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한 절대자의 뉴비생활-151화 (152/279)

제 151화

151화 - 배신자들

#1

“……야.”

“-어.”

“우리 해외로 튀자.”

“하…… X발.”

룸메이트로 지내고 있던 두 대학생.

그들은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드레젠의 방송을 보고 있었다.

분위기가 반전되고 있었다.

“야, 어떡할 거냐고!”

“하-, 그냥 자수하자.”

“뭐? 미쳤냐? 앞으로 인생 쫑 나고 싶어?!”

친구가 분개하며 버럭 소리쳤다.

요즘 네티즌들은 정말 무섭다.

엄청난 수사력으로 자신들의 신상을 들춰내겠지.

그렇게 된다면 대학교는 물론이고 앞으로의 삶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었다.

“야, 우리도 억울하게 당했다고 하면 되잖아? 솔직히 우리가 한 게 뭐가 있어?”

“-가만.”

버럭 소리쳤던 학생이 기묘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들은 그저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었다.

드레젠을 조금 싫어하긴 했지만, 그건 법적으로 처벌받을 이유가 전혀 아니었으니까.

그의 머릿속에서 요상한 계획이 그려졌다.

“우리가 먼저 선수를 치자.”

“그럴까? 근데 그러다가 그 사람이 우리 어떻게 하면 어쩔 건데.”

“야, 우리도 성인이야! 게다가 체대라고! 이 몸뚱이 얻다 쓸 건데?”

“하긴…….”

두 사람은 빠져나갈 구멍을 모색하기 위해 숙덕숙덕 이야기를 했다.

신나게 이야기를 하던 도중이라 미처 보지 못한 것이 있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노트북의 캠.

본래 꺼져 있어야 할 캠에 슬며시 불이 들어왔다.

#2

“하- 이 새끼들 보소.”

어린 나이에 천재 해커가 된 한창원.

이제 막 군대를 다녀온 만 22세의 젊은 청년이 씩 웃었다.

수많은 모니터를 앞에 두고, 키보드까지 무려 세 개가 있었다.

보통의 해커들이 다 이렇진 않겠지만, 적어도 창원은 그렇게 했다.

“하- 내 밥줄을 이딴 식으로 끊으려 하면 안 되지.”

드레젠은 그의 우상이었다.

화려하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사람을 줄곧 찾아왔다.

그 어떤 압력에도 굴하지 않는 스타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

그래서 냉큼 지원했다.

자신의 서포트를 받을 사람은 단연코 드레젠이라고 생각했다.

“잡았다 요놈들아.”

그는 킬킬 웃으며 캠과 마이크를 활성화했다.

두 대학생이 떠드는 장면과 대사가, 모두 실시간으로 녹화되는 중이었다.

그가 기지개를 켜며 계속 화면을 주시했다.

“더 뱉어 봐라.”

한참을 떠들던 두 대학생의 입에서, 드디어 가치 있는 키워드가 나왔다.

창원은 씩 웃으며 키보드를 두들겼다.

그의 능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3

세이브 더 브락시아.

오늘 강일의 캡슐에 누워 있는 사람은 다영이었다.

그녀는 따로 방송을 켜서 게임 화면을 그대로 보여 줬다.

붕붕 검을 휘둘러 보고, 뛰어도 보았다.

시청자들의 요청을 받아 다양한 동작들도 했다.

결론은 간단했다.

“제가 캡슐에서 하는 것보다 훨씬 뻑뻑한데요?”

-ㄹㅇ?

-진짜요?

-에엥? 이럴 리가 없는데;;

-ㅋㅋㅋㅋㅋ이거 사실이면 레게노

“네. 진짜 뭔가 좀 반응이 느려요. 아주 살짝이지만…… 묘하게 거슬리는?”

다영의 말은 사실이었다.

기사가 자세하게 설명한 내용 중, 동기화가 부족하다는 내용이 있었기 때문.

분위기가 점점 요상해졌다.

물론 5% 정도로 아주 미묘한 차이였다.

하지만 드레젠 같은 고인물들에게, 그 5%는 상당히 큰 차이였다.

“그래도 별문제는 없네요? 로그를 봐도 문제는 없고. 이것도 짜고 친다고 할 수 있는데, 진짜 아니에요.”

-그러게

-뭐가 아쉬워서 짜고 침 ㅋㅋㅋ

-이게 진짜라면;;

-레게노닼ㅋㅋㅋ

-처음 기사 쓴 놈 어딨니?

군중 심리가 점점 커졌다.

눈치가 빠른 이들은 벌써 자신이 쓴 댓글을 지우느라 바빴다.

하지만 이미 한창원이 모든 자료들을 싹싹 긁어모았다.

솜방망이 처벌이라도 상관없었다.

“와, 그럼 여태 이런 감도로 그런 퍼포먼스를 보여 주신 건가?”

다영이 그렇게 말하자, 채팅 창이 들끓었다.

정말 5%의 감도가 낮은 거라면, 지금까지 드레젠은 5%의 힘을 봉인하고 싸운 것이라는 말이었다.

말이 5%지, 상당히 유의미한 차이이리라.

“아, 제 캡슐의 감도가 낮았군요? 잘 못 느껴서 몰랐는데.”

강일은 정말 몰랐던 일이었다.

캡슐에도 동기화라는 것이 있었다니.

잘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럼 제 결백에는 한층 더 다가섰군요.”

-그러네;;

-ㅋㅋㅋㅋㅋㅋ어이없넼ㅋㅋ

-진짜 이번에 줄고소 당할듯ㅋㅋㅋㅋ

안 그래도 익명성 뒤에 숨어 악플을 다는 사람들에 대한 처벌이 강화된 참이었다.

멋대로 판단하고, 생각나는 대로 글을 쓴다.

감정의 쓰레기통쯤으로 생각해서 댓글을 다는 사람들은 너무도 많았다.

흔히 허황된 소문을 퍼뜨리고 힘겹게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면?

그땐 ‘아 미안하다.’라는 말로 끝나는 것.

“잘됐어요. 사람들이 많이 모이니 이상한 사람들도 꼬이기 마련이니까. 앞으론 믿고 보실 수 있겠네요.”

강일이 웃었다.

푸슉-!

캡슐이 열리며 다영이 나왔다.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와, 어떻게 저런 캡슐로 게임하셨어요?”

“그렇게 심했나요?”

“네. 뭔가 좀 이상하다고 해야 하나? 렉이 있다고 해야 하나? 몸이 사고를 못 따라가는 느낌?”

“저는 잘 못 느꼈는데.”

다영이 손바닥을 짝! 소리가 나게 부딪치며 말했다.

“그럼 이제 제 캡슐로 가시죠! 밥도 먹고!”

“그럴까요?”

오늘의 본격적인 게임은 바로 다영의 집에서 하기로 했다.

어제 연락을 하면서 알게 된 사실.

다영이 바로 이 집 건물주의 딸이며, 이곳에서 자취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본가는 따로 있을 정도니, 그녀의 부모님이 얼마나 잘사는지 알 수 있었다.

“일단 저희는 식사를 좀 하고, 다시 켜도록 하겠습니다.”

-이따 뵈용!

-기대된닼ㅋㅋㅋ

-벌써부터 빤스런 각 잡고 있죠?

-엌ㅋㅋㅋ악플러들 망했죠?

강일은 캠을 끄고, 기사에게 대금을 지불했다.

미리 준비한 따듯한 음료도 건네주었다.

“진짜 드레젠 님이에요?”

“네. 드레젠입니다.”

“이거 영광입니다. 혹시 사진이랑 사인 좀 부탁해도 될까요?”

“그럼요.”

강일은 능숙하게 사인을 해 주었고, 사진도 찍었다.

얼굴 노출은 가급적 안 하는 편이었지만, 그가 인터넷에 뿌리지만 않으면 상관없었다.

다영과 강일은 정말로 밖에 나가서 점심을 먹었다.

가끔 그녀를 알아보는 이가 있었지만, 그건 작은 해프닝일 뿐이었다.

#4

다영의 집.

혼자 사는 집치고는 꽤 넓었다.

드레스 룸 포함 세 개의 방을 가지고 있었고, 화장실도 두 개였다.

귀여운 고양이 세 마리가 쪼르르 다가와, 주인을 맞이했다.

“얘들아 간식 줄게~ 조금만 기다려요.”

“저는 방에 가 있겠습니다.”

“네! 방송하는 방은 저쪽이에요.”

방송하는 방을 안내해 준 다영은 고양이들을 챙겼다.

신기한 건, 세 마리의 고양이들이 하나같이 강일의 발등에 머리를 비비고 있다는 것.

다영이 놀라서 말했다.

“와, 우리 애기들은 낯가림이 엄청 심한데, 신기하네요.”

“그러게요. 귀엽네요.”

쭈그려 앉아 손으로 고양이들을 슥슥 쓰다듬었다.

그러자 셋이서 합창이라도 하듯이 골골송을 시작했다.

한눈에 봐도 미묘인 아이들.

다영은 초롱초롱한 눈동자로 강일의 손에 간식을 쥐여 주었다.

“부탁합니다!”

“애들이 절 좋아하나 보네요.”

“와, 우리 엄마 아빠도 못 오게 하는데……. 진짜 신기해요. 그럼 저 먼저 들어가서 세팅해 놓겠습니다.”

다영이 방송실 안으로 들어갔다.

골골거리는 고양이들에게 츄르를 나누어 주며, 강일은 집을 둘러봤다.

꽤 연식이 있는 아파트였지만, 깔끔하고 살기 좋아 보였다.

자신이 살고 있는 반지하와는 전혀 다른 모습.

‘나도 곧 이런 집에서 살겠군.’

아니, 더 좋은 집에서 살겠지.

잠재적인 수입만 어마어마한 자신.

이제 자신도 좋은 집, 좋은 곳에서 살아갈 수 있겠지.

“다 먹었냐. 형은 간다.”

냐아-!

한 놈이 가지 말라고 뽈뽈뽈 따라왔다.

강일은 피식 웃고 방송실의 문을 열었다.

캡슐을 열심히 세팅하고 있는 다영이 보였다.

“아, 오셨어요? 저는 저대로 방송 진행하고, 드레젠 님도 편하게 진행하세요. 어차피 밑에 사는데요 뭐.”

“알겠습니다. 그럼 신세 좀 질게요.”

“헤헤, 저도 받을 거 받고 하는 거니까 부담 가지지 마세요.”

강일은 캡슐 안쪽으로 들어갔다.

본격적인 방송이 시작되었다.

한편 그가 편안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슬슬 드레젠을 돕는 팀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표님? 저 창원입니다. 지금 녹화본 하나 보내겠습니다.”

“녹화본?”

“네. 그 게시물 올린 놈들 찾았거든요. 그리고 회사 내부에 확실히 있는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바로 보내 주세요.”

딱딱하고 경직된 목소리가 전화 너머로 들렸다.

누가 들어도 ‘나 화났다’라고 표현하고 있었다.

창원은 긴장한 표정으로 물었다.

“어떻게 하실 겁니까?”

“어떻게 하긴요. 다 반쯤 죽여 놔야지.”

“……아, 알겠습니다. 바로 보내겠습니다.”

무서운 기백이었다.

사람의 목소리만 듣고 위축될 줄이야.

창원은 꿀꺽, 침을 삼키고 톡으로 편집한 영상을 보냈다.

요즘은 미디어가 많이 발전되어 있어, 제보하는 방법은 다양했다.

법적 처벌?

그것보다 무서운 것이 바로 사람들의 인식이었다.

“늬들은 진짜 X됐다.”

창원이 헛웃음을 지었다.

누가 감히 브락시아의 대표님과 싸워 이기겠는가.

그녀의 분노를 감당할 생각을 하니, 그 녀석들이 불쌍해졌다.

드레젠을 끔찍이 아끼는 그녀의 성격상, 아마 범인은 무사하기 힘들 것이다.

#5

드레젠이 다영의 캡슐로 게임을 실행하자, 묘한 감각이 몸을 사로잡았다.

용사의 몸보다는 별로였지만, 자신의 캡슐에서 했던 것보다 살짝 좋은 정도?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싱크로율이라는 거군요.”

-엌ㅋㅋㅋㅋ

-지금까지 5% 자체 너프;;

-고렙 던전 가면 진짜 1% 차이가 크다던데.

-대단하다 대단햌ㅋㅋㅋㅋ

-이 세상 피지컬이 아니었엌ㅋㅋㅋ

“어- 어쨌든 여기서도 정상적으로 플레이하면 순수 제 실력이라는 게 입증되겠죠.”

맞는 말이었다.

수많은 시청자가 증인이었다.

기사까지 동원했는데 믿지 않는다?

그건 그냥 드레젠이 싫은 사람이었다.

“이제 거의 다 왔군요. 엘프의 숲에.”

지금쯤이면 게임 속 하이디엔도 엘프의 숲에 복귀했을 것이다.

접촉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드레젠은 캠프를 하면서 탐색을 펼쳤다.

그리고 미리 챙겨 온 종이에 대충 지도를 그렸다.

“흠, 분명 이쯤이었던 것 같은데.”

콕콕.

마법으로 그을린 나뭇가지로 한 지점을 가리킨 드레젠.

그가 점찍은 곳은 엘프들의 사유지, 그것도 아주 중요한 곳이었다.

그곳에 들어가는 것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왜냐하면-.

“당신! 어떻게 이곳에 있는 겁니까?”

기다렸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드레젠은 히죽 웃으며 목소리의 주인공을 바라봤다.

“오랜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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