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한 절대자의 뉴비생활-75화 (76/279)

제 75화

75화 - 드디어 정산!

#1

오크들의 위에 거대한 그림자들이 드리웠다.

갑자기 날씨가 변한 것도, 누군가 거대한 마법을 쓴 것도 아니었다.

자연스럽게 오크들의 시선이 하늘로 향했다.

[키야아아아악-!]

은빛의 괴물이 하늘에서 급강하했다.

오크들은 애초에 하시스 성을 노리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이곳은, 와이번들의 왕이 지키고 있는 곳이었으니까.

흑마법사의 눈이 커다랗게 변했다.

굶주려 있는 와이번은 오크들에게 재앙이었다.

“크아아악!”

“도망쳐라!”

“무슨 소리냐! 잡아야지!”

“우리가 이긴다!”

바위산에 살고 있는 와이번은 족히 백 마리가 넘었다.

보통 와이번 한 마리가 나타나면 부락 하나가 쑥대밭이 되었다.

그런데 100마리라니.

독립적인 성향이 강한 와이번이 이만큼 뭉친다면, 오크 부락이 문제가 아니라 종족이 위기에 빠질 정도였다.

“이런 미친!”

자신을 보호하고 있던 오크들이 쓸려 나가는 모습에, 흑마법사는 기겁했다.

동시에 드레젠과 눈이 마주쳤다.

씨익 웃는 모습은 엄청난 공포였다.

와이번들이 난동을 피우기 시작하자, 오크들의 사기는 개판이 났다.

‘빠, 빨리 도망가야!’

범람이었다.

무려 범람이었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막힐 줄이야!

자울렉은 이렇게 허무하게 죽을 전력이 아니었다.

능히 성벽을 부수고, 수백의 병사를 학살할 수 있는 전력으로 추정되었다.

‘마나 분할을 실제로 구현하는 녀석이었다니!’

저게 진짜 실력이라면, 제대로 보고하고 조치를 취해야 했다.

하시스 성은 엄청난 전력을 지닌 곳으로 판명되었다.

당장 주변에 있는 동료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이 피어났다.

“나를 보호해라!”

그의 주변에는 오크 마법사들이 포진해 있었다.

늙은 오크들을 전선으로 밀어 넣었고, 젊은 오크들이 뒤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자울렉을 서포트하느라 남은 마나가 별로 없었다.

오크 마법사들이 그를 흘끔 쳐다봤다.

“크륵, 우리가 왜 인간을 도와야 하지?”

“뭐라고?! 로드의 명령을 거역할 셈이냐!”

“로드는 없다! 로드는 죽었다!”

오크들은 로드의 말을 신의 말처럼 따랐다.

그가 죽기 전까진.

죽으면 그걸로 끝이었다.

명예고 뭐고, 살아 있어야 인정을 받는다.

오크의 문화였다.

“이제 인간의 말을 들을 이유는 없다!”

“우리는 오크다! 오크는 오크의 방식대로 한다!”

흑마법사, ‘텐’이라고 불렸던 자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제는 진짜 간부급이 와야 할 타이밍이었다.

어쩔 수 없이, 그는 방어 마법을 잔뜩 깔아 두고 숲을 향해 전력 질주 했다.

“렉스, 저기 도망가는 놈 좀 잡아 줄래?”

[그래.]

하지만 뛰는 놈 위엔 항상 나는 놈이 있는 법.

그는 머리 위가 까맣게 변한 것을 보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야생의 정수가 마구 날뛰는 모습의 은빛 와이번.

“이익…… 젠장!”

급한 마음에 마법을 난사했지만 와이렉스에겐 통하지 않았다.

와이번은 드래곤 다음으로 항마력이 높은 몬스터 중 하나였으니까.

어지간한 마법은 제대로 통하지도 않았다.

“으아아아악!”

그가 미친 듯이 질주했다.

우거진 수림 안쪽으로 들어가면 조금 낫겠지!

그렇게 생각했지만 와이렉스는 상당히 무식하게 그를 쫓아왔다.

콰드드득-!

햇볕을 가리고 있던 나무들을 그대로 들이받으며 활강하는 와이렉스.

아름드리나무들이 우르르 무너지며, 텐에게 또 다른 시련을 내려 주었다.

“그만 놀고 빨리 잡아 와-.”

[흐흐, 그러지.]

드레젠의 목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발톱을 세우는 와이렉스.

흑마법사는 후욱 느껴지는 풍압에 고개를 돌렸다.

날카로운 은빛의 발톱이 시야에 가득 들어왔다.

격통과 함께, 그의 시야가 검은 비닐봉지를 뒤집어씌운 것처럼 날아가 버렸다.

#2

뿌우우우우우-!

나팔 소리와 함께 백작가에서, 그리고 후작가에서 병력들이 몰려왔다.

드레젠은 그 소리를 듣고 검을 내렸다.

옆에 쌓여 있는 오크들의 사체, 송골송골 맺혀 있는 땀방울, 황금빛 폴리곤이 끝도 없이 늘어져 있는 주변.

그가 얼마나 치열하게 검을 휘둘렀는지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지렸다

-이 양반 영화 또 찍넼ㅋㅋㅋ

-요즘 웬만한 액션 영화보다 이게 더 재밌음ㅋㅋㅋ

-ㅇㅈㅇㅈ

-그건 킹정이짘ㅋㅋㅋ

[‘뉴비환영해!’ 님 50,000코인 후원!]

[영화 잘 봐씁니다!]

“후우…… 이제 마무리를 지어야겠군요.”

“괜찮으십니까?”

베스티안 백작가에서 보내온 병력.

그들은 백작 본인이 약속한 병력이었다.

이젠 굳건한 동맹이 되었고, 흑마법의 문제를 해결해 주었다.

피붙이를 끊어 내는 고된 작업이었겠지만, 다행히 글라디 백작은 마음의 짐을 잘 이겨 내고 있는 모양.

“얼터 공이었던가?”

“지금은 그저 당신의 기사일 뿐입니다. 비록 계약직이지만요.”

“그거 잘됐네. 방비가 더욱 잘되겠어.”

얼터는 드레젠의 엉덩이에 깔려 있는 사체를 바라봤다.

일반 오크보다 훨씬 거대한 자.

오크들의 정점에 서 있는 자가 싸늘한 시체가 되어 있었다.

“자울렉입니까?”

“그래. 애 좀 먹었다.”

“허허, 대단하십니다.”

“마저 정리해야지.”

“맡겨 주십쇼.”

얼터가 검을 뽑았다.

무겁고 진중한 기세가 피어났다.

드레젠 역시 마나를 드러냈다.

“레벨 업의 기회를 놓칠 수가 없다.”

도망가는 오크들만큼 좋은 먹잇감이 어디 있을까.

80대 후반부터 만렙, 99까지는 갑자기 요구하는 경험치의 양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이때부터는 ‘실전’의 영역에 발을 걸치기 때문이었다.

-아 경험치들이옄ㅋㅋㅋ

-레벨 업 가즈아!

-오늘도 브락시아 마렵다ㅜㅜ

-퇴근하고 바로 밤새운닼ㅋㅋㅋ

드레젠은 피식 웃었다.

병력들이 오크들을 몰아냈다.

와이번이 같은 편이라는 것을 안 뒤로는, 사기가 하늘을 찌를 듯이 높아졌다.

전쟁, 그리고 전투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사기였으니, 더없이 좋은 조건이었다.

‘실전을 치르는 것만큼 많은 경험치를 쌓는 방법은 없지.’

반쯤 완성되어 있는 자신과는 달리, 병사들은 아직 성장 중이었다.

그들의 성장을 방해한다면, 이곳을 지키지도 못하리라.

드레젠은 피식 웃으며 검을 휘둘렀다.

그 모습이 오크들에게는 지옥에서 올라온 악마와 같았다.

“으랏차-!”

드레젠은 기묘한 괴성과 함께 오크들을 몰아냈다.

범람 이벤트가 종료되는 순간이었다.

#3

“부상자들을 돌보고, 주변을 정리해라!”

“시체 수거반들은 빠르게 해체하고 보존 마법을 걸도록.”

“빨리빨리 움직여! 해 뜨기 전까진 마무리해야지!”

병사들 중 죽은 이들은 얼마 없었다.

하지만 희생이 없는 전투는 없다.

그것은 진리였다.

드레젠은 전장을 돌아다니며 병사들의 엠블럼을 모으고 있었다.

“죽은 전투에서 최고 사령관이 직접 엠블럼을 모아 주는 건, 최고의 예우입니다.”

-불쌍 ㅜㅜ

-현대라면 상상도 못 할 일이짘ㅋㅋㅋ

-엌ㅋㅋ ㅇㅈ

-정치적인 발언은 삼가 주세요!

채팅 창이 과열되려는 것을 빠르게 막았다.

현대, 대한민국의 군인이라면 모두 고개를 끄덕일 만한 내용이었다.

드레젠은 피식 웃으며 계속해서 설명했다.

“여러분들이 만약 진급해서 리더의 자리에 오르면, 전투 후엔 꼭 이렇게 해 주시면 좋습니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지거든요.”

-메……모

-소소한 꿀팁

-용병들도 가능?

“용병들도 비슷합니다. 용병들은 길드 마크를 전시해 두는 풍습이 있죠.”

생각보다 많은 유저들이 용병단에 가입했다.

날을 잡아서 용병단에 관련된 것도 강의를 해 봐야겠다 싶었다.

“아니, 그럼 부계정을 용병으로 키워 볼까요?”

-찬성ㅋㅋㅋㅋ

-대찬성!!

-용병 가즈아아아아아!

-방송 시간 늘어나는 소리가 들리는구나~

[‘용병왕’ 님 1,000코인 후원!]

[쓰앵님 정말 감사함미다ㅜㅜ]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브락시아에 대해서 설명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실제로 돈 많은 사람들이 슬슬 다른 계정을 사고 있다는 얘기도 돌고 있었다.

하이디엔은 별말 하지 않는 것 같지만…… 어떻게 할지는 모르겠다.

“그럼 부계정은 말단 용병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아아 그는 빛이야!

-그저 킹레젠

-다시 보기 정주행하겠읍니다ㅜㅜ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었다.

드레젠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뒷정리를 마저 했다.

하루는 무척이나 바빴다.

시체를 수거하고, 부상자를 치료하고, 주변을 정리했다.

“고생하셨습니다. 준비는 잘되고 있습니다.”

“그래. 병사들은 푹 쉬게 하고, 크리스는 안 다쳤나?”

“그렇습니다. 성안에 있었던 이들 중에 다친 이들은 거의 없습니다.”

드레젠은 샤페론의 보고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슬슬 이 녀석의 마나도 회복해 줄 때가 되었다.

한번 내뱉은 말이니 지킬 건 지켜야겠지.

드레젠은 다시 한 번 여행을 떠날 때가 왔음을 느꼈다.

“장례식은 내일 치르도록 하자.”

“전달해 놓겠습니다.”

이제는 제법 집사복이 잘 어울리는 샤페론.

하지만 그의 눈빛에는 검에 대한 열망이 아직까지 자리하고 있었다.

마침 필요한 것도 있었으니, 얻으러 갈 겸 해서 마나 회복제를 들고 오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장례식이 끝나면, 잠시 나갔다 올 거야.”

“또 어딜 가십니까?”

“약속은 지켜야 되니까.”

드레젠이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

그의 눈을 바라본 샤페론의 표정이 화악 밝아졌다.

오랜 시간 염원했던 꿈.

최고의 기사 중 한 명이 되어 스카이워커 가문의 위상을 드높이는 것.

다시 꿈을 꿀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피어났다.

“일단 눈앞에 있는 것부터 해치우자.”

“그, 이졸데의 오라비 되는 자가 떠났습니다.”

“이바르데가? 운이 좋았군.”

범람이 일어나기 전 떠났다고 들었다.

절묘한 시기였다.

그가 왜 보급의 신이 될 수 있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리고 이졸데가 본격적으로 골렘을 개발하기 시작했다는 보고도 들어왔다.

‘본격적으로 전력이 강화되겠어.’

병사들의 충원, 범람을 성공적으로 막아 낸 것에 대한 막대한 보상.

이시스의 눈물이라는, 대륙 전역을 강타할 약초의 등장까지.

성을 안정화시키는 데 필요한 기본 틀은 마련했다.

범람이 발생했고, 엄청난 수의 오크들이 죽었다.

로드까지 죽었으니 한동안은 조용하겠지.

“자, 기본 틀은 완성했으니 공략에 집중할 수 있겠네요.”

-엌ㅋㅋㅋㅋ

-힐링(물리) 방송 가즈아

-내 집 마련의 꿈!

-이제 튼튼히 해야지 ㅇㅇ

드레젠은 채팅 창을 바라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오늘은 슬픈 저녁이 될 것이다.

#4

“후우-.”

장례식을 치르고, 용병단에 입단하는 것을 끝으로 오늘의 방송이 끝났다.

이제 진짜 전업으로 전향할 정도로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

계정을 두 개로 돌리니 하루의 절반 이상을 캡슐에 들어가 있어야만 했다.

“이것도 힘드네.”

먹고살기 쉬운 직업이 어디 있겠냐마는, 하루 종일 누워 있으려니 좀이 쑤셨다.

어쨌든, 운동할 시간을 늘리고 자기 관리를 철저하게 해야 할 시기였다.

기지개를 한번 켜고, 강일은 컴퓨터를 켰다.

아직 일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편집도 해야 했고, 오늘 번 수익도 확인해야 했다.

‘이제 2주 정도 지났나.’

날씨가 쌀쌀해질 무렵 방송을 시작했다.

그 후로 2주.

달이 변했고, 저번 달에 있었던 수익을 정산하는 시간이 다가왔다.

강일은 천천히 사이트에 접속했다.

“이 고물 컴퓨터부터 바꿔야지.”

돈을 받는다면 편집용 컴퓨터부터 구할 생각이었다.

반지하에 어울리지 않는 고급 장비였지만, 집은 나중 일이었으니까.

“어디…….”

정산 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정말 어마어마한 일이 일어나 있었다.

강일은 멍하니 화면을 쳐다봤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벌 수 없었던 돈.

0으로 수렴하는 통장 잔고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현실.

“와…….”

[정산 가능 금액 : 65,234,500원]

2주 하고 조금 넘은 시간, 강일은 돈의 기적을 맛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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