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한 절대자의 뉴비생활-94화 (95/279)

제 94화

94화 - 하이디엔

#1

시너지, 그리고 동료.

팀 파이트에서 정말 중요한 부분이었다.

각자의 실력도 중요하지만, 잘 맞춰진 시너지를 이기기란 힘들었다.

기사, 영글지 않은 새내기 기사와 마스터의 차이가 아니라면 압도하기란 불가능했다.

하지만 드레젠은 ‘뉴비환영해’의 제안을 기꺼이 받아들이기로 했다.

“계약은 끝났다. 일주일 후에 보지.”

“……그 몸 잘 간수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할레단 후작은 기다란 망토를 휘날리며 사라졌다.

그의 뒤로 모나르가 불안한 얼굴로 따랐다.

드레젠에게 달려들고 싶었지만, 지금 아버지의 뒤를 따르지 않는다면 사달이 날 것 같았다.

망나니인 그도 눈치는 있었으니까.

“영광의 전당에 불을 밝혀라.”

“알겠습니다. 후작 각하.”

100여 년 전을 제외하면 단 한 번도 정식으로 불을 밝힌 적이 없던 후작가의 전당.

친선 경기를 제외하곤 그 어떤 경기도 없었던 곳의 불이 밝았다.

전당에서 빛기둥이 솟아오르는 것을 확인한 드레젠이 몸을 돌렸다.

게임 시간으로 일주일.

‘홀로 시너지를 발동할 수 있는 것이 하나 있긴 하지.’

마침 시간이 교묘하게 맞아떨어졌다.

브락시아, 그리고 하이디엔은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시너지의 수를 늘린다고 했었다.

어둠부터 빛까지의 속성 말고도 다양한 속성을 추가하기로 했던 것이 업데이트 내역에 있었으니까.

직업 역시 많은 부분이 추가될 예정이었다.

“전 이제 준비를 하러 가겠습니다.”

-무슨 준비!

-또 강의 갑니까?

-이번엔 어떤 아이템이냨ㅋㅋㅋ

-이번에는 진짜 드레젠 님 리겜 각ㅋㅋㅋㅋ

게임이 오픈하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다양한 분석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드레젠으로부터 시작한 공략, 그리고 팀 파이트에 대한 분석.

외국에서는 이미 팀 파이트를 주력으로 플레이하는 스트리머들도 생겨날 정도였다.

“루시퍼의 눈물은 천천히 얻도록 하고, 그 전에 던전 하나를 더 공략하도록 할게요.”

육로로 이동한다면 일주일 안에 닿지 못할 거리.

하지만 그에게는 최고의 이동 수단인 와이렉스가 있었다.

이미 오늘 할 게임 분량은 다 한 상황.

게다가 다음 날은 아마존 TV 시상식이 있는 날이었다.

‘만약 오늘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겠지.’

본래라면 거절했을 미션.

하지만 오늘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와이렉스, 북쪽으로 가자.”

[진심인가?]

“그래. 정원에서 찾을 게 있어.”

[그곳은 꽤 위험한 녀석이 들락거리는 곳일 텐데. 동료들을 더 모으든지 하는 것이 좋을 거다.]

드레젠은 피식 웃었다.

맞아, 좀 골치 아프긴 했었지.

그는 와이렉스의 등에 올라타려고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시너지도 없이 혼자 싸워야 할 판인데, 그 정도는 돼야 연습하지.”

[……뭐?]

-ㅋㅋㅋㅋㅋㅋ와이렉스 어리둥절

-커엽닼ㅋㅋㅋㅋ

-??? : 시너지 없다구욧!

-드레이크 렉스도 그건가?

“일단 가자.”

[뭐…… 알겠다. 그런데 그 전에 손님맞이부터 해야 할 것 같은데?]

드레젠은 탐지 스킬을 활성화했다.

미니 맵이 활성화되며, 주변에 있는 NPC들을 보여 주었다.

이쪽으로 빠르게 달려오고 있는 기운이 다섯.

그중 하나는 정말 익숙한 느낌이었다.

“어…… 설마?”

[엘프다.]

-와!

-드디어!

-누나나죽어!

-킹프다!

-드디어 보는구낰ㅋㅋㅋ

엘프들의 기운 중에서도 정순하고, 강한 마나가 느껴졌다.

대자연의 힘을 사용하는 엘프들.

‘가이아’의 후예라고 자처하는 이들은, 자연에서 끊임없이 뿜어져 나오는 마나를 사용하는 종족이었다.

‘한 번에 밟아야겠군.’

전성기는 아니지만, 지금이라면 꽤 강해져 있을 그녀가 떠올랐다.

전쟁 중에는 한없이 순하기만 한 그녀였는데, 지금은 또 모르겠지.

엘프들의 오만함이 아직 남아 있는 시절.

그때의 하이디엔을 만나 보는 것도 추억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했다.

“재밌겠네.”

그의 비틀린 미소가 화면 가득 퍼져 나갔다.

#2

엘프들은 지붕을 뛰어넘어, 저 멀리 보이는 와이렉스를 향해 달려가는 중이었다.

일반 와이번들이야, 이제 신경 쓸 가치가 없었다.

와이렉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비스트 마스터의 후예.

그를 암살하거나, 적어도 마을로 데려가야 한다.

“모두 긴장해라. 상대는 해츨링과 맞먹는 상대야.”

“알겠다고.”

하이디엔은 자신에게 가속 마법을 건 후, 창대를 꽉 움켜쥐었다.

이대로 한 번만 날릴 수 있다면.

선공은 암살자들에게 있어, 목숨을 좌지우지하는 순간이었다.

‘간다-.’

전신에 마나를 골고루 퍼뜨렸다.

마법을 담은 투창은 그녀의 장기였다.

단검과 활, 소태도 따위의 검을 주로 사용하는 엘프들이었지만, 그녀는 창을 택했다.

더 파괴적이고, 더 실용적이었으니까.

“흩어져!”

사정권 안에 들어왔다.

단원들이 흩어지고, 하이디엔의 선공이 시작되었다.

파직, 와이번의 외피를 꿰뚫을 수 있는 전격이 창끝에 담겼다.

대지에서 숨 쉬는 마나, 창공에서 유영하는 마나가 그녀의 창에 모여들었다.

온몸에 있는 마나를 폭발시켜, 와이번의 날개를 향해 창을 내질렀다.

“흐으읍-!”

가녀린 체구에서 나온 위력이라곤 상상할 수 없을 정도.

콰아아아아-!

그녀의 주변으로 광풍이 한 번, 창이 지나간 자리로 두 번.

지붕에 얹어 놨던 벽돌들이 통째로 들려 사라졌다.

“으아아악! 이게 뭐야!”

“무너진다! 으아아아아!”

주변에 있던 시민들은 졸지에 봉변을 당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하이디엔은 초조한 마음으로 결과를 지켜봤다.

지금까지 이 일격을 막아 낸 자는 단 두 명.

수인족의 왕과 엘프 로드뿐이었다.

‘맞았-.’

창은 그대로 와이번의 날개에 직격할 뻔했다.

검은 그림자가 창을 가로막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콰아앙-!

폭음과 함께 하이디엔의 창이 튕겨 나왔다.

아니, 다시 하이디엔이 있는 방향으로 날아왔다.

“헉!”

“피해라!”

그것도 훨씬 강해진 상태로.

하이디엔은 기겁하며 몸을 날렸다.

투콰아앙-!

집 하나가 엉망진창이 되었고, 벽돌과 먼지가 비산했다.

“콜록! 이게 대체!”

-어케 했누;;

-저기서 날아온 거 그대로 튕겨 낸 거임?

-도랏;;

-오늘도 레게노인갘ㅋㅋㅋ

물론 그 그림자는 드레젠이었고, 어마어마한 위력의 창을 그대로 돌려주는 기행을 벌였다.

그는 씩 웃으며 와이렉스에게 명령했다.

“애들 데리고 먼저 가 있어. 저 녀석들이랑 놀아 줄 테니까.”

[그러지. 이제 슬슬 돌려보내겠다.]

예정은 할레단 후작가를 압박하는 것이었으므로 이제 호위는 필요 없었다.

와이렉스는 날개를 펴서 순식간에 하늘로 날아올랐다.

안전한 장소를 확보하기 위함이었다.

저 엘프들은 꽤 위험한 존재들이었으니, 소중한 아이들을 잃을 순 없었다.

“어딜 도망가느냐!”

“쫓지 마. 지금은 저 인간에게 볼일이 있잖아.”

다섯 명의 엘프들이 모였다.

성벽 위에서 태연하게 서 있는 인영을 향해 몸을 날렸다.

하이디엔의 창을 날려 버린 인간이었다.

긴장하지 않을 수가 없는 상대였다.

“……그대가 저 와이번의 주인인가?”

“맞아. 너희들은 실버 문이겠군.”

드레젠은 엘프들의 엠블럼을 바라보곤 말했다.

가슴 정중앙에 음각으로 새겨져 있는 엠블럼.

엘프들이 자랑스럽게 여기는 실버 문의 상징이었다.

“우리 정체를 아는 것을 보아하니 진짜 비스트 마스터의 후예겠군.”

“인간, 좋은 말로 할 때 우리와 동행해라. 그리하면 목숨만은 살려 주겠다.”

엘프들이 지껄였다.

드레젠은 아무런 반응 없이 채팅 창을 바라봤다.

당연히 채팅 창은 난리가 나고 있었다.

-건방진 쉑;;

-이쁘면 다냐! 이쁘면 다냐고!

-이쁘면 다지;;

-엘프들이라 그런지 모델 뺨치네

-그런데 저기 어딘가에 좀 익숙한 얼굴이 있는 것 같은데?

[‘냐하’ 님 1,000코인 후원!]

[저 사람 사장님 닮으신 것 같아요.]

“다짜고짜 죽이려고 했으면서, 뭘 동행을 해?”

“비스트 마스터가 얘기는 안 해 줬나 보지?”

비스트 마스터가 세상을 떠난 것은 까마득한 일이었다.

일반적인 수명을 가진 인간들이라면 역사로 취급할 정도의 일.

수명이 전혀 다른 엘프들은 같은 세대의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드레젠은 전류가 흐르는 손을 한번 털며 말했다.

“예나 지금이나 건방지고 오만한 것은 변함이 없군. 능력도 없으면서 나대는 것도 여전하고.”

“뭐라고?”

하이디엔의 얼굴에 핏줄이 돋았다.

인간.

나약하고 수명이 짧은 존재.

번식력만 쓸데없이 좋아서는, 대륙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간악한 자들.

자연에 대한 사랑은 어디다 갖다 팔았는지, 항상 자신들의 터전을 위협하는 종족.

하이디엔이 정의한 인간이었다.

“건방져, 건방지다고.”

그녀는 혼잣말을 중얼거린 후에, 손을 뻗었다.

한쪽에 박혀 있는 창이 부르르 떨리더니, 그녀의 손으로 빨려 들어왔다.

인간은 언제나 이렇다.

훨씬 이전부터 대자연이 아닌, 자기 자신을 최고라 여겼다.

“비스트 마스터. 네놈의 목은 여기서 가져가겠다.”

“지랄하고 자빠졌네.”

드레젠이 비틀린 미소를 만들어 냈다.

검을 한번 털자, 막대한 양의 마나가 뿜어져 나왔다.

처음엔 이래서 엘프들을 싫어했지.

참교육의 시간이었다.

“죽여 주지! 건방진 인간!”

엘프들이 달려드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직선으로 찔러 들어오는 단검.

뒤쪽에서 휘둘러지는 소태도.

미간을 노리고 날아오는 화살.

드레젠은 유려하게 검을 휘둘렀다.

“실버 문은 실버 문인가.”

따다다당-!

경쾌한 소리와 함께 엘프들이 모두 한 발자국 물러났다.

마나를 이용한 반탄력 때문에, 붙어서 싸울 수가 없었다.

“크윽-.”

“몰아붙여라.”

훙훙-!

거센 소리와 함께 두꺼운 창대가 옆구리를 노리고 쏘아졌다.

드레젠이 검을 튕겨 내고, 자세를 고쳐 잡을 때를 노린 수였다.

어지간한 기사도 꼼짝없이 당했을 일격이었다.

“읏차. 느리다 느려.”

“치잇.”

하이디엔은 이를 악물고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5 대 1이라는, 아찔한 상황이 만들어졌다.

다섯 명이서 한꺼번에 하는 공격을, 드레젠은 여유 있게 받아 냈다.

춤을 추듯, 흘리고 막고 피하는 모습.

-캬, 여윽시

-예술로 싸우넼ㅋㅋㅋ

-뇌: 봤지? 몸: 뭐래 ㅂX앜ㅋㅋㅋ

하이디엔은 이를 악물고 창을 휘둘렀다.

하지만 드레젠에게 닿는 공격은 단 하나도 없었다.

그녀는 묘한 느낌을 받았다.

마치…….

‘공격을 모두 알고 있다. 그러니까…….’

“왜, 엘프의 창술을 모를 것 같았나?”

-역시 뭐든지 다 아는 남잨ㅋㅋㅋ

-엘프들의 창술 따위, 야레야레

-엌ㅋㅋㅋ이미 다 알고 있쥬?

시청자들은 그가 베타테스터이자, 게임의 모든 정보를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검술도 척척 알려 주는 드레젠이지 않은가.

실상이야 어찌 되었든, 시청자들의 눈을 즐겁게 해 준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읏차-.”

드레젠은 머리를 노리는 화살을 백덤블링으로 피하며 성벽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자연스럽게 할레단 후작가의 본진에서 싸우게 된 것.

벙 찐 표정으로 자신을 보고 있던 병사에게 말했다.

“거기, 창 좀 빌려줄래?”

“예? 아, 예.”

병사는 후다닥 달려와서 창을 건네줬다.

팔랑크스 진형을 사용할 때 쓰는 장창이 아닌, 개인 무용을 위한 창이었다.

휘리릭-.

무게 중심이 꽤 잘 잡혀 있는 창이었다.

“여러분, 엘프들이 쓰는 창술도 좀 공유해 드릴까요?”

언제나 정보를 공유하는 드레젠의 강의는 멈추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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