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한 절대자의 뉴비생활-73화 (74/279)

제 73화

73화 - 로드의 이름

#1

폭발이 연이어 이어졌다.

구울들은 떼로 달려들었다가, 모조리 폭발에 휘말렸다.

일반적인 마나를 쓰는 이들이 꺼려 하던 구울을 순식간에 잡아낸 뒤, 하시스 성이 있는 쪽으로 내달렸다.

-오오 오늘부터 스텔라 왕국으로 간다!

-ㄹㅇ 지렸다;;

-폭발 클라슼ㅋㅋㅋㅋ

-근데 진짜 치트캐 아니겠지?

-치트캐였으면 본사에서 조치를 취했겠지;;

“치트라…… 차라리 저도 그랬으면 편했겠네요.”

드레젠은 쓴웃음을 지었다.

치트나 핵 프로그램이었으면 차라리 한순간의 해프닝으로 치부했을 것이다.

계정이야 다시 만들어 조용히 게임을 하면 되니까.

하지만 그는 죽으면 다시 살아나는 게임이 아닌, 시뻘건 피와 끈적한 살점이 비산하는 삶을 살아왔다.

“원하신다면 본사에 직접 찾아가는 브이로그라도 찍어 드리죠. 그것도 괜찮겠네요. 콘텐츠로.”

-이렇게까지 말하는 거 보면 ㄹㅇ인 듯

-오지게 노오오오오력하셨겠넼ㅋㅋㅋ

-엌ㅋㅋㅋㅋ

-진짜 브이로그 올리면 ㅇㅈㅇㅈ

‘기왕이면 기습적으로, 생방송으로 하는 게 좋겠군.’

브락시아였다면 물론 주먹이 앞섰겠지만.

지금은 하시스 성을 지켜 내야 했다.

그 와중에도, 드레젠은 빠르게 방송의 제목을 수정했다.

[최초! 대규모 오크 침공. 이벤트 - 범람]

브락시아 텝에서도 단연 1위에 랭크되어 있는 방송.

드레젠의 방송국으로 사람이 몰리기 시작했다.

#2

“범람? 와 이거 저번에 그거 아니에요?”

어김없이 드레젠의 방송을 보고 있던 다영이 궁금증을 표했다.

범람에 대한 것은 언급을 자주 했기에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알고 있었다.

그런데 범람을 직접 보여 준 이들은 한 명도 없었다.

왜?

아직 일어날 시기가 아니었으니까.

“혹시 범람 보신 분 계세요?”

-ㄴㄴ

-나도 못 봄

-다른 방송도 없는 것 같던데

-대박

-없음

다영은 골똘히 생각했다.

모든 이벤트가 가장 빨리 발생한 이유가 무엇일까?

왜 드레젠에게만 모든 이벤트가 최초로 나타나는 것일까?

“진짜 드레젠 님이 정말 뛰어나서 그런 것 같은데.”

-그거 ㅇㅈ

-혼자 다 해 먹는데 뭘

-좀 찾아보니까, 저 정도 피지컬 되는 사람도 없음ㅋㅋㅋ

-ㄹㅇ 본사에서 오지게 굴렸을 듯ㅋㅋㅋㅋㅋ

-다른 게임이면 ㄴㅇㅈ인데 브락시아는 너무 어려워서 ㅇㅈ함ㅋㅋㅋ

“어제 올라온 영상 보니까 소매치기에 뻑치기에 완전 살벌하던데요?”

-그것도 ㅇㅈ

-플레이어 = 개복치

-ㅋㅋㅋㅋㅋㅋㅋㅋ

사람들이 드레젠에게 열광하고, 그의 존재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

개개인의 이익을 떠나서 게임 자체가 너무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특히 초반에는 RPG 본연의 사냥, 레벨 업보다, 누구의 밑에서 기술을 전수받는지가 훨씬 중요했다.

그러지 않으면 정통으로 배운 자들에게 도저히 이길 수가 없었다.

“진짜 본인만의 길을 가시는 분들도 계시긴 한데…… 다들 도장 한두 개 정도는 다닌다고 하더라고요.”

-ㅋㅋㅋ요즘 검도 도장 붐임

-유슈 학원도 다니던데

-이거 ㄹㅇ이다

-다들 검성이 되어 간다

다영은 피식 웃었다.

그들이 떠드는 사이, 드레젠은 몰려오는 적들을 분쇄하며 하시스 성 인근에 도착했다.

하지만 상황은 이미 벌어져 있었다.

다영은 두 손을 꼭 모으고 기도했다.

“으으-! 제발 이번에도 브튜브 각 씨게 뽑아 주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닠ㅋㅋㅋㅋㅋㅋ

-역시 성덕 다영좤ㅋㅋㅋㅋ

-개웃기눜ㅋㅋㅋ

그녀의 참사랑(?)에 시청자들이 낄낄댔다.

어쨌든, 드레젠의 눈앞엔 수천, 수만의 오크가 진격하고 있었다.

시청자들은 모두 숨을 죽이고 지켜봤다.

한 편의 영화가 될 것인지, 압도적인 숫자의 폭력이 될 것인지.

이제 모든 것은 드레젠의 어깨에 달려 있었다.

#3

[오크의 범람이 발생하였습니다.]

[오크들을 후퇴시키거나, 전멸시키십시오.]

[자울렉을 처치할 시, 특별한 아이템을 얻을 수 있습니다.]

[결과에 따른 보상이 지급됩니다.]

“쯧, 조금 늦었군요.”

오크들은 성을 포위하고, 공격하는 중이었다.

드레젠과 성의 거리는 약 200미터.

하지만 그 사이에 땅보다 오크의 머리 색이 더 많이 보일 지경이었다.

-도랏;;

-성에 못 들어가겠는데?

-미쳣네 ;;

-범람 오지네;;

보고 있는 사람들도 전율케 만드는 어마어마한 숫자.

드레젠의 기운을 느낀 오크들이 일제히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기가 질릴 정도의 투기였다.

드레젠은 조용히 검을 꺼냈다.

“성주님이 오셨다! 집중 포화하라!”

성벽 위에서 누군가가 소리 지르는 것을 시작으로, 오크들이 드레젠에게 달려들었다.

드레젠은 비릿하게 웃으며 오크들에게 달려들었다.

이제 레벨이 80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예전, 오크 세 마리와 씨름했던 시절의 피지컬이 아니었다.

“흐읍-!”

집단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기선 제압이다.

전력을 담아 휘두른 일격이 바로 앞에 있던 오크를 가격했다.

콰아아아아-!

오크들의 사지가 찢겨 나갔다.

압도적인 마나의 해일이 순식간에 공간을 만들었다.

“쿠어아악! 막아라!”

화살 비가 쏟아져 내렸다.

성에 있는 모든 인원이 수성전을 시작했다.

드레젠은 현란하게 검을 휘둘러 적들을 베어 나갔다.

페베스 검술의 정수가 그의 검끝에서 올올이 풀려났다.

“크아악!”

“크아아악!”

“막아라! 당장 막아!”

오크들의 신체가 하늘을 날았다.

정제된 마나가 뿜어져 나올 때마다 오크들이 우수수 쓰러졌다.

검의 궤적에 차인 오크들은 단 한 마리도 살아남지 못했다.

그리고, 그것을 저 뒤에 있던 누군가가 발견했다.

[크아아아아아-!]

“성주님! 위를 보십시오!”

거대한 그림자가 드레젠을 덮쳤다.

가볍게 스텝을 밟아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공격을 피했다.

쿠웅! 자욱하게 쌓인 먼지가 흩어지고, 거대한 실루엣이 드러났다.

2미터가 훌쩍 넘는 키에, 오크 셋을 나란히 붙여 놓은 것 같은 덩치.

딱 봐도 위험해 보일 것 같은 양날 도끼를 들고 있는 자였다.

“자울렉인가.”

오크 로드.

훗날 마족들의 선봉대장을 맡은 자.

그의 도끼가 휩쓸고 지나간 곳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고 전해졌던 자.

일반 병사들과 기사들에겐 공포의 대상으로 남아 있었다.

그를 앞에 둔 드레젠의 마나가 잘게 떨리기 시작했다.

“너, 내 이름을 아는가?”

“자울렉. 파베론 산맥의 오크 로드. 스무 개의 부락을 통치하고 있는 자.”

크륵-.

자울렉이 눈을 굴리며 드레젠을 쳐다봤다.

크게 한번 콧김을 뿜어내자, 퀴퀴한 체향이 주변을 덮었다.

드레젠은 마나를 끌어 올렸다.

자울렉은 만만찮은 상대였다.

그의 목에 검을 박아 넣은 경험이 꿈틀댔다.

“인간! 재밌겠군!”

자울렉은 본능적으로 드레젠이 최강의 인간임을 직감했다.

그는 콧김을 뿜으며 도끼를 휘둘렀다.

빠르고 강맹했다.

어지간한 마나로는 뚫을 수 없는 정수의 힘이 자울렉에게 힘을 실어 주었다.

드레젠은 미련하게 힘으로 맞서지 않았다.

“만약 자울렉과 마주치거나 전투를 하면, 정면에서 공격을 받아 낼 생각은 하지 마세요.”

[크어아아악!]

워크라이를 발산하자, 드레젠의 몸이 아주 잠깐 움찔했다.

자울렉이 숱한 강적과의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

그는 울음소리를 적극적으로 전투에 활용했다.

상대방에게 순간적으로 소리를 내질러 경직을 유도했다.

“어림없지.”

가까이서 듣는 워크라이는 위협적이었다.

마스터에 오른 자들도 처음엔 자울렉을 상대할 때 고전했던 이유였다.

대처 방법을 몰랐으니까.

정직하게 내려오는 도끼를 보며, 드레젠이 웃었다.

콰드드득-!

그의 검이 유연하게 도끼를 흘렸다.

검날을 잡고 흘린, 훌륭한 하프 소딩이었다.

“크륵?!”

무릇 처음 있는 일은 누구에게나 당혹감을 심어 주기 마련.

아드레날린이 분비되고 흥분과 고양으로 가득 찬 전장에서, 당혹감은 곧 집중이 끊긴다는 말이었다.

“자울렉은 강합니다. 하지만-.”

한 바퀴 회전하며 올려치는 검로.

자울렉의 팔에서 피 분수가 일었다.

방심은 곧 죽음이었다.

아무리 강자라 한들, 전장에서 그건 변함없는 사실이었다.

“크아아아악-!”

“자신이 즐겨 쓰는 패턴을 파훼당하면 빈틈이 생깁니다. 그걸 노려야 합니다.”

워크라이는 일종의 파동이었다.

몸을 경직시키는 까닭은 몬스터의 힘, 정수가 진동을 타고 체내로 흘러 들어오기 때문이었다.

진동은 진동으로 상쇄시킬 수 있는 법.

잘게 떨리는 마나는 다른 이유가 아니라. 인위적으로 진동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용서, 하지, 못한다-!”

자울렉이 포효를 내질렀다.

드레젠은 멍청하게 소리를 지르는 자울렉을 향해 검을 내질렀다.

목표는 급소인 목젖.

하지만 그의 검은 맡은 바 소임을 다하지 못했다.

검은 마나가 자울렉 앞에 실드를 생성했다.

쩌엉-!

상당한 충격파와 함께 자울렉과 드레젠의 신형이 튕겨 나왔다.

“이거, 아무래도 좀 어렵겠네요.”

실드가 되었던 검은 마나가 자울렉에게 새로운 힘을 부여했다.

마치 검은 갑옷을 입고 있는 것처럼 변했다.

무기를 들 수 없을 정도로 손상되었던 팔이 복구되었다.

‘아머인가.’

오러 아머, 혹은 아머라고 불리는 기술.

마법사가 자신의 마나를 반영구적으로 희생해, 대상에게 파워 슈트와 같은 힘을 부여해 주는 능력.

드레젠은 혀를 찼다.

-포스 보소;;

-미친 저걸 어떻게 이기누;;

-이번엔 겜 오버 각이닼ㅋㅋ

-드센세 죽나요!

드레젠은 난리가 난 채팅 창을 바라봤다.

다들 자신이 죽는 것이 아니냐며, 호들갑을 떨고 있었다.

그럴 리가 있나.

용사일 때, 압도적인 신체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다들 제가 죽는 것을 보고 싶어 하는데, 어림도 없죠.”

수많은 적들은 자신보다 우월한 피지컬과, 압도적인 마나로 그를 찍어 눌렀으니까.

그래서 기억도 안 날 정도로 검을 휘둘렀다.

마나를 수련했고, 적에 대한 분석을 끊임없이 해 나갔다.

더 강한 무언가를 찾아 대륙 전체를 떠돌기도 했고, 성좌의 힘을 찾아 죽을 고비도 넘겼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

지금까지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포효가 울렸다.

치열하게 접전을 치르고 있던 성벽의 전투가 멈출 정도였다.

자울렉은 진짜 최종 보스가 되어, 드레젠에게 쇄도했다.

압도적인 피지컬로 찍어 누르려는 의지!

“여러분, 모든 본질은 마나에 있습니다.”

마나를 얼마나 능숙하고, 섬세하게 다루는가.

어떻게 응용하고 속성을 담을 수 있는가.

브락시아에는 참 다양한 힘이 있었지만, 그 기반은 모두 마나였다. 심지어 성좌들의 힘도 마찬가지.

마나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깊은가.

브락시아의 모든 힘은 그곳에서부터 출발했다.

“그러니까- 마나만 잘 다루면 이렇게…….”

신성력.

그 성스러운 힘이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놀라운 것은, 그 신성력이 그의 팔에만 머물러 있다는 사실이었다.

상체에는 반투명한 마나 갑옷이, 하체에는 거무튀튀한 마나가 다리를 감싸듯 둘러앉았다.

거기다 네자렉의 목걸이가 힘을 더욱 불어 넣었다.

오늘은 금요일.

“검의 절삭력이 강화되겠군요.”

은은한 황금빛의 오러가 검신을 타고 올라갔다.

아름다운 모습에, 모두가 감탄하고 있었다.

“저, 저게 뭐야?!”

“저런 게 가능해?!”

저 위에서 소리치는 자들의 경악성이 들렸다.

본래 잡다한 시스템 메시지를 꺼 두었으나, 이번엔 예외였다.

[세기의 발견!]

[최초로 마나 분리 기법을 사용했습니다.]

[위대한 업적으로 기록됩니다.]

[체력 +50, 마나 +50]

[스킬 대미지 +50%]

그들이 보고 있는 장면은 역사의 한 페이지였다.

용사가 용사로 있을 수 있게 만들어 준 절기가 세상에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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