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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절대자의 뉴비생활-134화 (135/279)

제 134화

134화 – 예상보다 빠르게

#1

야심한 밤.

드레젠은 자동 진행을 돌려놓지 않았다.

붉은색 구체가 그의 손에 들려 있었고, 그곳에서 흘러나오는 말은 중구난방이었다.

대부분의 일들이 성좌와 관련된 이야기들이었다.

‘흠…….’

-뭔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누;;

-진짜 정보전이란 이런 것이다!

-와 근데;; 이런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놈들을 이길 수 있나?

-그러게 엄청 무섭네요

실제로 그들의 기술력 때문에 많이 고전했었다.

브락시아는 끝도 없는 미지의 존재들과 계속해서 싸워야만 했으니까.

덕분에 기술력도, 마법에 대한 이해도 상당히 늘어 갔다.

드레젠은 대부분의 기술들을 알고 있었고.

“분명 방법은 있을 겁니다. 아니면 제가 엄청나게 강해지면 되겠죠.”

지금은 3천 포인트라는 마나가 있었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꾸준히 성장할 가능성은 분명 존재했다.

증거를 잡기 위해 계속 통신기를 틀어 놓고 있을 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증원이 필요하다.]

눈티아의 목소리였다.

“드디어 잡혔군요.”

드레젠이 씨익 웃었다.

먹잇감을 발견한 눈빛으로 변한 그는 귀를 기울여 대화를 들었다.

[어떤 증원이 필요한가?]

[강력한 저격수.]

마족들이 보유하고 있는 저격수.

초장거리에서 저격할 수 있는 특별한 녀석들이었다.

까다로운 암살자에 저격수.

드레젠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자리를 잘 잡아야겠군.’

탑 안에서 싸우는 것은 암살자에게 유리했다.

반대로 개활지에서 싸운다면 저격수가 마음 놓고 쏘는 환경이 만들어지겠지.

드레젠은 잠시 고민했다.

마족이 된 후, 눈티아가 자주 쓰던 전법이기도 했다.

“눈티아는 많은 사람들을 죽였죠. 이왕 이렇게 된 거, 승부를 봐야겠네요.”

그림자 기사단을 접수한다면 꽤 대단한 전력이 되겠지.

이 정도나 되는 힘을 균형이나 맞추기 위해 놀리는 것은 낭비였다.

-보스전 시작인가!

-오늘도 솔로잉?

-이번에는 빡세 보이는데;

[‘미션맨!’ 님 10,000코인 후원!]

[자 자, 오늘도 신나는 미션 시간! 이번에야말로 킹정 자산!]

드레젠은 또 어떤 미션이 등장할지 궁금했다.

시청자들의 상상력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묘하게 두근거리는 것이, 진성 방송인이 다 된 느낌이었다.

“아, 이번에는 저도 조금 어렵긴 합니다. 어쩌면 죽어야 할 수도 있어요.”

그의 안색이 살짝 굳었다.

항상 여유로웠던 드레젠이었지만, 지금은 아니라는 것.

예민하고 눈치가 빠른 시청자들은 그 부분을 놓치지 않았다.

-아앗!

-이건 진짜 각이야!

-드디어 선생님의 죽음을 볼 수 있어!

-아아, 드디어 ‘인간미’를 보여 주시는 건갘ㅋㅋㅋ

[‘수금맨’ 님 10,000코인 후원!]

[이날을 위해 존버했습니다^^ 안 죽으면 5만 원!]

[‘토깽’ 님 5,000코인 후원!]

[✌(‘ω’✌) 저는 소소하게 만 원]

-전자녀 못 읽는닼ㅋㅋㅋㅋ

-아닠ㅋㅋ 저런 이모티콘은 어디서 구해 오는 거냐곸ㅋㅋㅋ

-또 없나!

-이건 진짜 빅딜이다

[‘얼라만세!’ 님 3,000코인 후원!]

[안 죽으시면 호드로 전직한다!]

“어, 이건 걸러 들을 수가 없군요. 클립 다 따 놓으셨습니까?”

-당연하지!

-클립 ON!

-박제 ON!

-클났다 이제;;

드레젠의 표정이 바뀌었다.

진영을 바꾼다니, 그것도 그 게임에서.

절대 간과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의 가슴속에서 묘한 열망이 피어났다.

“그러면 더욱 힘내야겠군요.”

[‘크리드’ 님 500,000코인 후원!]

[오늘도 신기술 보여 주십니까?]

“신기술이라……. 그러죠. 마침 암살자들을 상대하는 데 좋은 공략이 되겠군요.”

-물론 기본적인 피지컬은 있어야 함ㅋㅋ

-마법 적응력 50 이상도 있어야 함^^

-페베스 검술 정도는 다 익히고 있쟈?

-엌ㅋㅋㅋㅋ우리는 얌전히 2부나 봅시다ㅜㅜ

확실히 허들이 높은 공략이긴 했다.

기본적으로 그림자 기사단을 상대할 수 있는 스펙은 만들어 놔야 하니까.

하지만 잘 응용한다면 개활지에서 싸우는 방법을 터득할 수도 있겠지.

뭐든지 하기 나름이었다.

“전투 준비를 하죠.”

이제 슬슬 저쪽도 준비를 할 테지.

미리미리 대비해야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아마 처음엔 향으로 퍼지는 독을 사용하겠지.

드레젠은 창문을 활짝 열고 슬쩍 밖을 내다봤다.

“지형은 꽤 괜찮군요.”

아무것도 없는 땅 너머, 분지가 존재했다.

전장은 그곳으로 결정했다.

저격수에게도, 암살자에게도 최적화된 전장이었다.

“방 안에 있는 것 중에 챙길 것들을 가져가겠습니다.”

방 안에는 은근히 많은 도구들이 있었다.

응당 암살자라면, 다양한 도구들을 가지고 싸워야겠지.

눈티아 역시 다양한 아이템을 사용할 터.

만만히 봐선 안 될 상대였다.

“다 챙겼습니다. 가죠.”

그가 자주 애용하던 아르딘의 체액도 있었고, 검날의 빛을 숨기기 위한 검댕도 존재했다.

챙긴 물건 중에는 꽤 고급스러운 것도 존재했다.

추적술을 방해하는 물건.

그림자 기사단, 혹은 황궁이나 마탑에만 존재하는 귀한 물건이었다.

‘이게 왜 여기 있는지 모르겠지만-.’

드레젠은 작은 향로를 품에 넣고 마나를 일으켰다.

벌써 달콤한 향이 나기 시작했다.

마나 운용을 더디게 하는 미약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땅을 지나, 분지까지 내달리기 위해서 그는 탑의 외벽을 박찼다.

#2

“눈치 하나는 빠르군.”

덜컹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드레젠의 방에서 나는 소리였다.

마나의 일렁임이 아주 강하게 드러났다.

리오넬은 마나를 일으켜 문을 후려쳤다.

콰앙-!

“……분지 쪽인가?”

마나의 잔재가 흐릿했다.

추적술을 활성화해서 쫓으려 했으나 대략적인 방향만 알 수 있었다.

그렇다고 멈추면 큰 화가 되어 돌아오겠지.

“놓치지 않는다.”

리오넬 역시 마나의 잔재를 따라 분지 쪽으로 향했다.

말이 분지이지, 사실 광야에 펼쳐진 구덩이와도 같은 곳이었지만.

단장이 말하는 지원군은 저격수라고 했으니 활약하기 좋은 전장이었다.

드레젠은 꿈에도 모르겠지.

“먼저 가겠습니다. 단장.”

“……뒤따라가마. 미리 가서 힘을 빼놓도록.”

리오넬의 신형이 훅 사라졌다.

그림자 기사단에게 걸려 살아남은 자는 없었다.

그 역시 그럴 것이다.

눈티아가 느긋한 발걸음으로 밖을 향해 걸었다.

#3

작은 돌산이 위치한 지형.

분지처럼 구덩이가 파여 있는 곳은, 옛날 운석이 떨어진 곳이라 전해졌다.

음습한 기운 때문인지 몬스터도 살지 않는, 그야말로 광야였다.

리오넬은 그곳에 도착해, 마나를 탐지했다.

‘어디 있는 거냐.’

자신은 은신을 한 채 상대방의 마나를 뒤쫓는 것.

그림자 기사단의 가장 기본적인 사냥 방법이었다.

예상대로 탐지와 추적의 효율을 낮추는 물건이 이 근처에 있었다.

상대방도 장막을 펼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않았다.

“그렇게 후배의 출세가 부러웠나 봐?”

섬뜩한 소리와 함께, 그의 장막이 홱 벗겨졌다.

리오넬이 당황할 틈도 없이 세르테르의 기술을 쓴 드레젠의 일격이 날아왔다.

생각은 이어지지 않았다.

리오넬은 몸이 반응하는 대로 방어식을 펼쳤다.

쩌엉-!

저릿한 느낌에 이를 악물고 최대한 거리를 벌렸다.

“……어떻게 내 은신술을 알았지?”

“그림자 장막의 원리는 똑같으니까. 원리만 안다면 응용 버전이든 뭐든 파훼하는 건 쉽지.”

그림자 장막.

원리는 간단했지만 정말 하기 어려운 기술이었다.

주변 마나와 완벽하게 동화된 장막 하나를 만드는 것.

그리고 그것을 망토처럼 뒤집어써서 완벽한 카모플라쥬를 실현하는 것.

“미묘한 경계만 잡을 수 있다면 장막을 걷어 내는 것은 쉬워. 이 눈도 있고 말이야.”

드레젠은 검을 빙글 돌리며 말했다.

악당처럼 주저리주저리 떠드는 것은 취향이 아니었지만, 이는 시청자들을 배려한 멘트였다.

그림자 기사단을 만났을 때.

그들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공략이기도 했다.

“이제는 전사 대 전사로 싸워야 할 거다.”

“……정면 승부로 붙으면 날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거로군. 하하! 걸작이야!”

드레젠은 말없이 달려들었다.

그림자 기사단.

단순 암살자들의 집단이 아니었다.

암궁 : 아그네스가 그러했듯, 저마다 뛰어난 전투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리오넬은 그중에서도 두 개의 검을 잘 다루는 전사였다.

“다들 그림자 기사단에 들어오기 전에 한가락 하던 놈들이었지! 우리가 단순한 암살자라고 생각했나?!”

“설마-.”

두 혼돈의 힘이 맞부딪쳤다.

반탄력과 절삭력이 심한 순수 마나에 비해, 혼돈의 힘은 묵직하고 질겼다.

험악한 소리와 함께 그들이 디디고 있는 땅이 푹 파였다.

“선배들을 얕보겠습니까.”

드레젠은 사라미스 검술을 극한으로 펼쳤다.

아주 작은 틈이라도 비집고 들어가 일격을 먹이는 검술.

드레젠의 두 눈이 붉게 충혈되기 시작했다.

리오넬 역시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오러 블레이드도 사용하지 않고 덤벼?’

사고의 가속.

그 속에서 보인 드레젠의 검은 분명 날카로웠지만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리오넬의 방어를 뚫지 못했다.

드레젠의 공격은 점점 빨라졌다.

위, 아래, 좌우 할 것 없이 빠르고 강한 공격을 날렸다.

‘탐색전인가? 까다로워. 기술은 확실히 마스터 이상이다.’

-이게 암살자들의 대결인지 전사들의 대결인지;;

-ㅋㅋㅋㅋㅋㅋ공략법 : 잘 싸우면 됨

-엌ㅋㅋㅋㅋ그거 킹정

-미치겠네 진짴ㅋㅋㅋㅋㅋ

암살자들의 대결인지 전사들의 대결인지 모를 상황.

그렇다고 딴지를 걸기엔 드레젠과 리오넬이 너무 진지하고 화려하게 싸우는 중이었다.

이따금씩 등장하는 기술들은 깔끔하고 화려했다.

액션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장면들이 주야장천 흘러나왔다.

“이제 그만하고 본격적으로 덤비지?”

떠엉-!

동시에 서로의 그림자로 이동해 독이 발린 단검을 날렸다.

날붙이끼리 부딪쳤지만 그 옛날, 뻥튀기가 터지던 소리가 크게 울렸다.

잠시 소강상태로 접어든 전투.

둘 다 숨은 안정적이었다.

“아직 본 무대는 아니잖아. 등장인물이 더 있을 텐데.”

“거기까지 생각했을 줄이야. 역시 넌 너무 위험해.”

리오넬이 오러 블레이드를 더욱 단단하게 연마했다.

시간을 최대한 끌어서 힘을 소비하게 하는 것.

리오넬의 목표였다.

끈덕지게 달라붙어 마나를 회복하지 못하게 만들어야 했다.

“네놈의 마나양이 압도적이라는 건 잘 알겠다. 하지만…… 나는 그게 아니라서 말이야.”

“…….”

드레젠은 그저 미미하게 웃을 뿐, 어떤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지지부진한 싸움이 계속되고 있었다.

변수가 생긴 것은, 저 멀리서 붉은 광선이 쏘아졌을 때부터였다.

“……드디어 왔군. 넌 실수한 거다.”

가까스로 몸을 틀어 불의의 기습을 피해 낸 드레젠이 훌쩍 물러났다.

리오넬은 그런 드레젠을 다시 끈질기게 쫓았다.

종횡으로 휘둘러지는 검, 불시에 날아오는 마탄.

드레젠의 손발이 점점 빨라졌다.

“이 상황에서도 냉정함을 잃지 않다니, 역시 자네는 위험해.”

“그러는 선배도 꽤 냉정하시군요. 오만한 게 어쩌고 할 줄 알았더니.”

리오넬 역시 프로였다.

암살자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흥분하거나 감정적으로 검을 휘두르면 안 되니까.

둘, 그리고 보이지 않는 한 명이 격렬하게 전투를 치르는 사이 드이어 눈티아가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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