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한 절대자의 뉴비생활-96화 (97/279)

제 96화

96화 - 행사 시작!

#1

아마존 TV 본사.

수많은 이들이 커다란 회의장에 모여 있었다.

그들은 모두 프로 게이머, 혹은 구단에 속해 있는 주요 인물들이었다.

아직 시간이 되지 않아, 웅성거리는 소리만 들렸다.

“진짜 그분이 온다고?”

“그렇다니까? 내가 찌라시 제대로 들었잖아.”

“그게 무슨 말이야? 누가 오는데?”

오늘은 시범 경기가 있는 날이었다.

전 세계로 생중계될 예정인 시험 방송.

이번 경기가 리그의 방향성을 알려 주는 잣대가 될 것이라 판단하고 있었다.

덕분에 프로 게이머들은 물론이고, 구단주, 코치, 감독까지 긴장한 상태.

브락시아의 대표인 하이디엔, 그리고 가장 핫한 게이머인 드레젠이 온다는 소식이 만연하게 돌고 있었다.

“진짜 드레젠이 온다고?”

“그렇다니까? 저번에 용성이랑 하이츠 선수들 코치해 줬잖아.”

“진짜, 그 사람이 올까?”

이미 도시 전설처럼 퍼진 드레젠의 소문.

프로를 넘어선다는 그 피지컬이 궁금했다.

“참 나, 그래 봤자 스트리머인데 프로급은 아니지.”

“형, 그 말 진짜 플래그예요.”

아직까지 드레젠의 실력이 자기 아래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었다.

프로.

그 이름은 상당히 무거웠으니까.

대중 앞에 서서 돈을 받고 실력을 인정받는 직업이란 자부심이 높았다.

“웃기지 마라. 그러면 용성이나 하이츠 애들이 못하는 거겠지.”

김승수.

ST 전자의 맏형이자 주장을 맡은 게이머였다.

25살로, 실력은 단연 발군.

레벨 50을 찍고 단신으로 구덩이를 돌파했을 정도의 실력이었다.

“형, 그거 플래그라니까? 아 맞다. 이 형 방송 안 보지?”

“방송 볼 시간에 훈련이나 더 하자. 응?”

“드레젠 님의 방송을 보는 것도 훈련의 일종이라고 생각함다.”

김승수는 인상을 팍 찌푸렸다.

대체 드레젠이 뭐지?

평소 SNS는커녕 인터넷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브튜브도 실력 향상에 방해만 되는 매체라고만 생각했다.

‘프로 미만은 잡놈이지.’

그렇게 굳게 믿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자신 위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일지도 몰랐다.

팀 내에서도 연습 벌레라고 통하는 그였으니까.

“그럼 오늘 보시면 되겠네요.”

“맞아맞아. 형은 좀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니까요?”

“프로 팀도 안 온 주제에 무슨.”

흥, 하고 코웃음을 칠 뿐.

김승수는 팔짱을 끼고 관심을 꺼 버렸다.

그렇게 유명하면 다 보는 앞에서 증명하겠지.

어차피 프로 리그에서 만나지 않을 상대라면 신경 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브락시아 대표님께서 도착하셨습니다.”

“아마존 TV 대표님도 도착하셨습니다.”

웅성거리던 사람들이 모두 앞쪽을 쳐다봤다.

문이 열리고, 세 사람이 들어왔다.

엄청난 미인, 그리고 잘생긴 청년.

마지막으로 익숙한 얼굴인 아마존 TV의 사장이었다.

미리 도착해 있던 리그 관계자들이 눈을 빛냈다.

“안녕하십니까, 서남길입니다.”

“브락시아 대표, 하이디엔입니다.”

하이디엔, 그리고 서남길이 인사했다.

뒤이어 들어온 사람은 인사 없이, 맨 앞에 있는 자리에 앉았다.

몇몇이 그를 알아보고 수군댔지만, 이내 서남길의 말에 다시 입을 닫았다.

“모두 반갑습니다. 이렇게 영광스러운 자리에 설 수 있다니, 정말 감회가 새롭습니다.”

그는 리그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진행했고, 짤막하게 오늘 있을 행사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연례행사처럼 하는 시상식이지만, 오늘만큼은 더 큰 이벤트가 준비되어 있었다.

“자세한 계획은 브락시아 대표, 하이디엔 회장님이 계속하실 겁니다. 그럼 박수로 맞아 주세요.”

하이디엔이 단상에 올라가자, 서남길 때와는 다른 박수 소리가 들렸다.

아무래도 미인에다가, 리그 주최자이기 때문이리라.

“반갑습니다. 브락시아의 대표, 하이디엔입니다. 각 구단을 대표하는 선수들을 만나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오늘 일정을 간략하게 소개하겠습니다.”

피날레를 장식할 이벤트가 바로 이들의 손에서 펼쳐질 것이기 때문에.

지금쯤이면 홈페이지도 리뉴얼이 되었을 것이다.

현재 시각은 오전 9시.

지금부터 정확히 12시간 후에, 이 모든 것들이 공개될 예정이었다.

“……여기까지입니다. 질문 있으신 분?”

행사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았다.

프로 팀 소개.

프로 리그의 룰 소개.

프로 팀들의 시범 경기.

업데이트 내용 공개.

이벤트 공개.

오후 9시부터 자정까지 계획되어 있는 빅 이벤트.

본래 시상식에 참여할 생각이 없었던 강일의 엉덩이를 일으키게 만든 이벤트이기도 했다.

패치 내용의 시연은 드레젠 본인이 직접 하기로 되어 있었다.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거의 모든 이들이 암묵적으로 짐작하는 중이었다.

“질문 있습니다.”

“네.”

“업데이트 내용 공개는 어떤 형식으로 이뤄지나요?”

“저기, 앉아 계신 분께서 특별 게스트로 나오실 겁니다.”

사람들의 시선이 맨 앞에 앉아 있는 강일에게 향했다.

강일은 수많은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의 눈은 행사 내용과 업데이트 내역이 적혀 있는 서류에 고정되어 있었다.

‘거봐, 내가 말했지?’

‘저 사람이 드레젠이야?’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프로 선수들도 드레젠의 위명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

특히 하이츠와 용성 소속 선수들은 몸을 부르르 떨기까지 했다.

그때의 추억 아닌 추억이 다시 생각났기 때문.

“그럼 행사장으로 이동하시죠. 가서 리허설부터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출발하시죠.”

하이디엔이 먼저 문을 열고 나섰다.

그녀의 뒤를 따라 감독과 코치, 구단주들이 자리를 떴다.

그들은 매우 바쁜 이들이었다.

아마도 행사에는 참여하지 않겠지.

“그럼 고생해 주십시오. 대표님.”

“들어가세요. 방송은 잘 내보내겠습니다.”

“하하, 잘 부탁드립니다.”

내로라하는 대기업의 대표들이 고개를 숙였다.

강일은 그 모습을 물끄러미 보다,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드레젠 님. 오랜만입니다.”

“아, 잘 지내셨습니까?”

사람 좋은 얼굴로 악수를 청하는 이현성.

강일도 웃으면서 그의 인사를 받아 주었다.

나름대로 좋은 인연이라고 생각하는 중이었으니, 반가워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이현성이 강일의 귀에 가까이 대고 작게 말했다.

“오늘,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재미있길 바라야겠네요.”

“가르쳐 주신 것들은 선수들에게 잘 써먹고 있습니다. 다들 매일 방송을 돌려 보고 있거든요.”

현성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선수들은 드레젠의 방송을 보는 것만으로 기량이 쭉쭉 늘고 있었다.

그만큼 재능 있는 사람들이었으니까.

“도움이 되면 그걸로 됐습니다.”

“앞으로 빵빵하게 후원해 드리겠습니다.”

“괜히 안 그러셔도 됩니다.”

강일은 점잖게 거절했지만, 현성은 그저 씨익 웃을 뿐이었다.

그에게 있어 돈은 그저 물처럼 써도 아깝지 않은 것이었다.

입에 담지 않을 뿐, 표정에서 여유가 넘쳐흐르고 있었다.

“모두의 코치이신데, 날름 받아 가는 건 이치에 안 맞죠. 그럼 행사장에서 뵙겠습니다.”

“이따 뵙죠.”

이현성이 떠나고, 하이디엔과 서남길이 그에게 다가왔다.

“얘기 다 하셨어요? 오늘 사장님께서 부탁하실 일이 있다고 하시는데. 어때요?”

“연말 시상식. 데뷔하기 딱 좋은 무대 아닙니까.”

데뷔?

강일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봤다.

“이제 진짜 유명인이 되는 거예요.”

“여기, 이걸 보고 결정해 주면 돼.”

서남길이 내민 작은 봉투.

강일은 그것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으음, 재밌긴 하겠는데.’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그의 뒷말을 들은 두 사람이 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강일은 수락의 의미로 봉투를 품에 넣었다.

수많은 BJ들이 모이는 자리.

그곳의 별이 되기 위해서 그들은 걸음을 옮겼다.

#2

오후 5시.

강남 코엑스.

최대 규모의 시상식인 만큼, 그곳은 축제의 장으로 바뀌어 있었다.

시청자 투표 등을 통해서, 혹은 관계자들에게 초청된 수많은 BJ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각자의 캠을 들고 방송을 하는 자들이 대부분.

그들의 팬까지 모여 코엑스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와~ 여러분, 드디어 시상식에 도착했습니다.”

“저기, 사인 좀…….”

완전히 도떼기시장 판이 되어 버린 코엑스.

이제 슬슬 행사가 시작될 시간이었다.

안내 멘트가 스피커를 통해서 흘러나왔다.

[행사에 참여하시는 분들은 모두 1전시장으로 모여 주시기 바랍니다,]

수많은 BJ들이 거대한 강당으로 모였다.

시상식, 간단한 행사, 그리고 피로연.

그 간단한 행사가 바로 프로 리그의 서막이었다.

BJ들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시상식에 참여했다.

“어머, 안녕하세요!”

“와, 팬이에요. 이따가 같이 한잔하실래요?”

화면 속에서 봤던 BJ들의 축제.

준연예인이나 다름없는 자들이 무대를 가득 채웠다.

2층 끝에서 그 장면을 보고 있던 강일은 새삼 신기해했다.

“확실히 다들 익숙하니까 신기하네.”

난간에 팔을 기대고 내로라하는 BJ들을 바라보자니, 감회가 새로웠다.

무엇보다 자신이 저들과 같은 자리에 설 수 있다는 것도 새삼스러웠다.

괜스레 브락시아에서의 삶이 생각났다.

‘그때도 이런 행사에 많이 불려 나갔었지.’

오히려 지금은 대체로 자유분방한 분위기였다.

브락시아에서 귀족들, 그것도 황족과 관련된 사람들이 벌이는 파티는 더하면 더했으니까.

강일은 가벼운 마음으로 행사가 준비되는 것을 지켜봤다.

[강일 님, 이제 슬슬 준비하셔야 해요.]

[그래. 내려갈게.]

한창 여러 유명 인사들과 잡담을 나누고 있던 하이디엔의 목소리가 들렸다.

한 회사의 대표라는 자리는 마냥 편한 자리는 아니었다.

싫어도 웃으면서 사람들을 만나야 할 상황이 많았으니.

“드레젠 님?”

“아, 네.”

“여기 명찰입니다. 급하게 준비하느라 조잡한 점, 양해해 주세요.”

강일은 고개를 저었다.

본래 그는 이곳에 있어야 할 사람이 아니었다.

행사라는 것은 며칠 만에 뚝딱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심지어 한 해를 종합하는 시상식의 자리에는 어울리지 않았다.

“행사장에 앉아 계셔도 되고 따로 대기실에 계셔도 됩니다.”

“뭐, 뒤쪽에 가만히 앉아 있을게요.”

“그럼 자리를 마련해 두겠습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시상식 명단에는 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편안한 마음으로 관람할 수 있었다.

내년에는 어떻게 될까, 그건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지만.

일부 시청자들은 드레젠도 시상에 포함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아마존 TV에 건의를 넣었지만, 이미 내부에서 결정된 사안이었다.

‘난 이게 편하지만.’

시상은 다양한 이벤트, 그리고 유쾌한 진행으로 이뤄졌다.

보는 이들에게 지루함을 선사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였다.

유명한 스트리머들이 올라가 상을 받는 모습을 바라보던 강일.

“가상 현실 게임 부문 신인상은…… BJ 다영!”

“축하드립니다!”

익숙한 이름이 들리자 흥미롭기도 했다.

자신과 합방을 한 적 있었던 여BJ.

얼굴도 공개했고, 직접 만난 적도 있었으니 괜스레 뿌듯한 마음도 들었다.

“어…… 모두 감사드립니다. 도움 주신 분들, 그리고 우리 시청자분들이 있으셨기 때문에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자리에 계신지는 모르겠지만…….”

착각이었을까.

순간 그녀와 눈이 마주친 것 같았다.

강일은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수상 소감을 들었다.

“제가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게 만들어 주신 드레젠 님께 이 영광을 돌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녀는 꾸벅 인사를 하고 무대에서 내려왔다.

드레젠의 이름이 나오자 주변에서 환호가 쏟아졌다.

강일은 속으로나마 그녀를 축하해 주었다.

“드레젠 님. 이제 준비하실 시간입니다.”

“가죠.”

시상식의 끝 무렵.

드디어 그가 나설 차례가 되었다.

특별히 준비한 이벤트가 시작될 시간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