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한 절대자의 뉴비생활-160화 (161/279)

제 160화

160화 - 멜리젠

#1

[내 앞에, 무릎 꿇어라.]

낑낑거리고 있는 키메라 위에 털썩 앉아 있던 드레젠이 흠칫, 몸을 떨었다.

익숙했지만, 절대 듣고 싶지 않은 목소리였다.

“깨어났군요.”

그가 인상을 딱딱하게 굳히며 말했다.

현재 그의 무장은 하이디엔이 로드에게 맡겨 두었다.

무슨 일이 생기면 가져와 달라고 부탁까지 한 상황이었다.

제사장이 아직 죽지 않았다.

-오오;;

-소름 끼친다

-드디어 우리가 나설 때가 되었는가!

-ㅋㅋㅋㅋ뤀ㅋㅋ 가즈아!

시청자들이 참여할 각을 보고 있었다.

그들이 활약할 시기는 아주 조금 뒤였다.

푸욱-.

드레젠은 키메라의 머리를 빳빳하게 세운 손날로 가볍게 뚫었다.

부르르 경련하다 그 숨이 다한 키메라를 뒤로하고, 그가 가볍게 뛰어올랐다.

“멜리젠은 만렙 이후에 잡아야 할 겁니다. 적어도 마나 1,000 이상은 찍고 오세요.”

-대박

-ㅋㅋㅋㅋ 언제 찍누 ㅜㅜ

-이제 슬슬 적응해서 40 언저리인데ㅋㅋㅋㅋ

-갈 길이 멀구만;;

이건 드레젠이 특별한 것이지, 대다수의 유저들이 모자란 것이 아니었다.

드레젠 본인도 엄청난 재능이 있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 지식과 육체를 이용해서 주입받은 것이었으니.

나무를 밟을 때마다 지진이 난 듯, 지각이 흔들렸다.

엘프들이 잘 대처를 해야 할 텐데-.

‘어떻게 깨우는 건지는 나도 몰랐으니.’

과거, 그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싱케루스가 증발한 뒤였다.

멜리젠을 수해에서 막지 못하면 커다란 재앙이 발생하리라 판단한 일행이 급하게 와서, 깨어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역시 엘루도가 열쇠였던 모양.

“그냥 확 다 죽여 버릴 걸 그랬네요. 그편이 빨랐을 텐데.”

-ㅋㅋㅋㅋㅋㅋ

-괜히 시간 끌면 이렇게 된다~ 이 마리야

-그래도 확실한 편은 만들어 뒀으니 ㅇㅈ

-맞아, 그 많은 엘프들 설득하는 것도 일임

그가 취한 방법도 장점은 있었다.

엘프들의 신뢰와 앞으로의 일을 부드럽게 진행할 수 있다는 점.

게다가 지금 제사장을 죽여, 멜리젠의 부활을 막는다 해도 문제였다.

“멜리젠은 언젠가 깨어날 녀석이었습니다. 그때가 된다면 감당도 못하겠죠. 차라리 지금 처리하는 게 좋아 보이네요.”

-그렇지!

-기대된닼ㅋㅋㅋ

-어떤 보상과 어떤 기믹이 있을까!

-그 큰 게 죽으면 다 재료로 쓸 수 있는 거 아님?

달콤한 유혹이었다.

확실히 멜리젠은 죽어서 어마어마한 양의 사체를 남겼다.

고기는 먹지 않았지만, 거구를 지탱한 비늘과 다양한 부산물들은 비싼 값에 팔렸다.

일부는 최고급 장비가 되기도 했으며, 드레젠 본인의 갑옷도 그중 하나였다.

“확실히 득을 크게 봤죠.”

그가 선선히 웃었다.

전성기 때 착용했던 장비들이 생각났다.

크리스, 샤페론, 에드윈, 그리고 그림자 기사단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무장이 새롭게 바뀌겠지.

‘전력 강화는 앞으로의 일에 도움이 된다.’

드레젠은 멜리젠을 다시 한 번 사냥하기 위해 박차를 가했다.

#2

성소 전체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굉음이 쏟아지고, 먼지가 휘몰아쳤다.

땅이 쩍쩍 갈라지며 나무들을 쓰러뜨렸다.

그야말로 재앙.

그곳에 있던 엘프는 황급히 성소를 이탈했다.

“병사들은 엘프의 대피를 우선해라! 친위대는 나를 도와 반역도를 친다!”

에일라는 백여 년 동안 전장을 지휘한 경력이 있었다.

그녀의 지휘 능력은 웬만한 인간 지휘관보다 뛰어났다.

신속한 지휘 아래, 엘프들은 빠르게 재앙에서 벗어났다.

“엘루도! 내 이름을 걸고, 오늘 넌 여기서 살아 돌아가지 못한다.”

에일라의 검에서 오러가 넘실거렸다.

오러의 출력이 더욱 강해졌고, 결국엔 찬란한 오러 블레이드가 형성됐다.

무엇이든 가를 수 있는 오러 블레이드.

그것이 제사장을 살벌하게 위협했다.

“신의 화신이여, 지금 이곳에 있는 반역의 무리들을 집어삼키소서!”

쿠르르르르-!

거대한 꼬리가 시작이었다.

성소의 거대한 탑을 잡아먹고 나타난 꼬리가 순식간에 땅을 헤집었다.

흙으로 된 해일이 몰려왔다.

나무와 진흙, 그리고 돌덩이들이 우수수 몰려왔다.

“흐아아아압-!”

에일라가 기합을 지르며 검을 휘둘렀다.

섬뜩한 소리와 함께 해일이 두 쪽으로 갈라졌다.

성소 주변이 탁류로 휩쓸렸지만, 엘프들이 있는 곳만은 무사했다.

에일라의 일격이 만들어 낸 기적이었다.

“허억-, 허억-, 제길.”

“장군님! 괜찮습니까?”

“괜찮다. 아직 엘루도가 멀쩡하게 숨이 붙어 있으니-.”

전신을 잡아당기는 탈력감이 그녀를 괴롭혔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가증스러운 엘루도를 자신의 손으로 쳐 죽일 때까지, 멈출 수 없었다.

하이디엔과 엘프 로드가 가세했다.

“장군, 뒤에서 기력을 회복하세요. 제사장은 제가 맡겠습니다.”

“그럴 수는-.”

“장군. 그대의 심정은 알지만, 위험하다. 알 수 없는 존재가 깨어나고 있어.”

엘프 로드까지 만류하자,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뒤로 물러섰다.

지각의 붕괴는 계속되고 있었다.

하이디엔은 자신의 창을 들어 엘루도를 향해 달려들었다.

화려한 창술이 뿜어져 나와, 엘루도를 노렸다.

“크흐-.”

콰직-!

엘루도의 지팡이가 부러졌다.

압도적인 오러로 찍어 누른 탓에, 지팡이가 버티지 못하고 부서져 버린 것.

무서운 기세로 휘둘러진 창은 그대로 엘루도의 팔에 직격했다.

“내가 이런 것도 대비하지 않았겠나?”

살점이 터져 나가고, 그곳에 드러난 것은 시커먼 쇳덩이였다.

마나로 보호된 쇳덩이는 흠집만 조금 났을 뿐, 실질적인 타격은 없었다.

하이디엔은 이를 악물고 재차 공격을 이어 갔다.

“그 금속-!”

드레젠이 들고 온 것과 비슷한 금속이었다.

분명 마족들이 가지고 있던 금속이라고 했다.

엘루도는 이미 개조를 마친 몸이었다.

“너희들은 이제 곧 파멸을 맞이할 거다.”

스산하게 웃는 엘루도의 뒤로, 거대한 형체가 드러났다.

난데없이 산이 우뚝 솟아오른 것 같았다.

압도적인 거체는 존재만으로도 좌절을 심어 주었다.

“젠장, 늦었군.”

뒤이어 드레젠이 도착했다.

엘루도는 이미 멜리젠의 머리 꼭대기에 올라가 있는 상황이었다.

로드가 그에게 검을 건네주며 말했다.

“저게, 내 딸아이가 말하던 괴물인가?”

“그렇습니다. 멜리젠. 지금은 웜급과 해츨링 사이의 힘을 가지고 있겠군요.”

웜급은 이제 갓 성인이 된 드래곤을 뜻하고, 해츨링은 성인이 되기 전의 드래곤을 뜻했다.

그 중간이라면, 아예 죽이지 못할 것도 없었다.

어떠한 희생이 따를까.

로드와 하이디엔은 낮게 탄식했다.

“내 부덕이 일을 이렇게 만든 것 같구나.”

“-아버지.”

로드는 굳게 마음을 먹었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엘루도의 계획을 막아서리라.

그리고 엘프들에게 다시 평화를 되찾아 주리라.

그의 의지는 곧 힘이 되었다.

“만약 이곳에서 내가 일어나지 못하거든, 네 뜻대로 하거라. 딸아.”

“…….”

하이디엔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엘프의 전사들, 그리고 드레젠이 멜리젠 앞에 서 있었다.

거대한 뱀의 꼬리에 상반신은 여성 거인의 모습을 하고 있는 멜리젠이 천천히 눈을 떴다.

[미개한 것들이구나.]

“성좌를 증오하는 자여, 눈앞에 있는 자들은 성좌를 섬기는 자들입니다. 그대가 직접 벌하소서.”

[나에게 명령하는 놈은 또 처음이군.]

멜리젠의 거대한 손이 자신의 머리 위에 있는 날파리에게로 향했다.

엘루도는 황급히 마법을 쓰려 했다.

하지만-.

“정령! 정령이여! 말을 들어라!”

[정령? 그 하찮은 것들이 내 앞에서 힘을 부릴 거라 생각했나?]

멜리젠은 은근히 친절한 구석이 있었다.

콰득.

엘루도가 어떻게든 막아 보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아;

-ㅋㅋㅋㅋㅋㅋ아니?

-아니 저게 저렇게 죽는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개 웃기네

-ㅋㅋㅋㅋㅋㅋㅋㅋ

“저번에도 저렇게 죽었나 보군요.”

드레젠은 쩝, 하고 입맛을 다셨다.

밀리젠의 손아귀에 잡힌 엘루도는 짓이겨져, 핏물이 되었다.

마족이 육체 개조를 해도, 항거할 수 없는 힘 앞에서는 무기력했다.

그 모습을 보던 엘프들이 허무한 최후에 인상을 찌푸렸다.

“모두 긴장해라. 저 몬스터는 일반적인 몬스터가 아니니까.”

로드가 말했다.

드레젠이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입을 열어, 약점을 설명했다.

“녀석은 상체와 하체의 연결점과 정수리가 약점입니다. 틈을 만들어 주시면 제가 갈라 보겠습니다.”

“-알겠네.”

“녀석 앞에서 마법은 무용지물입니다.”

엘프의 전력 중 절반이 날아가는 것과 다름없었다.

어쩔 수 없이 마법사들은 전투의 피해를 막아 내는 것 외에는 역할이 없었다.

전에는 어떻게 잡았더라?

드레젠이 기억을 떠올렸다.

‘엘프 로드의 화력이 어떻게 될지 궁금하군. 에일라는- 예전엔 이 전투에서 전사했었지.’

멜리젠의 커다란 눈이 이쪽을 향했다.

기억보다 훨씬 작아진 덩치 덕분에 고개가 덜 아팠다.

옛 전투에선 엄청나게 강한 조력자들이 있었다.

지금은 자신이 그 조력자 역할을 수행해야 했다.

“옛 경험을 떠올려서, 열심히 잡아 보죠. 메인이벤트 시작하겠습니다.”

-가즈아!

-오늘도 준비됐습니다!

-시참 ON!

드레젠이 메뉴를 열어 능숙하게 세션을 조작했다.

초대 메시지를 보내고, 세션을 공개로 전환했다.

수많은 시청자가 게임을 켜고 대기하는 중이었다.

하나의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서.

[월드 보스 : 성좌의 자식 - 멜리젠이 출현했습니다.]

[제한 시간 : 15 : 00 : 00]

[월드 보스를 사냥하면 참여자 모두에게 보상이 주어집니다.]

[세션 코드 : [email protected]]

[세션 참여 정원 : 100]

드디어 이벤트의 시작이었다.

모든 유저들에게 공지가 돌아갔으며, 세션이 활성화되었다.

전 세계 유저가 참여할 수 있는 월드 이벤트가 발생한 것.

아마존 TV에서도 커다란 배너가 걸렸다.

<<최초! 세이브 더 브락시아 월드 보스!>>

다른 방송을 보고 있던 시청자들도 갑자기 뜬 배너에 방송으로 몰려들었다.

아마존 TV에서 미리 준비하고 손을 써, 드레젠에게 힘을 팍팍 실어 주고 있었다.

이런 배경에는 엘리스와 팀원들의 활약이 있었다.

[먹잇감이 제 발로 굴러 들어왔구나.]

“로드, 하이디엔, 뒤로 빠져 있다가 기회가 되면 녀석의 움직임을 묶어 주십쇼. 내가 맞상대하겠습니다.”

“미쳤어?! 저건 성좌의 자식이라고!”

[노닥거릴 시간이 있나 보구나!]

멜리젠의 거대한 손이 세 사람을 덮쳤다.

드레젠은 기민하게 반응해, 두 손으로 대검을 받쳐, 공격을 막아 냈다.

쿠와아앙-!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주변을 밀어냈다.

하이디엔과 로드는 멀찍이 물러나, 경악했다.

“저, 저걸 막아?”

“막았다고-?”

[호오-, 꽤 하는구나.]

넘실거리는 오러가 태산처럼 버텼다.

직접 부딪쳐 보니, 기억에서 분투했던 것만큼 강력하진 않았다.

드레젠은 슬쩍 웃었다.

흘끔, 뒤를 돌아보니 게이트가 열리는 중이었다.

월드 보스를 잡기 위한 지원군이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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