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한 절대자의 뉴비생활-161화 (162/279)

제 161화

161화 - 랭커들

#1

세계 곳곳에 퍼진 알림은, 전 세계 유저들이 똑똑히 지켜봤다.

세션 코드까지 알려진 상태라, 드레젠의 방은 완벽하게 온라인 상태가 되었다.

월드 보스라니.

게다가 참가자 전원에게 보상을 준다니!

이런 기회를 놓칠 수가 없었다.

“지금 당장 가야겠군.”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지!”

드레젠의 방송을 보고 있는 자들이 아님에도, 참여하고 싶은 사람은 있었다.

방송을 하지 않는 사람들도 참여 욕구가 솟구쳤다.

그들은 월드 보스라는 매력적인 콘텐츠를 즐기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세션 코드를 입력하고, 100명 안에 들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가브리엘, 우리도 가야지?”

“당연하지. 가자.”

자칭 드레젠의 라이벌이라고 자신하는 가브리엘 역시 세션 코드를 입력하는 중이었다.

그는 구덩이를 클리어하고 벌레 대검을 장착한 상태였다.

드레젠이 했던 것을 조금 더 빨리, 더 완벽하게 따라 하려고 하는 중이었다.

그의 계획은 척척 진행되는 중이었다.

“세션 번호 입력했어?”

“당연히 했지.”

“거기서 보자고.”

현재 인원 89명.

아슬아슬할 때 가브리엘과 그의 파트너가 세션 참가에 성공했다.

두 사람은 게이트 안으로 빨려 들어갔고, 드레젠이 숨 쉬고 있는 자리에 도착했다.

쿠우웅-!

막대한 압박감이 전체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크으, 이거 엄청난데?”

“나, 난 포기! 돌아갈래!”

멜리젠은 기본적으로 약자를 멸시한다.

그녀가 등장하면 기본적으로 오러가 깔렸다.

약하면 제대로 움직일 수도 없는 오러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들어오자마자 포기하고 나가길 수차례.

[더 강하게 덤벼 봐라! 더-!]

맨 앞에서는 드레젠이 멜리젠과 맞붙고 있었다.

다른 이들은 엄청난 기세의 공격을 퍼부었다.

가브리엘 역시 수많은 인파 속으로 뛰어들었다.

“재밌겠군.”

“난 간다!”

“약한 놈들은 빨리 빠져라! 방해된다!”

가브리엘이 벌레 대검을 휘둘렀다.

멜리젠이 깨어나며, 주변에 있던 몬스터가 이끌리듯 찾아왔다.

보스가 있다면 졸병도 있는 법.

그 졸개에 해당하는 몬스터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우리 공격은 안 통하는데?”

“우리는 저것들을 맡자!”

멜리젠에게 공격이 통하지 않는 유저들은 다른 이들의 전투를 방해하지 않도록 몬스터를 막아 냈다.

거기다 엘프들까지 가세하니, 완전히 대규모 전투 장면이 연출되었다.

-가슴이-!

-가슴이!

-가슴이 웅장해진다!

-이게 바로 레이드지!

콰아앙-!

한 번 공격할 때마다 주변이 휩쓸려 나갔고, 수 명의 유저들이 리타이어되었다.

드레젠이 최대한 공격을 막아 냈지만, 주변이 파괴되는 것까진 막지 못했다.

안티-자이언트의 힘을 빌려, 밀리지 않을 정도만 전세를 유지했다.

“아버지, 도와야 합니다.”

“알고 있다. 이제 준비가 끝났느니라.”

쿠우우우우-!

엘프 로드의 마법이 완성되었다.

멜리젠 앞에서 마법은 발현되지 않는다지만, 그것도 격이 다르면 이야긴 달라진다.

엘프 로드는 무려 정령왕의 계약자.

계약 이후, 한 번도 꺼내 보지 못했던 정령왕이었다.

‘힘이 많이 줄어든다 해도, 드래곤 하나는 상대할 수 있다.’

“오라. 나의 파트너!”

정령왕!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존재.

그 웅장하고도 거대한 존재감이 주변을 가득 메웠다.

멜리젠이 뿌려 놓은 억제의 오러를 밀어내고, 청명하고 우아한 기운이 그곳을 채웠다.

[정령왕? 재밌겠군!]

멜리젠이 사납게 웃었다.

호적수를 만난 것 같은 웃음이었다.

아직 완전한 힘을 되찾지 못했어도 그는 드래곤을 뛰어넘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정령왕을 잡아먹는다면, 전성기의 힘을 되찾겠지.

[-멜리젠? 성좌의 자식이 깨어났군.]

[네놈을 먹고 힘을 되찾아야겠다!]

쿠구구구구-!

멜리젠이 뱀의 몸을 이끌고 돌진했다.

완전히 실체화한 정령왕은 거대한 새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가 나타난 것만으로도 주변에 있던 부정한 기운이 모두 없어졌다.

쑥대밭이 되어 버린 숲이 재생하기 시작했고, 선선한 바람이 불었다.

[정령왕이 강림했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10% 증가합니다.]

[체력 재생률이 20% 오릅니다.]

“정령왕이라, 저번엔 이런 건 없었는데.”

숲의 정령왕.

선택받은 자만이 계약할 수 있었던 환상의 정령이었다.

하이디엔 전의 로드가 정령왕의 계약자일 줄은-.

“든든한 원군도 생겼겠다, 본격적으로 가겠습니다.”

지금 처리해야 멜리젠을 제대로 죽일 수 있었다.

절반 이하로 떨어졌던 마나가 빠르게 차오르기 시작했다.

파직-!

스파크가 튀며, 초월적 존재의 영역이 표시되었다.

밀고 밀리는 형태로 힘겨루기가 계속되었다.

“어차피 멜리젠에게 유효타를 먹이려면 이 오러 안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가죠.”

멜리젠은 드레젠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정령왕의 존재는 판도를 뒤집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아버지, 괜찮습니까?”

“크윽, 그래. 아직은 버틸 만하다.”

엘프 로드의 몸에서 땀이 뻘뻘 흘렀다.

정령왕은 마나와는 또 다른 에너지를 사용해 강림하는 존재였다.

엄청난 정신력을 필요로 하기에 오래 소환해 둘 수 없었다.

“시간이 없다. 내가 쓰러지기 전에 멜리젠을 죽여야 해.”

“-알겠습니다. 저도 지원을.”

“여긴 내게 맡기세요, 하이디엔.”

어느새 기력을 모두 회복한 에일라가 하이디엔의 손목을 잡았다.

하이디엔 역시 자신이 드레젠을 돕겠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에일라의 간절하고도 단호한 눈빛을 보자, 마음이 약해졌다.

“……알겠어요. 대신 죽으면 안 됩니다.”

“당연하죠.”

에일라는 오러를 뿜어내며 기세등등하게 앞으로 나섰다.

그간 잘못한 것들이 생각났다.

전사들에게 화를 낼 때도 있었고, 더 잘 챙겨 줄 수 있었는데도 그러지 못했던 것들이 떠올랐다.

그녀를 괴롭히는 자괴감과 후회가 더 큰 힘을 이끌어 냈다.

[크흐흐, 제힘도 발휘 못하는 정령왕 따위가!]

[너 하나 때려잡을 힘은 있다, 멜리젠!]

완전히 대괴수대전이 되어 버린 전장.

멜리젠은 거대한 손으로 정령왕의 날개를 움켜잡았다.

정령왕은 그에 응수하여 어마어마한 두께의 브레스를 쏘아 냈다.

두툼한 오러 방어막을 뚫고 멜리젠에게 상처를 입힌 것도 잠시, 멜리젠은 압도적인 회복력으로 상처를 회복했다.

[이 땅이 있는 이상, 나는 불멸이다!]

회복된 지맥의 에너지를 다시 끌어들인다.

아주 심플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능력이었다.

아니, 정령왕까지 위협할 수 있는 힘이었다.

“멜리젠의 재생 능력은, 하체에서 나옵니다. 에너지를 빨아들이는 매개체죠.”

드레젠은 그림자 이동을 이용해 멜리젠의 뒤를 잡았다.

정령왕이 잠시 어그로를 끌어 주었기에 틈을 비집고 들어갈 수 있었다.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온 자가 또 있었다.

“나도 함께하겠습니다, 드레젠!”

“오-.”

새하얀 머리칼을 휘날리며 달려온 자였다.

슬쩍 유저 이름을 보니 가브리엘이라고 쓰여 있었다.

진짜 가브리엘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만한 오러를 뚫고 온 것을 보아, 진짜라고 생각할 만했다.

“어디! 어딜 노리면 됩니까?”

“저기, 저쪽입니다.”

드레젠이 검끝으로 멜리젠의 허리 부근을 가리켰다.

동시에 격렬하게 움직이는 멜리젠 위를 내달렸다.

가브리엘 역시 균형을 능숙하게 잡으며 따라왔다.

“흐읍-!”

주변에 있는 오러가 쑤욱 끌려왔다.

마법의 묘리를 사용해서 거대한 적을 쓰러뜨리는 검술이 발현되었다.

[어디서 개수작을-!]

멜리젠의 등에서 촉수가 튀어나왔다.

마법의 힘까지 섞여 있는 촉수.

드레젠은 이미 검을 휘둘렀고, 피할 겨를이 없었다.

-죽는다!

-맞겠다;;

-엌ㅋㅋㅋ 안 돼!

“그렇게는 안 되지!”

가브리엘이 페베스 검술을 사용해서 불쑥 앞으로 뛰쳐나왔다.

콰아앙-!

굉음과 함께 가브리엘이 튕겨 나갔다.

그의 희생으로 드레젠이 일격을 가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 주었다.

콰득-!

“갈라져라아아-!”

드레젠은 있는 힘껏 검을 휘둘렀다.

멜리젠의 상반신과 하반신이 쩌억 갈라졌다.

[끄아아아아아아아-!]

격렬한 통증과 끔찍한 고통에 비명을 지르는 멜리젠.

황금색 분수가 쏟아졌다.

드레젠은 빠르게 자리를 이탈해, 가브리엘의 뒷덜미를 잡았다.

쓰러져 있던 가브리엘과 함께 신속하게 자리를 이탈했다.

“저 피에 닿으면 도트 딜이 들어옵니다!”

그는 크게 외쳐, 브리핑을 해 주었다.

분수는 꽤 넓은 반경을 뒤덮었다.

근처에서 전투를 치르고 있던 자들이 흠뻑 뒤집어썼다.

“끄아아아악!”

“으아, 이거 뭐야!”

“온몸이 저려어어어어!”

곧 대환장 파티가 펼쳐졌다.

전선을 유지하고 있던 자들은 전부 유저들이었다.

피를 뒤집어쓴 자들은 모두 그대로 리타이어되고 말았다.

랭커라고 부를 수 있는 몇몇 유저만이 기민한 반응속도로 빠져나왔다.

“이, 이게!”

“간 떨어질 뻔했네. 어유, 다 살살 녹는 거 봐라.”

[하찮은 것들이이이이이-!]

멜리젠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상반신과 하반신이 갈라진다고 해서 죽는 건 아니었다.

그저 능력 한 가지가 없어지는 것뿐.

게다가 상반신과 하반신은 따로 움직여 적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정령왕이 오래 버티지 못할 거야, 빨리 끝내게!”

“들었죠? 이제 정신 차려야 합니다.”

“당신이 상반신을 맡아 주세요. 제가 하반신을 맡겠습니다.”

가브리엘이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해 보였다.

어쩌면 용사 때의 자신과 비슷한 습득력을 가지고 있을지도.

드레젠은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조심하십쇼. 녀석은 크고 강하니까.”

“당신이 쓰러지지 않는 이상, 저도 쓰러질 생각은 없습니다.”

가브리엘이 씨익 웃었다.

그 미소가 왜인지 믿음직스럽게 보였다.

드레젠은 손을 내밀었다.

가브리엘이 손을 맞잡으며 전의를 다졌다.

“가시죠.”

마구잡이로 달려드는 유저들이었지만, 멜리젠에게 걸리는 부담은 점점 커졌다.

어디서 튀어나오는지 몰라도, 이세계에서 몰려드는 엄청난 지원군은, 멜리젠에게 아주 조금씩 피해를 누적시키고 있었다.

-가즈아!

-틀어 놓고 접속한다!

-딱 대라!

-도마뱀 딱 대!

-ㅋㅋㅋㅋㅋ 17만 유저의 힘을 보여 주마!

죽여도 죽여도 몰려오는 유저들.

실력의 고하는 이미 신경 쓸 수도 없었다.

거기다 멜리젠의 기동을 막고 있는 정령왕까지 있는 상황이었다.

“아버지! 이제 그만하세요!”

“아니! 그럴 수는 없다. 이건 다 내 업보다. 엘프 로드의 이름을 걸고, 끝까지-. 쿨럭!”

기어코 로드의 입에서 피가 뿜어졌다.

과도한 정신력의 사용으로 신경계가 타들어 가고 있었다.

[계약자여, 더 이상 무리하지 말거라. 네가 죽는다!]

“아닙니다. 나의 친우, 나의 스승이시여. 저는 이 책임을 회피할 생각이 없습니다.”

꺼져 가는 빛 속에서, 엘프 로드의 눈은 더없이 청명하게 빛났다.

그는 마지막 빛을 불태우기 위해, 모든 것을 쥐어짰다.

월드 보스.

2페이즈의 시작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