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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절대자의 뉴비생활-159화 (160/279)

제 159화

159화 - 썩은 부분 도려내기

#1

[크오오오오오오-!]

머리가 세 개 달린 거대한 개의 형상이 울부짖었다.

일반적인 루푸스보다 두 배는 커다란 덩치.

네 개의 다리 외에도 두 개의 앞발이 사마귀의 그것처럼 달려 있었다.

두꺼운 꼬리 역시 두 개나 달렸다.

“키메라까지 만들 정도였나.”

그는 뒤에서 길길이 날뛰는 엘루도를 바라봤다.

엘프들이 황급히 대피하는 모습,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마법을 발현하려는 제사장의 모습, 그와 대치하며 마나를 피워 내는 전사들의 모습까지.

완벽히 분열되어 있는 엘프들의 모습에, 드레젠은 혀를 찼다.

“엘프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파벌을 형성하고 있었습니다. 이게 그 결과죠.”

전쟁 당시에도 하이디엔이 엘프들의 뜻과 마을을 하나로 묶기 위해 고생을 많이 했다.

그때까지 지나가면 이미 늦는다.

지금 여기서, 엘프들을 자신의 협력자이자 동맹으로 끌어들인다.

전투는 곧바로 시작됐다.

[크아아아아아!]

쿠웅-!

루푸스를 닮은 키메라는 무식한 육탄 공격을 해 왔다.

마법이나 다른 기술은 사용하지 않는 모양.

지붕 하나가 그대로 떨어지는 것 같은 앞발이, 드레젠을 덮쳤다.

콰드드득-!

“어우 힘도 좋네.”

드레젠은 오러가 담긴 두 손으로 거력을 막아 냈다.

흘끔, 뒤를 돌아보자 제사장이 당황스러운 눈치로 에일라를 설득하는 중이었다.

제사장의 계획은 드레젠도 대충 눈치챌 수 있었다.

눈티아와 한편이라면, 이미 그에 대한 무력도 흘러들어 갔을 거다.

‘그러니 어떻게든 말려 죽이려 했겠지만.’

이미 하이디엔이 엘루도의 정체를 알아 버렸다.

그의 계획은 처음부터 실현될 수 없었다.

왜냐고?

드레젠이라는 존재는, 이미 엘프 안에 썩어 문드러지고 있는 자들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에일라 장군! 뭣 하는 거요! 지금 당장 저 괴물과, 괴물을 불러들인 이방인을 처리하시오!”

“저자가 불러들였는지, 그건 어떻게 아는 겁니까, 제사장.”

서릿발 같은 기세가 에일라에게서 뿜어져 나왔다.

드레젠은 이방인이었지만, 묘한 신뢰감을 주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엘루도는 어떤가.

괴물을 막아서는 것도 아니었고, 사람들을 대피시키는 것도 아니었다.

단지 이방인인 드레젠을 죽이라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기만 할 뿐.

“성좌께 신탁을 받았소! 저자가 바로 우리를 파멸로 이끌 것이오!”

엘루도의 말에, 에일라의 이마가 씰룩였다.

성좌의 신탁.

엘프들에게 있어, 그 말은 절대적이었다.

그녀가 입술을 깨물며 머뭇거리고 있을 때, 성소에서 뛰쳐나오는 무리가 있었다.

“에일라 님! 그자의 말을 믿지 마세요! 실버문이 증거를 가져왔습니다!”

“역시, 저거 저기에 있었어!”

엘르엘라가 광분했다.

엘루도는 뒤를 돌아보며 이를 갈았다.

생각처럼 되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렇다면-.

“결국 네놈들도 이단을 택했구나! 다 너희들이 자초한 일임을 잊지 말거라.”

쿠우우우우-!

새하얀, 그리고 성스러운 마나가 뿜어져 나왔다.

언뜻 보면 신성력과 비슷했지만, 전혀 다른 성질을 가지고 있었다.

엘르엘라가 신속하게 활을 겨눴다.

“변신 시간을 기다려 주는 건, 악당뿐이라고!”

그녀는 악당이 될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끼릭-, 소름 끼치는 소리와 함께 화살 끝에서 오러가 넘실거렸다.

화살이 날아갔고, 정확히 엘루도의 지팡이를 노렸다.

하지만 그 화살이 목적을 달성하는 일은 없었다.

“반역자들을 처단하고, 엘프 왕국을 다시 건설하리라!”

쿠드드득-!

땅이 진동했다.

그가 막 마법을 발동시키려 할 때, 환한 빛이 광장을 감쌌다.

#2

부스스 떨어지는 먼지들과 부스러기.

하이디엔은 위쪽에서 느껴지는 힘에 반응하며, 자신의 마나를 일깨웠다.

익숙한 힘들이 충돌하는 것은, 그녀의 가슴을 미어지게 만들었다.

“내가 짊어져야 하는 짐이라면.”

그녀는 앞으로 엘프를 이끌어 갈 자였다.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바른길로 인도할 수 있다면 그리하겠다고 다짐했다.

지금쯤이면 무대는 만들어졌겠지.

그녀가 있던 공간 전체가, 지상으로 순간 이동 되었다.

“저, 저거 봐!”

“성소의 벽……?”

“꺄아아아악-?!”

공간 자체를 순간 이동 시키는 마법진.

하이디엔과 실버문이 준비했던 무대였다.

엘루도의 치부를 고스란히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을 찾다, 하이디엔이 직접 로드에게 건의한 것이었다.

“이게…….”

[모두들 들으라-! 엘프 로드의 적통이자, 차기 엘프 로드인 하이디엔이 이곳에서 제사장의 치부를 낱낱이 드러내리라!]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울렸다.

드레젠은 피식 웃으며 전장을 옮기기로 했다.

“이 이벤트는 반드시 발생할 겁니다. 이 키메라는 전 회 차에서도 상대해 본 적이 있거든요.”

하이디엔, 그리고 다양한 엘프 전사들과 함께 싸웠던 기억이 새록새록 솟아났다.

그때는 어렵지 않게 상대했었다.

인원도 많았고, 무려 엘프 로드가 지원해 주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엘프 로드는 마침 볼일이 있어 예배에 참석하지 않았다.

“저리 가자, 아가야.”

-ㅋㅋㅋㅋㅋ

-똥개 취급

-렙 몇 때부터 잡을 수 있나요?

-우리도 엘프를 공략하게 해 달라!

“90 이상이면 무난하게 잡을 수 있습니다.”

그간 강력한 적들만 상대해 온 드레젠에게 단비와 같은 몬스터였다.

이 키메라는 특수한 약물을 사용해 융합한 신체를 가지고 있었다.

공격력은 별것 없었지만, 방어력은 웬만한 골렘 못지않았다.

샌드백이나 다름없었다.

“스트레스 좀 풀겠습니다.”

드레젠은 빠르게 키메라의 밑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두툼한 꼬리 끝을 잡아챈 후, 그대로 숲속으로 던져 버렸다.

깨갱-! 하는 소리와 함께 훨훨 날아간 키메라를 쫓으며, 드레젠이 말했다.

“하이디엔! 엘프들의 미래는 네게 달렸다!”

그녀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걸 확인하곤, 드레젠은 샌드백을 두들기기 위해 숲으로 향했다.

이제 방해꾼도 완벽하게 사라졌다.

하이디엔은 자신만을 위한 무대에서 찬란하게 빛나는 중이었다.

[제사장 엘루도는 지금껏 저질러서는 안 되는 일을 저질렀다! 이걸 보라!]

하이디엔은 분노했지만, 더없이 냉정했다.

또렷하고 호소력 있는 목소리로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말했다.

그녀를 바라보는 엘프 모두가 집중할 수 있도록.

촤르륵-.

그녀가 마법을 이용해서 동료들의 사체를 보였다.

[이건, 지난 6개월간 전사했던 전사들의 사체다. 자연의 곁으로 돌아가야 할 영광스러운 영혼이! 지금까지 이곳에 묶여 있었다!]

엘프들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특히 그들과 동고동락하며 몬스터들과 싸웠던 에일라의 표정이 압권이었다.

경련이 일어나며, 입술과 눈썹을 파르르 떠는 그녀.

쇠사슬에 묶여, 처참한 몰골이 된 전사들 중에는 그녀가 아끼던 자도 있었다.

“이- 개자식이!”

“이건 모함이야! 이 건방진 연놈들이, 감히 날 능멸해!”

엘루도가 길길이 날뛰며 마법을 뿌렸다.

성소가 무너지며, 그의 무기가 되었다.

콰드드드득-!

뿌리 깊은 나무들이 적대감을 드러냈다.

그를 따르는 사제들 역시 전사들에게 적대감을 드러냈다.

“성좌의 신탁을 무시하는 겁니까!”

“반역! 그대들은 반역도입니다!”

에일라가 오러가 담긴 검을 휘두르며 소리쳤다.

그녀는 이미 이성이 반쯤 날아간 뒤였다.

웃고 떠들고, 함께 도시를 지켜 왔었다.

훈련하고, 검을 휘두르고, 위기를 헤쳐 나갔던 기억들이 그녀를 괴롭게 만들었다.

“제사장! 당장 이 일을 해명하라! 아니면 그 목을 내밀든가!”

“웃기는군. 성좌의 신탁이었다. 우리의 법 위에는 성좌가 있다는 걸 잊었나 보지?!”

엘루도는 뻔뻔했다.

제사장은 성좌와 소통하는 자.

그것은 커다란 무기였다.

간간이 로드까지 설득할 수 있을 정도로.

“-그게 성좌의 뜻이라면, 나는 더 이상 성좌를 섬기지 않는다.”

에일라의 폭탄 같은 선언.

그녀의 감정이 분노와 배신감으로 물들었다.

도움을 주지 않는 성좌보다, 지금 저기에 묶여 있는 옛 동료들이 더욱 소중했기에.

[제사장 엘루도의 말은 거짓말이다! 그는 루푸스를 끌어들여 전사들을 죽였고, 그것으로 무언가를 하려 했다!]

하이디엔의 말은 엘루도의 변명을 집어삼켰다.

엘프들의 얼굴이 분노로 물들었다.

성좌?

수많은 세월이 지나면서, 성좌의 존재는 점점 희미해져 갔다.

그들은 엘프를 방치했고, 엘프들은 성좌의 이름만 간신히 기억할 정도였다.

[이제 엘프에게 제사장은 필요 없다! 하이디엔이 로드의 인장을 받아 명한다. 반역도는 에일라가 아니라! 잔인한 짓을 저지르고 있는 엘루도다!]

“이런 건방진 계집이-!”

“-거기까지 하게, 제사장.”

성소의 입구에서, 딱딱하게 굳은 엘프 로드가 등장했다.

평소 항상 웃는 얼굴이었던 그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풀풀 풍기는 마나가 심상치 않았다.

그는 하이디엔을 바라봤다.

“조금 나중에 오라고 한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구나.”

“예. 로드.”

“잘했다. 우리가 섬기는 성좌는 신족이다. 신족이 저렇게 잔인한 일을 벌였다곤 들어 보지 못했구나.”

그는 썩지도 못하는 전사들의 시체를 바라보며 혀를 찼다.

부패를 막기 위한 약물 냄새가 오소소 퍼졌다.

엘프 사회에서 이는 천인공노할 일이었다.

그는 상당한 기운을 내뿜으며 제사장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엘루도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로드께서도 제 말을 믿지 못하는 겁니까?”

“난 두 눈으로 보고 판단한 것일 뿐.”

“그럼 어쩔 수 없구려.”

엘루도는 마지막 수를 꺼내기로 했다.

본래 제물을 조금 더 바치고 소환했어야 할 녀석이었다.

성소를 이 위에 지은 것은, 그 괴물을 봉인하기 위함이기도 했다.

엘루도는 베리드의 명령을 받아 성소의 힘을 역이용했다.

‘어차피 지금도 엘프들을 쓸어버리는 덴 문제가 없다.’

본래는 그 괴물을 완성시켜, 엘프들을 모조리 잡아먹고 대륙 중앙으로 진출하려던 계획이었다.

조금 이르지만 그놈을 깨우기로 결정했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존재는, 그에게 직접 구원의 온상을 보여 주었다.

헛된 희망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아닌, 눈으로 보이는 구원!

“너희들은 큰 실수를 한 것이다.”

엘루도가 가지고 있던 지팡이의 끝에서 빛이 흘러나왔다.

붉은 빛이었다.

요사스러운 빛에, 모두가 경각심을 가졌다.

이곳에 드레젠이 있었다면, 저 빛을 보고 당장 달려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엘프들은 방어 자세를 취했고, 그것은 곧 엄청난 실수로 이어졌다.

[누가 나의 잠을 깨우느냐.]

심연에서 올라오는 목소리.

하이디엔은 드레젠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멜리젠.’

최고이자 최악의 성좌 중 한 명인 헬라의 자식 중 하나.

그가 깨어나려 하고 있었다.

“안 돼-! 저자를 막아야 한다!”

“이미 늦었다!”

막으려면 지팡이의 힘이 들어오기 전에 막았어야 했다.

쿠그그그그-!

성소 전체가 진동했다.

지하 깊숙한 곳에 잠들어 있던 괴물이 깨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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