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한 절대자의 뉴비생활-129화 (130/279)

제 129화

129화 – 전투 차이

#1

열두 명의 스트리머들이 싸늘하고 어두운 기운 속으로 들어갔다.

구덩이는 처음부터 깊은 구덩이로 내려가야 하므로, 문제가 나왔다.

“야, 진짜 여기 들어가야 돼?”

“그래! 탱커! 얼른 가자!”

“……나 고소 공포증 있는데.”

“얼른 가!”

“너무한 거 아니냐! 탱커 인권도 생각해 줘으아아!”

퍼억!

붉은 머리를 심볼로 하고 다니는 여성 기사가 노란 머리의 기사를 그대로 밀어 버렸다.

마나를 조금 쓰는 것이 아깝지만, 치유 마법을 익힌 사람은 있었으니까.

다들 20레벨 중후반까지 키운, 나름대로 베테랑들이었다.

“설마 여기서 죽진 않겠지?”

“야발 저런 놈은 그냥 발로 차야 말을 듣는 거야 강아지야. 우리도 가자!”

‘마녀.’

강아지와 더불어 아마존 TV 여스트리머들 중엔 서열 2위로 통하는 자였다.

물론 진짜 서열은 아니고, 그들만의 밈이었다.

거침없는 입담과 특유의 웃음소리로 많은 구독자 수와 시청자들을 끌어모으는 중이었다.

요즘엔 드레젠에게 다수를 빼앗겨서 조금 신경 쓰고 있는 것 같았다.

“가자!”

“으아아아! 간드아아아!”

“저…… 저는 못 뛰어내리겠어요.”

“세뇨르 님! 제가 안아 드릴게요. 꽉 잡으세요.”

그 와중에 우결, 스트리머들 사이에서 썸을 타는 행위도 깨알같이 챙기는 사람들이었다.

드레젠은 가만히 있다가 후원을 하나 보내기 위해 준비했다.

혹시 몰라 시청자들에게 의견까지 물었다.

“흠…… 충고 하나 해 주는 건 꼰대가 아니겠죠?”

-선생님 훈수면 돈 내고 받아야죠ㅋㅋㅋ

-그거 맞지

-슨생님 훈수는 킹정 인정입니다!

-토 달면 삼도수군통제사다~ 이 마리야!

시청자들의 말을 들은 드레젠이 빠르게 스트리머들을 관찰했다.

각자 캐릭터가 품고 있는 마나는 비슷했으나, 활용 방식이 다양했다.

마나는 곧 인물의 성격을 나타내기도 하는데, 사람마다 무의식적으로 편하게 운용하는 방법이 다 다르기 때문이었다.

“자 자, 정리하고 얼른 들어가자!”

“너는 내 옆에서 언제든지 몸 던질 준비 하고 있어! 알았냐?”

강아지가 전체적인 지휘를 맡았고, 마녀와 먼저 떨어졌던 탱커가 선두를 맡았다.

단단한 방패를 들고 있는 두 사람은 긴장되는지, 연신 심호흡을 하는 중이었다.

그때, 강아지의 방송으로 후원 하나가 들어왔다.

[‘드레젠’ 님 100,000코인 후원!]

[강아지 님과 마녀 님이 앞에 서는 걸 추천합니다. 둘 다 마나 성질이 단단하네요.]

“헉!”

-?!

-선생님이다!

-헐 찐이야?

-찐이야!

-드

-레

-젠!

“뭐야, 왜 그래?”

“뭐, 뭐 있어?!”

“아, 아니 조용히 해 봐!”

강아지는 버럭 소리를 질러 주변을 침묵하게 만들었다.

드레젠이라니.

엄청난 인물이 자신에게 후원해 준 것도 모자라, 조언까지 해 주고 있었다.

“그, 그래요? 근데 저는 방패가 없는데…….”

[‘드레젠’ 님 100,000코인 후원!]

[바꾸세요. 그리고 노란머리 탱커님은 딜러가 적성에 맞습니다.]

“어……?”

“진짜? 진짜요?”

“그렇……다는데 너 왜 그렇게 좋아하냐.”

강아지는 싱글벙글 웃고 있는 남자를 보며 으르렁거렸다.

남자는 바로 손사래를 치고는 자신의 방패를 내밀었다.

본격적으로 클래스를 교체하는 것.

“하…… 방패는 써 보지도 못했는데.”

-무슨 소리임

-처음에 고블린이랑 싸울 때 열심히 썼잖음ㅋㅋㅋ

-아 영도만 풀렸어도 그냥!

“아…… 그런가? 아무튼! 조언 감사합니다!”

강아지는 캠을 향해 고개를 꾸벅 숙였다.

서열 1위에 당당히 빛나고 있었지만 드레젠에게는 감히 말을 막 하지 못했다.

그것은 그 유명한 마녀 역시도.

“저기…… 드레젠 님. 저는 뭐 없나요?”

“와, 바로 얌전해지는 거 봐.”

“닥쳐 이 야발-! 큼큼, 너 이따 보자.”

[‘드레젠’ 님 100,000코인 후원!]

[탱커로서의 자질이 충분합니다.]

“하…… 알겠습니다.”

-엌ㅋㅋㅋㅋㅋ

-얼굴 무냐곸ㅋㅋㅋ

-왜 거기서 얼굴이 붉어지는 건뎈ㅋㅋㅋ

-마녀 수치사한다! 수치사해!

아무튼, 작은 해프닝과 함께 그들은 본격적인 공략에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격렬한 전투가 이뤄졌다.

드레젠의 말대로, 강아지는 딜러로 전향한 남자보다 훨씬 안정적인 탱킹 능력을 보여 줬다.

마녀 역시도.

“와! 진짜 딜러가 내 적성인가 봐!”

“아오-! 폴리곤 덩어리를 방패로 써야 하는데.”

그들의 전투는 나름대로 깔끔했다.

드레젠이 고개를 끄덕일 정도였으니까.

‘역시 게임이라고 인식해서인지 다들 적응이 빠르군.’

그럭저럭 고개를 끄덕일 만한 수준이었다.

대륙에서 흔히 수재로 불릴 정도의 성장력.

평범한 사람들이 이 정도라면, 방송을 하지 않는 이들 중에서도 충분히 재능 있는 자들이 있을 것이다.

고무적인 일이었다.

‘앞으로 일이 더 편해지겠어.’

자신보다 빠르게 평화를 찾은 세션이 있다면, 성좌들을 그쪽으로 모조리 몰아줄 생각이었다.

굳이 자신의 세션을 완성할 필요는 없지.

드레젠은 피식 웃으며 조금 더 관전하려 했다.

하지만 이내 알림이 울렸다.

[자동 진행이 끝났습니다.]

“아, 그럼 저는 이만 진행해야겠네요. 전투는 나름 인상적이었습니다.”

-가즈아!

-이제 싸우러 가나!

-우리도 전투가 뭔지 보여 주자!

-클립 ON!

-전투의 차이가 보이십니까?

메마른 바람이 부는 사막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캐릭터는 나름대로 휴식을 취했는지 최상의 상태였다.

밤새 습격도 없었던 것을 보아하니 아주 평화로운 밤이었던 모양.

드레젠은 주섬주섬 자리를 정리했다.

‘일단-.’

그는 마나를 아주 넓게 퍼뜨렸다.

꿀렁이며 광야를 내달리는 마나는, 걸리는 모든 것들을 정보화했다.

드레젠의 뇌에 수많은 정보가 전달되었다.

‘미행이 있군.’

그림자 기사단은 기본적으로 장막을 펼칠 수 있었지만, 드레젠은 그걸 파훼하는 법도 알고 있었다.

저 멀리서 어슬렁거리는 기척이 느껴졌다.

수 킬로미터 밖이었지만, 분명 자신의 움직임을 신경 쓰는 중이었다.

“미행이 있지만 신경 쓰지 않겠습니다. 가시죠.”

-나는 미행 따위 신경 쓰지 않는다

-ㅋㅋㅋㅋ 역시 뭐든지 다 아는 남잨ㅋㅋㅋ

-섹시해! 역시 드레젠!

-그래서 오늘 팬티 무냐고!!

드레젠은 채팅 창을 보며 피식 웃었다.

이제 곧 구릉지였다.

어떤 전투가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가 되는 순간이었다.

#2

구릉지.

사라미스 지대에 존재하는 몇 안 되는 오아시스이자, 고속 도로에서 머무는 휴게소처럼 만들어진 곳이기도 했다.

이곳은 일명 무혈 지대였다.

그 누구도 이곳에서 살인을 하거나, 사람을 해쳐서는 안 되는 무언의 약속이 존재하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완전히 쑥대밭이 되어 있군요.”

사람으로 북적였던 가건물들이 완전히 무너져 있었다.

잡상인들이 항상 드나들었던 곳이었지만, 지금은 모조리 시체가 되어 있었다.

황금색 폴리곤 덩어리가 여기저기 흩뿌려져 있었다.

“일단 내려가 보겠습니다.”

현실이었다면 더없이 끔찍한 참상이었을 테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마치 레고가 부서져 있는 느낌을 받았다.

드레젠은 날 듯이 뛰어서 현장에 도착했다.

썩어 가고 있는 시체들이 보였다.

-안 잔인해서 다행이네

-진짜 끔찍한데;; 누가 이랬을까?

-참극의 현장 ㅜㅜ

-진짜 미끼가 있긴 있나 봄

“그러게요. 지금도 충분히 느껴집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며 추적술을 활성화했다.

색이 반전된 세계에서, 눈앞에 보이는 거대한 게이트.

아직 활성화되진 않아 눈에 보이진 않았을 뿐, 꽤 많은 마나를 품고 있었다.

그 안에 득실거리는 마족들이 느껴졌다.

“이놈들의 소행이겠죠.”

생명이라는 것이 없는 이 기계들은 무차별적이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보이는 생명은 모조리 죽이고 다니는 살인 기계들이었다.

악마보다 잔혹하고 거침없는 그들이야말로 이 세상의 악이자 마(魔)였다.

그래서 이름이 마족인 것이고.

“미끼가 왔으니, 강림을 하겠군요.”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이곳에 마지막으로 들른 상단의 엠블럼을 수집하는 것.

단합을 이끌기 위해서는 거대한 위협이 있어야 했다.

하시스 성.

그리고 드레젠이라는 인물이 그 중심이 될 테지.

‘슬슬 이종족들에게도 떡밥을 뿌려야겠군.’

그는 빠르게 주변을 돌아다니며 증거가 될 만한 것들을 수집했다.

나중에 장례식을 치른다면 유족들도 그나마 명복을 빌어 줄 것이다.

“준비는 끝났습니다. 이제 손님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죠.”

-이번에 새로 얻은 무기 시험하자!

-성능 엄청 좋아 보이던데

-부럽다ㅜㅜ 얼마쯤 할까?

-우린 저런 거 써 봤자 드레젠만큼 안 되무ㅜ

-그러니까 저런 거라도 써야지ㅋㅋㅋㅋ

게이트가 열렸다.

철컥-!

시상식에서 봤던 그 기계들이 등장했다.

처음은 작은 로봇이었다.

이후, 전쟁에 나가는 군인처럼 줄지어 나오는 기계 군단이 보였다.

“이 정도면…….”

쿠웅-!

그 끝에는 성벽에 도달할 것 같은 크기의 기계가 나타났다.

일본 만화에서 나오는 로봇들이라고 생각하기엔 기괴한 모습이었다.

인조인간처럼, 반쯤은 알 수 없는 무언가의 살덩이로 덮여 있었으니까.

“마족의 대전사로군요.”

일명 기사.

선봉장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압도적인 스펙으로 브락시아의 병사를 밀어 버리는 전차 포지션이기도 했다.

그 뒤에 나타난 것은 일명 ‘하이브’라고 불리는 거대한 지성체였다.

“마족의 군대는 저 하이브를 통해 움직입니다. 별들의 전쟁에 나오는 ‘저X’하고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아하 X그!

-흔한 클리셰지만…… 더 무섭닼ㅋㅋ

-저런 걸 상대해야 한다고?

-ㅋㅋㅋ어떻게 하누ㅜㅜ

하이브는 그야말로 함선이었다.

마족들은 하이브를 보호할 줄 알았다.

하이브라서 전투 능력이 떨어진다?

그건 다 소설에나 나오는 이야기였다.

오히려, 하이브가 가장 처치 곤란한 녀석이었다.

[섬멸하라-.]

그가 기계들에게 내리는 이야기가 똑똑히 들렸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알 수 없는 언어로 말하는 듯한 목소리.

드레젠은 마족들의 말을 정확하게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가 히죽 웃었다.

“그래 봐야 기계 덩어리들이죠.”

기계들의 장점은 복잡한 계산을 해서 대응한다는 것.

단점은, 급박한 변화에 대응할 수 없다는 것.

드레젠은 베드모아젤이 준 검을 빙글 돌렸다.

“간만에 몸이 끓네요.”

-예술을 보여 주신다

-아 하루만 드레젠으로 살고 싶다ㅜㅜ

-이번에도 영상 각이다!

자신을 향해 안광을 번뜩이는 기계 병사들.

드레젠은 겁도 없이 그곳을 향해 뛰어들었다.

하이브는 드레젠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마나를 체크, 계산했다.

[섬멸 확률…… 88%.]

[대상 완전 침묵 프로토콜 활성화.]

[명령 주입…… 완료.]

[지금부터 대륙 정찰을 시작한다.]

하이브가 명령을 내렸다.

철컥-.

드레젠을 겨눈 기계들의 무기.

그들은 마나로 이뤄진 입자포를 사용했다.

1서클에서 2서클 정도의 파괴력이 실려 있는 레이저 빔.

뿐만 아니라 근접전에서도 상당한 실력을 보여 줬다.

“지금까지는 제가 몬스터나 사람을 상대하는 방법 위주로 공략해 드렸습니다.”

-브하!

-브하!

-영상 ON!

-오늘도 부탁드립니다!

-브하!

드레젠이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말했다.

“지금부터는 마족들을 상대하는 법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서걱-!

차원이 다른 전투가 시작되었다.

모든 이들의 이목이 쏠리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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