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한 절대자의 뉴비생활-118화 (119/279)

제 118화

118화 - 상상도 하지 못한 정체

#1

“왜, 다크몬드의 만월이 여성이라고 놀라신 겁니까?”

“그것 때문에 놀란 건 아닌데.”

드레젠은 눈앞의 여성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여자가 암궁이라고 불렸던 여성인 줄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가 다크몬드의 존재를 알고, 위도우와 만났을 때는 이미 암궁이라는 존재는 이 세상에 없었으니까.

“위도우 그레인. 확실히 제가 점찍어 놓은 다음 만월이긴 합니다만, 이렇게 빠르게 날이 다가올 줄은 몰랐어요.”

암궁은 달그락, 식기를 내려놓고 입가를 닦았다.

조신한 귀족가의 여식 같은 분위기였다.

드레젠은 숏 소드를 내려놓고 팔짱을 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전투를 할 분위기는 아니었으니까.

“네가 시험했다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겠군요. 틀린 말은 아닙니다만…… 저는 당신이 조금 더 궁금했습니다.”

어지간한 인물이라면 절대 이곳까지 오지 못했을 관문들이었다.

드레젠 본인은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반월급 암살자들도 쉽게 통과할 수 없는 관문들이었다.

암궁은 그런 사실보다 그림자 기사단이라고 소문이 났던 드레젠의 정체가 더 궁금했다.

“이거, 알아보시겠나요?”

그녀가 품에서 꺼낸 것.

드레젠뿐만 아니라 시청자들도 잘 알고 있는 패였다.

-??!

-누, 누나가 왜 거기서 나와?!

-ㅋㅋㅋㅋ엌ㅋㅋㅋ

-저게 저기서 나온다고?

-ㄴ(ㅇㅁㅇ)ㄱ

-상상도 못한 정쳌ㅋㅋㅋㅋ

-지렸다;;

반전이라면 반전이었다.

그녀가 들고 있는 패는 드레젠이 가지고 있는 것과 똑같았으니까.

그 역시 품에서 똑같은 패를 꺼냈다.

이전, 탑으로 오라며 줬던 그림자 기사단이 생각났다.

“설마 이것도 당신이 준 건가?”

“그건 아닙니다. 소식은 들었죠.”

펄럭-.

그녀는 익숙한 자세로 어둠 속에 녹아들었다.

드레젠의 주력 스킬 중 하나이자, 게임 진행을 빠르게 해 주었던 사기적인 스킬.

그림자 장막이 그녀의 손에서 펼쳐졌다.

“이 기술은 저도 쓸 수 있답니다. 놀라셨죠?”

-네.

-놀랐습니다 누님

-;;;진짜 뭐냐곸ㅋㅋㅋ

-반전에 반전에 반전!

드레젠은 손을 뻗어, 그녀의 장막을 걷어 냈다.

어? 하는 사이에 그림자 장막이 단숨에 파훼된 것.

그녀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당신의 정체를 알고 나서는 별로 놀랄 것도 없었지.”

허 참.

어이가 없었다.

위도우가 실력으로 밀어붙였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진실이 지금 밝혀진 것.

옛날부터 지금.

마족들과의 전쟁의 시대까지.

“꼭두각시를 세우려 했던 거로군. 왜?”

“따로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마족, 그리고 그들의 하수인들이 이 세계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 정도라면 알 수 있을 텐데요?

그녀는 눈빛으로 물었다.

드레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나도 알고 있다. 카이렌이 그 시작이겠지.”

“맞아요. 무의 추종자라는 자들을 조사하고 있었죠. 그들은 이 세상, 아니 성좌들이 살고 있는 세계까지 노리고 있다는 것까지 밝혀냈습니다.”

그래, 꽤 많이 접근했군.

드레젠의 평은 거기서 끝이었다.

적들이 벌여 놓은 것에 비해, 생각보다 알고 있는 것이 적었다.

조금 미안한 부분이 있긴 할 뿐.

“그래서. 새로운 만월이 필요했습니다. 저는 당신을 눈여겨보고 있었지만, 일은 위도우가 벌이더군요.”

“그건 또 어떻게 알았지?”

“제 심복이 있었거든요. 제법 유능한 아이랍니다.”

점찍어 놓은 상대에게 오래 붙여 놓은 자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드레젠은 머리를 긁적였다.

그는 자신이 미래에서 봤던 장면을 상기하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위도우 그레인의 부인이 될 생각이었나?”

“원하신다면 당신의 부인이 되어 드리죠.”

-?

-아니 왜에에에에에!

-당장 공략하러 갑니다.

-헉 누나! 날 가져요!

-이차이차하고 저차저차한 건 못 하나?

-엌ㅋㅋㅋ프러포즈인 거임;;

-하악 드레젠 님 팬티 색 매일 볼 수 있겠누ㅋㅋㅋ

중간에 좀 위험한 말이 들어간 것 같았지만, 드레젠은 채팅 창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 이런 식으로 부인이 되었단 말이야?

진실을 알고 나니 정말 허무했다.

마치 어떤 영화가 생각났다.

거창한 이유로 한쪽 눈을 잃은 것 같았던 국장님이 사실은 고양이한테 할큄을 당해서 눈을 잃었던 장면.

“그건 됐고. 그래서 일은 이미 벌어졌는데, 어떻게 할 거지? 일단 다크몬드가 날 건든 건 맞고. 난 건든 놈들은 안 봐주는데.”

“……그건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사과의 의미로 앞으로 10년 동안의 안전을 보장해 드리겠습니다.”

목숨값으로 10년 동안의 안전 보장이라.

나쁘지 않은 거래였다.

위기는 갔지만, 앞으로의 10년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으니까.

‘그건 또 아닌가?’

드레젠 본인은 앞으로의 10년을 알고 있었으니 말이 안 되는 말이기도 했다.

“앞으로의 10년은 아무도 알 수 없지. 받아들이도록 하지. 그리고 일도 추진할 거야. 오늘부로 다크몬드의 만월은 바뀐다.”

그의 말은 제안이 아니라 선언이었다.

암궁의 시선이 묘하게 변했다.

‘전투를? 아니면…….’

그녀는 마나를 끌어 올리며 경계를 했다.

걱정과는 달리, 드레젠은 드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의자에 앉았다.

후아아암~ 하품까지 하는 것을 보고 그녀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대체 이자는…….’

도저히 걷잡을 수 없는 상대.

그녀의 판단이었다.

분명 위대한 업적을 세운 이였다.

데스 나이트를 토벌했고, 와이렉스를 테이밍했으며, 할레단 후작가를 제압하는 등의 업적은 범인이 이루지 못할 것들이었으니까.

‘그래서 더욱 판단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네요.’

너무 생각이 많은 것도 좋지 않다고 생각하며, 그녀는 식사를 마저 하기로 했다.

잠시 어색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드레젠은 채팅 창을 보며 간단히 잡담을 떨었다.

-아닠ㅋㅋㅋㅋ보스랑 노닥거리는 거 실화냐고

-오늘부터 내 목표는 암궁 누님이다

-진짜 너무 고우다ㅜㅜ

-근데 진짜 결혼 각 실환가?

드레젠은 암궁이 자신을 향해 결혼할 수 있다고 말한 것에 대한 진실을 얘기해 주었다.

물론 암궁 본인에게는 들리지 않게끔 잘 조절했다.

“자, 여러분. 저 암궁은 위도우 그레인의 부인입니다. 훗날 위도우가 다크몬드의 만월이 되고, 그의 부인이 됩니다만. 저도 이런 비사가 있을 줄은 몰랐네요.”

이건 진심이었다.

자신도 모든 이야기를 아는 것은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보다 많이 알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그럼에도 분명한 사실이 하나 있었다.

“암궁, 나중에 밤의 부인이라고 불리는 저 여자는 강자를 좋아합니다. 그러니까…… 아시겠죠?”

-아;;

-그러니까 우리는 죽었다 깨어나도 결혼 못할 거라는 건가?

-남자는 노빠꾸지! 오늘부터 실력 키운다!

-엌ㅋㅋㅋㅋㅋ

-나는 프러포즈받을 수 있지만?

-어림도 없다~. ㅋㅋㅋ

요약하자면 그랬다.

우물우물 식사하는 모습을 보니 영락없는 밤의 부인이었다.

한쪽에서 조용히 식사했던 그 모습과 똑같았다.

“그나저나 위도우는 무사히 도착하겠죠?”

-그러겠지?

-중간에 죽는 건 아니겠지?

-암궁이 점찍어 놨으니 살아오긴 할 듯.

비록 레플리카이긴 하지만, 루시퍼의 눈물도 줬다.

게다가 엘프들까지 보냈다.

빵빵한 원조를 받았는데도 오지 못한다면 그거 나름대로 실망스러운 일이었다.

그렇다면 암궁의 말대로 자신이 만월이 되어 다크몬드를 접수하리라.

“온 것 같군요.”

탐지 마법을 극도로 활성화해 지도를 살펴보고 있던 드레젠의 감각에 익숙한 마나가 느껴졌다.

그의 뒤쪽에는 엘프들의 마나도 같이 있었다.

‘어…… 이렇게 되면 조금 꼬이는데.’

이 여인은 죽어선 안 될 인물이었다.

하이디엔을 비롯한 엘프들이 개입한다면 그녀는 죽을 확률이 높았다.

드레젠은 한가롭게 차를 마시고 있던 암궁에게 물었다.

“말 안 한 것이 있긴 한데, 실버 문도 함께 이곳으로 오고 있다.”

“……그건 좀 의외로군요. 하지만 상관없습니다.”

암궁은 작게 한숨을 쉬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마나를 끌어 올려, 특별한 주문을 외웠다.

이날을 위해 감춰 둔 비장의 한 수.

다크몬드의 수장인 만월만을 위한 기술이기도 했다.

“더미인가.”

마나가 새로운 형상을 빚어냈다.

형상은 실체와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고, 느껴지는 기척마저 똑같았다.

그림자 기사단이라도 완벽하게 속아 넘어갈 정도로 정교한 분신이 서 있었다.

두 여인은 서로를 마주 보고 작게 웃었다.

“이 정도면.”

“들키지 않겠지요.”

번갈아 가면서 말하는 그들을 보며, 드레젠이 감상을 말했다.

“한 명만 말해 줄래? 정신 사납거든.”

“후후, 알겠습니다. 진짜와 가짜의 차이는 명확하지만, 그걸 신경 쓰는 사람은 없겠죠.”

얼굴이 미묘하게 달랐다.

분위기만 비슷할 뿐, 자세히 뜯어보면 완벽하게 다른 사람이었다.

이렇게 해서 신분을 세탁했구나.

드레젠은 이제 완벽하게 사건의 전말을 파악했다.

“위도우를 잘 부탁한다.”

“후후, 그러죠. 당신보다는 조금 못하지만…… 아주 좋은 신랑감이라고 생각합니다.”

“난 이만 간다.”

해야 할 일은 다 했다.

이젠 위도우가 마무리만 하면 되는 것.

드레젠은 장막을 펼쳐 자리를 벗어나고자 했다.

“저 부탁이 있습니다만.”

“뭐지?”

수줍은 표정이 암궁이라는 위명과는 걸맞지 않았다.

그녀는 볼을 붉히며 조용히 말했다.

“그 와이렉스를 한 번만 타 봐도 되겠습니까?”

“태워 주는 거야 뭐…….”

“수습은 위도우 씨에게 맡기고 우리는 오붓하게…….”

이 여자가 지금 뭐라는 거야.

드레젠은 잠시 생각해 보다가 두 손을 마주쳤다.

생각해 보니 해명해야 할 일이 하나 더 있었다.

“아 맞다.”

“음? 뭐죠?”

“와이번이 소리를 질러서 내가 수습해야 할 거다. 와이렉스를 태워 주는 것은 나중으로 미루지. 타고 싶으면 하시스 성으로 찾아오도록.”

아.

암궁은 작게 웃었다.

그러고 보니 그의 등장은 참으로 떠들썩했지.

그녀는 진심으로 웃었다.

듣기 좋은 목소리가 보스 방을 울렸다.

“어휴…… 이게 다…….”

-ㅋㅋㅋㅋㅋㅋㅋ

-꿀잼이누

-굴러라 굴러~

-언제나 짜릿해! 재밌어! 최고야!

-슨생님 수금하세요^^7

후원금이 쏟아졌다.

이번에도 성공적인 수금이었다.

근 50만 원이 넘는 후원이 터졌다.

드레젠은 피식 웃으며 걸음을 옮겼다.

“그럼, 황제의 검 중 한 명을 보러 가시죠.”

그가 보스 방을 나가는 뒷모습을 보며 암궁은 모습을 감췄다.

그와 동시에 토벌전을 클리어했다는 안내가 떴다.

“오, 제법 경험치도 들어오는 것 같군요.”

딱히 얻은 아이템도, 돈도 없었지만 그것보다 훨씬 큰 것들을 얻었다.

다크몬드.

그리고 암궁의 정체와 그녀의 든든한 백.

이 정도라면 평화를 지키는 데 있어서 충분히 부려 먹을 만한 요소가 되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2

쑥대밭이 되어 버린 탑.

공중에서는 아직도 와이렉스가 그리폰들과 놀고 있었다.

몇 번이고 뒤를 잡힌 기사단이었지만, 와이렉스는 그들에게 위협만 가할 뿐, 공격은 하지 않았다.

“흠…… 아무래도 시간을 끄는 행위 같군.”

“기사단장님. 안 잡아도 되겠습니까?”

“놔둬라. 그리폰 기사단에게도 좋은 실전 훈련이 되겠지.”

기사단장.

등에 거대한 방패를 매고 있는 남자가 말했다.

제국의 위대한 인물 중 단연 손꼽히는 남자는, 폐허가 된 탑의 입구를 바라봤다.

철통같이 포위하고 있는 곳이라 빠져나갈 구멍은 없었다.

“내 기감을 속이고 나갈 수 있다면 그리해 보거라.”

그는 안쪽에서 느껴지는 기척을 이미 감지하는 중이었다.

이상한 점은 그 기척이 아무런 방비도 없이 이쪽으로 접근 중이라는 사실.

이윽고 모습을 드러낸 자는, 태연하게 두 손을 들고 걸어 나오는 드레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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