기술은 세계 최고라고.”
“이번에 엄마도 캡슐 하나 주문해도 되나?”
“아, 그거라면 문제없어요. 강일 님이 이벤트에 당첨돼서, 최고급 캡슐 하나를 지급해 드리기로 했거든요.”
“아! 그래요?”
“그러고 보니, 그런 이벤트가 있었지.”
강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잘 됐다.
새로운 집에 들여놓을 생각을 하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어머니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되기도 했다.
그 사이 드디어 개막전 본 게임이 시작됐다.
“프로 선수들 실력은 어때?”
“기량이 많이 올라왔어요. 보기에 어떨지는 몰라도 뒤처지는 자는 없던데요?”
“흠, 그렇군.”
강일은 냉철한 시선으로 스크린을 바라봤다.
팔짱을 끼고 집중해서 바라볼 생각이었다.
이 자리는 그에게도 상당히 중요한 자리였으니까.
보험은 들어놓는 것이 좋으며, 그 보험이 많을수록 좋았다.
일단 그는 큰형님의 아들, 크리스를 생각하고 있었다.
‘슬슬 그놈도 키워야 하고…… 이미 성장한 성인들은 어디까지 나갔을까?’
다른 이의 플레이를 거의 보지 못했던 강일이였다.
플레이어들의 정점이라고 볼 수 있는 프로들.
과연 그들의 실력은 어느 정도인지 궁금했다.
[원래는 영광의 전당, 즉 콜로세움 경기만 있었는데요, 수많은 유저분들의 요청으로 새로운 모드도 나왔죠?]
[그렇습니다. RPG의 꽃이 뭡니까! 바로 레이드죠! 레이드와 PVP를 응용한 모드가 나왔습니다.]
모드의 개요는 이러했다.
보스 몬스터를 두고 두 팀이 각축전을 벌인다.
각 팀은 상대편에게 방해 공작을 걸 수 있었다.
잡몹을 소환할 수도 있었으며 버프, 디버프를 걸 수도 있었다.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전장이 달라졌다.
‘결국, 피지컬 싸움인가.’
꽤 잘 만들었다.
게다가 침입 시스템도 있어서, 보스의 편에 서서 상대 팀을 공격하는 것도 가능했다.
여러모로 판단할 것이 많은 모드였다.
[그럼 첫 번째 경기부터 만나 보시겠습니다!]
경기가 시작되었다.
첫 경기는 하이츠와 용성의 대결이었다.
화려한 조명 속에서, 스크린에 화면이 떠올랐다.
무장을 하고 있는 프로 선수들.
강일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스크린을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