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한 절대자의 뉴비생활-109화 (110/279)

제 109화

109화 - 이 후작가는 이제 제 겁니다

#1

경기가 끝났다.

무모했던 경기라고 평했던 사람들이 모두 입을 다물어야만 했던 경기였다.

홀로 전투 마법사, 그것도 명가의 정예로 꼽히는 자들에게 승리를 거머쥔 드레젠.

그 퍼포먼스는 모든 이들에게 강하게 박혔다.

“……이미 마스터의 경지에 도달했을지도 모르겠군.”

“정말 괴물이군요. 저자는.”

“이미 잘라 버리기에도 늦은 거목입니다.”

후작가를 통째로 얻은 것이나 다름없는 경기였다.

옛날, 성좌가 개입하기 전이라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일개 개인의 힘으로는 절대 가문의 힘을 이길 수 없었으니까.

개인은 절대 가문이라는 힘을 넘볼 수 없다.

‘그것이 진리였을 터.’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성좌, 그리고 영광의 전당.

그들이 나타나고 나서부턴 개인의 힘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드레젠 같은 괴물이 얼마든지 가문을 집어삼킬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었다.

‘만약 저자가 황제의 자리를 위협한다면.’

황자의 눈이 빛났다.

꽤 재미있지 않은가.

브레이시스 제국은 모종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인류 최강의 살인 병기를 육성하는 작업.

최고의 연구진들이 모여, 최강의 병기를 육성하는 프로젝트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들었다.

‘멍청한 것들이지.’

어디에 쓰려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들의 역할 중 하나는 제국의 단단한 아성을 지키는 것일 테지.

드레젠 같은 위협으로부터.

언제 영광의 전당에서 이빨을 드러낼지 모르는 늑대들을 처리하는 작업도 병행할 것이다.

“황제 폐하께서 좋아하시겠군.”

“오랜만에 황궁으로 돌아가십니까?”

“그래. 오랜만에 동생들이 보고 싶구나.”

황자는 황제를 직접 만나 보고 싶었다.

소문이 무조건 들어가겠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매우 궁금했다.

“승자를 축하하러 가야겠어. 같이 가겠나?”

“따르겠습니다.”

기사단들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조용히 검을 늘어뜨리고 환호를 받고 있는 승자를 향해서.

#2

[‘뉴비환영해!’ 님 10,000,000코인 후원!]

[축… 축하드립니다.]

“후원 정말 감사합니다. 이 후작가는 이제 제 겁니다. 후후.”

안전 자산이라고 하며 후원 적립금을 쌓아 뒀던 시청자들이 야금야금 후원을 내놓았다.

이렇게 쌓인 후원만 엄청난 금액이었다.

시청자 10만 명을 넘어가는 대기업인 만큼, 드레젠에게 쌓이는 돈이 금자탑처럼 변해 갔다.

“이 맛에 수금하는 건가 봅니다. 어쨌든, 일차적인 목표는 이뤘네요.”

경기장 밖, 부들부들 떨고 있는 모나르에게로 향했다.

바로 이곳에서 첫 번째 권한을 이행할 생각이었다.

터무니없어도 어쩔 수 없었다.

계약은 절대적이니까.

-엌ㅋㅋㅋㅋㅋㅋ

-수금 조아

-킹정 자산 다 없어졌눜ㅋㅋㅋ

-자 다음 미션은 뭐지?

드레젠은 모나르 앞에 섰다.

사색이 된 모나르가 드레젠을 올려다봤다.

-크킄;;

-이것이 너와 나의 눈높이다

-어쩌실 겁니까?

“어, 어떻게 할 거냐. 이 후작가를 네가 감당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지금부터 너에게 명령할 거야. 일주일 안으로 1만 골드. 하시스 성 정문 앞에 내려놓도록. 전부 현금으로. 이게 내 첫 번째 명령이다.”

“…….”

1만 골드.

하시스 성을 1년 내내 풍족하게 해 줄 수 있는 금액이었다.

주변에 있던 치유사들도 입을 쩍 벌릴 정도의 금액.

드레젠은 무릎을 굽혀 앉으며 한마디를 덧붙였다.

“평생 노예로 썩을 준비나 해. 네 미래는 이제 끝이니까……. 알겠냐?”

“…….”

모나르는 부들부들 떨 뿐,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했다.

성좌의 절대적인 계약.

그것이 거대한 족쇄처럼 철컥 채워지는 기분이었다.

분명 상상이었음에도 몸이 천근만근 무거웠다.

“그럼 계약은 잘 이행하리라 믿는다. 먼저 건든 대가를 치러야지. 그치?”

“……크으윽.”

결국 모나르는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보였다.

드레젠은 피식 웃고 주변을 둘러봤다.

자신에게 찾아오는 인사들이 보였다.

“이번에도 경기 잘 봤네. 여전히 엄청난 실력이구만.”

“혹시 하시스 성엔 언제 가실 겁니까?”

“엄청난 물건이 있다고 들어서 말일세. 이틀 뒤에 그쪽으로 갈 걸세.”

드레젠은 오랜만에 만난 마탑주와 담소를 나눴다.

주제는 드레젠이 기획한 이시스의 눈물.

그 소문은 벌써 마법사들 사이에서 은밀히 퍼지고 있었다.

“이바르데라는 친구를 찾으시면 됩니다. 저는 아직 볼일이 남아 있어서 성에 좀 있다가 들어갈 것 같습니다.”

“허허, 진정 그런 포션을 마탑과 독점 계약을 맺을 셈인가?”

드레젠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제대로 된 침공이 없었다.

이때 바짝 수익을 끌어올 생각이었다.

“네. 당분간이지만.”

“좋네. 프리미엄을 붙여서 바로 판매에 착수하도록 하지.”

“계약서는 그쪽에서 작성하시면 됩니다. 이졸데가 직접 연금하는 물건이니 품질은 보증할 수 있습니다.”

마탑주는 껄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대화가 끝나자마자 갑옷을 입은 무리가 드레젠에게 접근했다.

-개 멋있누

-누구지?

-와 생긴 거 봐;;

-어머 잘생겼어!

캠이 자연스럽게 선두에 있는 자를 잡았다.

드레젠은 그자의 얼굴을 보고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레이 황자? 의왼데.’

훗날 영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제국의 명장.

드레젠의 마음속에 남아 있는 유일한 대공이었다.

엄청난 숫자의 오우거들, 그리고 기계 병사들을 쓸어버린 장면이 기억났다.

든든한 등의 기억은 아직도 생각났다.

“처음 보는군. 3황자, 그레이라고 하네.”

“황자님을 뵙습니다.”

드레젠은 과하지 않은 예를 취했다.

그가 알고 있는 그레이는 딱 거기까지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뒤에 있는 기사단장이 잠시 인상을 찌푸렸으나 정작 그레이는 반갑게 인사를 받았다.

“편하게 대해도 좋아. 오늘은 기분이 좋군. 이런 인재를 눈앞에서 보게 된 날이라서.”

“과찬입니다. 황자님의 명성도 익히 들었습니다. 제국을 수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하! 내가 여태까지 들어 본 말 중에 가장 기분이 좋군.”

드레젠은 그를 황자가 아닌, 전사로서 대우를 해 주었다.

그레이의 맘에 쏙 드는 발언이었다.

그는 드레젠의 어깨를 두들겨 주었다.

“조만간 황궁에서 보지.”

“……부름에 응하는 것이 백성의 도리지요.”

드레젠은 선한 미소를 지었다.

황제는 잘 모르겠지만 그레이 대공이라면 따라갈 수 있었다.

그 대쪽 같은 성정 덕에 고난도 많았던 인물이었다.

“그럼 행사는 이걸로 끝이군. 돌아간다.”

“예!”

기사단장이 기사단을 인솔했다.

한바탕 폭풍이 지나간 것 같은 느낌이었다.

-간지 쩌네;

-진짜 대박ㅋㅋㅋㅋ

-저것이 바로 영앤 리치 빅앤 톨인가!

-어디가 빅하지?

채팅 창은 황자의 등장으로 떠들썩해졌다.

드레젠은 걸음을 옮겼다.

사태를 수습하고 있는 할레단 후작이 보였다.

시원하게 정강이를 까이는 모나르를 뒤로하고, 그는 위도우를 찾아갔다.

#3

“소식은 들었다. 그런 퍼포먼스를 보일 줄이야.”

“나도 걸려 있는 게 있어서.”

지부.

그곳에서 두 사람은 다시 만났다.

이제 위도우에게 루시퍼의 눈물을 가져다주면 준비를 끝내 놓겠지.

위도우는 조용히 말했다.

“진짜 내가 다크몬드를 집어삼켜도 되는 건가?”

“그래야지. 그래야 평화로운 삶에 가까워지거든.”

“평화?”

위도우는 의문을 표했다.

다크몬드를 진짜 점령하는 데엔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피와 살육으로 얼룩진 길이 되겠지.

그 끝이 평화라고 말하는 드레젠을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원하는 것은 평화로운 삶이거든. 세금 조금 받아먹으면서 조용히 여생을 보내는 거지.”

“그럴 거면 저기, 산맥에서 농사나 짓고 살지 그래?”

“그건 평화로운 삶이 아니야. 노동하는 삶이지.”

지론이 조금 이상했지만, 그러려니 했다.

드레젠이 추구하는 평화가 그런 거라면 그런 거겠지.

위도우는 피식 웃었다.

마치 제왕이나 할 법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가.

“기대하지. 자네의 평화.”

“그래. 그럼 준비해 놓으라고.”

드레젠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루시퍼의 눈물은 정말 가까운 곳에 있었다.

던전이라고 할 수준도 안 되는 곳.

시야를 조금만 넓게 가지면 바로 얻을 수 있는 작은 이벤트였다.

“황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가 보겠습니다.”

오늘도 즐거운 역사 시간과 함께, 드레젠은 발걸음을 옮겼다.

서리족도, 만드록스도 나름 평화로운 일상을 맞이했다.

이젠 자신의 평화만 찾으면 되었다.

“그레이 황자는 훗날 대공으로 자리를 잡게 됩니다. 그의 이명은 자이언트 슬레이어죠.”

그레이 황자는 황제의 자리에 가장 근접한 인물이었지만, 황제와 가장 먼 곳에서 제국을 지켰다.

기간토마키아.

거대한 전쟁에서 선봉에 섰던 인물.

개인적으로 드레젠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 중 한 명이기도 했다.

“그레이 황자는 든든한 우군이 되어 줄 겁니다. 관계를 다져 놓는다면 기사단에 입단할 수도 있겠죠.”

-오오 그럼 더 좋은 검술 배울 수 있겠다

-또 다른 루트가 뚫렸구만

-저기서는 어떤 검술을 배울 수 있습니까? 슨생님?

“제국이 자랑하는 검술 중 하나인 오베론 검술입니다. 대검을 사용하는 중검술인데, 대검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꽤 매력적인 검술일 겁니다.”

-오늘부터 바로 갑니다

-이거다

-머-검

-역시 남자는 머검이짘ㅋㅋ

심지어 나중엔 대종사 역할까지 하는 것이 그레이 황자였다.

오베론 검술을 더욱 발전시켜 자신만의 검술을 만드는데, 나이만 아니었다면 영웅들보다 훨씬 나은 대접을 받았을 것이라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었다.

‘그런 것치고는 영웅들이 너무 강하긴 했지.’

어쨌든, 모든 일이 순탄하게 풀리고 있었다.

뜬금없이 황자와도 연을 만들어 두었으니 평화의 길은 더욱 가까워졌으리라.

한데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진짜 할레단 후작가가 마족의 하수인들이라면.’

이전에 봤던 마법은 익숙하다 못해 몇 번이고 연습 상대를 했던 적이 있었다.

대마법사, 현자라고도 불렸던 영웅과 자신이 힘을 합쳐 원흉을 베어 버린 적도 있었고.

그것이 실제라면.

‘조금은 이용해 볼까.’

과연 이건 떡밥일까?

마족의 비밀을 제대로 알아낼 수 있을까?

무의 추종자들에 대한 정보가 조금 더 들어온다면, 유연하고 확실한 대처가 가능하리라.

‘깊게 발을 들이진 말고, 대처하는 정도에서 끝내자.’

굳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는 없었다.

철저하게 지키고, 방비한다.

뭐…… 그사이에 벌어질 작은 충돌이나 침입 정도는 아무 일도 아니었다.

“제 집을 지키기 위해서 필요한 작업들이 조금 있겠군요.”

-평화(정복)주의자

-이것이 바로 평-화다

-전쟁 없는 (멸망한) 세계

-ㅋㅋㅋㅋㅋㅋ드립 보소

“일단 루시퍼의 눈물부터 찾으러 가겠습니다. 그걸 던져 주면 알아서 할 겁니다. 위도우는 그런 인물이니까.”

드레젠은 씨익 웃으며 와이렉스의 등 위로 올라갔다.

아마 유저들이 갈 수만 있다면 가장 쉽게 얻을 수 있는 아티팩트가 되겠지.

그는 시청자들에게 떡밥 하나를 던졌다.

“이번 아티팩트는 아까도 말했듯, 전투 없이 얻을 수 있습니다.”

시청자들이 열광한 것은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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