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한 절대자의 뉴비생활-132화 (133/279)

제 132화

132화 – 도발

#1

“으아아아악!”

“야 야! 뒤에! 뒤에 막아!”

“뒤에 탱커 없어요!”

“그럼 네가 하면 되잖아아아아아!”

앞뒤에 빽빽하게 바리케이드를 친 오크들.

탱커 두 명은 대전사에게 발이 묶여 있는 상황이었고, 뒤에는 꾸역꾸역 몰려드는 오크들을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

그나마 레벨이 제일 높은 서너 명이 어찌어찌 버티고는 있었다.

“흠, 생각보다 심각하군요.”

드레젠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전형적인 전투력 부족.

아니, 정확히 말해서는 팀워크의 부재였다.

오랜 기간 알고 지냈어도 전투 한 번, 모험 한 번으로 관계가 어그러지는 경우는 많이 봐 왔다.

이들도 그런 셈이었다.

-드센세가 생각보다 심각하다고 할 정도면;;

-가망이가 없다ㅜㅜ

-앤드 게임(가망 없음)

-ㅋㅋㅋㅋ저러다가 서로 싸우겠어ㅜㅜ

드레젠이 고민하고 있을 때, 후원 하나가 도착했다.

아주 간절하고 애절해 보이는 후원이었다.

[‘제발’ 님 10,000코인 후원!]

[선생님 젭알 강아지 님 외 11명을 구해 주세요 ㅜㅜ]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네요. 이미 저런 상황이면…… 답은 레벨 업밖엔 없어 보이는데.”

자신의 위치를 잘 알고 있는 드레젠.

함부로 누군가를 도와주는 것도 큰 파장이 될 수 있었다.

그래서 잠시 고민하고 있었다.

너도나도 도와 달라는 상황은 매우 귀찮았으니까.

‘유명세가 아주 좋은 건 아니지.’

그는 브락시아에서 그 누구보다 유명했었다.

유명세를 이용해서 도발하는 이도, 자그마한 꼬투리를 잡아서 물고 늘어지는 사람들도 많이 겪었다.

결국엔 모두 참교육으로 끝났지만.

분명한 것은, 선은 분명하게 그어야 한다는 점.

“저 인원으로 클리어 못한다면 수련을 조금 더 하셔야 합니다.”

-강해져서 돌아와라

-아직 무리였다

-저기 있는 오크들은 필드에 있는 놈들이랑은 좀 달라서 무서움ㅋㅋ

-맞아 앞뒤 안 가리고 달려듦;;

헤둔의 저주 때문에 이곳 오크는 명예욕도 없었다.

아예 이성 자체가 없는 몬스터였으니까.

그러니 토벌전 같은 상황도 나오지 않았다.

드레젠은 비극이지만 또 희극 같은 장면을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저게 실제였다면.’

아마 서로를 저주하고 욕하고 있었겠지.

죽으면서도 낄낄 웃을 수 있는 것은 다 게임이라는 것 때문이었다.

오크에게 죽어 가면서도 발랄한 분위기는 잊지 않는 스트리머들.

짜증이 날 법한데도 역시 방송인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으아, 이제 우리 둘뿐이야. 마녀야.”

“그동안 즐거웠다! 죽으면 다시 보자!”

강아지와 마녀가 거대한 방패를 들고 대전사 앞에 서 있는 장면은, 썸네일로 써도 될 정도의 비장함을 보였다.

열두 명이 들이닥친 구덩이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평화로운 일상을 맞이했다.

대전사는 자비 없이 일행들을 몰아쳐, 폴리곤 덩어리로 만들어 버렸다.

“아…… 진짜 어렵네.”

“그러게. 진짜 어렵다. 레벨 더 올리고 와야겠는데?”

“왜 선생님이 60레벨 이상만 오라고 했는지 알겠다 야.”

스트리머들은 드레젠이 말했던 60레벨이 단순 레벨만을 뜻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60레벨까지 가는 과정에는, 정말 많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 숱한 경험을 하고 다시 오는 구덩이는 다른 느낌이리라.

스트리머들은 2시간 동안 붕 떠 버린 시간을 수다를 떨며 보냈다.

“이걸 혼자 어떻게 깨?”

“새삼 드레젠 님의 대단함을 느꼈다.”

“그러니까! 진짜 요즘 1일 1드레젠 아니면 안 된다니까?”

드레젠이 할 수 있었으니까- 자신들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했다.

공략은 충분히 숙지했고, 장비도 나름대로 빵빵하게 갖췄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라 믿었다.

“진짜 베타 테스터 때 얼마나 구르셨을까…….”

사람들은 새삼 드레젠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얼마나 고생했을 것인가에 대한 토론을 시작했다.

게임계에는 이런 말도 있었다.

‘고인물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숱하게 죽고 치열하게 연구하며 테스트를 진행했겠지.

-우리 드선생님 대다내!

-대단하신 분이야!

-그러니까 오늘도 1일 1드레젠 간드아!

-방송 마렵다! 잠깐 놀러 갔다 옴!

“우리도 놀러 갈까?”

“오! 좋은 생각이다!”

갑자기 분위기가 탐방이 되어, 드레젠은 황급히 자신의 게임으로 돌아왔다.

아직 야영 중인 그의 캐릭터는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주변에 있는 마나를 끌어모아 비축하고 신체를 점검하고 주린 배를 채우는 등의 일을 하는 중이었다.

곧 밤이었다.

광야에서 올려다보는 하늘은 정말 아름다웠다.

“할 것도 없는데 이참에 영도나 좀 볼까요?”

-그거 좋다

-찬성!

-엌ㅋㅋㅋ 캠프파이어하면서 영도라니!

-이 영도 찬성일세

그는 평소 영상 후원을 열지 않았다.

방송 초창기에는 신경 쓰지 않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묘하게 거슬렸기 때문에 닫아 뒀었다.

그 후 특별한 일이 없다면 영상 후원을 받지 않았는데, 오랜만에 시청자들의 끼를 구경하기로 했다.

“영상 길이는 최대 3분, 게임 시간으로 2시간 제한 걸겠습니다.”

-가즈아아아아!

-영도영도영도영도!

-그동안 모아 뒀던 컬렉션을 기대하시라!

-간다간다 쑝 간다!

드레젠은 카운트를 세고 영상 후원을 활성화했다.

순식간에 우르르 들어오는 후원들!

누군가 지나가는 말로 자투리 수금 타임이라고 했을 정도로 많은 영상들이 도착했다.

첫 번째 영상이 눈앞에 들어왔다.

[‘Amber!’ 님 10,000코인 후원!]

[Hey~.]

외국인으로 추정되는 영상이 들어왔다.

3분을 꽉 채운 영상.

드러난 것은 연무장에 선 한 남자였다.

움직이기 좋으면서도 단단한 플레이트 아머를 입었고, 날카로운 장검과 등에는 방패, 허리에는 아밍 소드를 챙긴 남자였다.

[페베스 검술이 이렇게 하는 거였나?]

이후, 유려한 시범이 펼쳐졌다.

똑같은 페베스 검술.

거기다 위력도 완벽했다.

페베스는 오직 승리를 위한 검이었다.

어중이떠중이들은 절대로 배울 수 없는 검이기도 했다.

“오.”

드레젠은 순수하게 감탄했다.

천재들만 익힐 수 있는 검술을 벌써 익힌 자가 나타났다니.

게다가 이해도 역시 꽤나 높았다.

연무장이 펑펑 소리와 함께 터져 나갔다.

[쉽구만!]

언뜻 봐서는 드레젠보다 화려했다.

중간중간 자신만의 기술까지 섞어 쓰면서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여 주었다.

그렇게 2분 정도가 지났고, 그가 숨을 고르며 씨익 웃었다.

[드레젠. 올스타전에서 봅시다. 당신과 일대일로 붙어 최강자를 가리고 싶습니다.]

“오호~ 외국에서 이렇게 도전장을 내밀었군요.”

-엌ㅋㅋㅋㅋㅋ

-각이 씨게 잡혔다~~~

-이것은 국가 대항전의 냄새로구나!

-재밌겠눜ㅋㅋㅋㅋ

-와 근데 페베스를 익힌 사람이 나왔다고?

[내 이름은 가브리엘 메샤. 최고의 타이틀은 내 겁니다.]

영상은 거기서 끝났다.

10만 명이 넘어가는 자리에서 도발을 해 버린 가브리엘 메샤.

알고 보니, 그는 북미에서 가장 전도유망한 프로 선수였다.

-가브리엘 유명하지

-ㅋㅋㅋ천재임

-재밌겠누!

-그래도 프로한텐 안 되짘ㅋㅋㅋㅋ

-지금 한국 선수들 누구한테 배우는지 모르는 건가요?

-그래서 수준이 이 모양인 거임;;

금세 불이 붙는 채팅 창.

드레젠은 피식 웃었다.

분명 대단했다.

대단한 재능임이 분명했다.

어디까지나 일반인 선에서는.

‘생각보다 내가 많이 구르긴 했나 보군.’

아무리 봐도 아직 앳된 티가 물씬 풍겼다.

그래, 검술이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지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수천, 수만 번을 휘둘러도 새로운 길이 보이는 것이 무기술이었다.

“받아들이도록 하죠.”

-붙었닼ㅋㅋㅋㅋ

-국뽕 주세요!!

-여기 채팅 다 캡처 떠 놨다^^

-우리가 허접한지 늬들이 허접한지는…… 결과가 말해 줄 것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장면은 단숨에 여기저기로 수출이 되었다.

시청자들이 판을 단숨에 키워 주었다.

영상 후원은 계속 이어졌다.

이런저런 도발이 많이 쏟아졌으나 드레젠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저 이렇게 말할 뿐.

“정당한 도전은 받아들이겠습니다. 뒤에서 수작질만 안 부리시면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예전에도 말했듯, 드레젠은 영광의 전당에서 공식적으로 단 한 번도 패배하지 않았다.

십수 년 동안 한 가지 길만 걸었던 고수들과의 대결.

드레젠은 용사 시절, 수많은 고수들과 대결했고, 승리했다.

‘아직 지구 게이머들은 약하지.’

장작이 타는 동안 전 세계가 활활 타기 시작했다.

그래, 이제 슬슬 도전하는 자들이 나올 때가 됐지.

예전에도 그랬듯, 이번에도 똑같이 해 주면 될 뿐이었다.

드레젠은 날이 밝을 때까지 수다를 떨다가 슬슬 일어났다.

“이제 돌아가서 보고를 해야겠군요.”

잠깐의 힐링은 끝났다.

다시 치열한 곳으로 발을 들일 차례였다.

#2

드레젠이 떠나간 후의 탑.

눈티아는 어떤 인물을 만나고 있었다.

오직 그만이 출입할 수 있었고, 마법을 덕지덕지 붙여 아무도 감지할 수 없는 곳.

동시에 그의 조력자들이 출입할 수 있는 장소였다.

“일은 어떻게 됐지?”

“일단 계획대로 진행하고는 있다. 하지만, 녀석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야.”

“흠…… 하이브 한 개로는 부족할까?”

로브를 뒤집어쓴 자가 한쪽 구석에 앉아 있었다.

경박해 보이는 말투와는 달리, 꽤 대단한 기운을 품고 있었다.

그림자 기사단과 견줄 정도로 강한 기운이었다.

“그거야 모르지. 다음 수를 준비해라. 여기저기 흔들어야 해.”

“그래. 안 그래도 하시스 성을 다시 한 번 칠 거다. 최대한 잘 묶어 두고 있어.”

“그러지. 그놈이 절망에 빠지는 모습도 보고 싶군.”

눈티아는 히죽 웃었다.

냉소가 아니라, 진짜 즐거운 것을 보는 표정이었다.

로브를 쓰고 있는 남자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은데, 드레젠이라는 해충이 다 망쳐 놓고 있었다.

‘상부에서는 아직 말이 없으니……. 황실에 집중하고 있겠지.’

그림자 기사단이라면 믿을 수 있었다.

남자는 눈티아에게 거듭 당부했다.

문득 얼마 전에 있었던 일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군노이스 자작령에서 그놈이 우리 간부 하나를 죽였어. 범람도 거의 혼자 막아 냈다. 자울렉이 꽤 쓸 만한 패였는데…… 그것도 나가리야.”

“과연, 전사의 자질도 갖추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 혼돈의 힘까지 다루더군.”

남자의 입매가 축 처졌다.

로브 안에 있는 얼굴이 일그러졌음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혼돈의 힘이라니.

치유 계통을 완전히 먹통으로 만드는 힘까지 다룰 줄은 몰랐다.

“아무래도 정보를 갱신해야 할 것 같군. 괜찮아. 아직 여유는 넘치니까.”

드레젠은 신경 쓰이는 변수일 뿐, 대응할 수단은 얼마든지 있었다.

그가 어떤 힘을 가지든, 이쪽은 온 세계를 쥐고 흔들 패가 얼마든지 있었으니까.

‘성좌들과의 전쟁이 지속된다고 했지.’

[드레젠의 성장을 막아라.]

그에게 내려온 지령.

단 하나뿐이었지만, 정말 달성하기 힘든 조건이었다.

일단은 눈티아를 믿어 보는 수밖에.

남자의 신형이 스르르 사라졌다.

“믿음을 저버리지 말라고.”

그 말을 남기고서.

눈티아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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