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한 절대자의 뉴비생활-164화 (165/279)

제 164화

164화 - 새로운 동료

#1

수해의 끝에 있는 거대한 호수.

바다와 연결되어 있는 호수 밑에는 거대한 해룡이 잠들어 있었다.

비스트 마스터의 소환수이자, 바다의 지배자라고 불렸던 씨-서펜트.

해일이라는 뜻을 가진 카라탁스였다.

[오랜만이군. 색이 좀 변한 것 같은데?]

[새로운 주인이 우리를 거느리고 있다. 너도 함께할 텐가?]

[보고 결정해야겠지.]

씨-서펜트는 심드렁하게 답했다.

수많은 기억들이 스쳐 지나갔다.

바다라는 광활한 지역을 지배하는 최상위 포식자답게, 카라탁스는 연신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옛 주인과 함께 바다를 누비고, 다양한 섬을 노닐던 기억.

그 추억을 다시 상기하고 싶었다.

[세월이 많이 지난 모양이야.]

[그렇지. 수도 없이 많은 시간이 지났어. 이제 이 대륙, 아니 이 세계는 위험하다.]

와이렉스가 가볍게 운을 띄웠다.

위험하다라-.

카라탁스는 호수 표면에 반쯤 내밀고 있던 얼굴을 완전히 들어 올렸다.

바다에서 작다는 건 곧 피식자가 됨을 의미했다.

웬만한 범선도 꼬리로 잡아 들어 올릴 수 있을 만큼 거대한 크기가 드러났다.

[옛날에 기억나나? 내가 날다가 지치면 네 위에서 쉬었지.]

[흥, 숙녀의 등에 멋대로 올라타는 것은 어디서 배워 먹은 버르장머리야.]

[어허, 숙녀라니. 말은 똑바로 해야지. 모든 해룡류 중에서 나이가 가장 많은 주제에.]

[오늘 익사하고 싶은가 보지?]

두 신수가 낄낄거리며 떠들 동안, 드레젠은 근처에서 그들의 기운을 느끼고 걸음을 옮겼다.

굳이 오늘 카라탁스를 만나러 온 이유가 있었다.

그 크기는 어마어마했기 때문에, 운송 수단으로 알맞았기 때문이었다.

마침 이곳, 수해와 베스티안 백작령의 항구와 연결된 바다가 있기도 했고.

‘좀 돌아가야겠지만, 날아가는 것보다 훨씬 낫지.’

그리폰, 혹은 비행 몬스터의 테이밍이 가능해진 이후 사람들은 위험한 뱃길보다 하늘길을 더 선호했다.

하지만 대량 무역, 혹은 엄청난 인원을 수송할 때는 어김없이 배를 사용했다.

현대나 이곳이나 비슷한 논리가 작용하는 것.

다른 점이라면 브락시아의 바닷길이 훨씬 위험하다는 것 정도?

“바닷길은 예로부터 괜찮은 수송 수단이었죠. 오늘 만나 볼 친구는 바다의 왕이라고 불리는 녀석입니다.”

-새로운 소환수인갑네요

-이젠 그저 두근거리며 기다릴 뿐

-새로운 동료는 언제나 환영이야!

-잔잔한 방송 좋구연

이제 웬만한 일로는 놀라지 않게 된 시청자들.

전투가 끊이지 않던 드레젠의 방송에서 이동, 대화, 설명하는 시간은 정말 잔잔하다고 느꼈다.

동시에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궁금하게 만들었다.

브락시아는 강은 많았지만 바다는 보기 힘들었다.

“대륙이 워낙 넓어서 바다로 나가려면 정말 오래 걸리죠. 오늘은 특별한 경험을 하시는 겁니다.”

한국에 사는 사람들은 마음만 먹으면 바다를 쉽게 볼 수 있지만, 브락시아에 사는 사람들은 평생 바다를 못 보는 이들도 수두룩했다.

수풀을 헤치고 나가자, 시야를 가득 메운 푸른 호수가 펼쳐졌다.

언뜻 보기에 바다처럼 보이는 끝없는 호수.

이국적인 풍경과 푸르른 물결이 겹쳐, 더없는 아름다움을 만들어 냈다.

[저기 왔군.]

호수 한가운데 거대한 실루엣이 보였다.

와이렉스의 시선이 드레젠이 서 있는 물가로 향했다.

뒤를 따라 돌아간 카라탁스.

그녀의 시퍼런 안광이 조금 밝아졌다.

[흠-.]

첫인상은 뭐랄까, 평범한 인간처럼 보였다.

그 후, 바다같이 푸르르고 끝없는 마나가 느껴졌다.

과연, 자존심이 강한 와이렉스가 주인으로 모실 만한 인물이었다.

스르륵-.

거대한 동체가 미끄러져 물가로 향했다.

몸길이만 약 40m 정도 되는 거구.

-왜 저래 커;;

-진짜 크넼ㅋㅋ

-저 정도면 배도 필요 없겠는데?

-첫 만남에 운송 수단이라닠ㅋㅋㅋ 엌ㅋㅋㅋ

[그대가 전 주인의 후예인가?]

“아니, 난 드레젠이라고 한다. 그냥 연이 닿아서 와이렉스랑 만드록스와 친한 사이가 됐지.”

[마음에 드네. 전 주인을 들먹였으면 물장구를 한번 쳐 주려 했는데.]

검은색, 윤기 나는 비늘에서 흐르는 호수의 물이 폭포수처럼 흘렀다.

가만히 떠 있으면 작은 섬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거대한 몸집은, 드레젠이 딱 좋아하는 취향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그녀가 암컷이라는 점.

비스트 마스터는 전설의 생물, 레이바탄의 일화를 따와서 그녀를 암컷으로 창조했다.

“우리 와이렉스랑 얘기는 잘 나눠 봤어?”

[그렇단다. 맨입으로 동료가 되기엔 좀 아쉬운데?

“그렇다면 나중에 성좌께 부탁드려, 네 짝을 만들어 달라고 해야겠다.”

[오- 정말인가?]

드레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근거 없는 약속은 아니었다.

실제로 전쟁 막바지에 그녀의 짝이 나타났으니까.

‘문제는 적이라는 거지.’

그거야 물리적인 대화로 해결해서 귀속시키면 된다.

별문제 없는 약속이었다.

시간이 조금 필요할 뿐.

“그래. 이래 봬도 성좌랑 조금 아는 사이거든.”

[이거 더 흥미롭네. 좋아. 흔쾌히 받아들이겠어.]

[나는 없나?]

와이렉스가 뜬금없이 물었다.

그 역시 위대한 혈통을 가지고 있는 생명체.

와이번, 더 나아가서 앞으로 드레젠처럼 와이번을 다스릴 자의 힘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유전자를 강화할 필요가 있었다.

드레젠은 가만히 생각하다 말했다.

“그것도 부탁하면 들어줄까?”

[그게 뭐냐!]

드레젠은 피식 웃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무슨 중매쟁이세요?

-서로 소개해 달라고 난리네

-진짜 웃곀ㅋㅋㅋ

시작은 꽤 마음에 들었다.

만드록스, 와이렉스가 따르는 인간이라니, 내심 기대가 되는 부분도 있었다.

드레젠은 카라탁스에 올라타 보았다.

널찍한 몸뚱이와 길이도 엄청났다.

사람이 올라간다면 족히 백은 넘게 올라갈 수 있을 정도로 넓었다.

“베스티안 항구까지 길은 알고 있나?”

[어렴풋이 기억에 있군.]

“그러면 나랑 일 좀 해 보자. 와이렉스, 너도.”

[무슨?]

“이사.”

드레젠의 말에 두 몬스터는 어리둥절한 상태가 되었다.

엘프들이 이동하는 경로엔 다양한 국가들이 있었다.

육로로 이동하기엔 아무래도 걸리는 것이 너무 많았다.

“-그러니까 와이번들이랑, 해룡들이랑 해서 엘프들을 옮기는 거지.”

[바다에 사는 아이들까지 부르면 가능하긴 한데-.]

“소수가 아니니까 시간이 좀 걸릴 거야.”

[문제는 체력이겠군. 안배를 잘해야겠어.]

쉬엄쉬엄 간다면 약 이 주 정도가 걸리는 길이 될 것이다.

그동안 드레젠은 경로에 있는 자들에게 통보만 하면 될 일.

바다에서 어마어마한 규모의 씨-서펜트가 움직이는데 멍청하게 덤비는 자들은 없었다.

그들이 상륙한 다음, 베스티안 백작령에서부터 숲까지 들어가는 구간이 문제였다.

“토벌군이 움직일 수도 있다. 그러니까 최대한 조심해서 움직여야 해.”

[날 뭘로 보는 게냐. 문제없다. 그 정도는.]

엘프의 이주는 정말 대규모 작전이었다.

카라탁스는 그 정도 인원은 문제없다고 말했다.

자신감이 넘쳤다.

예로부터 수송 작전은 그 난도가 상당했는데, 카라탁스는 엄청난 규모의 작전을 손쉽게 생각했다.

[마법은 두 발 달린 놈들만 쓰는 것이 아니야.]

“그랬지. 바다의 조율자.”

[호-. 내 이명을 알고 있다니, 역사 공부를 조금 했나 보군. 난 준비하고 있을게. 엘프들을 데려오도록 해.]

[근처에 있는 와이번을 모아 오겠다. 한 이틀 정도 걸릴 건데, 같이 갈 거냐?]

“좋아. 그럼 출동이다.”

드레젠은 손뼉을 치며 새로운 동료를 보냈다.

와이렉스의 등은 언제나 정겨웠다.

“가자.”

[좋아. 와이번들을 규합하러 가 볼까.]

진정한 하늘의 왕이 되기 위해, 와이렉스가 힘찬 날갯짓을 했다.

와이번도 서식지마다 다른 개체들이 서식했다.

숲 안에서 서식하는 와이번.

그들이 첫 번째 타깃이었다.

#2

푸쉬이익-.

캡슐의 문이 열리고, 한숨을 쉬며 나오는 강일.

그를 맞이해 주는 것은 차갑고 무거운 적막이 아닌, 따스한 코코아였다.

“이거 드세요. 목마르죠.”

“아, 고맙습니다. 캡슐을 다시 조정해야겠어요.”

작은 마시멜로가 둥둥 떠다니는 코코아.

달큰한 냄새가 솔솔 올라왔다.

두 손으로 잡으니, 온기가 퍼졌다.

한 모금 마셔 본 강일이 작게 감탄했다.

미식가까진 아니지만, 다양한 고급 요리들을 맛보았던 혀다.

그 혀가 생생하게 반응하는 중이었다.

“진짜 맛있습니다.”

“꽤 자신 있어요. 어릴 때부터 이런저런 연구를 해 봤거든요.”

“자신할 만합니다.”

거짓말이나 빈말이 아니라, 이 정도면 황궁에서 디저트로 내놔도 될 정도였다.

달짝지근함과 코코아 특유의 향이 진하게 피어났다.

코코아 하나만 보고 카페를 열어도 성공할 수준이었다.

“오늘 신세 많이 졌습니다.”

“아! 아니에요. 저야말로 도움을 드릴 수 있어서 감사했어요. 헤헤.”

“저는 이만 내려가 보겠습니다.”

둘 다 무사히 방송을 종료했다.

어색한 분위기는 많이 없어졌다.

이젠 진짜 지인이라고 불러도 될 만한 수준이었다.

다영은 착실하게 손님을 배웅했다.

“이제 악플도 안 달리겠어요. 보는 제가 다 화나던데, 이제 꽃길만 걸읍시다!”

“하하, 알겠습니다. 이번에 구독자 10만 명 축하드립니다.”

“아아, 맞아요. 어제 10만 명 찍었죠, 참. 이게 다 드레젠 님 덕분입니다아.”

다영이 허리를 꾸벅 숙였다.

그가 아니었다면 아직도 빛을 보지 못하고 있었겠지.

당당히 부모님께 직업을 가졌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다영의 얼굴은 처음 봤을 때보다 훨씬 밝고 당차 보였다.

자신감이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중이었다.

“안녕히 가세요. 다음에 또 합방해요!”

“그렇게 하죠. 그럼-.”

강일은 꾸벅 인사를 하고 현관문을 나섰다.

냐아-.

조그마한 고양이들이 뽈뽈 걸어 나와, 그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강일은 작게 웃으며 고양이들을 쓰다듬어 준 후에 발길을 돌렸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네. 감사합니다.”

문을 나서자마자, 강일의 폰이 울렸다.

발신자는 하이디엔.

국제 전화가 아닌 걸 보아, 한국에 돌아온 모양이었다.

폰을 들어 전화를 받자, 삐뚜름한 목소리가 들렸다.

“용사님, 방송 잘 봤습니다. 행복해 보이시던데요.”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1층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저녁 드시러 가시죠.”

“-그래. 지금 내려갈게.”

강일은 하이디엔답지 않게 쌀쌀맞은 목소리를 듣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설마 지금 질투하는 걸까?

작게 소리 내어 웃고 터벅터벅 계단을 내려갔다.

문득 마나를 확인해 보니, 미세하게 늘어 있었다.

‘역시, 모든 캡슐에 마나가 들어가 있군.’

짧게 생각하며 1층으로 내려갔다.

수수한 차림의 하이디엔이 아파트 정문에 서 있었다.

강일이 손을 흔들었다.

“오랜만이네.”

“……타시죠.”

“오늘따라 기분이 별로인가 봐?”

“아닙니다. 조금 피곤해서 그런 거죠.”

“그러면 얼른 들어가 쉬어야겠네.”

“이익-. 진짜 이러실 겁니까?”

그녀의 이마에 힘줄이 돋아난 것 같았다.

강일은 피식 웃고 그녀의 차에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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