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한 절대자의 뉴비생활-101화 (102/279)

제 101화

101화 - 얼음 정원

#1

몬스터.

그리고 기계들의 합작.

거기다가 얼음으로 뒤덮여 있는 모습까지.

오묘한 조합의 군대가 드레젠에게 몰려들었다.

드레젠은 순식간에 몰입해, 극한의 생존 본능을 끌어 올렸다.

“오늘은 멘트가 좀 적겠네요. 집중을 좀 해야 해서.”

용사 시절이었다면 웃으면서 돌파했을 무리, 지금은 마나의 배분도 신경 써야 하는 상황이었다.

저 멀리서 옵저버가 시험하듯 쳐다보고 있었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 눈빛이었다.

“이 녀석들은 소리도 지르지 않고, 비명도 지르지 않습니다.”

콰드득-!

검을 휘두르자 딱딱하고 단단한 빙하의 일부분을 자르는 느낌이 들었다.

얼음은 기본적으로 타격에 약하지만, 이놈들은 그 안에 질긴 몬스터의 피부가 또 있었다.

그래서 드레젠은 검의 마나를 최대한 날카롭게 만들고, 전기톱처럼 회전시켰다.

“흐으읍-!”

자세를 낮추고, 사라미스 검법을 펼쳤다.

횡으로 그어진 참격의 끝에서, 얼음 조각이 비산했다.

시청자들은 색다른 쾌감을 맛보고 있었다.

황금색 폴리곤 덩어리가 아닌, 진짜 얼음 조각들이 터져 나가고 있었으니까.

-멋있누

-오늘도 브하 각인가

-쓰앵님 전투는 막힘이 없어서 시원해! 깔끔해!

-진짜 전투 하나만큼은 독보적이누

-프로들이랑은 좀 다른 스타일이라 더 좋음!

프로 팀의 경기 이후, 많은 유저들의 관심이 팀 파이트로 향했다.

실제로 ‘티어’급 경기 또한 개최된다고 들었다.

8 대 8로 이뤄진 경기에서 진다면 점수가 내려가고, 이기면 올라가는 형식이었다.

‘나는 그런 것보단 실전 인재들을 키워야 하니까.’

결국 계약을 이행하기 위해서라면, 쓸 만한 인재들을 키워야 했다.

팀 파이트에서가 아니라, 진짜 마족들을 상대할 인재들이 필요했다.

몇몇 봐 둔 인재가 있긴 했다.

다영이라든가, 그 꼬마라든가.

‘자유를 향해서라면.’

콰드드득-!

뒤에서 덮쳐 오는 것들을 향해 페베스 검술 3형, ‘플뤄’를 날렸다.

파동처럼 퍼져, 닿는 모든 것을 분쇄하는 형이었다.

바스러지는 얼음을 뒤로하고, 그는 계속해서 검을 휘둘렀다.

#2

[끼르르륵!]

“뭘 꼬나봐.”

파직-.

붉은 눈동자 중앙에 검을 박아 넣은 드레젠.

키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안광이 꺼졌다.

단순히 싸우기만 하면 되는 1네임드.

드레젠에게는 너무 쉬운 과제였다.

[1페이즈 클리어]

[소요 시간 : 0 : 20 : 11]

[클리어 시간이 서버에 기록됩니다.]

“보상은 실시간으로 나오네요.”

옵저버가 남긴 재료들이 있었다.

그 밖에도 수많은 괴물들이 기묘한 얼음 조각들을 떨어뜨렸다.

드레젠은 발치에 있는 얼음 조각 하나를 들었다.

[영원의 얼음 조각]

[녹지 않는 얼음. 불순한 마나가 포함되어 있다.]

[녹지 않음] [??] [??]

영원의 얼음.

별거 없어 보이지만, 이건 녹이면 서로 엉겨 붙는 성질이 있는 얼음이었다.

강도도 높았고, 열을 가할수록 응축되어 단단해지는 성질까지 가지고 있었다.

“이건 무기 및 방어구를 만드는 데 좋은 재료입니다. 많이 챙겨 가세요.”

얼음덩이 몇 개를 챙겨, 배낭에 넣은 드레젠은 정원 입구에 아무렇게나 던져 놓았다.

어차피 이곳은 이벤트가 아닌 이상, 다른 인물들이 들어올 곳이 아니었으니까, 전투에 방해되는 것들은 최대한 치울 예정이었다.

-고수네

-고수야

-ㅋㅋㅋㅋ팬티 1,854,920개 갈아입음

-이 형 전투는 언제 봐도 지려;;

-아예 기저귀를 차고 와야짘ㅋㅋㅋㅋ

레벨 업을 두 번이나 할 정도로 격렬한 전투였다.

뿜어져 나오는 각종 기술들이 눈을 현혹했다.

만화처럼 화려하게 싸운다는 느낌은 없었지만, 빠르고 강렬했다.

“그럼, 2네임드로 향하겠습니다.”

그의 걸음걸이는 아직 당당했다.

2네임드.

퍼즐과 사냥을 동시에 해야 하는 관문에 도착했다.

#3

“와…… 어떻게 저게 가능하지?”

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스트리머 입담.

아마존 TV에서 꽤나 인기가 많은 스트리머 중 한 명이었다.

냉철한 분석과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그의 관찰력.

닉네임처럼 입담 역시 만만찮아 분석이나 평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몰린 방송이었다.

-저걸 어케 했누

-ㅋㅋㅋㅋㅋ저 정도면 킹정이다;

-격투기 선수들도 잘 못하는데 저걸;;

-이 세상 피지컬이 아님

요즘 입담의 주 콘텐츠는 드레젠 분석하기였다.

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프로 격투기 선수들도 하기 힘들어하는 동작들을 하는 걸까?

제아무리 훈련을 받았고, 제아무리 가상 현실 게임이라고 하지만 그 한계는 명확히 존재한다고 믿었다.

“와…… 진짜 감탄밖에 안 나오네요. 이거 클립 따신 분?”

[‘이거야’ 님 1,000코인 후원!]

[여기요 형]

영상 후원이 나타나며 화려하게 싸우는 부분이 재생되었다.

그 영상을 다시 돌려 본 입담이 어느 한 부분에서 멈췄다.

“여기. 뒤도 안 돌아보고 머리만 슬쩍 움직여서 피했지? 그리고…… 여기도.”

-뭐여

-견문색인가

-크킄, 오소이

-저게 가능함?

“그러니까, 뭔가 스킬을 가지고 있거나, 진짜 타고났다고밖엔 할 수가 없다. 어디서 이런 사람이 나왔지?”

입담은 영상들을 하나씩 녹화해서 분석하고 알려 주었다.

그가 분석한 방송이 클립이나 동영상으로 퍼질 때마다, 드레젠에 대한 광고가 저절로 이뤄졌다.

그가 분석을 한 영상이나 후원의 수익은 모두 원작자에게 가는 시스템이었다.

-남의 것을 이용해서 돈을 벌어먹고 싶진 않아요. 저는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광고 수익이나 본래 하고 있는 일로도 충분히 먹고살 수 있습니다.-

입담이 했던 말이었다.

각설하고, 그는 멍하니 드레젠의 방송을 보는 중이었다.

이미 하나의 문화가 되어 버린 드레젠 방송 시청 콘텐츠.

입담의 방송 시간은 그중에서도 가장 시청자들이 많이 몰렸다.

-거의 중계 방이지 뭐

-엌ㅋㅋㅋㅋㅋㅋ

-그렇지 근데 아마존 TV는 그런 거 없자누

-옛날에 저~기 아X리카에는 있었지

-트X치 마렵다.

“이미 철 지난 방송국들 이야기 해서 뭐 합니까. 빨리 집중합시다. 2네임드는 뭘까?”

2네임드에 들어선 드레젠은 설명을 시작했다.

정원의 초입이자, 문을 열어야 하는 구간이었다.

맵의 구조는 단순했다.

그리고 처참했다.

“저길 어떻게 올라가?”

-외길이누

-그리고 끊겼네?

-저걸 어떻게 가라곸ㅋㅋㅋㅋ

-날아가는 건가?

얼음으로 만든 다리 비슷한 것이 중간에 뚝 끊겨 있었다.

밑에는 얼음 송곳이 가득 들어찼고, 그것이 없는 구간에는 기묘한 몬스터가 꿈틀댔다.

저곳으로 떨어지면 제아무리 드레젠이라고 해도 살아 나올 수 없었다.

“저 위에는 지키고 있는 녀석들이 있네.”

“이곳이 정원입니다. 다른 말로는 병영이라고도 하죠.”

정원.

여왕 안제라스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정원이자, 대륙 침공을 위해 병력을 생산하는 정원.

입구를 여는 것과 동시에 이 병영을 무력화시키는 것이 바로 2네임드의 목적이었다.

“저 밑에서부터 몬스터가 끊임없이 올라옵니다. 그걸 막으면서, 특수한 몬스터 하나를 잡아야 합니다.”

이 방법을 알기까지, 수많은 병사들의 희생이 있었다.

방법을 알고 나서는 영웅과 드레젠이 투입되어 사태를 마무리 지었다.

지금 이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이었고.

그것을 하나도 모르는 입담은 그저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뿐이었다.

“저걸 혼자 깬다고?”

-프로들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아직 멀었음

-프론데 가능하지 ㅇㅇ

-이 게임 나온 지 얼마나 됐다고 프로 수준이 뛰어나겠음ㅋㅋㅋㅋ

그래서 그들은 독보적인 존재, 드레젠만을 믿었다.

그가 보여 주는 퍼포먼스가 PvP에서는 볼 수 없는 것들이었으니까.

드레젠은 앞으로 달렸다.

“여기서 저기까지 한 번에 점프하면 됩니다.”

족히 20미터는 되어 보이는 거리였다.

밑에는 아가리를 쩍 벌리고 있는 몬스터들이 괴성을 지르고 있었다.

점프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마나를 발에 가득 실어서 땅을 박차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저곳을 지키고 있는 놈들이 저를 노리고 떨어뜨릴 겁니다.”

그게 문제였다.

그냥 점프하는 것도 아니고, 날아오는 공격들을 피하면서 넘어가야 하니까.

마스터급 정도 되는 초인들이나 가능한 경지였다.

“일반적으로 건너가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원거리 공격수가 적들을 눕히고, 신체 능력이 뛰어난 파티원 하나가 건너가면 됩니다.”

정말 일반적인 방법이었다.

파티 플레이를 요구하는 방법이기도 했고.

하지만 지금 드레젠은 혼자였다.

“그래도 고인 물이라면, 다들 홀로 건너갈 방법 하나쯤은 생길 겁니다.”

“허허, 그런 게 그냥 생기면 고인 물이 괜히 고인 물이 아니지.”

-아직 1년도 안 된 게임에 고인 물이 있다?

-뿌슝빠슝?

-ㅋㅋㅋㅋ1년도 안 된 게임엨ㅋㅋㅋ

-ㄹㅇ 저분은 그냥 천재임

본격적으로 2네임드 공략에 들어간 드레젠.

올라오는 몬스터들이 드레젠을 노리고 덤벼들었다.

검을 가볍게 휘두르며, 그는 앞으로 나아갔다.

“제가 즐겨 쓰는 방법이 있습니다.”

콰직!

드레젠이 땅을 박찼다.

키에에엑-!

동시에 저편에 있던 몬스터들이 드레젠을 인식하고, 얼음으로 된 화살을 날렸다.

화살이라기보단 거대한 작살에 가까웠다.

“이렇게 큰 화살을 날려 주다니, 저에겐 고마운 일이죠.”

쏘는 방향은 무작위였지만, 쏘는 순서는 어느 정도 기억해 뒀다.

드레젠이 허리를 튕겨 몸을 뒤집었다.

화살이 날아와, 그의 발 바로 위로 지나갔다.

마나를 모아 두었던 반대편 발로 화살을 밟고 추진력을 얻었다.

-도랏;;

-저걸 한다고?

-아니 외운 건 아닐 텐데?

-드는 신이야;;

-드-했다.

후웅-, 하는 소리가 들리고, 차탄이 드레젠의 가슴으로 날아왔다.

세 번째 화살이 그 뒤를 바로 이어서 하체를 노렸다.

이번에는 조금 더 난도가 높은 기술을 구사했다.

빙글, 좌로 한 바퀴 몸을 틀어 다가오는 화살을 잡고 그대로 집어 던졌다.

“크엑!”

1네임드와 달리, 살아 있는 여왕의 하수인이 비명을 질렀다.

그와 동시에 드레젠은 세 번째 화살을 밟고 더욱 가속도를 얻었다.

물리 법칙에 다소 어긋나는 방법이었지만, 마나가 기행을 가능케 했다.

“읏차.”

마지막으로 깔끔하게 몸을 뒤집으며 착지.

뒤이어 덤벼 오는 몬스터들을 베어 넘겨서 자리를 확보했다.

이곳은 특수한 몬스터가 나오는 굴이었다.

“폭탄이 나오는 방입니다. 여기서 네임드 몬스터를 잡으면 특수한 폭탄을 얻을 수 있습니다.”

쿵-!

그 네임드 몬스터란 거대한 수정 골렘이었다.

드레젠은 검을 집어넣고, 나뒹굴고 있는 전투 망치 하나를 들었다.

방금 전 드레젠을 노렸던 몬스터가 가지고 있던 무기였다.

“막간을 이용해서 둔기 사용법도 알려 드리겠습니다.”

-아아 그는 대체

-ㅋㅋㅋㅋㅋ드는 빛이야

-대굴빡 깨부수자!

-레이드에서 공략을 알려 주는 그는 빛이야!

레이드에서 무기 공략까지 해 주는, 드레젠은 아주 친절한 스트리머였다.

둔기 성애자들의 채팅이 마구 치솟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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