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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절대자의 뉴비생활-89화 (90/279)

제 89화

89화 - 후작가 장남은 구제 불능

#1

할레단 후작.

브레이시스 제국의 건국 공신 중 하나인, 페르레이 할레단의 가문.

할레단 가문은 마법으로 정말 유명한 가문이었다.

워 메이지.

일곱 영웅의 후손인 ‘테아나’가 할레단 가문에 몸을 의탁하면서 할레단 후작가는 워 메이지 양성법을 독점할 수 있었다.

“후작 각하. 정말 훌륭하신 솜씨입니다!”

“이 정도도 못하면 안 되지.”

후작 가문의 사냥은 조금 특별했다.

말을 타고, 갑옷을 입고 치열한 전쟁터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발전한 마법 체계.

거리는 짧고, 범위는 그다지 넓지 않았지만 치명적인 위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었다.

마나 효율을 극대화해 1 대 1, 혹은 몰려드는 적에 대한 신속한 대응을 위주로 한 실전 마법.

이들은 사냥할 때도 자신의 마법을 이용했다.

“모나르는 뭐 하고 있는 게냐.”

“아, 잠시 뭔가를 생각할 것이 있어서……. 죄송합니다.”

“지금은 단련할 시간이다. 고민은 조금 뒤에 하도록.”

후작가의 장남, 모나르 할레단은 말 위에서 고개를 숙였다.

이랴!

말발굽 소리가 들리고, 사람들이 다음 사냥터로 향했다.

취익- 취익-, 숨을 몰아쉬는 오크를 흘끔 쳐다본 그는, 말을 몰아 그들의 뒤를 따라갔다.

‘슬슬 보고가 올라올 때가 됐는데…….’

그는 입술을 깨물었다.

드레젠.

그 이름을 모르는 이는 제국 내 유명 인사라면 있을 리가 없었다.

아직도 생각났다.

감히 평민 주제에 그런 아름다운 것을 타고 다니다니.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공자님. 어서 가셔야……. 끄윽!”

“말 시키지 마라. 쓰레기야.”

옆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종자의 가슴팍을 발로 차 버린 그는, 말을 더욱 빠르게 몰았다.

마탑에서 보았던 그 아름다운 생명체가 눈앞에 아른거렸다.

백색 아름다운 생명체는 이 세상에서 자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생명체라 여겼다.

그 몸체 위에서 아름답게 비행하고 있는 자신을 상상했다.

‘그래, 그건 나를 위해 태어난 생명체야. 반드시…….’

한번 테이밍된 생명체는 죽을 때까지 흉포함을 잃고 산다.

그래서 몬스터를 가로채는 사건도 이따금 나타나곤 했다.

보통 주인이 죽으면 상실감에 빠지거나 자결하긴 했지만…… 그거야 해결할 방법이 있었다.

할레단 후작가는 마법을 연구하는 가문이었으니까.

[크어어어어어-!]

그때, 저 멀리서 심상치 않은 울음소리가 들렸다.

히이잉-! 말이 갑자기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뿐만 아니라, 주변이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이건 포식자가 등장했다는 증거였다.

“워워, 진정해라. 아버지!”

“……나도 알고 있다. 와이번이라니……. 일단 성으로 돌아간다.”

후작은 즉시 명령했다.

와이번은 비교적 습하고, 바위산이 많은 남쪽에 서식했다.

이곳은 서식지가 아닌데, 갑자기 와이번의 울음소리가 들리다니.

이상한 일이었다.

“어서 돌아간다. 와이번이 왜 이곳으로 왔는지 조사하라.”

“알겠습니다.”

후작과 함께 사냥을 나온 이들은 빠르게 말을 몰았다.

와이번이라니.

그 재앙 같은 몬스터가 갑자기 왜 이곳에 등장했단 말인가.

이는 후작령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도 있는 문제였다.

‘설마……. 아니겠지.’

모나르는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기묘한 느낌이 몸을 관통했다.

보통 불안한 느낌은 대부분이 적중하기 마련인데…….

인상을 찌푸리고 고개를 털어 그 불안감을 해소했다.

“이랴!”

그는 빠르게 말을 몰았다.

와이번이 어디로 갔는지부터 알아봐야 하고, 접촉할 사람들이 생각났으니까.

#2

“여기 잠깐 있어.”

[그대는?]

적당한 산꼭대기.

와이번들이 적당히 먹이를 구할 수 있는 곳에 도착한 드레젠은, 바로 밑에 보이는 마을을 바라보며 말했다.

와이렉스와 호위로 함께 온 다섯 마리의 와이번들.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는 존재들이 갑작스럽게 몰려들었으니, 아마 금방 사람들이 몰려올 것이다.

“주변 좀 둘러보고, 적당히 골드 좀 뿌려야지.”

마음 같아서는 바로 할레단 후작가에 찾아가고 싶었으나, 준비할 것들이 있었다.

뭐든 정당성을 얻기 위해서는 증거와 명분이 필요한 법.

드레젠은 그 명분과 정당성을 얻기 위해서 밑 작업을 할 생각이었다.

100골드는 그러기 위해서 챙겨 온 것이었다.

[흠, 내 이전 주인은 힘으로 모든 것들을 해결했지. 과격했지만, 우리들에게 맞는 방식이었다. 그대는 조금 다르구나.]

“아직 힘이 부족해서 그래.”

[그대가? 어디 가서 그런 말 하지 마라.]

그르르-.

와이렉스의 목울대가 울렸다.

시청자들도 기만이라고 떠들어 댔다.

드레젠은 피식 웃고 와이렉스의 콧잔등을 한번 쓰다듬어 주었다.

“조심해서 잘 있어. 할레단 후작가는 그래도 인간 중에서 강한 편에 속하니까.”

[알겠다.]

어지간한 마스터도 와이렉스의 전투력 앞에서는 고전해야 할 것이다.

속박 마법부터 쓰지 않는 이상 녀석을 잡아 두긴 불가능했다.

-좀 불안하긴 한데

-저러다가 먼저 잡히면 어떡함 ㅜㅜ

-으 그 말 하니까 불안해졌어!

“걱정하지 마세요. 와이번들은 기본적으로 항마력이 높은 놈들입니다. 어지간한 마법사들은 속박 마법도 못 거니까 안심해도 됩니다.”

와이번이 공포의 대상이라고 불리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었다.

드레젠은 천천히 길을 내려가, 할레단 후작가의 안쪽으로 숨어 들어갔다.

그가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마법 도구 상점.

그곳에서 어떤 물건을 구매 후, 숙박 시설과 술집을 겸하는 숙소로 향했다.

“술집엔 다양한 정보들이 떠돌고 있죠. 술집과 여관을 동시에 하는 곳, 그리고 용병들이 많이 왕래하는 곳은 대부분 ‘어떤 곳’과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중심부에 있는 마을일수록 더 강하고, 정확한 정보상이 존재하기 마련이었다.

지하 세력이란 본래 그런 곳이었으니까.

드레젠은 ‘인도하는 곳’이라는 여관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어서 오십쇼!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숙박을 좀 하고 싶은데. 보름달이 뜰 때까지만.”

“알겠습니다.”

사실 정보상이라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이라면 모두 이용이 가능했다.

때문에 더 광범위하고, 더 깊은 곳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절차를 이중으로 통과해야만 했다.

옛날처럼 거창한 문구를 읊는다든가, 수수께끼 같은 말을 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숙박 열쇠입니다. 아, 30분 후에 시간이 괜찮으시다면, 룸서비스를 제공해 드릴까 합니다만.”

“그렇게 하도록.”

드레젠은 키를 받아 방으로 올라갔다.

왁자지껄한 1층을 지나쳐, 2층으로 올라갔다.

“이제 조금 기다리면 정보원이 올 겁니다.”

이제는 찾아가는 서비스가 대세였다.

드레젠은 한가롭게 자리에 앉아서 기다렸다.

추적술을 사용해 보니, 지하에 뭔가가 있긴 있었다.

-둑흔둑흔!

-두근세근!

-가서 깽판 가즈아!

“추적술 레벨이 충분히 오르면, 이렇게 상대방의 마나양을 파악할 수도 있습니다. 제가…… 지금 23레벨이니까, 얼추 20레벨까지만 올리면 되겠네요.”

-지금 추적술 3렙인데?

-언제 20렙;;

-ㄹㅇ 진짜 안 오름ㅋㅋㅋㅋ

-이게 스킬에 의존하지 말고, 자기가 개발한 방법으로 추적하는 게 훨씬 잘 오름 전 10렙임 ㅎㅎ

어느 정도 정답에 가까운 사람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절로 흡족한 마음이 들었다.

어느덧 이렇게 홀로 성장할 줄 아는 이들이 등장했으니까.

“맞습니다. 혼자 연구하고 수련하는 편이 훨씬 잘 오를 겁니다.”

-게임 참 잘 만들었누

-ㄹㅇ이다 이건

-거저 먹는 놈들은 랭커가 못 되겠네요

뭐든지 연구하고 매달리는 자가 앞서가는 법.

똑똑.

알맞은 타이밍에 방문자가 찾아왔다.

드레젠은 문을 열어 주었다.

간단한 다과와 함께 날렵하게 생긴 자가 문 앞에 서 있었다.

“반갑습니다. 고객님. 룸서비스입니다.”

“들어오십쇼.”

더욱 안쪽으로 들어가기 위해 예의 바른 청년의 가면을 썼다.

테이블 안에 음식을 세팅한 종업원의 기도가 변했다.

상대방을 아주 예리하게 관찰하는 눈빛과 주변을 장악하는 기세가 방 전체로 퍼졌다.

“그래서…… 무슨 정보를 사러 오셨습니까?”

“할레단 후작가의 장남. 그리고…… 위도우 그레인을 만나고 싶은데.”

“그건 좀…… 곤란하군요. 장남의 정보야 흔합니다만.”

기세가 더욱 커졌다.

위도우 그레인.

한창 실적을 쌓아 올리고 있을 다크몬드의 반월급 간부.

실질적으로 암살을 집행하는 자로서, 우월한 정보력을 바탕으로 집행률 100%를 자랑하는 인물이기도 했다.

“반드시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용의가 있는데……. 가령, 루시퍼의 눈물이라든가.”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

-루시퍼의 뭐?

-이 아조씨 또 설명 없이 급발진하눜ㅋㅋㅋ

-설명충 등판 부탁드립니다!

루시퍼의 눈물.

암살자들이 꼭 가지고 싶어 하는 아티팩트였다.

사실 현 다크몬드의 수장이 가장 원하는 아티팩트라고 해야 정확하겠지.

드레젠은 정보원을 보고 씩 웃었다.

“어때, 제법 재미있는 제안 아닌가?”

“당신의 정보는 믿을 수가 없군요. 갑자기 나타나서 루시퍼의 눈물을 가져다준다라……. 하, 잠시 혹했던 제가 바보로군요.”

“흐음, 난 정보를 제공한다고 했지 그걸 가져다준다고는 안 했는데. 그리고 난 이것도 찾아낸 사람인데?”

짤랑.

드레젠은 옷 안에 숨겨 두었던 네자렉의 목걸이를 보여 주었다.

그것을 바라본 정보원의 눈이 가늘어졌다.

네자렉의 목걸이!

전설처럼 내려오는 아티팩트라니.

정보원은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다.

파직-!

“크읏.”

“나는 아주 중요한 정보원이야. 너희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말이지.”

“……잠시만 기다려 주시죠.”

정보원은 자리에서 일어서, 문을 열고 나갔다.

드레젠은 다과를 집어 먹으며 잠자코 기다렸다.

차 한잔 마실 시간이 지나가, 기척이 무수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서 병력을 끌고 온 거겠지.

“다크몬드는 대규모 집단입니다. 여러분은 섣불리 접근하지 마세요.”

-??? : 혼자 접수하겠습니다.

-나는 혼자 깽판이 가능하지만 너흰 아니다^^

-ㅋㅋㅋㅋㅋㅋ뉴비 울어요ㅜㅜ

드레젠은 말없이 웃을 뿐이었다.

끼익-.

문이 열리고, 낯선 이가 등장했다.

한눈에 봐도 상당히 강한 면모를 풍기는 인물.

“루시퍼의 눈물을 알고 있다고?”

“당신은 누구지?”

“알 거 없다. 안내해라. 루시퍼의 눈물이 어디에 있는지.”

드레젠은 피식 웃었다.

그래, 다크몬드 녀석들이 다 이렇지.

상도덕을 바라고 접촉을 시도하진 않았다.

그의 주머니에 ‘먹이다 남은’ 물건이 손에 잡혔다.

“이거 매너가 없는 사람이네. 나는 정보의 대가를 받으러 온 사람이야. 예의를 갖추는 게 좋을걸?”

“……건방지군. 말로 해선 안 들을 놈이야.”

드르륵-.

드레젠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다가서며 말했다.

“그래. 말로 해선 안 들을 놈들이지. 너희들은.”

콰직-.

그의 발이 수직으로 올라가는 것으로, 난장판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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