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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절대자의 뉴비생활-74화 (75/279)

제 74화

74화 - 진짜 엄청난 녀석

#1

오크 로드는 넘치는 위압감을 뿜어냈다.

자울렉의 기세는 마스터라도 쉽게 보지 못할 정도였다.

하지만 드레젠은 그것보다 훨씬 더 압도적인 존재감을 뿜어냈다.

“저게…… 저게 가능한 일이라고?”

“흑마법, 게다가 신성력…… 또 일반적인 오러까지 있는데요?”

“대체 정체가…….”

성벽에서 방어하고 있던 자들이 드레젠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래, 이론적으로는 알고 있었다.

모든 속성은 하나로 통하며, 그 끝이자 시작엔 마나가 있다는 것을.

체내에 마나만 있다면 어떤 속성이든 통달할 가능성은 충분했다.

‘이론은 이론일 뿐이잖아!’

각자의 속성은 서로 다른 성질을 가지고 있었다.

마나의 운용 방법이 완벽하게 다르므로, 두 가지의 다른 속성을 동시에 발현하는 건 사실 불가능했다.

정말 세기의 천재라고 불리는 이들만 가능한 절기였다.

“이제 꽤 재밌을 거다.”

[크어아아아아-!]

자울렉은 이미 반쯤 이성을 잃어버리고 있었다.

본능에 충실해, 눈앞의 적을 부숴 버리는 상태.

드레젠과 영웅들이 이름 붙이길, 버서크 모드라고 명명한 바가 있었다.

가장 상대하기 편한 상태이기도 했다.

전투는 순식간에 시작되었다.

[보스 : 오크 로드 자울렉을 처치하십시오.]

[크어악!]

콰아아앙-!

단순히 땅을 내리쳤지만, 수류탄이 폭발한 것 같았다.

검은 마나가 폭발하면서 파지직, 2차 폭발을 일으켰다.

실로 어마어마한 공격이었지만, 문제는 이게 평타라는 것이었다.

“자, 지금부터는 즐기십시오.”

자신을 보며 열광하는 시청자들을 위해, 드레젠은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 줄 생각이었다.

부르르 떨리는 검신이 느껴졌다.

어마어마한 마나를 겨우 감당하는 모습이었다.

아마 이번 전투가 마지막이리라.

“여기다, 이 멍청아.”

무식하게 큰 폭발에 맞서는 건 날카로움이었다.

마나의 폭발 사이를 가로지르는 검기.

날카로운 예기가 뭉툭한 폭발을 뚫고 자울렉에게 적중했다.

[크어아아아아-!]

이제는 워크라이를 사용하면 흑마법으로 강화된 브레스가 쏘아져 나왔다.

마치 헌팅 액션의 진수를 보여 준 ‘몬스터 X터’라는 게임에서 나오는 장면들을 연출했다.

콰드드득, 성벽을 긁고 지나간 브레스가 흉측한 자상을 남겼다.

터엉- 하는 소리와 함께 검기가 튕겨 나오며, 애꿎은 오크들이 명을 달리했다.

[크흐흐하하하!]

공격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는지, 자울렉이 광소했다.

미친 듯이 도끼를 휘두르는 자울렉의 공격은, 폭격이라도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전투를 찍고 있는 캠이 지진을 만난 듯, 사정없이 요동쳤다.

그 사이에서 드레젠은 단 한 번도 피격당하지 않았다.

“흑마법으로 만들어진 아머를 부수는 방법은 신성력이 있으면 아주 쉽습니다.”

공격을 위한 신성력이 팔에 둘러싸여 있었다.

자울렉의 밑으로 순식간에 파고들어, 검을 휘둘렀다.

신성력은 폭발의 힘!

서로 상극의 힘이 마주하면 더 큰 폭발이 일어난다.

“터져라.”

퍼엉-.

자울렉의 아머가 순간적으로 벗겨졌다.

폭발의 여파를 견뎌 낸 드레젠이 추가 타격을 먹였다.

노리는 부위는 관절부.

순식간에 다리와 팔에 있는 마나가 서로 뒤바뀌었다.

[크아아악!]

“아직 안 끝났다.”

사라미스 검술의 묘리가 다시 펼쳐졌다.

콰드드득-!

섬뜩한 소리와 함께 검은색 폴리곤 덩어리가 흩날렸다.

드레젠은 측면으로 한 바퀴 돌며, 위에서 아래로 검을 찍어 눌렀다.

자울렉이 순간적으로 몸을 틀어 치명상은 피했지만, 상당한 충격임엔 분명했다.

네자렉의 목걸이의 힘이, 그의 질긴 피부를 가를 수 있게 만들었다.

-지렸다

-개 멋있누;;

-미쳤네

-진짜 눈이 즐겁다

-주모! 팝콘 가져와!

여타 게임과는 달리 실시간으로 박진감이 넘치는 생생한 전투.

모션과 프레임에 구애받지 않는 생생한 현실.

그런 박진감 넘치는 전투는 눈을 떼기 힘들었다.

채팅도 올라오는 속도가 뜸했다.

“새로운 기술도 하나 보여 드리겠습니다.”

거리를 벌려 숨을 고르고, 다시 한 번 검을 휘둘렀다.

신성 왕국, 그중에서도 성기사들이 애용하는 기술이었다.

성기사들은 폭발력을 이용했다.

문제는 그 폭발에 자신도 휘말린다는 것이었다.

“원격 폭발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고안한 것이, 유도 미사일처럼 날아가서 폭발하는 방법이었다.

자울렉의 아머는 벗겨진 곳에서 꾸물대다, 다시 뭉쳐지지 못했다.

흑마법은 흑마법사들만의 전유물이 아니었으니까.

“어디 버틸 수 있으면 버텨 봐라.”

[크아아아아악!]

성기사들이 어마어마한 화력을 퍼부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

일직선으로 줄을 서서 신성력을 퍼부으면 강력한 화망을 만들 수 있었으니까.

단점이라고 한다면 신성력의 소모가 극심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성기사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검을 휘두를 때마다 새하얀 검기가 날아갔다.

[건방진-!]

처음으로 제대로 된 말을 한 자울렉.

격통에 눈을 찌푸리면서도, 착실하게 거리를 좁혔다.

아무리 약한 공격도 많이 맞으면 대미지가 누적되는 법.

드레젠은 깊게 호흡을 들이마시고, 접근전으로 태세를 변환했다.

-와 저건 뭐얔ㅋㅋㅋ

-붙어서 싸우는 거 예술이네;;

-저걸 한 방도 안 맞는다고?

-그래도 대미지는 들어갈 듯

자울렉의 공격을 피할 때마다 폭발의 여파가 드레젠을 두들겼다.

반투명한 마나 아머가 넘실거리며 위태롭게 그를 지탱해 주었다.

신성력으로 아머를 걷어 내고, 빈틈을 찾아 검을 쑤셔 넣는다.

다소 무식한 방법이었지만 제일 효율적인 방법이기도 했다.

‘마나가 간당간당한걸.’

시야 한편에 붉은색으로 점멸하는 마나 창이 나타났다.

평소에는 숨겨져 있다가 충전이 필요하거나 양이 부족할 때만 나타나는 기능이 있었다.

이길 수 있을까?

실제 육체와 너무나 많은 괴리감에, 이를 악물었다.

‘진짜 죽을 수도 있겠는데.’

장기전은 불리했다.

언제 수많은 오크들이 달려들지 몰랐다.

로드의 싸움이라 끼어들지 않았을 뿐, 명예욕으로 똘똘 뭉친 눈빛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저렇게 많은 오크들이 힘이 빠졌을 때 덤벼든다면, 힘들지도 몰랐다.

[크아아아아-!]

워크라이가 상념에 빠져 있던 드레젠을 각성시켰다.

단단한 벽돌에 흠집이 날 수 있는 마나 광선이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

[경고 : 마나가 부족합니다.]

“알고 있다고.”

-진짜 죽겠는데?

-엌ㅋㅋㅋㅋ 마나 부족

-첫 죽음 가나요!

-그런데 어디부터 시작하려나?

[‘사신’ 님 10,000코인 후원!]

[삼가 고인의…….]

“성주님!”

몸이 경련하기 시작했다.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눈은 보고 있는데, 몸이 따라 주지 않아, 필사적으로 몸을 뒤틀어야만 했다.

[죽어라아아악!]

거력이 담긴 도끼가 드레젠의 머리를 노리고 쏘아졌다.

기묘하게 만든 검로라, 피하기가 까다로웠다.

드레젠은 마지막 힘을 쥐어짜, 몸을 뒤틀었다.

아머가 찢어발겨짐과 동시에, 피가 쭉 줄어들었다.

“위험한데-.”

-죽는다!

-ㅈㄴㄷ!

-죽는닼ㅋㅋㅋ

체력 게이지가 붉게 점멸했다.

진짜 위험했다.

하지만- 그가 죽는 모습은 아쉽게도 연출되지 않았다.

“드레젠 님!”

푸른색의 빛이 뒤편으로부터 쏟아져 들어왔다.

따스한 빛은 드레젠을 감싸 안았다.

군노라에서부터 하시스 성까지 달려온 인물들.

오크들의 범람 소식을 듣고 부리나케 달려온 이들이었다.

“마나의 축복을 걸어 드렸습니다! 오크 로드를 무찔러 주십시오!”

마법사들이 등장했다.

그들은 드레젠을 보자마자 각종 버프를 걸어 주었다.

카이렌과의 사투 때도 그렇고, 그는 경이로운 힘을 보여 주고 있었다.

“미개한 오크 놈들을 쓸어버려라!”

와아아아아아-!

지원군의 격렬한 함성과 함께,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어 버렸다.

잠깐의 틈이 생겼다.

마나 창이 빠르게 차오르더니, 이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안심하고 마나를 써도 된다는 뜻이었다.

“이제야 좀 비슷해졌네.”

자울렉은 흑마법사의 버프를 받고 있었는데, 자신도 버프 하나쯤은 걸치고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드레젠은 미세하게 경련하는 검신을 보며 히죽 웃었다.

-아 ㄲㅂ

-이걸 이렇게 살리네;;

-슈퍼 세이브다

-운 보솤ㅋㅋㅋㅋ

활력이 넘쳤다.

충분히 만들어진 육체, 부족하지만 사용 가능할 정도의 마나.

아무리 움직여도 지치지 않는 시스템의 보정.

모든 것은 드레젠을 위해 만들어진 것만 같았다.

두 손으로 검병을 잡고, 몸을 낮추었다.

“빈틈이 많이 보이는군요. 이런 놈들을 상대할 땐 침착하기만 하면 됩니다.”

일대일 결투에선 오로지 상대방에게만 집중하면 된다.

이제 뒷일을 걱정하지 않고 싸워도 될 정도로 판이 만들어졌다.

오크 로드가 죽으면 상당히 많은 오크들이 우왕좌왕할 것이다.

게다가.

[나는 언제까지 숨어 있어야 하는가?]

저 멀리, 상공을 배회하고 있는 렉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바위산에 머물고 있던 와이번 전부를 데려왔다.

오크가 인식하지 못하는 범위 내, 창공을 몇 시간 동안 노니는 와이번 무리.

시청자들도 몰랐던 비밀 병기였다.

“조금만 더 기다리라고.”

아이들은 굶주려 있었다.

벌써 몇 시간째 하늘을 날고 있었으니까.

허기가 최고조가 되었을 때.

그때가 바로 와이번들을 풀어 줄 때였다.

[크어…… 크어어억!]

자울렉은 계속된 공격과 누적된 피로로 인해 점점 움직임이 굼떠졌다.

유성과 같았던 공격이 많이 얌전해졌다.

반면 드레젠은 체력을 최대한 보존하는 방식으로 전투 방식을 바꾸었다.

쿠웅-!

한 번 몰아칠 때마다 피하고 한 대.

그 이외의 공격은 최대한 삼갔다.

“약 오를 거다.”

[크어어! 크어어어!]

어느새 자울렉은 침을 질질 흘렸고, 괴성도, 비명도 아닌 소리만 내뱉었다.

급소를 노리고 쏟아졌던 도끼는 이미 힘을 잃었다.

버서커 모드에 빠진 몬스터는 기다리면 된다.

처음에는 마나가 부족해 최대한 빨리 끝내려고 했으나,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이제 마나 걱정은 없겠네요!”

드레젠에게 있어 유일한 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마나.

일시적으로 약점이 없어졌기 때문에 자울렉에게 승산은 없었다.

드레젠은 온몸에서 각종 마나를 뿜어내며 자울렉에게 달려들었다.

자울렉을 상대하면서, 그는 뒤에서 이 녀석을 조종하고 있을 흑마법사를 찾았다.

“저기 있군.”

오크들의 틈바구니에서 멀뚱하게 서 있는 흑색 로브인.

당장 노리기엔 무리가 있었다.

오크들로부터 단단하게 보호받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제 끝이다. 자울렉.”

[크어어어어-!]

살아남은 오크 중에 다음 로드가 나올 때까지, 아마 오크들은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할 것이다.

자울렉은 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적도 마나가 부족했는지, 자울렉을 보호하고 있던 아머가 흐릿해졌다.

드레젠은 기회를 놓칠 자가 아니었고, 충만한 마나로 검을 찔러 넣었다.

“끄어어어어-!”

울컥 쏟아지는 황금빛 폴리곤 덩어리.

레벨이 올랐다는 메시지와 함께, 오크들이 그에게 덤벼들었다.

후- 하고 가쁜 숨을 몰아쉰 다음, 드레젠은 손을 들어 세찬 휘파람을 불었다.

삐이이이익-!

창공 위에서 잔뜩 굶주리고 있던 와이번들이 그의 소리를 들었다.

“죽여라!”

“인간!”

“인간! 죽여라!”

오크의 끔찍한 동료애가 이길지, 아니면 와이번들의 굶주림이 이길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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