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한 절대자의 뉴비생활-142화 (143/279)

제 142화

142화 - 출격!

#1

하시스 성의 격납고.

당당한 위용의 골렘 세 기가 조립되는 중이었다.

연금술로 각 부위를 연성하고, 마법으로 이어 붙인다.

현대의 로봇과 비슷한 개념이었지만 훨씬 복잡했다.

회로 대신 마법으로, 연료 대신 마정석으로 구동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바, 밖이 소란스러운데요?”

“이제 거의 다 됐어요. 마법진은 준비됐죠?”

쿠웅-.

부스스한 먼지들이 떨어졌다.

함께 일하고 있던 기술자들이 불안감에 떨었다.

분명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평화로웠던 하루였다.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불길한 움직임이 계속 이어졌다.

“허억- 허억- 이졸데 님!”

격납고의 쪽문이 열리며 자그마한 인영이 들어왔다.

한창 수련 중이어야 할 크리스였다.

작업에 몰두하고 있던 이졸데가 고개를 돌렸다.

그녀가 대답할 겨를도 없이 크리스가 다다다 말을 쏟아 냈다.

“지금 언데드 드래곤이 오고 있어요! 골렘이 필요하다고 해요!”

“……뭐?”

이졸데의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시험 가동도 하지 못한 골렘을 바로 실전에 투입해야 한다고?

순식간에 모공이 확장되며 식은땀이 흘렀다.

뒷골이 서늘해지는 느낌에, 저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았다.

“소장님. 빨리 완성해야 합니다!”

“그, 그게 진짜라면 시간이 없습니다!”

이졸데가 입술을 깨물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지가 그녀를 무겁게 짓눌렀다.

후우-.

그녀는 한숨을 내뱉고 드레젠을 떠올렸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드래곤같이 덩치가 큰 몬스터는 골렘 없이 막기가 힘들었다.

움직임만으로 성벽이 무너지고 병사들이 쓸려 나가기 때문에, 재앙이나 다름없었다.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이졸데는 바쁘게 손을 놀렸다.

이제 핵만 넣으면 시험용 골렘이 완성된다.

‘제대로 작동해야 할 텐데.’

드레젠은 이 골렘이 획기적인 전투 병기가 될 것이라 말했다.

순전히 그녀가 세운 가설과 이론으로만 이뤄진 골렘.

경도도, 작동 방법도 완전히 다른 이 골렘이 어디까지 활약할 수 있을까?

“……끝났다!”

커다란 핵이 완성되었다.

만약.

정말 만약에 이 골렘이 생각한 대로 구동한다면, 결전 병기를 만들 수 있으리라.

드래곤의 뼈까지 얻게 된다면 더욱 좋겠지만-.

‘이런 생각은 나중에 해라 좀!’

이졸데는 끓어오르는 주책과 김칫국을 억눌렀다.

제법 무거운 핵을 조심조심 옮겼다.

우수수 떨어지는 먼지가 그녀의 머리에 소복하게 쌓였다.

기침이 나올 정도로 텁텁했지만, 그녀는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됐습니다!”

“기동하겠습니다!”

“마법진으로!”

기존의 골렘은 단순한 명령만 처리할 수 있었다.

마법으로 일일이 명령을 내리고, 그 명령을 핵이 처리해서 수행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이번엔 핵 자체가 달랐다.

이 핵은, 조금 더 위험했지만 훨씬 더 효율적이었다.

“후우…….”

“저희가 지키겠습니다.”

이졸데는 마법진으로 향했다.

링크.

무언가를 연결한다는 뜻의 단어이자, 실제로 서로를 연결하는 마법이었다.

기존 골렘이 리모컨으로 조종하는 로봇이었다면, 이졸데가 고안한 방식은 스스로가 움직이는 방식이었다.

‘후우…… 최초의 파일럿이 되겠네.’

이 골렘으로 드래곤을 막아야 한다.

스톤 골렘일 뿐이었지만, 아이언 골렘보다 효율적일 것이다.

물론 기동이 제대로 된다는 전제하에서.

“갑니다!”

이졸데가 눈을 감았다.

쿠우웅-!

거대한 골렘의 신체가 서서히 움직였다.

붕 뜬 느낌이었지만, 골렘의 신체 하나하나가 손발처럼 느껴졌다.

‘연습은 충분히 해 봤어.’

두툼한 모래주머니를 착용한 느낌.

그래도 움직일 수 있었다.

훤히 내려다보이는 시야가 전투력을 고양했다.

앞으로 골렘의 정석이 되어, 수많은 파일럿을 양산하게 할 작품의 첫 기동이었다.

#2

키에에엑-!

언데드들이 내는 소리가 귀청을 울렸다.

에드윈은 미친 듯이 검을 휘두르면서도, 저 멀리서 성벽을 내려치고 있는 드래곤을 봤다.

‘저걸 대체…….’

무슨 수로 막는단 말인가.

마스터가 있다면 혹시 모를까, 지금으로서는 무리였다.

방어의 대가인 얼터 역시 차마 드래곤은 상대할 수 없었다.

쿠르르르-!

한쪽 성벽이 그대로 무너졌다.

막을 수도, 저지할 수도 없었다.

“이미 수성의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어떻게든 해야 합니다!”

“나도 알고 있긴 한데…… 그걸 어떻게 하냐 이거지.”

퍼석-!

아이젠하트가 검을 휘두르며 투덜거렸다.

실감이 나지 않는 재앙이 성벽을 부숴 버리고 있었다.

태연하게 말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가망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으면…….”

“공자님만이라도 일단 몸을 피하시지요.”

“……젠장.”

에드윈은 답하지 않고 검을 거칠게 휘두를 뿐이었다.

저 드래곤이 그대로 성벽을 뚫고 들어가면 성은 쑥대밭이 될 것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 했다.

성벽 위의 전사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때, 검은 광선 하나가 드래곤의 머리에 직격했다.

“……언제까지 시간을 끌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해 봐야겠군요.”

자신의 키보다 거대한 장궁을 들고 있는 아그네스.

그녀가 숲에서 드래곤의 측면을 노린 것.

최대한 시선을 끌며 골렘이 나올 때까지 버틸 예정이었다.

‘최대한 안쪽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 그것도 아니라면…….’

드래곤을 조종하고 있는 모체, 흑마법사들을 죽이는 것이 차선책.

통제 없이 날뛰는 드래곤이 될지, 아니면 얌전해질지는 두고 봐야 알 일이었다.

이럴 때 믿고 맡길 동료가 없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저들의 실력도 뛰어나지만…….’

그렇다고 이 거대한 몬스터의 주의를 끌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

거대한 포효가 그녀를 향해 쏘아졌다.

마나를 있는 힘껏 두르고, 혼돈의 힘을 화살촉에 감았다.

사실상 일대일이라고 해도 무방한 전투.

적군의 지원이 훨씬 원활하게 이뤄지는 상황이었다.

‘따라잡히면 무조건 죽는다.’

그녀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인식이었다.

드래곤의 사정거리에 닿는 순간, 그대로 끝이었다.

그녀와 드래곤의 처절한 술래잡기가 시작되었다.

#3

“으음?”

드레젠은 에렌틸에 도착하자마자 불길한 기운을 감지했다.

본래 탐지 범위보다 아득히 먼 곳이었지만, 느껴졌다.

그만큼 거대하고 강력한 기운이라는 것.

“선배들도 느꼈습니까?”

“……그래. 산맥 너머로군.”

“얼른 출발해야겠는데?”

산맥 너머, 느껴지는 방향은 파베론 산맥의 수해였다.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

어림잡아 느껴지는 곳은, 하시스 성 근처였으니까.

-뭔 일 있음?

-일 터졌나 보네

-그래도 잘 막을 것 같은데;

-빨리! 빨리 가자!

본래라면 느긋하게 가려고 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포털 정류장을 벗어나자마자 하늘에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웠다.

[주인! 빨리 타거라!]

“렉스? 여긴 왜 왔어?”

이미 주변은 아비규환이 되어 있었다.

에렌틸은 공업 도시임과 동시에 골렘 제작으로도 유명한 곳이었다.

벌써 골렘이 기동하기 시작했다.

[무의 추종자들이 드래곤을 부활시켰다. 지금 그 여자가 막고 있다.]

“내가 이럴 줄 알았다.”

드레젠은 한숨을 쉬고 와이렉스 위로 올라탔다.

밑을 내려다보니 멀뚱히 서 있는 기사단원들이 보였다.

“선배들도 같이 가시죠.”

“……드래곤이라니.”

“전설로만 등장할 줄 알았는데 말이야.”

훌쩍훌쩍 올라타는 기사단원까지 태우고, 드레젠은 영지로 향했다.

부리나케 와이번을 쫓아온 경비대와 골렘들만 닭 쫓던 개 신세가 되었다.

드레젠은 산맥 너머로 날아가며 물었다.

“와이번들은?”

[그 녀석들은 방해만 될 뿐이다. 아무리 죽은 드래곤이라도 드래곤은 드래곤이니까.]

“그래서 안전한 곳에 뒀냐고.”

[……당연하다. 그래도 내가 이끄는 아이들이니.]

드레젠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만하면 할 수 있는 조치는 다 했다.

아무리 와이렉스가 빨라도 10분 이상은 걸리는 거리였다.

“성이 위기 아닌가? 그런 것치고는 꽤 여유롭군그래.”

“거야…… 충분히 막을 능력이 있으니까요. 슬슬 새로운 전투 병기가 완성되어 있을 테니까요.”

스톤 골렘이라고 얕보면 큰코다칠 거다.

용사 시절, 기계 파괴자라고 불렸던 양산형 전투 병기였으니.

그리고 무엇보다, 이졸데라는 걸출한 파일럿까지 있지 않은가.

스톤 골렘은 강하다.

이제 세상에 각인시킬 때였다.

#4

[크어어어어어-!]

“역시 드래곤. 기본적인 항마력은 가지고 있다 이건가요?”

아그네스가 쓰게 웃었다.

푸화아악-!

언데드 특유의 독기가 그녀를 노리고 쏘아졌다.

시간 차 공격으로 강한 흑마법까지 쇄도했다.

‘지금쯤이면-.’

와이렉스가 산맥 너머로 사라졌다.

그녀의 짐작이 틀리지 않는다면, 골렘이 슬슬 도착할 때가 됐는데-.

[크어아아아아-!]

“이런!”

전투 중에 딴생각을 하다니, 그녀답지 않았다.

잠시 흑마법을 피하는 사이 드래곤이 지척까지 다가왔다.

그녀는 혀를 차며 그림자 안쪽으로 스며들었다.

최대한 주의를 끌려고 했지만, 조금의 방심으로 실패해 버리고 말았다.

[크어아아아아아아아-!]

목표물을 잃은 드래곤은 숲을 부수며, 다시 생명의 기운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성벽이 다시 위험해졌을 때, 거대한 돌덩이가 드래곤을 향해 날아왔다.

콰아아앙-!

성벽을 쌓기 위해 만든 벽돌이 드래곤의 미간에 제대로 박혔다.

“저거 뭐야?!”

“며, 명중인데요?”

“저렇게 큰 돌을 누가 던졌냐고!”

쿠웅- 쿠웅- 쿠웅- 쿠웅-!

저 뒤에서 거대한 소리가 들렸다.

에드윈이 슬쩍 뒤를 돌아보자, 거대한 스톤 골렘이 맹렬하게 뛰어오는 중이었다.

게다가 손에는 하나의 바위가 더 들려 있었다.

“골렘이, 저런 움직임이 가능해?!”

“그, 그러게 말입니다.”

“출력도 일반 골렘이랑은 다른 것 같습니다만.”

골렘의 궁극적인 목표는 사람처럼 전투하는 것이었다.

지금까지의 골렘은 사람처럼 움직일 수는 있었으나, 그들이 사용하는 기술을 사용할 수 없었다.

그런데-.

“저게 뭐야?!”

골렘이 뛰는 것도 모자라, 점프까지 했다.

하늘을 나는 골렘이라니!

성벽을 가뿐히 뛰어넘은 스톤 골렘이 그대로 드래곤을 향해 벽돌을 내리쳤다.

투콰아앙-!

흙먼지가 비산했다.

[크오아아아!]

드래곤은 머리를 얻어맞아서인지, 광분한 울음소리를 내뱉었다.

푸화아아악-!

독기가 가득 담긴 브레스가 쏘아졌지만, 골렘은 무기물 덩어리였다.

돌은 독으로 어찌할 수 없었으니, 당연히 브레스를 뚫고 직선으로 돌진했다.

“……하하! 이거 아주 걸작이네요!”

그림자 속으로 피해 위기를 모면했던 아그네스가 폭소를 터뜨렸다.

쿠우웅-!

거대한 골렘과 드래곤의 육탄전!

사상 최고의 스케일로 펼쳐지는 육탄전이었다.

그녀가 눈을 빛냈다.

‘조금만 시간을 끌어 주세요.’

이제 본업으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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