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한 절대자의 뉴비생활-70화 (71/279)

제 70화

70화 - 이게 진짜 공략이다

#1

기절해 버린 흑마법사를 꽁꽁 묶은 뒤, 그는 마탑 지부로 향했다.

그곳에서 일주일의 시간을 기다린 뒤, 부하들을 만날 생각이었다.

군노라에 있는 지부는 알아냈다.

하지만 자작령은 생각보다 거대했다.

“숨겨진 지부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마탑과 협력할 생각입니다.”

-인맥은 이러라고 있는 거지

-주변 청소 좋았구연

-그런데 이제 본격적으로 몰려올 것 같은데

-스토리 ㄹㅇ 흥미진진하누

[‘백마법사’ 님 20,000코인 후원!]

[간악한 흑마법사를 죽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엌ㅋㅋㅋㅋ

-과몰입 보솤ㅋㅋㅋ

“포션의 힘이 있으면 위력적인 폭발에서도 쉽게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쾌적한 플레이를 위해서 꼭 만들어 주세요.”

소란을 들은 모양인지, 군노라에서 병사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숲의 일대가 날아간 폭발이었다.

아직도 그가 지른 불길이 번지는 중이었다.

“이, 이게 다 뭡니까!”

“일단 마탑 사람들 좀 불러 주겠나. 흑마법사를 잡았는데.”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마탑 지부에는 연락을 할 수 있는 수단과, 지부로 단숨에 날아올 수 있는 수단이 구축되어 있었다.

할 일이 없다면, 아마도 마탑주가 곧바로 날아오겠지.

마탑주가 온다면, 드레젠은 바로 하시스 성으로 향할 예정이었다.

“이것만 넘기고 오늘은 끝내야겠군요.”

-아쉽 ㅜㅜ

-오늘도 뭔가 많이 했지만 후딱 지나갔다

-끝이 보이는구만

-내일이 기대된다ㅜㅜ

아침 드라마보다 기대되는 것이 드레젠의 방송이라는 말도 돌았다.

드레젠은 헐레벌떡 찾아온 마법사들의 안내를 받아, 마탑 지부로 떠났다.

그곳엔, 이미 반가운 얼굴이 있었다.

“노고가 많았네.”

“이자를 알고 계십니까?”

드레젠 본인은 처음 본 인물이었다.

한창 격전을 치렀을 때 본 적이 없는 것을 보아, 그 전에 죽었거나, 다른 이들에게 죽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또 모르지.

카이렌처럼, 그가 알고 있는 자일 수도.

“이자는…….”

미리 도착해 있던 마탑주가 흑마법사를 살폈다.

수배지에 있던 얼굴이었을까, 마탑주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오르카 반 스테이브. 몰락 귀족의 차남이네.”

“오르카…… 오르카…….”

드레젠은 기억을 더듬었다.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적들의 정보.

샅샅이 뒤졌지만, 오르카라는 이명을 찾진 못했다.

대륙에서는 수많은 흑마법사들이 창궐했고, 또 죽어 갔다.

이자 역시 그중 하나겠지.

“정보를 얻어 주십쇼. 저는 성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알겠네. 그대를 실망시키지 않을 걸세.”

먼저 와 있던 손님, 마탑주는 드레젠에게서 정보를 받아 갔다.

이런저런 정보를 전달하고, 드디어 그 이름을 입에 담았다.

“무의 추종자들. 그들이 움직였습니다.”

“……결국, 우려했던 일이 발생했군.”

“모쪼록 부탁드립니다. 저는 범람을 막으러 가야 합니다.”

마탑주는 믿을 수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의 계획을 말해 주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마탑 지부 밖으로 나왔다.

하늘 높이 손을 뻗어, 마나를 방출했다.

퍼엉-!

푸른 마나가 하늘 높이 올라갔다.

귀환하라는 신호였다.

“자, 군노이스 자작령에서의 일은 끝났습니다. 다시 하시스 성으로 향하죠.”

[강제 종료 시간이 임박했습니다. 충분한 휴식 후에 다시 접속해 주세요.]

이제는 익숙한 문구가 드레젠에게 상황을 전달했다.

오늘 할 일은 다 했으니, 여기까지였다.

“자, 오늘 하루도 고생하셨습니다. 뒤풀이 해야죠?”

그리고, 오늘부터는 뒤풀이까지 예약되어 있었다.

바로 공략 방송!

새로운 계정으로 뉴비만을 위한, 뉴비들에 의한 공략 방송을 진행할 예정.

“그럼, 잠깐 쉬고 10분 후에 다시 오겠습니다.”

-크으 2부 지린닼ㅋㅋㅋㅋ

-진짜 우리들한테 필요한 방송이었다.

-다른 공략러들 불쌍하누ㅜㅜ

-와! 공략이라니!

드레젠, 강일은 캡슐 밖으로 나와 한숨 돌렸다.

캡슐에 누워 있는 시간이 많으면 많을수록, 축적되는 마나가 늘어났다.

마나가 고갈될 때까지는 정상인처럼 생활이 가능했다.

“격렬한 움직임은 2시간 정도인가.”

마나를 사용한다는 전제하에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은 2시간 남짓.

평소 생활은 문제가 없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그나저나 저런 캡슐은 어디서 구해 온 걸까.”

마나와 과학의 조합이라고 할 수 있는 캡슐.

그 비밀이 무엇인지 문득 궁금해졌다.

그렇다고 뜯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니…….

“녀석들은 마나를 공급할 수단을 가지고 있는 거겠지.”

시간이 된다면 알아보자고 생각한 뒤, 다시 캡슐에 누웠다.

간단하게 조작하니 완전히 새로운 계정으로 접속할 수 있었다.

1인 1계정 원칙에 위배되었지만 뭐 어떤가.

개발사가 허락해 줬는데.

“자, 2부 시작합니다.”

브튜브에 올라갈 콘텐츠 위주로 루트를 생각했다.

이제 브튜브에 새로운 바람이 불어닥칠 것이다.

#2

저녁.

하루 일을 마치고 고된 하루를 끝내는 시간.

대한민국의 수많은 직장인이 일을 끝내고 퇴근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퇴근길 전철.

“오늘도 올라왔네.”

브튜브에는 요즘 떠오르는 스타가 있었다.

단숨에 구독자 200만 명을 달성한 신예.

세이브 더 브락시아를 아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봐야 한다고 소문이 자자한 브튜브.

드레젠이라는 이름의 유저가 올리는 동영상이었다.

‘아쉽네.’

VR 기기나 캡슐이 바로 앞에 있었다면 생생한 경험을 했을 텐데.

달리는 전철이라 스마트폰으로 봐야 한다는 점이 정말 아쉬웠다.

‘초보 공략이 올라왔네?’

생각보다 생방송보다 편집되어 있는 영상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뭘 하든 기다려야 하는 생방송보다 자신이 보고 싶은 영상만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니까.

그는 제목을 쭉 훑어봤다.

중간 보스를 잡았다는 것, 그리고 공략을 했다는 것.

“흠-.”

인기 동영상 1위.

드레젠의 ‘진짜’ 뉴비 공략 1편.

오늘 하루도 브락시아에서 새로운 삶을 살 계획이었던 그는 기대감에 동영상을 눌렀다.

완전히 새로운 캐릭터로 시작한 공략.

“안녕하십니까. 드레젠입니다. 오늘은 완전히 새로운 캐릭터로, 초보들의 시선에 맞춰서 새롭게 공략을 진행합니다.”

그의 공략은 평범했다.

진짜 뉴비들을 위해 진행하는 공략법.

흘끔, 옆을 돌아보니 같은 동영상을 보고 있었다.

왜인지 모르게 흐뭇한 미소가 달렸다.

“추천드리는 무기는 창, 추천드리는 경로는 용병이 되거나, 가문의 병사로 들어가는 겁니다.”

깔끔한 편집이 눈을 즐겁게 했다.

군노이스 자작령, 수도 중앙 기사단, 군터 용병단, 헤레이즈 후작가 등등.

초반에 추천할 만한 NPC와 단체에 대한 설명이 쭉쭉 나왔다.

“하…….”

옆에서 탄식이 들려왔다.

흘끔, 눈을 돌리니 자신이 키운 방향과 맞지 않는 듯 보였다.

다행히도 남자는 드레젠이 추천한 NPC로부터 검술을 사사하고 있었다.

왜인지 모르게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좋아.’

좋은 길을 가고 있다는 것.

그 사실이 게임을 지속하게 해 주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상한 바람이 불었는지,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사람이 하나둘씩 늘어 갔다.

그들은 모두 드레젠이 올린 동영상을 보기 시작했다.

전염병처럼 지속된 현상은, 대한민국 전역을 휩쓸었다.

#3

온몸이 찌뿌둥한 것이, 요 며칠 무리를 한 것 같았다.

제아무리 마나가 있다고 한들, 만능은 아니었으니까.

옛말에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더니, 그 격언이 거짓말이 아니라는 걸 느끼곤 한다.

“흐암-.”

나도 모르게 하품을 한 다음, 겉옷을 걸쳤다.

이젠 진짜 패딩이나 코트 하나 정도는 장만해야 하는 날씨로 변했다.

지금 가지고 있는 옷가지는 전부 대학교 때 산, 유행에 한참이나 뒤떨어진 옷들이었다.

그때는 그렇게 예뻐 보였는데, 지금 보니 정말 촌스럽네.

“어제 무리를 좀 하긴 했지.”

방송을 하고 편집, 업로드까지 모두 하느라 하루가 꼬박 소요되었다.

핸드폰을 들어 조회 수를 확인해 보니, 역시나 인기 동영상란에 줄 세우기 중이었다.

이렇게 성적을 확인할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단 말이지.

“이제 그만둔다고 말해야지.”

슬슬 바빠지기 시작했다.

병원 일을 그만둬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대박을 쳤을 때부터 그렇게 했어야 했던 일이었는데.

어머니를 본다는 핑계로 붙들고 있었던 거지.

“그럼, 사직서 내러 가 볼까?”

어차피 아르바이트였으니, 그만둔다고 해도 뭐라 할 사람은 없을 거다.

……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지.

“진짜? 진짜? 그만두려고? 조금만 더 일해 주면 안 될까?”

“이렇게 갑작스럽게 그러면 어떡해. 어휴……, 후임도 뽑아야 하는데.”

“인수인계할 때까지만 같이 있으면 안 될까?”

그러고 싶었지만, 시간이 촉박했다.

대신 나는 평소 준비해 왔던 서류 몇 개를 보여 줬다.

“이거라면 저 없이도 충분히 보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죄송합니다.”

이렇게 아쉬워할 줄은 몰랐는데…….

“강일 씨만큼 일 잘하는 사람도 못 봤는데.”

“아쉽다~ 과장님께 말씀드려서 회식 한번 하자고 해야겠는데?”

저마다의 방식으로 아쉬움을 표했다.

같은 직장의 동료로서 대해 준다는 느낌이라, 시원섭섭했다.

충격이 얼마나 크셨는지, 아직도 깨어나지 못하는 어머니를 보러 갔다.

“면회 좀 할게요.”

“그래. 요즘 살 좀 찐 것 같네? 보기 좋다.”

마나가 돌아오고 나서, 조금씩 폼이 오르고 있긴 하지.

꾸벅 인사를 하고 어머니의 병실로 올라갔다.

어머니를 매일 보긴 하지만 근무 날이 아닌 오늘 온 이유는 따로 있었다.

이제 슬슬 마나가 모였다.

상태를 살펴볼 수 있을 만큼.

“오늘도 차도는 딱히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몇 년 차인지 모를 주치의가, 내가 오는 모습을 보고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귀찮을 법도 한데 항상 살펴 주는, 나름 인성이 좋은 의사였다.

드르륵, 의자를 끌고 어머니 앞에 앉았다.

다시 말하지만, 지구엔 마나가 없었다.

하이디엔에게 처지를 말하고 싶지만 주변에 어떤 위협이 있을지 모르니, 일단은 내 힘으로 마나를 축적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이 행위는 마나를 소비하는 행위지.’

어머니 머리에 손을 올렸다.

내부에서 잠자코 있었던 마나가 손끝으로 번져 나갔다.

마나를 축적하기 힘든 지금, 마나를 소비하는 행위는 다시금 몸 상태를 악화시킬 것이다.

그래도 이 정도는 안전 범위 내였다.

[스캔 중]

[생체 신호 - 양호]

[의식 - 불명]

[건강 상태 - 악화]

[질병 - 없음]

[…….]

[종합 판단 : 식물인간. 강력한 충격 요법 필요]

[추천 진단 : 마나 주입, 강제 의식 복구]

머릿속에서 정보들이 주르륵 나열되었다.

마치 게임이나 기계의 시스템처럼.

용사 시절, 나름대로 만들어 낸 사고 방법이었다.

“후우-.”

식은땀과 함께 엄청난 탈력감이 몸을 짓눌렀다.

가지고 있는 마나의 5할 정도를 소모했다.

당분간은 주야장천 게임만 해야겠네.

어머니의 상태를 확인한 뒤, 착잡한 기분이 들었다.

“이제 슬슬 깨어나셔야죠.”

누군가에게 들은 적이 있다.

사람은, 의지가 없으면 살지 않는다고.

혼수상태에서 깨어나기 위해 필요한 요건 중 아주 중요한 것.

환자 본인이, 무의식적으로 삶에 대한 의지가 강력해야 한다.

‘이제, 제가 삶의 이유가 되어 드리죠.’

생각해 보면, 어머니는 항상 가정을 위해 희생해 오셨다.

늦은 나이일지도 몰랐지만, 마나의 힘을 빌리면 외모와 신체 나이는 충분히 가꿀 수 있다.

버팀목이 되는 것은 어렵지 않아.

수많은 사람들의 버팀목이 되었었던 기분도 알고 있으니까.

이제 절대다수의 행복을 만들어 줄 수는 없지만, 한 사람 정도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다.

“가 볼게요.”

목소리를 계속해서 들려주는 것 역시 이 때문이었다.

혹여 내 목소리가 꿈에서 들릴까.

어머니가 다시 나를 보고 싶어 하지 않을까.

그 끝은 무조건 헤피 엔딩이겠지만, 어쩐지 시기를 조금 앞당기고 싶었다.

“음?”

자리에서 일어선 순간, 휴대 전화가 울렸다.

하이디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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