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한 절대자의 뉴비생활-64화 (65/279)

제 64화

64화 - 그렇다면 증명해 봐라

#1

쾅!

흔히 키보드 샷건이라고 불리는 행위.

보통 잘 안 풀리는 일이 있을 때 분노를 표출하기 위한 방식으로 쓰이는 행동이었다.

그 행위가, 다 큰 성인에게서 나왔다.

“아니 저격을 하는 게 말이 돼?!”

그는 브튜브 영상을 틀어 놓고 있었다.

구독자 150만을 자랑하는 대기업, 드레젠이 올린 영상이었다.

인플루언서!

영향력이 높은 이들을 지칭하는 신조어로, 드레젠은 상당히 인지도가 높은 인플루언서였다.

그가 올리는 동영상은 세이브 더 브락시아의 교과서 취급을 받고 있었다.

“아오, 진짜 내가 이럴 줄 알았냐고!”

벌써 구독자 수가 몇천 명이 줄었다.

좋아 보이는 기술을 가르쳐 준다고 꼬시는 NPC.

날름 받아먹고 영상을 찍었다가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다.

세이브 더 브락시아는 난도가 상당한 게임이기에 리게임이 쉽지 않았다.

‘젠장. 이걸 어떻게 하지?’

그는 가계정을 만들어서 드레젠이 올린 영상에 댓글을 달았다.

저격을 비난하는 내용이었다.

[다른 브튜버들 일부러 저격했네;; 이렇게까지 추하게 돈 벌고 싶을까;;]

그의 심정을 대변해 주는 한마디였지만, 여론은 아니었다.

무려 150만이 넘어가는 구독자를 어떻게 이긴단 말인가.

그 밑으로 어마어마한 수위의 댓글들이 달렸다.

[알바냐?]

[너 XX 놈 구독자지?]

[ㅋㅋㅋㅋ틀린 걸 틀렸다고 지적해 줘도 ㅈㄹ;;]

[본인 등판 ㅅㄱㅇ]

“이런 썅.”

결국 신경질적으로 모니터를 꺼 버린 남자는 한숨을 쉬었다.

문제는 이런 일을 겪는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라는 것.

대부분의 공략 영상을 올린 자들이 통째로 저격을 당했다.

‘대책을 마련해야 할 텐데.’

하지만 드레젠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그는 공식적으로 가장 정확하고 방대한 지식을 가진 자였다.

브락시아에 관한 일이라면 자타 공인 뭐든지 알고 있을 정도.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담담히 욕을 먹거나, 사과 영상을 올리거나, 드레젠의 이미지를 안 좋게 만드는 방법밖엔 없었다.

“일단 주변 사람들한테 연락을 해 봐야겠다.”

그는 하릴없이 휴대폰을 들고 여기저기에 연락을 취했다.

어떻게든 추락한 이미지를 살려야 했으니까.

#2

드레젠은 어김없이 방송을 시작했다.

빌드업을 시작하자 시청자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멘트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5만 명을 돌파한 시청자 수.

어떠한 말을 할지, 어떻게 진행을 해야 할지 고민하면서 채팅을 바라봤다.

-왔다!

-오늘 참교육 영상 잘 봤구연!

-쉬엄쉬엄 하세요ㅜㅜ

-맞아 영상 편집은 또 언제 하셨대ㅜㅜ

-그 브튜버들 불쌍함ㅋㅋㅋ

수많은 채팅들을 읽다가 적당한 타이밍에 멘트를 날렸다.

오늘은 군노이스 자작령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한 시간이었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반갑습니다.”

-ㄷㅎ!

-드하!

-영상 잘 봤어요!

[‘뉴비환영해!’ 님 10,000코인 후원!]

[영상 잘 봤습니다!]

“새로운 영상들은 잘 보셨나 모르겠네요. 회사에서 후원을 해 주셔서, 공략용 캐릭터를 따로 하나 받았습니다.”

-오오

-역시 공식 후원 채널!

-그러면 진짜 뉴비들을 위한 공략 쌉가능

-피곤하시겄네유

“체력은 신경 잘 써서 분배하겠습니다. 오늘도 열심히 달려 보시죠. 이제부턴 메인 스토리는 쭉쭉 진행하고, 2부로 공략 방송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아이디가 두 개니까 가능한 일.

진짜 뉴비들을 위한 공략 방송을 한다고 하자, 시청자들은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지금은 드레젠 본인의 아이디로 진행을 할 차례였다.

“군노이스 자작령에 숨겨져 있는 진실을 찾아봅시다.”

시야가 밝아졌다.

다시 게임 세상으로 들어온 그가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새로운 몸에 적응했다.

그가 정보를 캐내는 방법은 아주 간단했다.

이전에 선보인 기술을 써서, 실시간으로 정보를 알아내면 그만이라는 점.

“사실 혼자서도 정보는 충분히 캐낼 수 있지만, 병사들을 시험해 보고 싶었습니다. 하하.”

-?? : 진도가 너무 빠릅니다.

-쓰앵님…….

-사악한 거 봨ㅋㅋㅋㅋㅋ

-병사들의 능력은 알고 있어야쥬ㅋㅋㅋ

일주일 동안 얼마나 많은 정보를 캐 올 수 있는지에 대한 시험이기도 했다.

그는 느긋하게 움직였다.

도시 - 군노라의 정경은 아름다웠다.

여느 도시와는 다른 모습 때문에, 관광의 명소로 유명하기도 했다.

드레젠은 천천히 병영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보통 정보는 병영, 그리고 시장을 통해 움직입니다. 병사들은 물어볼 필요 없고, 간부를 노려야죠.”

-전에 그건가? 푹찍!

-조종하는 거!

-인형 만들면 뚝딱이쥬?

어딜 가나 병영은 비슷한 실루엣을 가지고 있었다.

병력이 돌아다니고, 훈련하고, 간부들이 있는 곳.

드레젠은 그림자 장막을 뒤집어썼다.

카이렌을 당황케 했던 잠입 실력을 발휘할 차례였다.

[‘사랑니아파’ 님 1,000코인 후원!]

[조종 한 명씩 할 때마다 만 원!]

“재밌겠네요. 그럼 적당히 열 명만 뽑아 먹도록 하겠습니다.”

-엌ㅋㅋㅋ

-자비로우신 드센세

-맘만 먹으면 전 재산 탕진 ㄱㄴ이짘ㅋㅋㅋ

실제로 마음만 먹으면 100명도 조종이 가능했다.

그러기엔 드레젠의 양심이 필사적으로 그를 말렸다.

적당히 합의를 봐서 열 명 정도만 조종하기로 했다.

제일 먼저 노리려는 것은 보급을 담당하는 간부였다.

“제일 먼저 보급관을 노리겠습니다. 병사들에게 지급되는 물품을 담당하면, 뭔가 조금 알지도 모르겠네요.”

-굿 초이수

-ㅋㅋㅋ비리 잡즈아!

일단 병사 하나를 조종해, 간부가 어디 있는지, 어떻게 생겼는지부터 알아냈다.

그림자 조종.

검은색으로 물든 손가락이 병사 하나의 이마를 꿰뚫었다.

몽롱하게 풀린 눈에서 혼돈의 기운이 스멀스멀 피어났다.

“보급관에 대한 정보를 불어라.”

“보급관…… 지하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름은…….”

이름은 데릭.

갑옷을 입고 있지만, 별로 필요 없어 보이는 체구를 가지고 있다.

대머리에 얼굴은 험악하게 일그러져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그는 매일매일 보급고에서 제왕처럼 지내곤 한다.

“딱 사이즈 나오는데요?”

-ㅇㅈ

-비리의 근원

-캐 보자 캐 보자!

-반전 없누ㅋㅋㅋㅋ

캐 볼 가치는 충분했다.

병사들을 가축 다루듯이 부려 먹는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자작가와 깊은 관계를 지녔다는 소문도 돌았다.

드레젠은 조용히 병영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음…….”

병영 지하에는 거대한 보급고가 존재했다.

마법으로 환기와 통풍을 시키고 수많은 보급 물자를 쌓아 두는 곳이었다.

이곳에서 군노라의 모든 보급이 이뤄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그곳에 다가가자, 꽤 강력한 마나가 감지되었다.

“좀 살벌하군요.”

-ㅇㅈ

-보급고가 아니라 흉가 분위긴데

-던전인 듯;

흉흉한 분위기, 굳게 닫혀 있는 문.

딱 봐도 ‘나 수상해요!’라고 광고하고 있었다.

드레젠은 머리를 긁적였다.

브락시아에 사는 사람들이 이렇게 허술할 리가 없는데?

“그래도 일단 들어가 보도록 하죠.”

조심스럽게 기다렸다.

보급고이니만큼, 보급을 위한 출입이 반드시 존재할 터.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무리의 병사들이 보급고 쪽으로 다가왔다.

드레젠은 재미있는 생각을 해 봤다.

“용돈 벌이도 할 겸, 저들을 가지고 정보를 알아보죠.”

-?!

-사악햌ㅋㅋㅋㅋ

-아니 병사들은 뭔 죄여?ㅋㅋㅋㅋ

-불쌍한 병사들의 혐오를 멈춰 주세오ㅜㅜ

드레젠은 병사들의 뒤로 훌쩍 뛰어내렸다.

아직 그림자 장막을 해제하지 않았기 때문에 병사들은 그의 기척을 전혀 잡을 수 없었다.

그의 손가락이 검게 물들었다.

“여기 보세요~.”

장막이 걷히고, 드레젠의 밝은 목소리가 들렸다.

푸욱-!

혼돈의 물결이 다시금 휘몰아쳤다.

병사들은 충실한 꼭두각시가 되어서 보급고의 문을 열었다.

“뭐야.”

다시금 장막을 들추고 병사들 뒤에서 걸어가는 드레젠.

그 모습을 보고, 시청자들은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기대감을 가졌다.

찰흙으로 근육을 덕지덕지 만들어, 뼈대에 이어 붙인 것 같은 사람이 나타났다.

보급관 데릭.

드레젠은 피식 미소를 지었다.

“더미군요.”

“보급을 받으러 왔습니다.”

“오늘 나갈 보급은 없다.”

데릭의 걸걸한 목소리가 들렸다.

드레젠은 남은 마나를 확인하며 천천히 위치를 옮겼다.

보급관의 뒤쪽이었다.

오늘 테마를 확실히 정했으니 쭉 밀고 나가기로 했다.

브락시아에서 그가 누비지 못할 곳은 없었다.

“지금 오크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낡은 창으로는…….”

“지금 나에게 말대꾸한 건가?”

거체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드레젠은 가만히 그들의 행동을 지켜봤다.

어느새 장막은 풀어 헤친 뒤였다.

“지금, 네놈이 나한테 개기는 거지?”

“아닙니다. 저는……. 크억!”

뚜벅뚜벅 다가가서 냅다 주먹을 후리는 데릭.

생긴 것처럼 무식한 성격이었다.

보급관임에도 기사급의 마나를 품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인체 개조의 흔적까지 보였다.

“이것들이 요즘 빠져 가지곤……. 야, 너 소속이 어디냐?”

“그건 말할 수 없습……. 크억!”

쓰러져 있는 병사를 자근자근 밟기 시작하는 데릭.

평소 그가 얼마나 포악한 성격의 소유자인지 딱 보여 주는 행동이었다.

당연히 채팅 창은 난리가 났다.

-부조리 그켬;;

-ㄹㅇ 참교육이 필요한 간부다

-ㅋㅋㅋㅋ병사들의 주적은 간부가 맞다니깤ㅋㅋㅋ

-아오 개 패고 싶네

드레젠은 추적 스킬을 활성화한 뒤, 데릭을 면밀히 살폈다.

그가 스킬까지 쓰며 천천히 관찰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시청자들, 그리고 플레이어들이 보고 배우라는 배려가 담겨 있는 행동이었다.

“저렇게 거멓게 빛나는 것이 흑마법의 잔재, 노랗게 빛나는 부분이 인체 공학의 흑적입니다.”

“……누구냐.”

“저렇게 큰 덩치를 상대할 땐, 급소를 노려서 한 방에 쓰러뜨려야 하죠. 어쭙잖은 타격은 먹히지 않을 테니까.”

저벅저벅-.

천천히 다가오는 드레젠을 보며, 데릭이 검을 움켜잡았다.

하지만 그는 드레젠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도 몰랐다.

어느새 어둠으로 물든 손가락이 그의 이마로 향했다.

“네 역할은 따로 있단다.”

푸욱-.

데릭은 분명히 강한 사람이었다.

레벨로 따지자면 40~50 정도일까.

하지만 드레젠은 최강의 존재였고, 그의 정신력은 이곳에 고스란히 살아 숨 쉬고 있었다.

나태와 착취로 인해 정신력이 많이 무뎌진 드렉 따위가 견딜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넌, 나의 명령에 따라야 해.”

“……알겠습니다.”

-크으, 이걸로 5스텍!

-저 스킬만 있으면 암살도 편하겠누

-저걸로 폭동도 일으킬 수 있을 듯ㅋㅋㅋㅋ

-개꿀잼ㅋㅋㅋㅋ

“자, 그럼 불어 봐라. 네 뒤에 누가 있는지.”

“그는…… 이곳에…… 없습니다. 그들은……. 크르르륵-.”

데릭의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

드레젠은 검을 뽑았다.

콰드득-!

보급품의 한쪽 구석에서, 심상치 않은 소리가 들렸다.

“그림자로 조종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깜빡하고 말씀을 안 드렸네요. 이렇게 금제를 걸어 놓으면…….”

퍼엉-!

데릭의 머리가 풍선처럼 터지며 황금빛 가루를 흩날렸다.

그와 동시에 보급품 안쪽에 숨어 있던 개조 병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함정에 걸렸지만, 드레젠은 그저 빙글, 웃을 뿐이었다.

“모든 마법에는 파훼법이 있다. 잘 명심해 두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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