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한 절대자의 뉴비생활-174화 (175/279)

제 174화

174화 - 마나를 깨워라

#1

합격을 받지 못한 이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억울해하는 이, 절망하는 이, 실망하는 이, 오히려 투지를 불태우는 이까지.

드레젠은 그들 하나, 하나를 보며 좋은 기사가 될 수 있는 아이들을 눈에 담았다.

세상은 불공평하다.

당연히 재능도 평등하게 주어지지 않았다.

“실망하거나 절망하는 놈이 더 바보다. 너희들은 아직 어리고,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니까.”

“……그렇다면 저희도 크리스 형처럼 강해질 수 있나요?”

“어떻게 훈련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 가능성은 충분해.”

아이들의 잠재력은 말 그대로 잠재력일 뿐, 꼭대기까지는 닿지 않아도 높은 곳까지 오를 수는 있었다.

제아무리 어릴 때 천재 소리를 들어도 조금만 삐끗하거나 게으르게 행동하면 따라잡히는 것이 이 바닥이었으니.

드레젠은 조금씩 펴지는 얼굴을 하나하나 바라보며 희망을 심어 주었다.

“너희에게 은화를 주진 못하지만 축복을 내려 줄 수는 있단다. 그러니 이를 악물고, 무슨 역경이 닥쳐와도 포기하지 말거라. 알겠지?”

“예! 백작님!”

씩씩하고 우렁찬 목소리에 드레젠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역시 아이들은 다루기가 쉬웠다.

조금만 머리가 더 굵어진 상태였다면, 스스로 판단하고 절망의 늪에 빠졌으리라.

아이들은 그런 점이 적어서 다행이었다.

“자, 그럼 오늘부터는 내가 직접 가르쳐 주마. 그리고 이제 친구들이 많이 올 거야. 선배들도 올 거고. 그들과 한솥밥을 먹으며 지내야 한단다.”

“친구요?”

“그래. 마침 저기 오는데?”

드레젠이 훈련장 입구를 가리켰다.

하늘하늘한 옷을 입고 있는 아이들이 눈에 보였다.

하이디엔이 보내겠다고 한 엘프의 아이들이었다.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똘망똘망한 눈망울을 가졌고, 도톰한 입술과 진한 눈썹을 가진 것이 특징이었다.

이곳에서 훈련하고 있는 이들도 엘프의 존재는 알고 있었다.

“에, 엘프입니까?”

“그래. 좋은 경쟁 상대가 될 거다.”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크리스가 검을 쥔 손에 힘을 더했다.

오랜만에 느껴 보는 호승심이었다.

느껴지는 바로는, 저들 중에서 상당수가 자신과 비슷한 경지에 이르렀으니까.

‘마침 잘됐어.’

정체기라는 것에 부딪힌 참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드레젠을 잡고 이것저것 물어보고 싶었으나 그는 성주이자 귀족, 이 땅을 다스리는 최고 지도자였다.

그의 시간을 빼앗을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얘기하지 못했었다.

내심 아쉬운 마음을 훈련으로 달래고 있었던 하루하루.

이젠 본격적으로 흥을 내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안녕하십니까, 드레젠 님. 요한나라고 합니다.”

“반가워요. 이들이 훈련받을 아이들입니까?”

“그렇습니다. 총원 열둘. 모두 70세에서 100세 사이의 소년, 소녀들입니다.”

-할무니 아님?

-ㅋㅋㅋㅋㅋㅋ으악ㅋㅋㅋㅋㅋ

-아니 이건 합법 아니냐! 합법!

-매니저 쳐 내요!

[해당 사용자가 제재되었습니다.]

채팅 창이 난리가 났다.

엘프의 유년기는 50세까지로 규정한다.

51세부터 100세까지는 성장기로, 보통 이때 훈련을 많이 하는 편이었다.

100세부턴 성인으로 취급했다.

“안녕하십니까. 은인이시여.”

귀가 뾰족한 엘프 아이들이 공손하게 인사했다.

드레젠은 고개를 끄덕이고 이름을 하나씩 물었다.

다양한 이름들이 쏟아졌고, 드레젠은 하나씩 곱씹으며 재능을 확인했다.

‘크리스와 비견될 녀석은 없네. 하지만 지금 실력은 대등하군.’

인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오랜 시간을 사는 엘프였다.

외관은 이렇게 보여도 쌓아 온 마나도, 경험도 달랐다.

그래서 드레젠은 인간과 엘프의 간극을 메울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냈다.

“이제부터 너희들은 멘토가 될 거다. 여기, 어린 친구들과 함께 지내면서 친해지고, 엘프의 문화를 가르쳐 줘. 또한 너희들은 인간들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연습도 해야 할 거다.”

“알겠습니다. 은인.”

드레젠은 조를 나누고, 적당한 실력대로 배치했다.

놀랍게도 평균 전투력이 비슷해졌다.

크리스까지 포함해서.

“첫 번째 과제는 먼저 마나를 익히는 거야. 너희들이 버티지 못한 것도 마나가 부족해서다.”

마나.

강함을 좌지우지하는 힘.

그것을 먼저 깨쳐야 진정한 기사의 길로 들어섰다고 할 수 있었다.

최우선 과제는 이곳에 있는 모두가 마나를 능숙하게 다루게 하는 것이었다.

드레젠은 일부러 계속 마나를 퍼뜨리고 있었다.

“오늘부터 24시간 동안 계속해서 마나를 퍼뜨리고 있을 거다. 빠르게 느끼는 사람은 홀로 마나를 모을 수 있도록 해.”

“알겠습니다.”

이전과 같은 압박은 아니었다.

마나를 넓고 얕게 퍼뜨려 농도를 훨씬 짙게 만들었을 뿐.

그것만으로도 재능 있는 자들은 벌써 마나라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엘프들이 그러했고, 록시가 그랬다.

“이, 이게 마나?”

“와, 엄청 신기해요!”

“잘했구나. 다른 이들도 금방 마나를 터득할 수 있을 거다. 이제 마나를…….”

드레젠의 설명이 친절하게 이어졌다.

아이들의 똘망똘망한 눈망울이 교육의 열의를 일으켰다.

본격적으로 교육이 시작되었다.

#2

“그게 정말인가?”

“그렇사옵니다. 폐하.”

황제는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드레젠.

자신의 여인이자, 대륙 최고의 마법사인 아크메이지가 유심히 지켜보라던 인물이었다.

뿐만 아니라 하운드 기사단장이자 제국의 수호자라고 불리는 고드먼 역시 극찬했다.

그래서 숲의 개간을 맡겼는데, 일을 정말 특이하게 처리했다.

“당돌하군. 감히 제국의 땅에 엘프를 들이다니.”

“어쩌실 겁니까?”

옆에서 보고를 듣고 있던 아크메이지, 도리안 구스타프가 물었다.

흐음- 하고 턱을 괸 황제는 골똘히 생각했다.

그래, 방법이야 어찌 됐든 엘프가 들어섬으로써 몬스터의 위협은 줄었다.

게다가 어딘가 잠들어 있을지 모르는 드래곤의 위협으로부터도 그럴싸하게 대처했다.

“이거 참, 당해 낼 수가 없군. 명령을 어기지 않았으니 책망할 수는 없지. 하지만-.”

그가 무슨 꿍꿍이로 움직이고 있는지 파악할 필요성은 있었다.

황제가 흘끔, 구스타프를 쳐다봤다.

무표정한 얼굴에 치렁한 로브를 뒤집어쓰고 있는 여인.

백작이라는 칭호를 가지고 있지만, 그 누구보다 검소하게 사는 자이기도 했다.

그리고 자신의 곁에서 든든하게 안전을 보장하는 경호원이었다.

“자네가 한번 엘프가 정착한 곳에 가 보게.”

“홀로 괜찮겠습니까?”

“괜찮아. 나도 마스터라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황제는 마스터였지만 실전도, 제대로 된 훈련도 할 수 없었다.

한 나라를 다스리기 위한 업무는 항상 산더미처럼 쌓였으니까.

모든 대소사는 자신의 결정을 거치지 않고는 이뤄질 수 없는 법.

항상 위협에 노출되어 있는 황제를 보호하는 것이 그녀의 사명.

하지만 이번에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런 결정을 하시다니, 어지간히 신경 쓰이나 보군요.”

“그래. 드레젠이라는 자. 우리가 계획하고 있는 일에 도움이 될지도 모르지.”

“동감합니다.”

“잘 구슬려 봐. 엘프 쪽에서도 인재를 빼 올 수 있으면 좋고. 겸사겸사 노예사냥꾼들도 박멸하고.”

구스타프는 고개를 숙였다.

명을 받든다는 의미였다.

그녀와 황제가 진한 입맞춤을 했다.

누가 보든지 신경 쓰지 않는 모습.

감히 그와 그녀의 행동을 막을 자가 누가 있으랴.

“다녀오겠습니다. 폐하.”

“그래. 항상 연락하거라.”

아크메이지는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이고 지팡이를 찧었다.

빛 무리에 휩싸여 사라지는 그녀의 자리를 보며, 황제는 진한 미소를 지었다.

“재미있는 친구로군.”

확실히 눈여겨볼 만한 인물이었다.

#3

“후우-.”

“2형은 좀 익혔나?”

비지땀을 흘리며 훈련하고 있는 크리스의 귓가에 드레젠의 목소리가 꽂혔다.

모든 훈련을 마치고도 홀로 검을 휘두르고 있는 이유.

페베스 검술을 수련하기 위함이었다.

항상 홀로 훈련장에서 검을 휘둘렀었는데, 오늘은 두 명이었다.

“열심히는 했습니다.”

“좋아. 어디 한번 보자.”

드레젠은 궁금했다.

크리스 스카이워커.

진정한 천재가 홀로 어디까지 이뤄 냈는지.

하늘을 뚫을 재능이란 것이 어떤 건지 매우 궁금했다.

‘완성된 모습만 봤었으니까.’

얼마나 무시무시한 기세로 성장하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크리스가 검을 겨눴다.

인공적이긴 하지만 적의와 살의가 똑똑히 보였다.

진심으로 임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크리스 멋있다;;

-오빠 나 죽어!

-ㅋㅋㅋㅋㅋ진지한 모습 왜 이렇게 섹시하니ㅜㅜ

-으으으 이모가 꼭 키워 줄게!

크리스의 팬들이 좋다고 난리였다.

그의 모습은 딱 소년 만화의 주인공 같았다.

엄청난 재능을 가지고 무시무시하게 성장하는…….

“어디 한번 부딪쳐 봐.”

드레젠 역시 검을 뽑았다.

그가 검을 뽑자, 공기가 한층 무거워졌다.

크리스는 그와 마주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너무나도 높은 벽이었다.

그건, 그의 이상향이자 목표이기도 했다.

“흐아아아압-!”

잡념을 모조리 떨쳐 버리고, 지금까지 수천, 수만 번 휘둘렀던 궤적을 따라 검을 휘둘렀다.

제2형.

가로 베기를 기본으로 삼은 페베스 검술이 뿜어졌다.

완벽한 원을 그려야 하지만, 대상이 한정적이라면 상관없었다.

오히려 쓸데없는 움직임을 줄여, 최고의 파괴력을 담아야 했다.

“좋아! 아주 좋다!”

콰아아아앙-!

희열에 찬 외침이 굉음에 묻혔다.

흙먼지가 비산했고, 대지가 아주 조금이지만 흔들렸다.

크리스는 전력을 다해 검의 길을 그려 냈다.

그 결과, 완벽한 가로선이 세상을 잘랐다.

툭, 그 결과를 만들어 낸 칼날이 땅에 박히는 소리가 유독 크게 들렸다.

마나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부러진 칼날이 처량하게 박혔다.

“이 정도면 80점.”

“나머지 20점은요?”

“힘 조절을 잘 못했으니 10점 감점. 나를 죽일 각오로 못 덤볐으니 10점 감점이다.”

“더 정진하겠습니다.”

크리스가 고개를 숙였다.

다소 의기소침한 모습에, 드레젠이 피식 웃었다.

“더 좋은 검이 필요할 거다. 마침 나에게 재료가 좀 있는데, 만들어 줄까?”

“네?”

퍼뜩 고개를 드는 모습이 퍽 귀여웠다.

드레젠은 땀으로 떡이 져 있는 크리스의 머리칼을 툭, 쓰다듬었다.

“싸구려 검으로는 네 실력을 감당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나중에 진짜 마나를 능숙하게 다루고 섬세하게 조절하게 되면 그 어느 무기를 들고 싸워도 되겠지만-.”

“저, 정말요?!”

“그래. 그리고 이젠 띄엄띄엄 연습하지 말고 실전에 녹여 내는 연습을 하자.”

이만하면 기초는 끝났다.

정말 놀라울 정도로 성장했다.

천재란 이런 것이구나.

드레젠은 가슴이 벅차올랐다.

‘크리스 같은 놈 한두 명만 더 있으면 된다.’

설마 대륙 전체에 이만한 천재가 없으려고.

마족들과의 전쟁을 준비하는 데 있어, 커다란 전력이 되겠지.

그가 웃으며 훈련장의 입구 쪽을 바라봤다.

아까부터 두 사람을 바라봤던 기척이 천천히 다가왔다.

“단장. 보고를 드리겠습니다.”

기다리던 소식 중 하나가 날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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