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한 절대자의 뉴비생활-102화 (103/279)

제 102화

102화 - 드레이크 렉스

#1

거대한 골렘의 정식 명칭은 없었다.

드레젠과 영웅들이 임시로 붙인 이름은 있었지만.

일명 ‘폭탄 골렘’.

영원의 얼음 덩어리로 만들어진 골렘이었다.

“폭탄 골렘이라고 지었습니다. 이 녀석은 패턴이 정~말 단순하니까 외워 두세요.”

-과연

-그의 단순과 우리의 단순은 달라

-또또 기만한다 또

-우리는 프로가 아니야ㅜㅜ

드레젠은 옆으로 내려찍는 골렘의 팔을 피하며 고개를 저었다.

무슨 그렇게 섭섭한 말씀을.

“여러분들의 수준을 충분하게 고려해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이래 보여도 예전에 병사들을 육성한 적도 있었다.

그 정도 수준이라면 되겠지.

드레젠은 그렇게 생각하며 강의를 이어 갔다.

“골렘의 패턴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크게 휩쓸기, 발을 들어 찍기, 손으로 내려치기인데요.”

후우웅-!

때마침 골렘의 주먹이 직선으로 다가왔다.

드레젠은 패턴을 충분히 보여 주고 넘어가기 위해 슬쩍 스텝을 밟았다.

흔히 방패병들이 쓰는 스텝이었다.

“이렇게, 옆으로 한 발자국만 피하면 됩니다.”

콰아앙-!

비산하는 얼음덩어리가 볼을 때리고 지나갔다.

그래도 눈을 부릅뜨고 다음 행동을 지켜봐야 했다.

폭탄 골렘의 특징은 행동 간의 연계가 짧다는 것에 있었으니까.

“이어서 옵니다.”

쾅! 콰앙! 콰아앙!

리듬 게임을 하듯, 연달아 피하는 드레젠.

아예 춤까지 추면서 피하기 시작했다.

-도랏냐곸ㅋㅋㅋㅋㅋ

-골렘 : 여기 핵 신고요!

-진짜 고인물이누

[‘무아무아’ 님 10,000코인 후원!]

[쓰앵님, 골렘 우러요ㅜㅜ]

보지도 않고 피하는 골렘이 화가 난 것 같았다.

착각이 아니었다.

공격이 조금씩 빨라지고 있었으니까.

리듬이 점점 빨라지는 것을 느끼고 드레젠이 말했다.

“얘는 공격이 안 맞을수록 더욱 거세고 빠른 공격을 합니다. 그러니까 그 전에 죽여야겠죠?”

드디어 드레젠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둔기는 아주 심플한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다양한 기교가 필요한 창, 검과 달리 그냥 후려치면 최대의 파괴력이 나오기 때문이었다.

특히 이렇게 가시가 달려 있는 둔기 같은 경우, 얼음을 깎는 데 최적화되어 있었다.

“둔기라는 무기는 상당히 비효율적입니다만, 그래도 상성이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드레젠은 슬라이딩을 하며 골렘의 다리 사이로 파고들었다.

둔기를 이용해서 마나를 다룰 땐, 검이나 창보다 훨씬 많은 기교가 필요했다.

아이러니하지만 무기 자체의 효용이 떨어지기 때문이었다.

“읏차!”

콰드드득!

깎아 내는 듯한 소리가 들리고, 골렘의 무릎 관절 사이가 그대로 터져 나갔다.

둔기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역시 무식한 내구성이었다.

아무렇게나 휘둘러도 쓸 수 있는, 묵직하고 우직한 맛이 있었다.

“이렇게, 관절 부분을 노려 주시면 됩니다.”

쿠웅-!

골렘이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

“둔기는 반발력이 생각보다 심합니다. 잘못 사용하면 손목을 다칠 수도 있어요. 게임이니까 이거까진 필요 없지만, 그 반발력을 이용하는 것이 둔기를 사용하는 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근데 어째 힘으로 박살 낸 느낌인걸?

-공략이라기보단 음…….

-킹치만 누군가에겐 공략이 될 수 있음!

“둔기는 별로 추천하고 싶은 무기가 아니라서, 빠르게 넘어갔습니다.”

-롸?!

-전둔협에서 당신을 주시합니다

-그분들이 왔다;;

-쓰앵님 택배 조심하세요;;

드레젠은 골렘의 팔 부분도 자른 다음, 완전히 널브러진 골렘의 위로 올라갔다.

그가 둔기를 추천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했다.

“둔기는 빠르게 강해지긴 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다루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몽둥이를 쓰느니 검이 효율적이고, 기다란 육모 방망이를 쓰자니 창이나 폴암류를 수련하는 것이 더 낫습니다.”

-그건 킹정이지

-그거 맞다.

-사실 갑옷 입은 기사들을 둔기로 찌그러뜨려서 죽였다는 것도 낭설임ㅋㅋㅋ

-진짜?

-ㅇㅇ 두들겨 패서 죽였다는 게 더 맞는 표현

그것도 맞는 말이었다.

둔기로 때려서 넘어뜨리거나 행동 불능으로 만든 다음, 갑옷의 이음매를 단검으로 찔러 죽이는 방법이 훨씬 많았다.

그런 이유로, 드레젠은 둔기를 별로 추천하지 않았다.

“이건 어디까지나 제 취향이기 때문에, 걸러 들으셔도 됩니다.”

-누가 감히 님 말을;;

-ㅋㅋㅋㅋㅋ본인의 영향력을 아직 잘 모르시는 듯

-허허;;

노닥거리는 동안, 몬스터들이 또 나타났다.

드레젠은 검을 뽑아 골렘의 핵을 채취했다.

이 골렘의 핵이 바로 이번 네임드 공략의 핵심이었다.

“마나를 불어 넣으면, 이렇게…….”

[10]

[9]

[8]

-오 친절하누

-엌ㅋㅋㅋㅋ타이머 뭐임

-귀여웤ㅋㅋㅋㅋ

붉은 글씨로 핵 위에 타이머가 표기되었다.

이런 마법은 대체 어떻게 구현했는지…….

드레젠은 피식 웃으며 저 밑으로 폭탄을 던졌다.

그사이에 기어 올라온 몬스터들이 덤벼 댔지만, 드레젠은 아주 손쉽게 요리했다.

“자, 이젠 반대편으로 건너갑니다.”

콰르르르릉-!

폭음과 함께 던전 전체가 울렸다.

키에에에엑-!

끔찍한 비명이 묻혔다.

벽이 무너지고, 정원을 떠받들고 있던 거대한 지하 시설이 무너지고 있었다.

게이트 안의 존재, 마족의 하수인들이 무너지는 광경은 묘하게 통쾌했다.

“자, 그럼 같은 작업을 반복합시다.”

그는 땅을 박차며 다음 지역으로 향했다.

#2

드레젠이 떠나간 후.

쿠우쿠는 열 명의 결사대와 함께 정원으로 진입했다.

잔뜩 긴장하고, 마나를 끌어 올린 채, 그들은 눈앞에 있는 광경을 맞이했다.

“……이럴 수가.”

“대장.”

넓은 공터엔 온통 시체뿐이었다.

누군가 휩쓸고 지나간 흔적밖에 없어, 서리족들은 멀뚱멀뚱 눈을 뜨고 있었다.

“조사해 보겠습니다.”

가장 관찰력이 뛰어난 서리족 하나가 날 듯이 뛰어갔다.

시체들을 살펴보니, 아직도 마나의 잔재가 강하게 남아 있었다.

그 마나는 극도로 제한적이었으며 효율이 너무 좋았다.

“엄청난 강자인 게 분명합니다. 이렇게 제한적인 마나로…… 이렇게 깔끔하게 녀석들의 얼음을 깨부수다니.”

“대체 누가…….”

“그 정도 은신술에, 이 정도 능력을 발휘하려면 적어도 그림자 기사단은 되어야 해.”

쿠우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림자 기사단이라니.

“그 얼간이들이 직접 움직였을 리가.”

“그러게. 균형 어쩌고 하는 놈들인데.”

서리족이 가장 싫어하는 집단 중 하나.

점잔만 떨고 앉아 있는 집단인 그림자 기사단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이목을 속일 수 있는 자들은 그들뿐이었다.

“저기, 배낭이 있다.”

“살펴보자고.”

배낭 안에는 얼음 조각만이 들어 있었다.

뭔가 엄청난 소지품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쿠우쿠는 속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아, 그러고 보니 근처에 수상한 기운이 느껴지긴 했다. 와이번이라고 하기엔 너무 강인하던데.”

“와이렉스? 아니야. 전설로만 전해지던 놈이잖아.”

와이번은 추운 지대에선 살 수 없었다.

어디에선가 날아온 개체라는 것인데……. 쿠우쿠는 거기까지 생각했다.

“진짜 와이렉스라면.”

“음?”

“그렇다면 희망이 생길지도 모르겠군.”

쿠우쿠는 할아버지, 아버지로부터 들은 얘기가 있었다.

비스트 마스터의 후예가 나타난다면 드레이크 렉스, 만드록스를 각성시킬 수 있을 거라고.

만드록스가 진짜 모습을 되찾는 순간, 서리족을 괴롭히는 사명도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일단 전진하자.”

지금까지 희망이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았다.

남쪽에 있는 인간들이 하하 호호 웃으며 나라를 만들고, 이상한 계급을 만들 때.

마도 공학을 발전시키고 호의호식을 누리고 있을 때, 그들은 추위를 이겨 내며 몬스터와 싸웠다.

성좌의 명령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 지긋지긋한 족쇄를 벗어던질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그는 주저 없이 은인에게 모든 것을 맡길 수 있었다.

그는 차기 로드로 선정된 인재였다.

종족의 미래를 짊어질 차기 로드로서, 종족을 더욱 안락한 삶으로 이끌 의무가 있었으니까.

‘더 따스한 곳으로 향할 수 있다.’

인간들에겐 불미스러운 일일 수도 있었으나, 그게 뭐 어쨌단 말인가.

강인한 서리족은 노인이라도 인간들 열 명은 때려눕힐 수 있는 힘이 있었다.

그는 걸음을 옮기며 일말의 기대를 품었다.

“가자.”

새하얀 입김이 유독 시리게 보였다.

#3

쿠르르르르-.

자욱한 연기가 피어났다.

그 광경을 보며 오연하게 서 있는 드레젠이 고개를 들었다.

병영은 무력화했다.

이제 그놈을 보러 갈 차례였다.

“2네임드도 마무리되었군요.”

-뭔가 쿵팍찍 하더니 콰르르 했다.

-1줄 요약 ㄱㅅ

-ㅋㅋㅋㅋㅋㅋ킹정하누

-2네임드도 지렸다

“흠, 게임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없으니 얼른 갑시다. 오늘도 할 게 많거든요.”

동굴이 무너지면서 그럭저럭 건너갈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졌다.

이제 문을 열고 들어가면 3네임드, 만드록스를 처리해야 하는 곳이었다.

드레젠이 문을 열고 들어갔다.

[2페이즈 클리어]

[소요 시간 : 0 : 15 : 33]

[클리어 시간이 서버에 기록됩니다.]

2네임드의 보상은 네임드 몬스터를 잡으면 나오는 재료들이었다.

폭탄 골렘의 몸뚱이 그 자체가 보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저 골렘의 사체는 미스릴 수준으로 마나 전도율이 높습니다.”

-좋은 재료네

-뭐든 만들 수 있다는 게 좋은 듯

-여윽시 레이드 보상!

본래는 여덟 명 정도가 나눠서 클리어해야 하는 미션이었지만, 드레젠은 그걸 홀로 해냈다.

덕분에 가져갈 수 있는 보상의 양도 엄청났다.

다 가져갈 수 없을 정도로 많았으니, 이것도 문제였다.

“음…… 이건 도움을 요청해야겠네요. 어쨌든, 이제 3네임드로 가겠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으로, 3네임드가 시작되었다.

곧바로 보이는 것은 거대한 덩치의 생명체였다.

-와;

-와이렉스보다 박력 쩌는데?

-저걸 어케 잡누;;

-실제로 보면 지릴 것 같음;;

눈을 감고, 코를 골고 있는 생명체.

비스트 마스터의 창조물이자 대륙의 북쪽을 지켰던 수호신.

모든 드레이크들의 아버지이기도 한 만드록스였다.

“만드록스. 한때 정원의 가장 커다란 골칫거리였습니다만.”

크륵-.

코를 고는 소리가 멈췄다.

킁킁, 조용히 코를 골던 코가 냄새를 맡았고, 거구를 친히 움직였다.

세상을 잡아먹을 듯한 붉은 눈동자가 드레젠에게 향했다.

[3페이즈]

[타락한 드레이크 렉스 - 만드록스 처치]

[제한 시간 : 0 : 30 : 00]

[크르르르-.]

“불쌍한 녀석입니다. 수명의 끝까지 메마른 땅을 지키다, 결국엔 적의 노예가 되어 버린 녀석이죠.”

쿠웅-.

만드록스가 거체를 일으켰다.

가만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태산이 덮쳐 오는 느낌이었다.

얼음과 땅의 기운을 듬뿍 받아 강한 상대였다.

그런데 여왕의 기운까지 흡수해, 더욱 강해졌다.

[크아아아아아아아-!]

와이렉스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힘을 가진 포효가 울렸다.

드레젠 역시 검을 뽑고, 마나를 끌어 올렸다.

다시 한 번 솔로 레이드가 펼쳐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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