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한 절대자의 뉴비생활-80화 (81/279)

제 80화

80화 - 수련 수련 수련

#1

크리스는 물론이고 시청자들 역시 그 모습을 보고 입을 쩍 벌렸다.

약 100미터 앞의 물체를 싹 다 쪼개 버린 위력.

아무나 할 수 없는 퍼포먼스였다.

마스터, 그 이상의 강자들만이 보일 수 있는 모습.

“이 정도는 해야, 페베스 검술이라고 할 수 있지.”

“아버지가 쓰신 검은 이렇게 깔끔하지 않았어요.”

“그렇겠지. 미완성이거나, 변했을 테니까.”

크리스가 입술을 깨물었다.

광기에 취해 검을 휘두르던 그 모습은 상상하기 싫었다.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았으니까.

인간이 아니라, 마치 마족이 인간의 탈을 뒤집어쓴 것처럼 싸웠다.

“전 제대로 된 검술을 배울 거예요.”

“그래라. 그래서 내가 있는 것 아니겠니. 어쨌든 지금은 기초부터 확실히 다져야 한다. 마나가 없어도 몸을 지킬 수 있도록.”

“알겠습니다.”

드레젠이 갔던 길을 자신이라고 못 갈 이유는 없었다.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고 드레젠이 했던 그대로 검을 내질렀다.

스승인 드레젠이 했던 동작들을 똑똑히 기억하며.

드레젠은 크리스의 수련을 봐 주면서 식사 준비를 했다.

“스튜는 뭐, 별거 없습니다. 그냥 아무렇게나 넣고 끓이면 됩니다.”

설마 밥 만드는 방법까지 알려 달라는 것은 아니겠지.

실없는 생각을 하며 스튜를 만들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느껴지는 기척에 고개를 들었다.

‘설마 벌써 쫓아왔나?’

꽤 오랜 여정이 될 여행.

방해가 없을 리가 없다고는 생각했다.

그래도 이렇게 빠르게 자신의 뒤를 쫓을 거라곤 예상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드레젠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크리스를 한번 바라봤다.

“그거 100번만 하고 스튜 퍼 놔라.”

“알겠습니다, 어디 가시나요?”

드레젠은 그저 웃을 뿐이었다.

머리를 한번 헝클어트린 후, 자리에서 사라졌다.

스텝을 넘어, 블링크 수준까지 다다른 움직임이었다.

크리스는 다시 고개를 돌려 수련을 계속했다.

‘어련히 알아서 하시겠지.’

그는 이미 드레젠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이 자라나 있었다.

#2

“뭐야.”

숲에서부터 드레젠을 지켜봤던 자.

갑자기 그의 기척이 사라진 것을 보고 어리둥절했다.

그는 아직 드레젠이 어떤 능력을 지녔는지 정확히 몰랐다.

특히 기척을 완전히 지울 수 있는 ‘그림자의 장막’은 아직 누구도 알아채지 못한 능력이었다.

“너야말로 뭐야?”

낯선 목소리가 들렸고, 시야를 돌리자 눈앞에 주먹이 보였다.

퍼억-!

별이 보이는 것 같았다.

거대한 충격에 버티지 못하고 쓰러진 낯선 자.

드레젠은 그를 질질 끌고 크리스가 있는 곳까지 향했다.

“습격이었습니까?”

“그런 것 같은데, 영 어설프네.”

브락시아에는 대표적인 암살자 집단이 몇 있었다.

대표적인 집단으로는 성좌, 젤다르의 의지를 잇는 그림자 기사단이 있었다.

크리스는 다시 수련에 집중했고, 드레젠은 습격자를 나무에 거꾸로 매달며 입을 열었다.

“마침 습격자도 있었으니 암살단에 대해서 얘기를 해 볼까요?”

-그거 찬성

-재밌겠누

-오랜만에 역사 시간 조쿠연

-하아, 수업보다 재밌는 역사 시간이자넠ㅋㅋㅋ

당연히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브튜브에서도 특정 게임이나 콘텐츠의 숨겨진 이야기를 풀어 주는 동영상은 언제나 꾸준한 인기를 자랑하는 장르였다.

그런 의미에서 드레젠의 이야기는 정말 인기가 많았다.

“대표적인 암살 집단은 그림자 기사단, 실버 문, 다크몬드가 있습니다. 이들을 가리켜 어둠의 군주들이라고 하는데, 좀 오글거리긴 하네요.”

실버 문.

이들은 오직 엘프족으로 이뤄진 집단이었다.

주된 목표물은 이종족들을 대상으로 하는 노예상인, 혹은 같은 엘프족 죄인들.

간간이 드래곤이나 정령들의 의뢰도 처리하는 이종족 전담 처리반이었다.

“그래서 평소엔 별로 볼 일이 없을 겁니다. 실버 문이 노리는 대상은 같은 엘프족이나 노예상인이니까요.”

-보고 싶다

-실버 문!

-실버 크로스!

-아재요;;

역시 드립의 민족.

자신들끼리 낄낄거리며 떠드는 분위기가 아주 자연스러웠다.

“다음은 다크몬드. 이 녀석들은 성좌이자 어둠과 죽음의 여신, 헬라의 유지를 잇는다고는 하지만…… 그냥 용병 집단이나 다름없는 녀석들입니다.”

각종 이득을 위해서 무엇이든 하는 용병 집단.

그중에서도 암살자들이 모인 곳이 바로 다크몬드였다.

그리고 자신을 염탐하고 있었던 이자도 다크몬드의 엠블럼을 가지고 있었다.

갑자기 왜?

‘노릴 녀석들이야 충분하지.’

브락시아에선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적대 세력의 요주 인물부터 원수, 심지어는 가까운 사이이거나 가족들에게도 암살자를 보내곤 하는 동네였다.

지금까지 암살자가 안 온 것이 이상한 것이었다.

“구름 위에 해골 문양이 있는 것이 바로 다크몬드의 엠블럼입니다. 잘 기억해 두세요.”

-메모 메모

-나중에 써먹어야겠누

-예상 가는 사람들이 있다!

-저번에 나왔던 놈들 아님?

그럴 수도 있었다.

무의 추종자.

모든 생명 에너지를 없애려는 자들.

그래서 자신들만의 세계를 창조하려는 이들이 보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너무 부족한데.’

정보라는 것은 바로바로 알아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주의 딜레이가 생기기 마련이었다.

그가 살고 있는 지구야, 인터넷이 발달되어 있으니 금방금방 퍼지겠지만, 브락시아엔 그런 대중 매체가 거의 없었으니까.

“아마 그 녀석들은 아닐 겁니다. 다크몬드의 시간이 너무 딱 들어맞아요. 파견 나오는데도 꽤 걸릴 테니까.”

-생각해 보니 그러네

-아무리 마법으로 파견을 왔다고 해도 시차가 너무 딱 맞는데

-그렇다면!

-내부에 뭔가 있는 듯

“똑똑하신 분들이 계시네요. 제 생각도 비슷합니다. 내부에 뭔가가 있겠죠. 배신자라든가, 아니면 시기를 하고 있는 자라든가.”

그것도 아니면 미리 파견해 둔 자가 이제야 도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었다.

뭐가 어찌 되었든, 감히 암살자를 보낸 자를 용서할 수는 없었다.

머리가 바닥으로 향하게 잘 묶은 드레젠은 밑에 장작들을 쌓으며 말했다.

“이 녀석에게 물어보면 뭔가는 나오겠죠.”

크리스가 수련하는 소리, 스튜가 보글보글 끓는 소리, 그리고 주변에서 이따금 들려오는 몬스터 소리가 울려 퍼졌다.

드레젠은 스튜를 후릅- 하고 맛을 보면서, 낯선 이가 깨어날 때까지 기다렸다.

#3

“끄응…….”

머리가 뜨겁다는 감정을 느끼며, 낯선 이가 깨어났다.

희뿌연 시야엔, 모든 세상이 거꾸로 보였다.

머리를 흔들어 정신을 차렸다.

“어, 깼냐?”

“끄으…… 젠장.”

남자는 자신이 매달려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곧바로 마나를 움직이려 했지만, 불가능했다.

잡힌 마당에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눈동자가 잘게 떨렸다.

“이제부터 뭐 좀 물어볼 건데, 곱게 대답해 주면 그냥 보내 주고, 아니면 뭐…… 알지?”

“…….”

남자는 함부로 입을 열지 않았다.

숱한 훈련을 받아 왔다.

암살단이라는 곳에 몸을 담을 때부터 각오한 일이었다.

어지간한 고문은 다 겪어 봤고, 합격점을 받았다.

‘멍청한 놈. 제깟 놈이 고문 방법을 알아 봤자지.’

일정 시간 동안 연락이 되지 않는다면, 자신의 동료가 도착할 것이다.

그뿐이랴, 실질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진짜 암살자 역시 습격에 가담하겠지.

그때가 되면 자력으로 탈출할 방법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드레젠은 딱히 대답을 바라진 않았다.

“먼저 먹고 있어라.”

“네.”

크리스는 말을 잘 들었다.

스튜를 한 그릇 떠서 맛본 크리스가 ‘와아-.’ 하고 감탄을 내질렀다.

맛있다!

그의 감상은 그것으로 도배가 되었다.

고개를 처박고 고기 스튜를 먹는 크리스를 뒤로한 채, 드레젠은 다크몬드의 인물에게 무언가를 치덕치덕 발랐다.

“음?”

“자, 일단 맛보기로 놀아 볼까?”

몬스터가 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천을 아무렇게나 구겨, 입에 쑤셔 넣었다.

굉장히 능숙한 손놀림이었다.

오일 비슷한 냄새가 솔솔 올라왔다.

‘어?’

직감적으로 느꼈다.

이건 좀 위험하다고.

“훈련 좀 받았으면 알고 있겠지? 이게 뭔지?”

라플리스 나무의 엑기스.

라플리스 나무는 대한민국의 은행나무, 소나무 정도로 흔한 나무였다.

브락시아 버전의 소나무라고 생각하면 편했다.

그곳에서 나오는 엑기스는 특수한 효과가 존재했다.

“읏차-.”

화륵-.

그의 손에서 작은 불씨가 피어났다.

암살자의 몸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생각지도 못한 고문 방법이었다.

드레젠은 흥흥~ 하며 콧노래까지 불렀다.

[라플리스 나무 엑기스]

[??] [화상 저항]

그가 보여 준 정보 창.

이곳에서의 ‘화상’은 피부에 화상을 입는 것만을 의미했다.

뜨거운 열기는 그대로 전달되고, 피부가 상하는 것만 막아 주는 기능이 있는 아이템이었다.

주로 포션을 만드는 데 소량 들어가는 재료였다.

“뜨거운데 화상은 안 입는다. 걱정하지 마. 죽진 않을 거니까.”

“으읍-!”

달군 쇠를 살에 데는 고문, 물고문, 마법에 의한 고문 등등, 꽤 살벌한 고문들을 견뎌 냈지만, 이런 고문은 처음이었다.

손발에 묶인 밧줄에도 불 내성을 올려 주는 간단한 마법을 걸었다.

무엇보다.

“머리칼 타기 싫으면 열심히 버텨라.”

“성주님. 식겠어요.”

“오야, 간다.”

-진짜 너어어어는ㅋㅋㅋㅋ

-너무한다 진짴ㅋㅋㅋ

-죽이는 것도 아니고 탈모를 만들어?!

-엌ㅋㅋㅋㅋ 나도 써먹어야짘ㅋㅋ

남자의 자존심은 바로 머리!

다른 것도 아닌 머리를 노린 고문이라는 점이 정말 신선했다.

뜨거운 마법의 불길, 다른 부위도 아니고 머리카락을 노린 악랄한 방법.

제아무리 암살자라고 한들, 속마음은 평범한 남자였던 낯선 이.

머리카락을 잃지 않으려는 처절한 몸부림이 시작되었다.

“으으읍-!”

‘빌어먹을! 감히 이딴 식으로 농락을 해?!’

타닥-.

나무가 타는 소리와 함께 후끈한 열기가 치솟았다.

그는 황급히 복근에 힘을 빡 줘서 상체를 끌어 올렸다.

손발만 묶고 있었기에 가능한 동작이었다.

“오, 내가 끓였지만 좀 잘 끓였는데?”

“이런 스튜는 오랜만에 먹어 봅니다.”

“으으으읍-!”

복근이 슬슬 뻐근해지기 시작했다.

절대!

절대로 자신의 소중한 머리카락을 잃을 수 없었다.

악랄한 드레젠은 엑기스를 머리 쪽, 두피만 바르지 않았다.

정말이지 지독한 수법이 아닐 수 없었다.

“크읍…… 으읍…….”

“어후 잘 먹었다. 다시 수련해라.”

“알겠습니다.”

크리스는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했다.

걱정이나 잡다한 의견 같은 것은 하나도 없었다.

절대적인 믿음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자, 그럼 뭣 좀 얘기할 생각이 들어? 말단이 뭘 알겠냐. 간단한 정보라도 정상 참작해줄게.”

“으으읍-!”

‘재갈을 풀어 줘야 말을 하지!’

“아아, 아직 버틸 만한가 봐? 그럼 친구 데려올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라.”

씨익 웃는 그 모습이, 자신의 목숨을 쥐고 있는 간부보다 훨씬 더 두려웠다.

고래고래 비명을 질렀지만 무심한 드레젠은 그저 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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