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한 절대자의 뉴비생활-87화 (88/279)

제 87화

87화 - 오랜만입니다 형님

#1

다음 날 아침.

방송 준비를 마친 강일은 밖으로 나섰다.

오늘은 꽤 중요한 날이었으니까.

“오랜만입니다.”

“어, 그래. 좋아 보인다?”

여전히 덩치가 산만 한 창식이 그를 반겨 주었다.

그는 강일을 보자마자 넉살 좋게 어깨동무를 해 왔다.

턱, 하고 얹힌 묵직해 보이는 팔.

‘확실히 예전보다 가볍다.’

거의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다고 정정해야겠다.

절로 기분 좋은 미소가 지어졌다.

이젠 사람 구실을 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이야, 잘도 숨기고 있었네. 너 프로 팀 지도도 해 줬다며?”

“그건 또 어디서 들었어요? 지도는 아니고 잠깐 놀아 준 거죠.”

“놀아 줘? 그걸 그렇게 표현한단 말이지? 하하핫! 싸움 잘할 때부터 알아봤다.”

창식은 옛날 일을 잠시 회상했다.

특수 부대도 눈앞에 있는 강일만큼 강하고, 빠르기 힘들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순간적인 출력은 자신도 때려눕힐 정도로 강했으니까.

‘물건이었네.’

창식은 흐뭇하게 웃으며 차를 몰았다.

그들이 향한 곳은 서울 외곽에 있는 작은 빌딩이었다.

‘미래대부’라는 적나라한 이름을 떡하니 간판으로 달고 있는 회사였다.

“들어가자.”

“식사라도 하는 겁니까?”

“그렇겠지? 출장 뷔페 불렀다는데.”

그 짠돌이 사장님이?

강일은 의아해하며 엘리베이터를 탔다.

자장면 하나 시켜 먹는 것도 아까워서 도시락을 싸 오는 양반이었다.

그런 사람이 출장 뷔페라니.

‘내가 알던 사장이 아닌데.’

“의외로군요.”

띵-.

맑은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새하얀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강당이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양복을 입은 이들이 엄청나게 많이 모여 있었다.

일반인이 본다면 기가 질려, 뒷걸음질 칠 정도였다.

‘이제는 별로 무섭지도 않은걸.’

엘프나 기사들이 이만큼 모여 있다면 모를까, 지금 강일은 초인 수준에 발을 걸치고 있었기에 별로 부담 가는 숫자는 아니었다.

그 중앙에서 호리호리하게 생긴 중년인이 다가왔다.

“어…… 왔나. 이리 와라. 먹자.”

“안녕하세요! 형!”

그의 옆에는 꽤나 잘생긴, 이제 막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꼬마가 밝은 얼굴로 인사했다.

강일이 구해 줬던, 보스의 아들이었다.

손을 들어 인사를 해 주고는, 보스의 앞으로 다가갔다.

보스는 강일을 보며 옅은 미소와 함께 손을 내밀었다.

“축하한다. 꼬맹아.”

“도움을 주셔서 감사하죠. 캡슐값 아니었으면 이렇게 못 컸을 겁니다.”

“이자까지 받아야겠다. 한…… 천만 원?”

“기꺼이 드려야죠.”

아무리 사채업자라고 해도, 도움을 준 것은 분명했다.

거의 신용 불량자나 다름없는 강일에게 캡슐값을 빌려줬으니까.

비즈니스적으로 접근했을 때, 강일은 그들에게 빚을 갚아야 했다.

“다들 먹어라~.”

“예! 형님!”

순식간에 장내가 시끌벅적해졌다.

꼬마, 보스의 아들도 우와- 하는 소리와 함께 잔뜩 차려진 음식을 향해 뛰어갔다.

덩그러니 남은 보스와, 그를 마주하고 있는 강일.

강일은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사장님 같으신 분이…… 그냥 이런 자리를 마련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거 일단 먹자.”

툭툭, 어깨를 치는 손에 힘이 다소 빠져 있었다.

뚜벅뚜벅 걸어가, 제 아들과 함께 음식을 덜어 먹는 모습.

영락없는 아버지와 아들이었다.

강일 역시 평범하게 음식을 덜어 테이블로 가져왔다.

“여, 오랜만이야.”

“방송 잘 보고 있다!”

“그거…… 혹시 우리도 이벤트 참여 못하냐?”

등등, 다양한 인사말이 오갔다.

소 닭 보듯 서로를 쳐다봤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갑작스러운 관심은 솔직히 부담스러웠다.

대충 대답해 주곤, 보스와 아들이 앉길 기다렸다.

“맛있게 묵어라~.”

“예 아부지.”

어린 나이에 철이 든 것인지, 아니면 교육을 그렇게 시켰던 것인지는 상관없었지만, 보기는 좋았다.

‘나는 어렸을 때 뭐 했더라.’

이제는 가물가물해진 그 시절을 잠시 생각해 봤다.

별 의미 없는 시간이었겠지.

뷔페는 그럭저럭 먹을 만했다.

‘그럼 그렇지.’

이 짠돌이 아저씨가 비싼 최고급 뷔페를 부를 리가 있나.

속으로 웃으며 음식을 계속 먹고 있자, 보스가 입을 열었다.

“내…… 자네에게 부탁이 하나 있는데.”

“부탁요?”

“우리 아들내미, 좀 키워 줄 수 있겠는가~ 하고.”

갑자기 무슨 소리인가?

강일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보스는 아들의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노마가 자네 팬인데, 이번에 게임을 시작했지. 브튜브를 보고 따라 하는 것도 한계가 있어서, 혹시 봐 줄 수 있을까 하고 말이야.”

“흠…… 올해로 몇 살이죠?”

“여, 열두 살이에요.”

맹랑하게 대답하는 꼬마.

강일은 잠시 생각해 봤다.

열두 살에 가상 현실 게임이라…….

어쩌면 성인들보다 포텐셜은 높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흠…… 싹수가 보이면 한번 키워 봐?’

하이디엔과 약속한 내용이 있었다.

새로운 용사를 육성하겠다는 말.

계약을 한 만큼,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고민은 해 보겠습니다. 저도 요즘 인재를 찾고 있거든요.”

“돈은 얼마든지 주지. 과외비라고 생각하고.”

“꼬마야, 이름이 뭐였지?”

“유현진요.”

“그렇구나. 왜 갑자기 게임을 배우고 싶은 거야?”

강일이 물어봤다.

열두 살의 아이가 왜 갑자기 게임에 빠졌는지, 혹은 외부의 압력이 없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떠밀려서 돈 버는 기계라도 된다면, 훗날 후회하게 될 것 같았으니까.

현진이 자그마한 입술로 말했다.

“저도 형처럼 되고 싶어요! 세계 최고의 프로 게이머가 될 거예요.”

“어…… 진짜?”

“네! 아부지도 도와준대요!”

강일은 보스를 쳐다봤다.

움푹 파인 볼에서 아들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애틋함이 느껴졌다.

“당장은 무리고, 내년부터 좀 봐 드릴게요. 가끔 방송에도 데리고 나오면 좋겠죠.”

“……고맙구로. 일단 과외비로 빚은 없던 걸로 하지.”

“그래도 되겠습니까?”

보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기를 한 점, 콕 집어 먹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본사와 계약을 했다던데……. 그 정도 거물이 되었으면 우리 같은 사람들하고는 어울리지 않는 것이 좋아. 내 아들도 음지에서 키울 생각은 없고. 모순이라는 걸 알지만…… 아비의 마음이니까.”

“좋게 받아들여도 되겠네요. 그럼 일정을 잡고 얘기해 보겠습니다.”

“음.”

보스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것으로 대화는 끝이 났다.

강일은 현진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제일 처음 물어본 것은 자신의 방송에서 무엇을 중점적으로 보았느냐였다.

“어…… 형의 손목, 발목, 그리고 발 모양요. 어, 게임 안에서 이상한 게 보여요.”

“어떻게 보였는데?”

“작은 구슬 같은 게 보여요!”

“그렇구나. 일단 형이 연락해 줄 테니까,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야 해. 알겠지?”

현진은 기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강일은 꼬마의 연락처를 받아 냈다.

그리고 음식을 먹으면서 경악했다.

‘이거, 보통 재능이 아닌데?’

보고 느끼는 것.

그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었다.

보고 느끼는 것을 못해서 마나를 다뤄 보지도 못하는 자들이 수두룩했다.

설마 축복받은 캐릭인 건가?

강일은 실제로 한번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때, 좀 가능성이 보이는가?”

“네. 평범한 아이들보단 똘똘하네요.”

사채업자라고 할 수 있는 자의 아들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재능.

어두운 그림자를 벗겨 내고자 하는 아버지.

‘보통 사람들이라면 거절하겠지만…….’

그는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이 많았다.

마법이라는 것이 있으니까.

허튼 짓을 못 하게 막을 수 있다는 뜻.

잘하면 볼모로 삼을 수도 있는 기회였다.

“많이 먹고 가거라.”

보스는 자리에서 일어서, 창식에게로 갔다.

이것저것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고는 다시 현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잘 키운다면 용사 대체재를 하나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안 그래도 성좌니 뭐니 하고 있는데…… 이 정도면?

‘좋아. 네가 가라, 전쟁터.’

이미 반쯤 결심을 굳힌 강일이었다.

#2

방송으로 복귀할 시간.

강일은 편집한 동영상을 준비해서 방송을 시작했다.

잔잔한 음악을 틀고, <최초 공개! 새로운 영상!>이라는 문구를 띄웠다.

충분한 빌드업이 되기 위한 과정이었다.

‘이제 슬슬 장비도 옮기고, 조금 더 넓은 집을 구해야겠다.’

브튜브 정산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것만 받으면 적어도 이 반지하보단 훨씬 나은 곳으로 갈 수 있겠지.

기대하지 않았지만, 상까지 받는다면 인지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고.

수많은 사람이 곧 돈이었다.

‘그러니까 더 열심히 해야지.’

“아아- 마이크 테스트. 여러분 잘 지내셨습니까?”

-ㄷㅎ!

-ㄷㅎ!

-영상 최초 공개!

-공개해!

-공개해!

-공!

-개!

-해!

엄청난 채팅 러시에 드레젠은 피식 웃었다.

이럴 때마다 방송인으로서 아주 뿌듯함이 밀려왔다.

오늘 공개할 동영상은 총 두 가지였다.

“오늘 공개할 동영상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핫 클립! 요 며칠간의 녹화본을 재미있게 짜깁기한 거고, 두 번째는 범람 이벤트 매드 무비입니다.”

-오오

-좋아좋아

-빨리 가즈아!

-보여 달라!

새로운 영상에 대한 반응은 언제나 최고였다.

드레젠은 첫 번째 영상부터 재생했다.

며칠 동안의 활약상을 보여 주는 동영상.

다양한 인물들의 모습과, 드레젠의 활약이 재밌는 자막과 함께 편집이 되어 나왔다.

-ㅋㅋㅋㅋ생방 때도 이런 느낌이었나?

-편집 잘하시는 듯

-편집자 따로 구하셨나?

“편집자는 아직 없습니다. 조만간 구해야겠죠.”

이제 슬슬 누군가에게 돈을 줘도 될 정도로 많은 수입이 생길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영상 편집 정도는 맡겨도 되겠지.

-편집 잘하시누;;

-진짜 못하는 게 뭐짘ㅋㅋㅋ

-드는 신이야!

뒤이어 나오는 영상은 레이드 영상.

매드 무비라는 콘셉트로 만들어진, 약 10분 정도의 영상이었다.

장엄한 음악이 흘러나오며 영상이 시작됐다.

곧이어 하시스 성의 전경을 비추고, 파베론 산맥을 비췄다.

-오오

-시작 좋누

-이거 공식 홍보 영상으로 써도 될 듯ㅋㅋㅋ

뒤이어 오크들이 나오는 장면, 전투하는 장면, 드레젠이 나타나는 장면 등이 이어졌다.

영상미 하나는 기가 막히게 뽑아낸, 드레젠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영상이었다.

특히 오크 로드, 자울렉과 드레젠의 대결은 압권이었다.

영상 마지막에 등장하는 지원군들까지.

“와아아아아-!”

승리의 함성을 내지르는 것으로 마무리되자, 채팅 창이 폭발했다.

-ㄹㅇ 홍보 영상 가즈아!

-홍보 영상!

-지렸닼ㅋㅋㅋ

-갓겜을 갓편집으로 갓영상을 만들었네;;

-1일 1영상 갑니닼ㅋㅋㅋ

-ㄹㅇ 소름 돋음;;

드레젠은 폭발적인 반응에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는 진짜 본격적으로 다크몬드를 접수하러 갈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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