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한 절대자의 뉴비생활-120화 (121/279)

제 120화

120화 - 쉬어 가는 날

#1

하시스 성.

오늘도 평화로운 하시스 성에 특별한 손님이 방문했다.

수도에서 있었던 일을 보고받은 마탑주는 상기된 표정이었다.

역사적인 날이기도 한 오늘!

바로 ‘이시스의 눈물’을 거래하는 날이기도 했다.

“계약서는 잘 챙겼겠지?”

“네. 중요한 거래이니만큼 철저하게 준비했습니다.”

“자재들도 옮겨 왔겠지?”

그를 수행하는 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꽤 많은 수의 마법사들이 하시스 성을 방문했다.

자금을 많이 마련해, 대비를 해야 할 때였다.

이시스의 눈물은 그 자금을 마련할 수 있게 해 주는 수단이었고.

“어젯밤 성주가 도착했다고 합니다.”

“드레젠 공이? 허허, 딱 알맞게 오셨구만.”

그가 다크몬드의 본거지를 알아내고, 일망타진했다는 소문은 벌써 들어서 알고 있었다.

마탑의 바로 옆에서 일어난 사건이었다.

제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마법의 힘으로 정보를 빠르게 받았다.

‘역시 그는 곁에 두어야 할 사람이야.’

마탑주는 속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약속 장소로 향했다.

재미있는 거래가 될 것 같았다.

#2

“좋은 거래였습니다. 마탑주님.”

“허허, 성좌들의 축복이 몰리나 봅니다.”

계약은 무사히 이뤄졌다.

하시스 성은 정말 엄청난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기본적인 로열티는 물론, 마탑에서 특별한 마법을 걸어, 근방을 철저하게 보호했다.

또한 지부 역시 세워서 유통까지 책임지기로 했다.

“흠, 아무리 봐도 너무 후한데.”

“핫핫! 이게 다 제 덕분 아니겠습니까!”

이바르데는 냉큼 드레젠에게 보고를 올렸다.

과한 자신감이 섞인 그의 표정을 보고 드레젠이 피식 웃었다.

귀환 전의 이바르데라면 고개를 끄덕이겠지만, 지금은 애송이일 뿐이었다.

“진짜 그렇게 생각해?”

“그럼요! 이 이바르데! 다 쓰러져 가는 구멍가게를 도시 최고의 상점으로 키워 낸 실력잡니다.”

“마탑주는 나랑 연을 더 이어 가고 싶어 하는 것 같던데. 착각인가?”

“그렇게 정곡을 찌르시다니…….”

드레젠은 가볍게 웃고 이바르데에게 원하는 바를 물었다.

어찌 되었든 분명한 성과는 성과였으니까.

잘한 사람에게는 분명한 성과를 지급하는 것.

현대에서나 이곳에서나 확실한 동기 부여 방법이었다.

-돈은 가장 큰 동기 부여지

-ㅇㅇ 그거 맞지

-드레젠 같은 사장님 밑에서 일하고 싶습니다ㅠㅠ

-쿨레드 : ???

-엌ㅋㅋㅋㅋㅋ

시청자들은 오늘도 서류 더미에 파묻혀 있을 쿨레드를 생각하며 ‘X’를 눌렀다.

이바르데는 잠시 고민하다 연구실에 틀어박혀 있는 동생을 떠올렸다.

다크서클이 이만큼 내려온 얼굴로 더 나은 골렘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여동생.

그는 잠시 입술을 깨물다 말했다.

“제 동생에게 빵빵하게 후원 좀 해 주십시오.”

“오, 의왼데?”

“저야 밑바닥부터 시작했던 놈이라, 뭐가 없어도 알아서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졸데는 곱게 커서 지원이 없으면 안 될 겁니다.”

-와;;

-저런 게 남매라고?

-저런 남매는 있을 수 없다!

-이건 사기야! 아무튼 사기야!

정말 갸륵한 생각이었다.

드레젠은 슬그머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건 당연히 해 주는 거고 인마. 조금 더 필요한 걸 말해 봐.”

“에? 아니 멋 좀 부려 보려고 했더니, 이러깁니까?”

“그럼 내 맘대로 한다?”

결국 이바르데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자신은 지금도 많은 것들을 할 수 있었으니까.

드레젠은 떠나가는 이바르데에게 말을 붙였다.

“조만간 큰 선물이 올 거야. 조금 떼 줄게.”

“기대하겠습니다.”

다소 제멋대로에 예의라고는 없는 인물이었지만, 그 누구보다 동생을 생각하는 오라버니였다.

장남임에도 불구하고 재능 있는 동생을 밀어주는 삶을 살았으니까.

이제 그도 빛을 봐야 할 때가 되었다.

아니, 자매 전체가 날아오를 것이다.

“성이 얼마나 변했는지 한번 볼까요?”

-찬성!

-크리스! 크리스 보러 가요! 크리스!

-크!

-리!

-스!

“알겠습니다. 크리스부터 보러 가도록 하죠.”

크리스는 현재 샤페론과 함께 수련할 시간이었다.

드레젠이 없는 기간 동안은 샤페론도 딱히 할 일이 없었기에, 둘은 따로 수련을 하는 중이었다.

아이젠하트에게 들었기 때문에 어디서 수련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스르륵-.

그가 걸음을 옮기자 옆에서 아그네스가 나타났다.

“좋은 성이네요. 몬스터가 자주 출몰한다는 것만 빼면.”

“여기는 관계자 외 출입 금집니다.”

“호호, 저야말로 드레젠 님의 절친한 관계자라고 할 수 있죠.”

조신한 척, 능글맞게 받아치는 것이 수준급이었다.

그녀는 태연하게 주변을 둘러보더니 이내 장막 안으로 다시 몸을 숨겼다.

아무리 장막 안에 숨었어도 목소리는 들렸기 때문에 그녀의 소리를 들었다.

“이곳에서 특히 많은 사건이 벌어졌더군요. 여태까지 너무 변방이라 신경 쓰지 못하고 있었는데…… 잘됐어요.”

“여기를 거점으로 삼을 생각인가?”

“예. 숲 쪽으로 들어가 볼 생각입니다. 아~ 그리고 탑에서 널브러져 있는 어르신들이 얼른 모셔 오라며 쪼고 있답니다.”

역시, 아그네스는 그림자 기사단의 일원이었다.

결국 다크몬드 역시 그림자 기사단의 손아귀에 있던 셈.

극소수의 인원으로 세상일을 어떻게 잘 아나 했더니, 이런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받을 게 있어서. 그것만 정리하고 가자고.”

“호호, 그럼 차분하게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럼 소녀는 이만…….”

기척이 멀어졌다.

드레젠은 마나의 파동이 은은하게 느껴지는 훈련장으로 향했다.

쿠웅-!

훈련장 밖으로 새어 나오는 마나의 파장이 그의 몸을 훑고 지나갔다.

“많이 늘었네요. 역시 재능이란…….”

-소리 보소

-살벌하누

-아그네스 팬 카페 모집합니다^^

-아니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이 사람들 당장 짤라!!

채팅 창은 언제나 그랬듯 아비규환이었다.

매니저 두 명 가지고는 모자랄 정도였다.

조금 더 뽑아야 하나? 라고 생각하며 훈련장의 문을 열었다.

“하아압-!”

후웅-!

깔끔한 세로 베기가 드레젠을 향해 쏘아졌다.

정확히 말해선 크리스가 날린 마나의 잔재였다.

드레젠은 고개를 까딱이는 것만으로 불시에 날아온 일격을 피했다.

“앗?! 성주님!”

“많이 늘었네. 잘하고 있구만.”

“괘, 괜찮으십니까?”

드레젠은 가볍게 손을 내저었다.

재능은 분명 뛰어나지만 그뿐이었다.

아직 완전히 개화하지 않은 재능 따위, 드레젠 앞에선 아무것도 아니었다.

“성취는 좀 어때?”

“페베스 검술의 1형을 거의 완벽하게 구사하는 것 같습니다.”

“오, 그러고 보니, 땅꼬마였는데 키 좀 컸네.”

-점점 남자가 돼 가누!

-하악;;

-크리스 팬 카페 가입합니두ㅜㅜ

-키워서 잡아먹어야지! 히히

“키도 크고 완력도 강해지고 있습니다. 조만간 오크 정도는 홀로 때려잡을 수 있겠군요.”

샤페론이 가볍게 평했다.

마나를 다시 각성하더니 회춘한 것이 아닐까 하는 외모가 되어 버렸다.

파직파직 흐르는 전격의 농도 역시 강해져 있었다.

“잠깐 그림자 기사단이 있는 곳으로 갈 거다. 그곳에 다녀와서 나머지 초반부 형들을 알려 주마.”

“알겠습니다!”

“그림자 기사단이라면…….”

“사라미스 지대의 끝부분이지.”

샤페론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라미스 부족.

일격의 검술을 극한으로 갈고닦은 사막의 전사들.

그림자 기사단은 사막의 끝자락, 아무것도 없는 대지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혼자 가실 겁니까?”

“와이렉스가 있으니까. 괜찮아. 이제 곧 오크들뿐만 아니라 알 수 없는 녀석들이 올 거다.”

드레젠은 새로운 업데이트 내용을 상기하며 말했다.

본격적인 마족의 침공이 시작되는 때.

알 수 없는 탑이 솟아오르고, 수많은 전사들이 갈려 나가는 그날.

그것은 제국의 서쪽 끝, 베스티안 백작가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대비를 철저히 해. 이건 아이젠하트에게도 전해 줄 말이야.”

“……알겠습니다.”

“이곳은…… 한 사람의 무력으로 얼마든지 판세를 뒤집을 수 있는 곳이니까.”

드레젠 본인이 그랬고, 성녀가 그랬으며, 크리스가, 대공이, 하이디엔이, 그 밖의 수많은 영웅이 그러했다.

절대적인 강함이 있다면 승리하진 못해도, 지킬 수 있는 곳이 브락시아였다.

현대의 전장과는 완전히 다른 곳이었으니까, 잘하리라 믿었다.

“다른 건 몰라도 우리가 살아갈 터전을 잃어서는 안 되잖아. 그치?”

-그렇지.

-돈 있으면 뭐 해 ㅜㅜ 집 없으면 끝이여 ㅜㅜ

-평화(물리)를 실현해야 한다!

-다 죽여야 한다!

내 집 마련의 꿈을 위해선, 마족을 막는 것은 필수불가결한 일.

마족을 막기 위한 본격적인 준비가 필요했다.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틀어박혀 있는 고수들을 모조리 세상에 바로 세우는 것.

“그 첫 번째 준비가 바로 그림자 기사단이 될 거야.”

세상엔 공포의 대상으로 군림하지만, 그것만으로 먹고사는 인물들.

균형을 유지한다고 하면서 정작 변화를 꿈꾸지 못하는 늙은이들.

드레젠이 평가한 그림자 기사단이었다.

한마디로 꼰대 집단이었던 것.

“크리스 님을 거둬 주신 은혜를 기필코 갚겠습니다.”

“저도 열심히 수련해서 성주님께 도움이 될 거예요.”

드레젠은 크리스의 머리칼을 쓰다듬어 주었다.

내친김에 페베스 검술의 2형을 보여 주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몸을 일으켜 검을 뽑았다.

“그 열정을 높이 사서 2형, ‘플라테아’를 보여 주마.”

크리스 같은 천재는 구태여 이것저것 설명을 안 해도 돼서 편했다.

마나의 운용, 그것을 내지르는 검술.

자세를 몇 번 반복해서 보여 주면 알아서 머릿속에 쏙쏙 저장했으니까.

드레젠이 자리를 잡았다.

“잘 보고 연습해 봐라. 좀 멀리 떨어져서.”

“네!”

아무래도 범위형 기술이다 보니 안전거리 확보는 필수였다.

검병을 두 손으로 잡고, 허리 부근에 위치하게 잡아당겼다.

한 줄기 마나가 검끝으로 모였다.

가로 베기, 일명 ‘플라테아’는 마나를 검끝에 모아 흩뿌리는 기술이었다.

“가로 베기, 너희들은 플라테아로 부르더군. 그건 검끝에 얼마나 고밀도의 마나를 압축시키는가에 따라 위력이 결정된다.”

촤악-!

골반, 허리를 이용해 팔을 흩뿌리자 마나의 선이 앞으로 나아갔다.

참격, 검기라고도 부르는 기술이었다.

드레젠은 다시 자세를 잡고 완성형을 보여 주었다.

“가로의 끝은 어딜까?”

“……글쎄요.”

“내가 휘두를 수 있는 범위에서, 가로의 끝은 바로 원점이다.”

이전, 서리의 구덩이에서도 선보였던 기술.

드레젠의 몸이 유려하게 돌아가며 완벽한 원을 그렸다.

모래가 흩날리며 원형 그대로 참격이 퍼져 나가는 모습은, 예술 그 차제였다.

-지린다;

-나는 언제 저런 검술 써 보누ㅜㅜ

-이건 킹정! 야정! 드레젠 체고!

-우매한 우리에게도 친절하게 검술을 알려 주신다ㅎㅎ

크리스의 눈빛이 빛났다.

자신도 알고 있었다.

2형이 가로 베기라는 것 정도는.

하지만 가문 사람들 중 그 누구도 이렇게 원형을 그리는 자는 없었다.

‘저게…… 진짜 페베스.’

진정한 완성형.

패배를 모르고 하늘 위에서 검을 쏟아 냈던, 초대 가주의 진짜 검술.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을 느끼며, 훈련용 검을 잡은 그의 손이 희열과 열정으로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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