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한 절대자의 뉴비생활-181화 (182/279)

제 181화

181화 – 드래곤의 제자

#1

“할게요. 충성.”

“정말인가?”

“제게 마법보다 중요한 길은 없습니다.”

최고의 마법사가 되기 위해 달려왔다.

글을 읽을 때부터 마법을 배워왔다.

항상 ‘너는 최고가 되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살았다.

그녀 자신도 그렇게 살아왔고.

“그럼 계약을 하지.”

“……하지만 남녀 사이는 인정해 주실 거라 믿습니다.”

“아, 그거까진 상관하지 않아. 중요한 순간에 내게 도움이 되느냐, 그게 문제지.”

도리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라면 할 수 있었다.

황제의 컨트롤이야, 자신이 중간다리 역할을 잘 하면 될 터.

그는 자신의 말이라면 드래곤도 토벌하러 갈 위인이었다.

상황이 참 묘하게 돌아갔다.

‘이 나라의 실질적인 주인이 되어가려 하는 건가?’

그녀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이런 상황이라면 알게 모르게 모든 것이 드레젠의 뜻대로 돌아가겠지.

황제가 이 상황을 알게 된다면 또 한바탕 난리가 날 것 같았다.

똑똑한 그녀였기에 상황이 전부 그려졌다.

‘그렇게 둘 수는 없지.’

황제와 권력자.

둘이 대립하면 나라 전체가 쪼개질 수도 있었다.

그 상황이 된다면, 침입자들을 막아낼 수 있을까?

지금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완수할 수 있을까?

아니, 절대 불가능했다.

“제가 잘 조율할 수 있습니다. 절대 황제가 당신과 대립하지 않게 하겠어요.”

“좋아, 계약은 절대 어길 수 없으니까.”

니오베는 흐뭇한 얼굴로 드레젠을 바라봤다.

그녀가 직접 공증을 서 주기로 했다.

드래곤의 이름이 들어간 계약은, 무슨 수를 써도 파기가 불가능했으니.

도리안은 굳은 결의와 함께 계약에 응했다.

“이걸로 되었다. 드레젠은 이걸 가져가도록 하거라.”

니오베는 반지 하나를 내밀었다.

반지의 옵션은 다음과 같았다.

[맹약의 증표]

[마법 방어력 + 10%]

[맹약 : 니오베 엔드라]

[맹약의 효과로, 언제든지 니오베와 통신할 수 있습니다.]

[맹약의 현신 : 드래곤 – 니오베 엔드라 5회 소환]

어마어마한 아이템이었다.

무려 드래곤과 개인적인 친분을 만들 수 있는 아이템.

게다가 그 드래곤을 소환까지 할 수 있는 효과까지 있었다.

그녀는 부드럽게 드레젠의 손을 잡아, 반지를 끼워 주었다.

“……여기에 끼우는 의미는 알고 계신 겁니까?”

“후후, 당연하지. 누가 감히 드래곤의 맹약 위에 선단 말이냐?”

그녀가 잡은 손은 왼손.

반지가 있는 손가락은 약지였다.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아는 의미이기도 했다.

-아니;;

-청혼을 받는다고?

-ㅋㅋㅋㅋㅋㅋ 이거 진짜 판타지 소설이잖아;;

-아ㅋㅋㅋㅋ이제 심지어 드래곤까지 꼬셨어!

시청자들 앞에서 이런 일을 하자니, 괜스레 웃음이 나왔다.

그는 현실이었지만, 보고 있는 자들은 다소 민망할 수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가 우려하던 반응은 나오지 않았다.

-이거 완전 드라마;;

-요즘 드라마보다 훨씬 재밌다우ㅜㅜㅜ

-진짜 왕언니랑 알콩달콩 가자!

-진짜 심장 뿌신다고ㅜㅜㅜ

의외로 드레젠에겐 여성 팬들이 많다는 사실.

멋있는 남자 주인공과 판타지에서 나오는 여자 주인공의 연애는 소설 소재로도 많이 쓰였다.

전투로 점철된 진행 도중에 이렇게 달달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환영이었다.

가끔은 마음의 안정도 취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럼 이제부터 아가는 내 레어에서 지내면 되겠고-, 드레젠은 뭘 할거지?”

“파베론 산맥에 엘프들이 정착하고 있습니다. 그들을 도와주고 개인적으로 처리할 일을 해야죠. 그리고-.”

드워프.

골렘들을 만들 공장이 필요했다.

마족의 하이브를 효과적으로 상대하기 위해서는 골렘이 필수였다.

골렘을 조종하는 자들은 일반 병사로 대체해도 괜찮았다.

오러가 필요 없었으니까.

“드워프를 찾으러 갈 겁니다.”

“흐응, 저주받은 일족을? 왜지?”

“그들을 저주로부터 구해낼 생각입니다.”

드레젠의 말을 들은 니오베가 싱긋 웃었다.

그래, 세상을 구하려면 이 정도 포부는 있어야지.

그녀는 그의 행보를 적극 주시할 생각이었다.

단순히 변덕이기도 했지만, 강한 이끌림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분들 이후, 이렇게 강한 존재는 처음이네.’

그녀는 그 옛날 세상을 변화시켰던 위인들을 떠올렸다.

‘천마’라고 불렸던 스카이워커의 초대 가주.

드래곤마저 압도할 정도로 뛰어난 마법 실력을 가졌던 ‘아르간달’

모든 드래곤의 어머니이자, 대모의 위치에 있던 은빛 용 스텔라.

토르, 로키, 그 밖의 다양한 영웅들.

‘그분들이 떠오르다니, 나도 오래 살았군.’

그녀는 잠시 추억에 잠겼다.

아르게논 대륙에 있던 인간을 절멸했을 때가 생각났다.

후회가 제법 되는 일이었지.

“그래. 내가 너를 후원해 주마. 그린 드래곤의 로드로써.”

“감사합니다.”

그린 드래곤 로드 니오베 엔드라.

드레젠이 어마어마한 뒷배경을 얻은 순간이었다.

#2

“그럼, 잘 지내고 있어요.”

“네. 폐하께 안부 전해주세요.”

도리안은 유려한 필체로 쓰인 편지를 드레젠에게 넘겼다.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황제에게 이걸 전해주는 일이었다.

황제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

드레젠이 도리안에게 말했다.

“그 프로젝트, 안 하는 것이 좋을 겁니다.”

“네? 어떤…… 설마, 그것도 알고 계셨어요?”

“용사를 소환한다…… 말이 좋아 용사지, 그냥 전투 노예 아닙니까.”

“…….”

도리안의 입술이 달싹였다.

무어라 말을 하고 싶었지만, 맞는 말이라 그럴 수가 없었다.

용사 프로젝트.

브레이시스 황궁뿐만 아니라, 신성왕국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참여한 초대형 프로젝트였다.

“이계의 사람을 끌어와서 용사로 각성시킨다……몇 번만에 성공할 것 같습니까?”

-Xㄴ 사악하네;;

-완전 소설;;

-진짜 당하는 사람은 뭔 죄냐고ㅜㅜ

-다 부숴버리죠!

끔찍한 사실이 하나 더 있었다.

드레젠이 숨기고 말하지 않았던 것.

아직도 떠올리기만 하면 헛구역질이 나올 정도였다.

이따금 악몽이 되어 그를 괴롭히기까지 했다.

그와 일곱 영웅, 그리고 황제 외에는 아무도 알지 못했던 사실.

“버티고 버티는 자가 나타날 때까지, 얼마나 많은 용사가 희생될지 생각해 보셨습니까?”

드레젠은, 초대 용사가 아니라는 것.

그의 전대, 전전대, 전전전대 용사가 죽어 나갔다.

용사로 만들어지지 않아서, 버티지 못해서.

그렇게 전쟁이 시작되었고, 강일이 소환된 것이었다.

“……저는, 저희는 한 번에 성공할 수 있습니다.”

“그 오만함이 죄 없는 이들을 얼마나 고통스럽게 할지, 당신들은 모를 겁니다.”

도리안은 순간, 드레젠에게서 복수심을 느꼈다.

마치 자신이 그 용사인 것처럼.

그래서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한 번 더 따져 물었다간 두 동강이 날 것 같았으니까.

“어쨌든, 그 프로젝트는 멈추는 것이 좋을 겁니다. 이곳에 있는 사람으로도 충분하니까.”

“……지금은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당신의 뜻은 알았어요.”

도리안은 그 말을 끝으로 몸을 돌렸다.

그녀의 표정은 몇 년 정도 늙어 보였다.

드레젠의 말이 머릿속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다.

‘그래. 도의적으로 어긋난 일이긴 해.’

완고했던 그녀의 마음에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다.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를 바라본 드레젠.

그가 미소를 지었다.

쿠웅-.

드래곤 레어의 문이 닫히고, 그가 입을 열었다.

“세뇌는 그럭저럭 잘 진행되고 있군요.”

-진짴ㅋㅋㅋㅋㅋㅋㅋ

-이게 다 무야!

-연기자 하세요 예?

-너무 사악하자나ㅜㅜ 진짜 좋앜ㅋㅋㅋㅋ

“용사 프로젝트에 대해서 설명 해드릴까요? 가는 김에.”

-오랜만에 돌아온 역사 공부 시간!

-이계의 존재를 소환하다니;; 몇 년 전 클리셰냐고

-와 근데 영문도 모르고 소환된 사람은 대체 무슨 느낌일까?

-못 버티면 죽는 게 더 억울할 듯 ;;

드레젠은 터벅터벅 산길을 내려갔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어디서부터,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까 고민이 되었다.

처절했던 순간이 하나씩 떠올랐다.

그래-, 그렇게 하면 되겠구나.

‘베타 테스터니까.’

그 말을 하는 것도 웃기긴 했다.

“베타 테스트의 제가 그 용사였습니다. 그 용사가 이 게임의 진정한 주인공이거든요.”

-!?

-아니 이렇게 스포를!?

-스포라니이이이이이ㅣ!

-스포충이었다니! 이럴 수갘ㅋㅋㅋㅋㅋ

“여러분에겐 스포가 이닐 수도 있습니다. 이야기는 언제나 변하니까요.”

-그것도 ㅇㅈ

-이런 이야기 듣는 거 좋음ㅋㅋㅋㅋ

-스포무새들은 음소거 해라^^

-나는 들을란닼ㅋㅋㅋㅋ

세이브 더 브락시아는 정해진 스토리가 없었다.

유저들이 만들어나가는 세계.

각자의 스토리를 가진 세계.

그것이 이 게임의 모토였으니까.

“용사의 실험이 무엇인지, 그 용사가 어떤 일을 담당하는지, 어떻게 싸우는지 다 알고 있죠. 그래서 제가 이런 퍼포먼스를 보일 수 있는 겁니다.”

-ㅜㅜ

-이렇게 선생님의 비밀이 밝혀졌구만

-어땠어요?

“궁금하세요? 그런데 이제 종료할 시간이 되었는데-.”

[‘크리드’님 50,000,000코인 후원!]

[영상으로 제작해주시면 더 후원하겠습니다!]

-엌ㅋㅋㅋㅋㅋ

-큰손님 느낌표까지 붙인 거 봨ㅋㅋㅋㅋㅋㅋ

-으악 형님 흥분하셨네!

[‘뉴비환영해!’님 10,000,000코인 후원!]

[사장님 저도 알고 싶어요.]

-매니저님ㅋㅋㅋㅋㅋㅋ

-자기 월급 가져다 바치는 수준 무냐곸ㅋㅋㅋㅋ

-사장님이 돌려주실 거야! 응!

-어림도 없짘ㅋㅋㅋ

후원이 빵빵 터졌다.

드레젠은 피식 웃었다.

이렇게 무식하게 후원하는 것도 이젠 익숙해졌다.

그는 오늘 하루, 썰을 풀기로 했다.

“그럼 2부 방송 동안 이야기보따리를 풀도록 하겠습니다.”

시청자들의 환호를 들으며, 쉬는 시간을 가졌다.

캡슐에서 나와, 달력을 바라본 그는 한 가지 사실을 떠올렸다.

“오, 개막전이 내일모레네.”

드디어 프로리그를 관람할 수 있게 되었다.

전 세계에서 동시에 개최되는 프로리그.

과연 어떤 광경이 펼쳐질지 궁금했다.

내일모레는 휴방을 해야 하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핸드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다영 씨?”

“아, 안녕하세요! 지금 통화 가능하신가요?”

“네, 잠시 쉬는 시간이라-.”

“다행이에요. 혹시 내일모레 개막전 가시나요? 저도 초대장을 받았는데…….”

강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하이디엔은 관계자이자 주최자로서 먼저 가야 했다.

안 그래도 아쉽다고 톡을 이만큼 보냈더라.

인맥이 따로 없는 강일은 어머니, 그리고 다영과 함께 가기로 했다.

“아, 그날 강아지 님이랑 마녀 님이랑 다들 오신대요.”

“그래요? 얼굴 볼 수 있겠군요.”

“그렇겠죠? 저도 다들 만나서 친해지고 싶어요!”

그녀의 목소리는 쾌활했다.

강일은 곰곰이 생각했다.

내일, 그리고 모레 정도는 휴가로 쓰고 싶어졌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