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한 절대자의 뉴비생활-79화 (80/279)

제 79화

79화 - 자극

#1

하이디엔의 차 안.

도로 위를 달리는 도중에 그녀가 물었다.

프로 선수들의 경기는 어떠했는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어떠셨어요?”

“뽑은 기준이 뭐야?”

“글쎄요. 그건 구단주들이 알겠죠. 단장, 코치하고.”

브락시아에서 중요한 덕목은 마나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느냐였다.

검술의 완성, 그리고 모든 강함의 끝은 결국 마나를 쓰는 것으로 귀결되었다.

성좌들이 그렇게 만들었으며, 실제로 마족들을 상대로도 그 방법이 증명되었다.

“일단 인물들은 다들 좋더라.”

“결국 프로 리그는 돈이 굴러가는 판이니까요. 다들 똑같죠.”

“몇몇 빼고는 다들 고만고만하던데, 그래도 퍼포먼스는 꽤 나오겠다.”

하이디엔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일의 냉정한 평가는 브락시아 때부터 정평이 나 있었는데, 이 정도면 꽤 선방한 것이 아닐까?

아직 초창기라 부족한 부분은 많을 것이다.

몸으로 직접 감응하고 뛰어다녀야 하는 가상 현실의 특성상, 재밌는 경기가 많이 나올 것 같았다.

하이디엔은 확신했고, 강일도 가능성을 보았다.

“그럼 방송 잘 챙겨 볼게요.”

“그래. 옷 고마웠어.”

헌신의 종족인 엘프답게, 그녀는 이것저것 챙겨 주려고 했다.

강일 쪽에서 부담스러워 거절하는 것이 더 많을 정도.

이제는 반지하로 들어가는 것이 쪽팔리거나, 걱정되지 않았다.

‘조금 있으면 이 단칸방도 탈출하겠다.’

브튜브 정산, 그리고 꾸준한 방송 수입.

개인으로서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수입이 기대되었다.

부푼 꿈을 안고, 오늘도 캡슐 안으로 들어가는 강일이었다.

#2

회백빛 세상.

시간이 다시 돌아가기 전까지의 잠깐이, 이곳이 진짜 브락시아가 아님을 느끼게 해 주었다.

오늘도 시청자는 폭발할 듯 증가했다.

아마 프로 팀의 사람들도 오겠지.

세상이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번엔 어디로 가실 겁니까?”

“크리스와 함께 갈 곳이 있는데, 저어기 북쪽의 저주받은 구릉으로.”

“거긴 아직까지 금지 아닙니까?”

샤페론이 어울리지 않게 걱정의 기색을 얼굴에 띠었다.

얘도 이제 집사가 다 됐네.

크리스의 안위만 생각하던 중년 아저씨가 성주가 된 이후 내 걱정도 다 하고.

저주받은 구릉.

말이 저주받은 구릉이지, 그곳은 꽤나 특별한 던전이 있는 곳이었다.

“초입에만 살짝 들어갔다 나올 거라 괜찮아. 던전에 갈 거거든.”

“던전이면 더욱…….”

“마나 되찾고 싶지 않냐?”

“…….”

결국 샤페론은 내 한마디에 침묵해야 했다.

저주받은 구릉엔 아쉽게도 와이렉스를 타고 가지 못한다.

와이번만 보면 난리가 나는 녀석들이 있으니까.

그 체취와 정수의 향이 묻어 있으면 상당히 곤란했다.

“크리스를 준비시키고, 야영 도구도 챙겨 줘.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수련하면서 갈 거야.”

-드디어!

-크리스 특별편!

-아주 좋소!

-드디어 크리스ㅜㅠㅜㅠ

-하악! 크리스 누나가 이뻐해 줄게!

여성 시청자들로 추정되는 채팅이 상당수 보였다.

크리스의 매력이 이 정도인가.

앞으로 수련하는 모습까지 보이면 상당히 많은 팬을 보유할 것 같은데?

샤페론 역시 함께 가고 싶어 하는 눈치가 보였다.

“넌 여기 지키고 있어라. 꽤 험난한 여정이 될 것 같으니까.”

“……알겠습니다.”

“자금은 좀 많이 남았어?”

“이번에 유통하는 물품들을 무사히 팔면 제법 모일 것 같습니다.”

그러면 이제 골렘을 본격적으로 제작해도 되겠군.

판단은 바로 섰다.

이곳은 몬스터와 경계를 마주하고 있는 최전선이었다.

항상 방비해 놓지 않으면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은 곳이기도 했다.

“이졸데에게 골렘 제작을 서두르라고 해. 그녀가 필요하다고 하는 건 다 지원해 주고.”

“알겠습니다.”

“쿨레드가 잘해 줄 거야.”

샤페론은 고개를 숙였다.

이젠 떠날 차례였다.

#3

크리스는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수습 기사들과 검을 나누고, 홀로 수련하고, 가끔 기사들의 대련을 지켜보면서.

하지만 그는 언제나 드레젠에게 목말라 있었다.

아직도 그날 밤을 잊을 수가 없었다.

‘난 언제쯤 봐 주실까?’

물론 그가 바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거둬 준 은혜 역시 잊지 않았다.

하지만 강해지고 싶은 그의 욕망은 들끓고 있는데, 정작 연료가 들어오지 않으니 답답했다.

“에휴.”

“아직 땅꼬마가 뭘 그렇게 세상 다 산 것처럼 한숨을 쉬냐?”

반가운 목소리였다.

“드레젠 님!”

“요 며칠 못 봤는데 그새 키가 좀 컸네. 짐 싸라.”

“네?”

크리스는 다짜고짜 나타나, 이상한 말을 하는 드레젠을 올려다보았다.

카메라 앵글이 적절하게 구도를 잡아, 그의 귀여움을 더욱 부각시켰다.

당연히 채팅 창은 난리가 났다.

-이모가 잘해 줄게!

-오늘부로 아이돌 탈덕하고 너로 갈아탄닼ㅋㅋㅋ

-아지매들 진정하세요;;;

-ㅋㅋㅋㅋ이모들 신났눜ㅋㅋㅋㅋ

그야말로 엄청난 인기 캐릭터!

심지어 브튜브 공략 영상에는 크리스를 만날 때까지 수십 번 리트라이를 하는 모습까지 보여 주었다.

그만큼의 인기를 구가하는 크리스였으니, 드레젠은 속으로 쓴웃음을 머금었다.

“저주받은 구릉으로 갈 거야. 오가는 길에 수련을 해야 하니까, 짐 싸.”

“아, 알겠습니다!”

어디를 가는진 중요하지 않았다.

자신의 수련을 봐 줄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는 것.

크리스의 머릿속엔 오직 그 생각만 꽉꽉 들어찼다.

그가 막 짐을 싸기 위해 몸을 돌렸을 때, 드레젠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아, 너 누워서 말 탈 줄 아냐? 아니면 엎드려서?”

“네?”

이상한 소리였지만, 왜 그걸 물어봤는지 알게 되는 덴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준비가 끝나고, 다음 날 바로 출발을 하는 두 사람.

수행원을 더 붙여야 한다는 얘기가 들렸지만, 드레젠은 단칼에 거절했다.

와이렉스에겐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날아오라는 얘기를 했다.

“그럼, 다녀오세요! 꼭 완성해 보이겠습니다!”

“그래. 몸조심하고.”

“알겠습니다.”

마탑주가 슬슬 성을 방문할 계획이었다.

응대 방법을 얘기해 준 뒤, 말을 타고 떠났다.

가볍게 숙식할 수 있는 짐과 수련용 검을 챙긴 것이 끝이었다.

청결을 유지할 정도의 마법은 드레젠이 충분히 쓸 수 있었으니 괜찮았다.

“저주받은 구릉이면, 북쪽으로 한참 가야 합니다. 저는 그곳에서 던전을 공략할 겁니다.”

-던전!

-그런데 가는 길에 너무 심심할 듯 ㅜㅜ

-과감하게 스킵 가즈아!

-중간에 해프닝이라도 많이 일어났으면 좋겠닼ㅋㅋ

드레젠은 미니 맵을 펼쳐, 저주받은 구릉의 위치를 찍어 주었다.

시청자들이 먼 거리에 학을 떼는 것이 보였다.

당분간 다른 방에 놀러 가 있겠다는 시청자들도 있었다.

하지만 드레젠은 그들을 끌어들일 카드가 있었다.

“떠나시는 건 마음대로입니다만, 가는 동안 크리스만 가르칠까요? 아닐 텐데.”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형님!

-선생님 죄송합니다!

-대가리 오지게 박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엌ㅋㅋ

-들어올 땐 마음대로지만 나갈 땐…….

브락시아에서 최고의 정보상을 찾으라면 단연 드레젠이었다.

그가 푸는 정보는 랭커들이 주목할 만큼 가치가 높았다.

특히 강해지는 데 필요한 조언은 그 어떤 NPC가 가르치는 것보다 비쌌다.

“자, 이쯤에서 야영하자.”

“네! 제가 텐트를 치겠습니다.”

“됐고, 몸이나 풀어 둬. 그런 거 할 체력도 아껴라.”

드레젠은 손수 봇짐을 풀어 텐트를 쳤다.

나름 마법이 가미된 물건이라 상당히 쓸 만했다.

쾌적하게 잘 수 있는 환경 정도는 조성하는 물건이었다.

A형 텐트와는 달랐다.

-A형 텐트랑 때깔부터 다르누;;

-엌ㅋㅋㅋㅋㅋ

-라떼는 말이야 엉?!

-눈물 젖은 A형 텐트에서 안 자 본 자, 말을 말라ㅜㅜ

군대에 대한 썰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장면이었다.

드레젠은 엄청난 속도로 텐트를 쳐 버렸다.

뭇 시청자들이 감탄을 금치 못할 속도였다.

거기다 땅을 파서 모닥불을 피우고, 주변에 간단하게 알람 마법을 설치했다.

“스튜가 끓는 동안 훈련을 봐 주겠습니다.”

-와 캠핑!

-저런 물건들은 어디서 구하지?

-잡화점에 가면 다 있음 ㅇㅇ

“잡화점에 가면 다 있습니다. 마법이 보편화되어 있는 세상이기 때문에 생각보다 편의성은 좋습니다.”

특히 야전에서의 편의성은 현대에 비할 바가 못 된다.

보편적인 생활이야 현대가 낫지만, 야전에서는 마법의 힘이 톡톡히 발휘되는 곳이 바로 브락시아였으니까.

“흡-! 합-!”

“열심히 하고 있는데, 조금 근본적으로 고쳐야 할 부분이 있네.”

열심히 검을 휘두르고 있는 크리스를 바라보며, 드레젠이 툭 던졌다.

꼬맹이의 똘망똘망한 눈동자가 드레젠을 바라봤다.

그의 조언을 구하는 눈빛.

-댕기엽네

-하악 크리스!

-크리스! 넘모 기여워!

“일단 그 마나를 해제하고 검을 휘두르도록. 무의식적으로 휘둘러도 완벽한 자세가 나올 수 있게끔. 한…… 10만 번 정도 휘두르면 되겠네.”

“에엑?”

“하루에 10만 번이 아니라 세로베기만 10만 번 정도면 얼추 될 거다. 너는 재능이 뛰어나니까.”

스릉-.

드레젠은 검을 뽑았다.

그리고 순수하게 육체적 능력만으로 내려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후웅-!

검풍이 일며, 모래 먼지가 작게 일었다.

“이게 네가 제일 처음 연습해야 할 거고.”

사아악-!

더 빠르게 움직인 검에서, 공기를 날카롭게 가르는 소리가 났다.

한 줄기 빛이 번쩍이는 것 외에는, 볼 수 없었던 검로.

주변으로 먼지가 더 멀리 퍼져 나갔다.

“이게 육체적으로 완성해야 할 단계다.”

“…….”

크리스는 한 동작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드레젠을 지그시 쳐다봤다.

드레젠의 검에 푸른빛 마나가 일렁였다.

“마나를 접목하게 되면-.”

서걱-.

눈앞에 있는 바위가 반으로 쪼개졌다.

이건 마나를 다룰 수 있는 자 중, 꽤 실력이 높다면 다 할 수 있는 기예였다.

드레젠의 진짜 실력은 지금부터였다.

“이렇게 되지. 하지만 여기서 만족하면 안 된다. 알고 있겠지?”

“예!”

씩씩하게 대답하는 크리스의 눈에는 총기가 번뜩였다.

드레젠은 그의 머릿속에서 어떤 연산이 이뤄지고 있는지 대충이나마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단계별로 위력을 보여 주는 중이었다.

-나는 놀랍게도, 상대방의 기술을 보면 원리를 이해할 수 있다.

-성좌들은 참 불공평해. 누군가에겐 이런 재능을 주고, 누군가에겐 평범한 삶을 강요하지.

-언젠가 나와 같은 재능을 만난다면 꼭 페베스 검술을 가르쳐 주게.

드레젠은 예전, 그가 했던 말을 상기하며 검을 들어 올렸다.

페베스 검술의 묘리가 검을 휘감았다.

앞으로 그랜드 소드 마스터라고 불릴, 크리스 스카이워커가 펼쳐 내야 하는 검술.

“페베스 검술. 그중 1형, ‘세로베기’의 끝에 다다르게 되면…….”

사악-.

바람이 대나무 숲을 스쳐 지나가는 소리가 났다.

쿠구구구-.

1초 뒤, 아름드리나무가 반으로 쪼개지는 소리가 났다.

한 그루가 아닌, 직선 100미터 안에 있는 모든 물체가 반으로 쪼개졌다.

-미친;;

-ㄹㅇ 판타지

-오지넼ㅋㅋㅋ

-지렸;;

[‘한놈한팬다’ 님 10,000코인 후원!]

[슨생님 평생 과외비 바치겠습니다!]

후원을 받으며 산뜻하게 웃은 드레젠은 크리스에게 말했다.

자신을 멍하니 쳐다보는 눈동자에서, 예전의 자신이 보이는 것 같았다.

그가 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줘야 할 차례였다.

“감히 방어구로는 네 일격을 막진 못할 거다.”

실제로 마족들을 떨게 만들었던 페베스 검술의 진수였으니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