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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절대자의 뉴비생활-173화 (174/279)

제 173화

173화 - 오케이! 땡큐!

#1

차에서 모락모락 피어나는 향이 독특하다고 느꼈다.

할레단 후작은 후릅, 차를 마시고 작게 감탄했다.

몸의 긴장을 풀어 주고 배를 따듯하게 해 주는 것이, 마법사들이 복용하면 딱일 것 같았다.

악연으로 만난 것치고는 괜찮은 분위기였다.

“기사 육성이라……. 갑자기 기사에 투자하시는 이유라도 있습니까?”

“백작을 보며 생각을 고쳐먹었다고 생각하면 편하겠군. 전투 마법사는 아직 불완전한 점이 많다는 것도.”

“그렇군요. 후작가에는 기술이 없는 겁니까?”

할레단 후작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몰상식한 귀족이라면 이 대목에서 화를 냈겠지.

감히 성 하나 가지고 있는 백작 따위가 후작가의 시스템을 업신여기냐면서.

하지만 이곳은 협상의 자리이고 드레젠, 이젠 케이드 백작이 되어 버린 이자 앞에서 숨길 것은 없었다.

‘약점은 언제든지 보완하면 된다.’

할레단 후작가가 여태까지 명맥을 잘 유지할 수 있었던 마음가짐.

전투 마법이라는 개념을 정립할 때도 무수히 많은 논란이 있었다.

한계가 보일 때마다 후작가는 약점을 보완하고 점점 더 발전해 왔다.

수도 없이 많은 시간이 지나고, 그들은 결국 제 한 몸 지킬 정도의 시스템과 인프라를 갖췄다.

“기사들을 가르치는 기술이라 하면, 없는 편이지. 수백 년 동안 마법사만 키워 왔으니까. 그걸로 부족하지도 않았고.”

“흠, 확실히 전투 마법이라는 특성상 그럴 수 있겠군요.”

-전투 마법 하나면 되는데 굳이 기사를 키울 건 없지

-ㅇㅇ 선택과 집중을 잘한 듯

-윽;; 저런 놈한테 기술을 알려 줘야 한다니;;

-드선생님은 다~ 계획이 있다 이 말입니다.

흘끔, 채팅 창을 보니 재미있는 의견들이 많았다.

대충 알려 주고 빼먹자, 노예로 부리자, 이번에는 2만 골드를 요구하자 등등.

서술하지 않았지만 다양하고 사악한 방법들이 많았다.

드레젠은 생각해 둔 방법이 있었기에 참고만 할 생각이었다.

“약점을 보완할 때가 온 것 같아, 이렇게 찾게 되었네.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들어주도록 하지.”

“그거, 계약과는 무관한 조건입니다?”

“크흠, 그래 알겠네.”

할레단 후작은 의외로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아쉬운 쪽은 그였다.

제아무리 후작이라도 드레젠에게 숙이고 들어가야 할 타이밍이었다.

그는 의외로 때와 장소, 분위기를 잘 가리는 편이었다.

그래야만 지옥 같은 중앙 정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으니까.

“그래서, 구체적으로 어떤 조건을 거실 겁니까?”

“기사의 자질이 보이는 자, 마법엔 재능이 없지만 검에는 소질이 있는 어린아이들을 추려 놨네.”

“흐음-.”

상황이 묘하게 잘 맞아떨어졌다.

드레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을 이쪽으로 파견 보내겠네. 숙식과 훈련에 필요한 자금은 모두 후작가에서 지불하지. 우리 병력뿐만 아니라 같이 훈련받는 이들까지 모두.”

“그새 통이 느셨습니다?”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일일세.”

만약 다른 가문이었다면 모자라다고 했을 법한 조건이었다.

가문의 비전은 멸문과 맞바꿀 정도로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자들이었으니까.

아주 가까운 곳에 그런 참사를 당한 아이가 있지 않은가.

크리스 스카이워커.

가문의 비전을 알고 있던 유일한 아이.

드레젠이 없는 세상에서 그가 겪었을 고초를 생각하면, 이해가 빨랐다.

“저도 조금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말이죠. 일단 제안은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럼 이제 제가 제안할 차례군요.”

“듣고 있네.”

할레단 후작은 조용히 팔짱을 꼈다.

협상에서 제스처는 매우 중요한 키였다.

후작은 드레젠이 터무니없는 조건을 걸 것이라 생각했다.

가문의 비전을 알려 달라든가, 하나밖에 없는 딸을 내어 달라든가 하는.

드레젠의 입이 열렸다.

“길 좀 열어 주십쇼.”

“길?”

“예. 해안가 부근에 서리족을 정착시킬 예정이라.”

하시스 성 주변은 미개척 지대가 많이 남아 있었다.

베스티안 백작령이 해안가를 쓰고 있었지만, 빙 돌아가면 몬스터가 득실거리는 해안가가 등장한다.

해안에서 올라오는 몬스터는 딱히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왜냐고?

‘카라탁스가 전력에 합류한 이상, 미개척 해안가를 걱정할 필요는 없지.’

적어도 바다에서만큼은 이제 막 성룡이 된 드래곤과 비슷한 전력을 가진 그녀였다.

카라탁스가 일대의 바다를 꽉 쥐고 있다면 들끓는 몬스터 걱정은 할 필요가 없지.

할레단 후작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기사 육성은 대단히 어렵고 노하우가 필요한 작업이었다.

그 대가로 고작 서리족이 이동할 경로를 만들어 달라는 건가?

‘확실히, 쉽지 않은 일이긴 하겠군.’

하지만 못할 것도 없었다.

과정이야 조금 복잡하겠지만, 현재 제국에서 두 공작을 제외하면 할레단 후작가의 세력이 정말 컸으니까.

황제가 어떠한 생각을 하는지가 중요하겠군.

“골치 아픈 일을 맡겼군. 아쉬운 쪽은 당장 내 쪽이니…… 일단 수락하지.”

“짠, 계약서도 철저하게 준비했습니다.”

“…….”

-ㅋㅋㅋㅋㅋㅋㅋ

-계약서 트라우마 있쥬?

-아ㅋㅋㅋㅋ흠칫하는 거 봨ㅋㅋㅋ

-아조시 어서 와, 계약은 두 번째지?

저 계약서 때문에 할레단 가문이 무너질 뻔한 것을 생각하면, 치가 떨렸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다시 한번 말하지만, 아쉬운 것은 할레단 후작이었다.

그가 결국 계약서에 손을 내밀었다.

#2

“그럼 인원은 바로 보내 주겠네. 좋은 거래였네.”

“그러시죠.”

할레단 후작은 묘한 눈으로 드레젠을 보다 입을 열었다.

정치를 하려면, 어제의 적을 오늘의 아군으로 만들 줄도 알아야 한다.

드레젠도, 할레단 후작도 그 점을 인지하고 있었다.

덕분에 협상이 더 정확하고 신속하게 진행되었다.

“개인적인 궁금함이 있는데-.”

“말씀하시죠.”

“나머지 네 번은 언제 쓸 예정인가?”

“필요할 때요. 자금은 됐습니다. 이젠 저희도 돈 좀 만지거든요.”

할레단 후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바르데의 상단은 할레단 후작가도 들은 바 있었다.

여기저기 이시스의 눈물을 영업하고, 다양한 물품을 파는 것으로 유명했다.

신생 상단 중에서 가장 힘이 강한 상단이기도 했다.

“알겠네. 좋은 일로 봤으면 좋겠군.”

“동감입니다.”

이왕이면 상대방의 호의를 얻어 내는 것이 더 좋다.

호감은 곧 선의와 선심으로 나타난다.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미친다면, 조금은 살갑게 굴어도 손해 보는 건 없었다.

“그럼, 바로 연락하지.”

“살펴 가십시오.”

할레단 후작은 고개를 끄덕이며 걸음을 옮겼다.

만족할 만한 결과를 가지고 귀환하는 그는 분위기마저 가벼워 보였다.

드레젠은 그를 배웅하고 걸음을 돌려 훈련장으로 향했다.

크리스와 록시를 비롯해, 아직 소년 소녀티를 벗지 못한 이들이 훈련을 진행 중이었다.

“잘하고 있군.”

“오셨습니까, 백작님.”

백작이라는 호칭이 아직 어색했다.

항상 용사와 대공, 공작 같은 호칭으로 불려 왔었으니.

드레젠은 고개를 끄덕이고 훈련을 지켜봤다.

혹독했다.

어린아이들이 감당하기엔 너무하다 싶은 훈련량이었다.

‘벌써 마나를 개화한 이들도 있군.’

하지만 마나가 더해진다면, 이야기는 달라졌다.

마나를 각성하면 육체는 더욱 단단해지고, 생리적으로 불가능한 일들을 가능하게 해 주었다.

실력이야 두말할 것도 없이 성장했고.

드레젠은 가장 선두에서 훈련병들을 이끄는 크리스를 바라봤다.

“벌써 크리스가 자연스럽게 장악한 것 같네요.”

과연 제왕의 자질을 지닌 아이다웠다.

초대 스카이워커 가주 역시 추앙하는 세력이 무척 많았다.

그 피를 가장 짙게 물려받은 것이 바로 크리스였다.

“그럼, 어디까지 자질이 있나 시험을 해 보겠습니다.”

일본의 유명한 만화 중에 중력실에서 수련하는 장면은 심심찮게 나왔다.

실제로 중력 10배니, 100배니 하는 것은 정말 무식한 짓이었지만, 그만큼 효과는 좋다고 묘사된다.

실제 브락시아에서도 그런 방법을 적용할 수는 있었다.

마법으로 해도 되고, 마나를 직접 컨트롤해서 주변을 장악하는 방법이었다.

드레젠은 마법에 대한 재능이 거의 없었으므로, 두 번째 방법을 사용해서 훈련하긴 했다.

‘크리스, 네 자질을 보여라.’

드레젠은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마나를 퍼뜨렸다.

확 퍼지는 마나는 주변의 대기를 짓눌렀다.

마나에 예민한 기사들, 혹은 성인이 된 병사들이 미리 반응했다.

그들은 드레젠을 발견하고 부동자세를 취하고 군례를 올렸다.

“역시 기사들은 눈치가 빠르네요.”

3천이 넘어가는 마나는 범람한 댐처럼 마나를 퍼 올렸다.

드레젠은 대충 손짓해서 병사와 기사들을 물렸다.

이젠 직접 가르칠 때도 됐지.

그간 자기 일을 처리하느라 방관한 것은 사실이었다.

“어? 몸이-.”

“몸이 이상하게 무거운데?”

아직 드레젠을 발견하지 못한 소년, 소녀병들이 몸을 움츠렸다.

본능적으로 힘이 들어가고, 동작이 부자연스러워졌다.

크리스는 마나를 일으키며 압박의 근원지를 찾았다.

저 멀리서부터 휘적휘적 걸어오는 자신의 스승, 드레젠이 보였다.

‘시험하고 계시는구나.’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자신의 후배들을 시험하는 것이다.

더불어 크리스 자신도.

그는 천천히 마나를 끌어 올렸다.

“얘들아, 뒤를 봐.”

“뒤요? 헉!”

“배, 백작님!”

그들은 훈련하던 것을 황급히 정리하고 드레젠 앞으로 쪼르르 달려갔다.

그곳엔 보라색 머리칼을 가진 여자아이, 록시도 있었다.

마나의 근원지일수록 압박감은 더욱 짙어졌다.

중간에 헉헉거리는 이들도 보였고,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는 자들도 보였다.

제법 버티는 이들은 마나를 각성했거나, 정신력이 좋거나, 신체가 뛰어나거나 한 이들이었다.

“반갑다. 훈련은 좀 어때?”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떼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벌써 안색이 안 좋은 아이들이 눈에 띄었다.

숨을 헉헉대고 땀을 흘리고, 자세를 유지하지 못하는 아이들.

드레젠은 얼마나 버티는지 실험을 해 보았다.

그 상태로 약 3분 정도를 더 있자, 드디어 첫 번째 탈락자가 속출했다.

‘3분이라, 괜찮군.’

속으로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지만 짐짓 엄한 표정을 지었다.

아이들은 강하게 커야 할 필요가 있었으니.

처음엔 짐짓 겁을 주고, 천천히 길들이면 되겠지.

드레젠은 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직 마나를 깨치지 않은 이들은 더 분발해야겠구나. 그러지 못하면 기사가 될 수 없겠는데.”

“…….”

아이들의 눈이 그렁그렁해졌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아이들이라는 걸까.

드레젠은 저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었다.

아이들의 마음을 건드는 건 그로서도 썩 달가운 일이 아니었다.

“지금 마나를 느낀다면 세상이 다르게 보일 거다. 오늘부터 너희들이 할 일과 중에 추가될 것이지.”

“아, 알겠습니다.”

마나?

그걸 진짜 느끼는 이들이 있단 말이야?

아이들의 눈이 충격과 공포로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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