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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절대자의 뉴비생활-69화 (70/279)

제 69화

69화 - 엄청난 숫자를 상대하는 법

#1

드레젠은 남은 시간을 확인하곤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번 전투만 치르면 시간이 아슬아슬하게 맞을 것 같았다.

사령술사들과는 엄청나게 많은 격전을 치른 경험이 있다.

“여러분들의 주적은 기계족 외에도 사령술사, 흑마법사, 강령술사 등이 될 겁니다. 그 밖에 마족의 하수인이나 언데드도 포함되겠죠.”

만약 유저 중에 마족 측에 붙는 자들이 있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들을 아는 것도 마냥 나쁜 것은 아니었으니까.

여러모로 세이브 더 브락시아는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게임이었다.

“그럼 여러분이 해야 할 요령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제일 먼저 그가 한 행동은 추적술을 활성화하는 것이었다.

그간 쌓인 기술 포인트를 확인해 보니, 약 30포인트 정도.

전투 자체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많이 쌓이진 않았다.

“여유가 되신다면 추적 기술 레벨을 올려 두세요.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을 다양하게 보여 줄 겁니다.”

[추적술 랭크 업!]

[새로운 길이 보입니다.]

정확히 15랭크를 달성하자 새로운 길이 보였다.

이전에는 마나와 관련된 길이 보였다면, 이젠 정수에 관련된 길까지 보였다.

검은 정수의 길.

“정수는 이렇게, 끈처럼 보입니다. 정수의 흔적은 적의라고 해석하시면 됩니다.”

어디서부터 흘러들어 오는 적의인가.

그리고 얼마나 많은 적의인가.

정수를 추적하는 방법이었다.

-몇 개야;;

-징그럽누

-와 대박;;

-혐짤이네

수많은 선들이 드레젠을 중심으로 뻗어 나갔다.

목도리를 풀어 헤쳐, 주욱 늘려 놓은 것처럼.

드레젠은 검을 뽑고, 미리 준비해 온 포션을 마셨다.

이 정도 수라면, 확실히 사령술사 말고는 다루지 못할 숫자였다.

“죽은 자들은 검은색. 강력한 적은 붉은색, 적당한 적은 노란색, 그 밖의 적은 하얀색으로 표시됩니다.”

-그럼 언데드네

-해골 부수기 가즈아!

-이제 저 포션 필수템 되겠누

시청자들은 다가올 전투에 대한 기대감을 표출했다.

엄청난 숫자의 언데드!

그걸 부숴 버리는 드레젠의 모습.

희열을 느끼는 포인트가 다가왔다.

“그럼, 싸워 보죠. 여러분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하시면 됩니다.”

사령술사와 싸울 때 공략 방법은 전부 박살 내서 마나를 고갈시키는 것과 재빠르게 본체를 치는 것이었다.

드레젠은 후자를 즐겨 사용했지만, 지금 시청자들은 그런 걸 원하지 않을 테지.

미소를 지었다.

마치 악마가 현현한 것 같은 표정이었다.

“마나가 고갈될 때까지 박살 내거나, 아니면 상대의 본체를 치거나. 저는 후자를 좋아하지만…… 여러분들은 그걸 원하지 않겠죠?”

-이제 프로 방송인 다 됐누

-ㅋㅋㅋㅋㅋ당연하지

-전부 박살 가즈아!

-준비된 마나는 충분한가!

[‘백마도사’ 님 10,000코인 후원!]

[전부 박살 내면 만 원 더 갑니다!]

힘을 주는 후원까지 있으니, 더욱 경쾌하게 움직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드레젠은 마나를 활성화시키고, 잠들어 있던 힘을 꺼냈다.

마나에 반응한 언데드들이 스멀스멀 기어 오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날뛰어 보죠.”

숨을 쉴 때마다 몰아치는 마나의 감각은 언제 느껴도 짜릿했다.

실제 전투에서도 사령술을 쓰는 흑마법사는 아군에도 많이 있었다.

부족한 전력을 보충하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으니까.

‘그러다 전향한 놈들이 한둘이 아니라 문제지.’

흑마법은 기본적으로 ‘악’의 힘을 빌려 오는 것.

마족들은 그 틈을 비집고 들어와, 군단과 병력들을 헤집어 놓곤 했다.

그래서 더욱 기분이 더러웠다.

끼릭-.

초보나 쓸 법한 언데드인 해골부터, 중급, 고급 언데드까지.

“실력이 상당한 녀석 같군요.”

그들의 간부라면 당연하겠지.

그는 빠르게 일을 마치고 돌아가야 했다.

냄새가 진하게 풍겨 왔다.

숲에서 나는, 오크의 체향이었다.

“흡-.”

두 손으로 검병을 잡고, 경쾌하게 휘둘렀다.

인간이 아닌 몬스터를 잡을 때 필요한 것은 힘, 그리고 속도.

정확한 검로를 그릴 수 있게 해 주는 기술.

[크어아아아-!]

숲에 불길한 포효가 울렸다.

푸드덕거리며 새들이 날아갔다.

성벽에 있는 자들은 변화를 눈치챘겠지만, 과연 움직일까?

콰직-!

드레젠은 미미하게 흘러나오는 오러를 이용해 적들을 베어 나갔다.

“다수를 상대할 때 중요한 것은 완급 조절입니다. 야구의 선발 투수와 비슷하죠.”

-ㅇㅇ

-힘 조절은 필수지

-딱 필요한 만큼만!

-이젠 다들 빠삭하눜ㅋㅋㅋ

힘이 넘쳐흘러도, 여력은 남겨 두는 것이 좋다.

상대방에게 전력을 가늠하지 못하게 하는 효과도 줄 수 있으니까.

검은 먹을 뒤집어쓴 것처럼 흑빛을 띠는 해골들을 부수자, 이번엔 인간이 등장했다.

“벌써 터를 찾은 모양이군요. 인간이 언데드로 나왔다는 건, 시체가 대량으로 묻혀 있는 곳을 찾았다는 의미입니다.”

전쟁.

혹은 몬스터로 인해 습격을 받은 곳.

그런 곳을 터로 삼아 엄청난 시체들을 재료로 삼으면, 이렇게 물량전이 가능했다.

드레젠은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전부 죽여야겠군요.”

반쯤 장난으로 결정했지만, 이번엔 진심이었다.

넋을 잃고 돌아다니는 몸뚱이들은 성좌의 곁으로 가지 못한다는 전설이 있었다.

실제로 어느 정도 맞는 것 같았고.

[크어어……어……!]

흑마법으로 부활한 시체들은 살아생전의 본능을 가지고 있었다.

다양한 강화 버프도 두르고 있었으니, 공격 루트는 단조롭지만 단단하고, 빠르다.

콰드드득-!

드레젠은 오러의 출력을 더욱 높였다.

[크어악!]

붉은 선이 지나갈 때마다 시체들이 다시 쓰러졌다.

드레젠은 자세를 최대한 낮추고 하체 위주로 공격을 이어 갔다.

사라미스 검술의 응용으로, 원을 그리듯 움직이며 시체들을 상대했다.

[크억!]

기어 다니는 녀석들은 드레젠의 기동력을 따라올 수 없었다.

오러로 붙은 불은 잘 꺼지지도 않았으니, 전장은 순식간에 화염 지대로 변해 갔다.

“후- 좀 덥군요.”

-방화범;;

-분위기 살벌하네

-미친ㅋㅋㅋㅋ 불 지르는 것 봨ㅋㅋㅋ

“의도한 건 아닙니다만…… 저에겐 유리하게 변했습니다. 시체는 원래 불에 잘 타거든요.”

사악하다면 사악한 전술이었다.

실제로 언데드는 불에 약하다.

수분이 하나도 없는 피부였기 때문이었다.

“이제 슬슬 흑마법사의 면상을 보러 가죠.”

그 순간, 검정색 광선이 드레젠을 덮쳤다.

드레젠은 순간적으로 반응해, 검으로 마법을 튕겨 냈다.

아무나 할 수 없는 기술이었다.

마법을 막은 후, 드레젠은 추적술을 이용해 순식간에 내달렸다.

“멍청하긴.”

콰아아아아-!

다시 한 번 마법이 날아왔다.

무려 5서클의 마법.

이 정도의 마법을 난사하는 수준이라면, 상당한 실력자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대놓고 쓰면 되나.”

“빠르군.”

드레젠의 검이 수직으로 떨어졌다.

마법사는 미리 외워 두었던 마법의 시동어를 외쳤다.

[블링크!]

너도나도 알고 있는 마법, 블링크였다.

마법사들은 필수 생존 마법으로 익히고 있는 국민 마법.

하지만 드레젠의 눈은 피할 수 없었다.

“블링크로 시야에서 사라져도 당황하지 마십쇼. 저에겐 추적술이 있으니까.”

마나가 계속 소모된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스킬을 켜느라 소모할 수 있는 1초의 시간은 전투에서 목숨을 앗아 갈 수 있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드레젠은 항상 추적술을 켜는 것을 권장했다.

“뻗어라-!”

드레젠의 발에서 검은색 손이 확 올라왔다.

맞으면 속박과 저주에 걸리는 마법.

검을 휘둘러 쳐 내고, 뒤이어 날아오는 후속 마법을 피했다.

“나와라!”

[쿠어어어어-!]

거대한 물체가 드레젠을 덮쳤다.

피할 범위를 주지 않는, 완벽한 수였다.

시선을 위로 올리자, 시체가 엉겨 붙은 거대한 생명체가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크하하하핫! 터져라-!”

콰아아아아아-!

숲의 일대가 날아갔다.

-뭐야

-주거써!

-우리 드좌가 죽을 리가 없지!

-와 스케일 보소;;

-아닠ㅋㅋㅋ 저런 거 어떻게 이기냐곸ㅋㅋㅋ

시청자들의 채팅이 불을 뿜었다.

여태까지 드레젠이 상대한 자들을 보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중간 보스.

일반 유저들이 반응하기엔 너무 뛰어난 실력자였다.

“크흐흐, 멍청한 놈. 마스터급이라고 하더니 별 볼 일…….”

“후우-, 시체 폭발은 영 싫단 말이지.”

흑마법사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일대가 모조리 날아가는 폭발이었다.

자신 역시 마법으로 뼈 무더기를 소환하지 않았다면, 휩쓸려 잿더미가 되었을 것이다.

군노라에서 알아차릴 것을 각오하고 던진 수였는데…….

“살아 있다고?”

“왜, 내가 죽어야 하는 이유라도 있나?”

그의 몸엔 하얀색 마나가 넘실거렸다.

말하지 않아도 그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네놈, 성기사였나?”

“아니.”

드레젠은 여전히 웃고만 있었다.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한 그의 모습이, 사신처럼 보였다.

흑마법사는 그의 모습에서 성좌를 보았다.

“대체…… 넌…….”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일었다.

그러면서도 후속타를 준비했다.

일말의 희망을 품으면서.

“어디 더 소환해 봐.”

드레젠은 검을 까딱였다.

명백한 도발.

흑마법사는 그를 비웃었다.

자신 같은 사람을 앞에 두고 방심을 하다니!

“어리석은 놈! 오냐, 네놈을 새로운 데스 나이트로 만들어 주마.”

아공간이 열리며, 남겨 두었던 시체가 튀어나왔다.

그가 특별히 연금을 한 특수 개체들이었다.

드레젠은 새로 나온 기사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역시, 너희들 무의 추종자들이었군.”

“…….”

그의 기세가 변했다.

화륵-.

그의 오러에 반응해, 검신에서 백염이 일렁였다.

백염이라니!

치이이이- 하는 소리가 들려 화들짝 시선을 돌리니, 로브의 끝자락이 타들어 가고 있었다.

“어떻게 그 이름을 입에 담을 수 있느냐.”

흑마법사가 거리를 벌리며 계속해서 마법을 준비했다.

비장의 역작이라고 할 수 있는 언데드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들이 아주 조금이나마 시간을 끌어 주리라 믿었다.

하지만-.

“이깟 시체 더미들을 믿고 있는 건 아니겠지.”

백염에 휩싸여, 고통에 몸부림 치고 있는 시체들.

자신의 역작이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해 버린 것보다, 눈앞에서 일렁이고 있는 화염이 더욱 공포스러웠다.

[포션의 지속 시간이 끝났습니다.]

귓가로 들리는 알림을 무시한 후, 드레젠은 가볍게 검을 휘둘렀다.

황금빛 피 분수가 주르륵 쏟아졌다.

마나로 일렁였던 팔뚝이 그대로 타 없어져 버렸다.

“끄으…… 이러고도, 무사할 줄 아는 건 아니겠지?”

“반쯤 죽다 만 시체라 그런지, 고통도 별로 없나 보군. 그거야 좋지.”

드레젠이 씨익 웃었다.

검을 집어넣고, 흑마법사의 심장 부근을 손바닥으로 쳤다.

그러자 흑마법사의 신체가 허물어졌다.

“추적술을 이용하면, 이렇게 마나의 근원을 파괴시킬 수도 있습니다. 물론 상당한 기술이 필요하지만요.”

-키야;;

-지렸다

-오늘도 드센세 조쿠연

-뽕맛 오진다!

-나도 이렇게 싸우고 싶다ㅜㅜ

포션의 힘.

그리고 드레젠의 뛰어난 퍼포먼스.

다시 한 번 브튜브에 올릴 영상이 완성되었다.

드레젠은 쓰러져 있는 흑마법사를 바라봤다.

‘끄나풀 정도는 잡았군.’

몰려오는 족족 쳐부수다 보면, 언젠가는 평화로워지겠지.

진정한 힐링을 쟁취하기 위한 길이라면, 마다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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