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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절대자의 뉴비생활-92화 (93/279)

제 92화

92화 - 깽판을 쳐 보자

#1

“아직 자넬 믿을 수 없네. 거절하지.”

“그래? 후회할지도 모르는데.”

위도우는 진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생각하길, 눈앞에 있는 남자는 너무 위험했기 때문이었다.

신뢰가 없는 계약은 존재할 수 없다.

그가 살아오면서 터득한, 절대 배신하지 않는 진리 중 하나였다.

“믿을 수 있는 무언가를 제시한다면, 계약은 성립되겠지.”

“그러면 선수금을 먼저 줘야겠군.”

좌르르르르-.

드레젠은 품에 있는 금화 주머니를 쏟았다.

약 100골드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이 탁자 위를 화려하게 수놓았다.

위도우는 멍하니 어마어마한 금액을 바라봤다.

하시스 성이 이렇게 부자였나?

이 정도 금액이라면 하시스 성의 반년을 든든하게 책임질 정도의 예산이었다.

“숨겨 둔 재산이라도 있나 보지?”

“그런 건 알 거 없고, 일단 이 정도면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겠나?”

“……왜 이렇게 뜬금없이 나타나서, 나를 유혹하는 거지?”

위도우가 팔짱을 끼며 물었다.

꼿꼿하게 펴고 있던 등을 의자에 묻었다.

자, 어떤 대답을 내놓을 거냐.

그는 태도로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필요하니까……라고 말하기엔 좀 진부한가? 하지만 진짜다. 나는 내 뒤를 받쳐 줄 든든한 친구가 필요하거든.”

“그래서 나를 찾아왔다?”

“그렇지. 신뢰를 표현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다크몬드를 쥐고 흔드는 대가치고는 싼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거, 조금 더 생각해 봐야겠군.”

드레젠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신뢰의 증표라.

그는 작전을 변경하여, 루시퍼의 눈물을 먼저 얻으려고 했다.

딱 맞춰서 퀘스트가 발동했다.

[‘위도우 그레인’의 신뢰]

[그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물건을 수집하자.]

[*말이나 돈으로 설득해도 된다.]

-예전부터 생각한 거지만, 퀘스트 내용이 뭔가 성의가 없닼ㅋㅋㅋ

-ㅇㅈ 그냥 잊어먹지 말라고 안내해 주는 거 같음ㅋㅋㅋㅋ

-보상도 따로 없고…… 진짜 모험 같은 느낌이긴 하네.

-ㄹㅇ 현실 판타지 고증 쩖

퀘스트에 대한 얘기는 예전부터 말이 많긴 했지.

하지만 브락시아 대륙에서 재물보다 조금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인맥이었다.

길가에 돌아다니는 비렁뱅이의 친구가 마스터라면?

“할레단 후작가 녀석들에게 본때를 좀 보여 주고, 루시퍼의 눈물을 가지고 오지.”

“……나는 기다리면 되는 건가?”

“마음대로. 100골드나 받은 사람이 가만히 있진 않겠지?”

위도우 그레인은 피식 웃었다.

막상 거절하긴 했지만 이미 저자의 손에 놀아나고 있지 않은가.

퍽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지만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했다.

100골드는 결코 작은 돈이 아니었다.

“이딴 돈으로 날 사려고 했는가……라고 하기엔 너무 많은 돈이군. 그대의 부탁을 하나 들어주도록 하지.”

“할레단 후작가에서 벌어진 일을 멀리 퍼뜨려 줘. 날 건들면 어떻게 되는지 정도는 알겠지.”

위도우의 눈빛은 ‘진짜 그거면 되겠는가?’라는 뜻을 담고 있었다.

드레젠은 고개를 끄덕이고 방을 나섰다.

거래는 끝났다.

-뭔가 좀 찝찝하긴 한데

-그래도 믿는 구석이 있으니까 쿨거래했겠지?

-우리는 그저 믿고 따르면 된다. 드멘.

-설명 부탁해요 선생님!

“위도우 그레인은 암살단에 몸담고 있지만 신뢰로 움직이는 사람입니다. 그는 훗날 다크몬드의 수장이 되는 사람입니다만, 제가 그 시기를 앞당겨 주는 겁니다.”

-나비 효과 가즈아!

-이제 예상하지 못한 전개가 뙇! 나오는 거임ㅋㅋㅋ

-이거 플래그다 플래그!

-ㅋㅋㅋㅋㅋㅋ원래 설정된 역사가 있나 봄

나비 효과라.

상관없었다.

자신이 그려 가고 있는 상황과 조금씩 맞아떨어지고 있었으니까.

성에서 들어오는 세금만 적당히 떼먹어도 어마어마한 수익이 나오겠지.

당장은 그 정도만 해도 충분히 먹고살 만했다.

“자, 그럼 할레단 후작가를 혼내 주러 갑시다.”

깽판을 치러 가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이곳은 명분이 있다면 나름대로 구제받을 수 있는 수단이 있는 대륙이었으니까.

할레단 후작가.

베스티안 백작령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은 가문이었다.

기사냐 마법사냐 하는 문제가 항상 일어나고 있는 대륙에서, 마법 하나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가문이었으니까.

[주인, 숲의 일족이 알짱거리고 있다. 아마 마을로도 흘러 들어갔을 거야.]

“알았어. 어차피 이동해야 하니까, 이제 슬슬 깽판 좀 치러 가자.”

[크흐, 듣고 싶던 말이다.]

크아아아아아아-!

곧바로 거대한 포효가 울렸다.

하늘의 제왕이 비상했다.

백은색 와이번이 곧장 드레젠이 있는 곳으로 날아왔다.

당연히 거대한 몬스터의 등장에, 사람들이 난리가 났다.

“으아아, 저게 뭐야!”

“수비대! 수비대를 불러!”

“꺄아아아악-!”

어지러운 난장 한복판에 서 있는 드레젠.

그는 주변을 둘러봤다.

자, 누가 나설 것인가?

엘프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지.

비스트 마스터라면 적으로 생각하는 녀석들이었으니까.

‘옛날 생각 나는군.’

그때는 하이디엔이 아니었지만, 지금은 또 누가 올까?

드레젠은 묘한 향수를 품으며 전진했다.

백색의 와이렉스와 다섯 마리의 와이번.

건물 하나를 완전하게 덮어 버릴 수 있는 크기를 가진 몬스터가 대량으로 출몰하니, 마을은 완전히 비상사태로 돌입했다.

“와이번이다!”

“막아라! 화살을 쏴라!”

“화살 가지고는 안 됩니다! 적어도 마법사가……!”

인간들이 우왕좌왕하고 있을 때, 마나를 잔뜩 머금은 화살이 와이렉스에게 쇄도했다.

드레젠은 눈을 빛냈다.

저 화살에 담긴 마나는 엘프들의 전유물이었다.

확실히 가까운 곳에 엘프가 있긴 한가 보다.

[흥, 어디서 천한 것들이.]

와이렉스는 자신의 정수를 활성화해, 가볍게 화살을 튕겨 냈다.

제법 마나가 담겨 있었는데, 허무하게 튕겨 나온 것을 보니 엘프가 자존심이 상한 모양.

한눈에 봐도 성벽쯤은 가볍게 뚫을 만한 화살이 다시 날아왔다.

와이렉스는 슬쩍 몸을 피해 화살을 흘려 냈다.

[발악을 하는군. 어서 가자.]

드레젠은 가볍게 도약해 건물 지붕 위로 올라갔다.

와이번들이 초저공비행을 했다.

건물 위를 스치듯 날아가는 모습은 마을에는 공포를, 시청자들에겐 짜릿함을 선사해 주었다.

드레젠은 자신의 바로 위를 날아가는 와이렉스의 위로 뛰어올랐다.

[크아아아아아아-!]

기쁨의 포효가 울렸다.

와이렉스는 그대로 거대한 풍압을 일으키며 공중으로 치솟았다.

뒤쪽에서 뭐라고 소리 지르는 것을 들었지만, 드레젠은 가뿐히 무시했다.

아직 엘프들은 준비가 안 되었다.

후작가를 터는 일을 끝낸 후에 만나도 늦지 않았으니까.

“할레단 후작가로 가자.”

[알았다.]

다시 한 번 포효를 내지른 와이번 무리는 할레단 후작가의 본거지인 후작령의 중심지로 향했다.

오직 후작가를 위한 도시, 스티그마를 향해 움직였다.

#2

후작가.

그곳은 완전히 비상사태가 되었다.

심혈을 기울여 키운 마법병단이 거대한 마법을 준비했고, 가문의 주요 인물이 모두 한곳에 모였다.

그중 모나르 할레단은 떨리는 손을 들어, 식은땀을 닦았다.

‘젠장. 일이 이렇게 됐을 줄이야.’

어떠한 보고도 없었고, 어떠한 지원도 없었다.

그 유명한 다크몬드를 고용했건만, 돌아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니.

작은 욕심이 이렇게 큰 화를 부른다고?

“후우…… 그건 작은 욕심이 아닌가.”

“뭐라 중얼거리는 것이냐. 정신 차리고 캐스팅을 시작해라.”

“알겠습니다.”

그의 아버지, 후작의 말에 그는 정신을 차리고 마나를 끌어 올렸다.

마법사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마나를 컨트롤할 수 있어야 한다.

옆에서 쓰러지는 동료를 봐도, 흉측의 극치를 달리는 몬스터를 봐도, 감히 대적할 수 없어 보이는 존재를 봐도 마찬가지.

모나르는 훌륭하게 훈련받은 이였고, 캐스팅은 버릇처럼 이어졌다.

‘와이번. 그리고 드레젠.’

그렇게 큰 인물일 줄은 몰랐다.

후작가라는 신분이 더 위대할 줄 알았으니까.

하지만 결과는?

저 먼 곳인 남쪽부터 여기까지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것도 와이번을 직접 타고서.

[크어아아아아아-!]

거대한 실루엣이 보였다.

하늘을 가로지르며 다가오는 그것은, 그야말로 하늘에서 내리꽂히는 재앙이었다.

꿀꺽.

누군가가 했을지 모를 목 넘김이 유독 크게 들렸다.

아니, 어쩌면 모두가 했을지도.

“준비-!”

후작이 직접 명령을 내리는 장면은, 흔히 말해 장관이라고 할 수 있었다.

엄청난 숫자의 마법사들이 일제히 속박 마법을 시전했다.

족히 백은 넘는 마법사.

그것도 전투를 위해 육성된 마법사였다.

[바인딩.]

성벽에 주르륵 도열해 있던 마법병들의 지팡이에서 일제히 빛이 일었다.

와이번을 겨냥한 마법이 그대로 적중했다.

각자의 실력은 모자라도, 무려 백이 넘는 마법사였다.

그들의 마나를 합치면 못해도 마스터 근처까진 갈 수 있을 정도였다.

[이상한 놈들이군.]

하지만, 와이렉스와 비스트 마스터는 그렇게 만만한 존재가 아니었다.

잘 키운 기사 한 명이 일반 병사 백보다 낫고, 절정의 마스터 한 명이 백 명의 기사보다 나은 전투력을 보여 주었다.

잔챙이들이 모여 만든 마법은 결국 일정 수준을 넘지 못했다.

“그대로 강하하자.”

[좋다. 브레스라도 쏠까?]

“그거까진 좀 참아.”

할레단 후작가의 모든 것을 온전히 먹기 위해선, 최대한 전리품을 온전하게 둬야 했다.

드레젠은 마나를 끌어 올렸다.

오늘 할 강의는 제법 어려울 것이라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근거리에서 전투를 벌이는 기사가, 마법사에게 대응할 수 있는 방법.

마법의 시대가 도래했을 때, 냉병기를 가지고 싸웠던 기사들이 몰락하지 않았던 이유.

“오늘 공략은 근접전을 할 때, 필수적으로 익혀야 하는 스킬에 대해서 알아보는 겁니다.”

-?

-??

-갑자기?

-않이 이걸?!

-ㅋㅋㅋㅋ가르침을 멈추지 않는 그는 대체…….

속박 마법을 발동한 마나가, 와이번 무리를 그물처럼 옭아맸다.

드레젠은 와이렉스의 머리 위에 서서 가볍게 칼질을 했다.

오밀조밀하게 뭉쳐 있는 마나의 결이 그대로 갈라졌다.

-보이지 않는 것을 베는 것. 그것이 마법사를 상대하는 방법이지.

-그걸 베는 것이, 네가 고수라고 불리는 문턱이다.

검을 가르쳤던 수많은 이들이 말하길, 보이지 않는 ‘마나’를 베는 것이 검사에게 찾아오는 두 번째 고비라고 했다.

아마 많은 유저들이 이 벽을 넘지 못해서 끙끙 앓고 게임을 접겠지.

그래도 보여 줘야만 했다.

이 정도 경지는 와야, 먹고살 만한 수입을 낼 수 있을 테니까.

“파훼되었습니다!”

“와이번, 강하합니다!”

할레단 후작은 인상을 찌푸렸다.

기대하진 않았지만, 일반적인 와이번도 묶어 놓지 못할 줄은 몰랐다.

그가 손을 뻗자, 거대한 마나가 움직였다.

하늘에서 날뛰고 있는 몬스터를 추락시킬, 거대한 마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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