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9화
99화 - 다시 돌아와서
#1
아마존 TV 시상식이 끝난 후, 사람들은 모두 세이브 더 브락시아를 플레이하기 위해 게임에 접속했다.
심지어 BJ들 중에서도 피로연에 참석하지 않고 게임을 하러 가는 이들이 나올 정도였다.
그만큼 어마어마한 내용이었으며, 유저들의 피를 끓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시상식에서 이렇게 발표할 생각을 하다니, 뭔가 좀 안 맞는 것 같지 않아?-
-그러게. 그냥 따로 페스티벌 같은 걸 잡아서 해도 됐을 텐데.-
의문을 가진 사람도 있었다.
아마존 TV의 시상식과 어울리지 않는 행사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이디엔은 단독으로 방송국과 계약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요즘은 TV보단 스마트폰이 대세인 시대이니까.
-뭣도 모르는 소리 하지 마라. 요즘 TV 누가 봄?ㅋㅋㅋㅋㅋ-
-그거 인정 요즘 방송국 갑질도 심하고 그래서 별로임
-게임은 역시 방구석 모니터로 봐야 제맛이제
많은 이들이 오히려 인터넷 방송국 플랫폼을 이용한 전략이 먹힌다고 판단했다.
사실 TV는 이제 보는 이들만 보는 시대가 되었다.
스트리머, BJ로 유명해진 게임은 그 명맥을 이어 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 것이 브락시아의 판단이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업데이트 내용을 그렇게 발표하고 깜짝 업데이트라니
-역시 갓겜;;
-왜 여태까지 우리나라 게임사들은 이런 게임을 못 만들었는가;;
-다 돈에 미쳐서 그렇짘ㅋㅋㅋㅋ
변하지 않는 진실이 있었다.
상품이 좋으면 사람이 몰린다는 것.
과도한 과금을 유도하는 게임이더라도 게임 자체가 좋다면 괜찮다.
브락시아는 유저들의 니즈를 충족하다 못해 넘칠 정도로 주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추가된 오늘의 업데이트 내용은 바로 이것.
[팀 파이트 - 새로운 시너지와 직업이 추가됩니다.]
[번개]
[2 : 모든 팀원의 이동 속도 20% 증가.]
[4 : 모든 팀원의 이동 속도 30% 증가, 공격 시 10% 확률로 대상 감전(상태 이상 마비)]
[6 : 모든 팀원의 이동 속도 59% 증가, 공격 시 20% 확률로 대상 감전(상태 이상 마비)]
[얼음]
[2 : 공격 시 10% 확률로 대상의 총 마나 중 10%를 갈취]
[3 : 공격 시 25% 확률로 대상의 총 마나 중 10%를 갈취]
[엘프]
[2 : 엘프 직업의 치명타 확률 20% 증가]
[4 : 엘프 직업의 치명타 확률 30% 증가, 치명타 대미지 15% 증가]
[도플갱어]
[1 : 임의의 시너지를 카피할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가 PvP에 관한 내용이었고, 다음은 전반적인 게임 내의 시스템 조정이었다.
엘프들의 마법은 강일이 보기에도 상당히 발전했다.
전투적인 부분은 쓰질 않으니 그대로였지만, 일상생활에서 쓰는 마법은 나날이 발전 중이었다.
특히 프로그램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마법은 개발자 수준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
“엘프들도 갈려 나갔겠구만.”
패치 내용을 살펴보던 강일이 무심코 중얼거렸다.
오늘 패치 내용을 설명하는 콘텐츠를 준비하는 중이었다.
아마 이걸로도 후원이 꽤 모이겠지.
방송하는 사람에게 콘텐츠가 많다는 것은 정말 좋은 징조였다.
하이디엔과 엘프들은 그야말로 열일을 하는 중이었다.
“싱글 플레이 쪽도 건든 것 같고…… 노선을 완전히 게임 쪽으로 잡았나 본데.”
지금 당장 용사를 키워 내는 것은 문제가 있었다.
현재는 브락시아라는 척박한 세계를 생생히 체험하게 해 줄 수 있는 기술들이 있었고, 그걸 적극 활용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강일 역시 괜찮은 판단이라고 생각했고.
“어디 보자…… 일단 새로운 던전 정보들을 많이 풀었네? 사실 업데이트도 아니지.”
시간 흐름상, 숨겨져 있던 것들이 발견되었을 뿐.
진짜 업데이트는 이것이 아니라 다양한 편의 기능이었다.
모의 전투를 즐길 수 있었으며, 연습 모드라는 것이 추가되었다.
‘반복 시뮬레이션을 이렇게 이용할 수도 있군.’
행사가 끝날 때, 하이디엔이 마법에 관해서 얘기해 준 것들이 생각났다.
정말 다양하게 연구하고 있고, 꿈같은 일들을 재현할 수 있다고 했었다.
이제 그 마법의 정수들이 조금씩 풀려나겠지.
“방송 준비도 끝났고.”
부분적인 공간의 시간을 돌려 만든 반복 모드의 추가, 적들에게 버프를 걸어 난도를 높여 주는 난도 시스템, 아이템을 복사할 수 있는 마법으로 만들어 낸 루팅 시스템까지.
본격적인 노가다가 시작되는 구간이기도 했다.
“방송이나 하자.”
행사에 참여했지만 여독이나 피로함은 전혀 없었다.
초인의 육체에 가까운 강일은 피로라는 걸 몰랐다.
밤새 동영상을 편집하고, 오전 10시에 방송을 켰다.
빌드업을 알리는 노래가 잔잔하게 흘렀다.
#2
-ㄷㅎ!
-아니 님 터미네이터세요?
-ㅋㅋㅋㅋㅋ와 알람 떠서 들어왔더니;;
-오늘 달리실 각이다
-ㄷㅎ!
아침 일찍 방송을 켜는 경우는 별로 없었기에 시청자들이 충분히 들어올 수 있도록 오래 기다렸다.
보통은 오후나 퇴근 시간쯤에 시작하는 방송이었는데, 오늘은 정말 빨랐다.
갑작스럽게 시간이 바뀌었다고 해서 찾아오지 않을 시청자들은 아니었다.
여느 때와 같이 엄청난 속도로 시청자 수가 올라갔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방송을 좀 일찍 켰습니다.”
-오이오이 기다렸다고!
-아아 그는 빛이다
-쉬엄쉬엄하셔도 될 텐데ㅜㅜ
시청자들 대부분은 그의 건강을 신경 써 주었다.
그 마음은 감사했지만, 방송을 안 할 이유는 없었다.
오늘은 잡담으로 시간을 소비해야 하므로, 조금 일찍 켠 것일 뿐.
“오늘 패치 나왔죠. 그걸 한번 보러 왔습니다.”
-번개!
-엘프랑 도플갱어!
-메타가 많이 변할 듯
-ㅇㅈㅇㅈ
사실 어떤 시너지를 가더라도 피지컬 싸움이 우선이었다.
시너지를 이용하는 것은 피지컬 차이가 미세할 때나 나는 상성이었고.
오늘은 그걸 알려 주기 위해 미리 방송을 켰다.
“다들 알다시피 팀 파이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피지컬입니다. 마나를 얼마나 다루느냐에 따라 시너지의 효율도 극대화되는 겁니다.”
-그건 인정하지만…….
-킹치만 우리는 아직 시너지충이라고
-시너지 없으면 팀 파이트를 못해 ㅜㅜ
-진짜 시너지를 피지컬로 이길 정도면 엄청 잘해야 함ㅋㅋㅋㅋ
[‘뉴비환영해!’ 님 10,000코인 후원!]
[오늘도 과외 보여 주십니까?]
드레젠은 씩 웃었다.
당연히 그러려고 방송을 켠 거니까.
미션도 걸려 있었고, 보여 줄 땐 확실하게 보여 줘야지.
오늘 방송의 주제는 솔로로 팀 파이트를 하는 방법이었다.
“자, 방송 제목도 바꿨고…… 일단 오늘의 빌드업을 알려 드릴게요.”
-킹드업!
-과연 어떤 빌드업을 할 거신가
-또 킹전 돌아야 합니까?
-이쯤 되면 팀 파이트에 필요한 건 던전일 듯 ㅋㅋㅋㅋ
“어떻게 아셨어요? 던전 하나 돌고 시작할 겁니다.”
할레단 후작가와 서리 부족이 있는 곳의 사이.
오늘의 목적지는 바로 그곳이었다.
던전은 아니고 간단한 이벤트지만, 그곳에서 얻을 수 있는 재료가 있었다.
그걸로 만든 아이템이 일시적으로 도움이 되겠지.
“마침 오늘 패치 중에 도플갱어가 있었죠? 오늘은 번개와 도플갱어만으로 할레단 후작가를 박살 내겠습니다.”
-‘그 발언’
-파조동ㅋㅋㅋㅋ
-아니야 드레젠은 가능해!
-선생님 이거 보세요.
[‘용감한놈’ 님 1,000코인 후원!]
[요즘 선생님 따라 하는 재미에 빠진 듯]
동영상이 올라왔다.
수많은 스트리머들이 드레젠을 따라잡기 위해 첫 번째 관문이라고 하는, 서리의 구덩이를 방문했다.
해둔의 반지는 초반에 얻어야 하는 아이템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었는데, 그 난이도가 상당히 악랄하기로 유명했다.
“으아아아악! 저리 가! 저리 가라고!”
그 동영상에는 비명 소리만 가득했다.
본격적으로 성장을 한 스트리머들의 비명 소리였다.
강아지부터 시작해서 내로라하는 방송인들이 도전했지만, 서리의 구덩이는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저주받은 몬스터들이 몰려와, 플레이어들을 물어뜯었다.
“도망쳐! 도망치라고! 으아아아아-!”
시끌벅적한 파티는 NPC들 없이, 순수 유저들로만 이뤄진 파티였다.
드레젠의 말대로 여섯 명이 도전했다.
나름대로 게임에 적응했고, 몬스터에게도 겁을 먹지 않을 정도로 숙련되었다고 생각했기 때문.
“……난 틀렸어. 먼저 가.”
팀 내에서 가장 기동력이 느린 유저 한 명을 시작으로 한 편의 콩트가 시작되었다.
데려가겠다, 아니다 일단 버리고 가야 된다.
여긴 게임이다, 정신 차려라.
그러다가 결국 오우거 엔딩으로 몰살당해 버린 영상이었다.
“아…….”
-Aㅏㅋㅋㅋㅋㅋ
-개 웃기누
-ㅋㅋㅋㅋㅋㅋ진짜 시트콤 오지네
-어떤 급박한 상황도 개그로 만들어 버리는 팀ㅋㅋㅋㅋ
드레젠은 한 편의 비극을 보는 것같이 안타까워했다.
저렇게 플레이하는 유저들이 대부분이겠지.
게임을 게임으로서 순수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부러웠다.
[‘강아지’ 님 10,000코인 후원!]
[쓰앵님. 도움!!]
-엌ㅋㅋㅋㅋㅋㅋ
-결국 왔다 왔엌ㅋㅋㅋㅋ
-진짜 어제 생방 보면서 너무 웃었자넠ㅋㅋㅋㅋ
[‘킹블루’ 님 10,000코인 후원!]
[석궁이…… 석궁이 안 맞습니다ㅜㅜ]
-머기업이다
-엌ㅋㅋㅋ찐블뤀ㅋㅋㅋㅋ
-저분 FPS 그분임?
브튜브 구독자 150만 명을 훌쩍 넘게 가지고 있는 킹블루.
한때 서바이벌 FPS 게임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실력자로, 어마어마한 에임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현실의 감각을 가지고 싸우는 브락시아에선 빛을 보지 못하는 중.
특히 그는 마나를 볼트, 혹은 화살에 싣지 못해서 애를 먹는 중이었다.
“여러분들, 도움을 원하십니까?”
[‘강아지’ 님 10,000코인 후원!]
[네 젭아루ㅜ]
[‘킹블루’ 님 10,000코인 후원!]
[도우우우우우우움!!]
-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사람들이 저렇게 말할 정도면ㅋㅋㅋㅋ
드레젠은 피식 웃고 고개를 끄덕였다.
직접 합방은 하지 못하겠지만, 원거리 유저들을 위해서 공략 영상을 찍는 것도 도움이 되겠지.
드레젠은 게임을 실행하며 답변을 해 주었다.
“합방은 아직 계획에 없으니까, 이번엔 원거리 유저분들이랑, 창을 쓰시는 분들을 위한 영상을 하나 제작하겠습니다.”
[‘강아지’ 님 10,0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ㅜㅜㅜㅜ]
[‘킹블루’ 님 10,000코인 후원!]
[여윽시 쓰앵님ㅜㅜㅜ캄사함미다ㅜㅜ]
사건을 일단락시키고, 회백빛 세상으로 돌아왔다.
오늘 할 일은 일단 와이렉스를 타고 더 북쪽으로 향하는 것.
“일단 오늘은 예고했던 대로 더 추운 땅으로 가죠.”
서리 종족.
대륙의 가장 북쪽에 살고 있는 자들이자, 강인한 육체로는 따라올 자들이 없는 종족.
수인과 인간의 중간쯤 위치한 자들로, 타 종족을 꽤나 배척하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
‘오랜만에 얼굴을 보겠군.’
드레젠은 와이렉스의 등에 올라타며 생각했다.
한참 서리 종족이 고통받고 있을 시기, 그 문제만 해결해 준다면 서리 종족은 북방의 튼튼한 댐이 되어 줄 것이다.
두루두루 필요한 일이었으니 큰맘 먹고 움직일 예정이었다.
“북쪽으로 가자.”
[진짜로 갈 건가?]
“가야지. 다크몬드를 얻고, 후작가를 무릎 꿇리려면.”
드레젠은 와이렉스의 목덜미를 쓰다듬었다.
곧이어 거대한 와이번이 대륙의 극지방, 서리 종족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