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한 절대자의 뉴비생활-63화 (64/279)

제 63화

63화 - 전혀 아닌 것 같은데?

#1

군노이스 자작령의 수도.

도시 - 군노라.

요새처럼 지어졌지만 도시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안전을 위해 모여든 곳이었다.

“군노라. 도시인데 웬만한 요새보다 단단한 방어를 자랑합니다.”

엄청난 숫자의 범람으로 하시스 성과 베스티안 백작가가 멸문했음에도 굳건한 방비를 자랑했던 도시, 군노라.

도시가 산 위에 있어, 전 방위가 보였기 때문에 내리꽂듯 마법을 퍼부은 결과였다.

“군노라는 몇 번의 범람을 꿋꿋하게 막아 냈고, 결국엔 이곳의 패자가 되죠.”

생각해 보았다.

우뚝 선 저 도시가, 사실은 첩자의 도시였다면.

정체 모를 흑마법사들이 뒤를 봐주고 있던 곳이라면.

베스티안 백작가가 멸망할 동안 실리를 챙길 여유는 충분했다.

백작가의 세력은 충분히 강했으니까.

-확실히

-저기 어떻게 뚫누;;

-하시스 성보다 뚫기 어려워 보이는데;

-와 진짜 멋있닼ㅋㅋㅋ

적지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신중하게 움직이기로 했다.

드레젠은 남은 시간을 바라봤다.

‘오늘은 숙소만 잡고 끝내야겠네.’

[‘뉴비환영해!’ 님 10,000코인 후원!]

[쓰앵님 초보들이 따라 하기 좋은 공략 영상도 좀…….]

“안 그래도, 만들기 위해서 고민 중이었습니다. 군노이스 자작령을 탐색하고 나면, 팁들을 알려 드릴게요.”

-또 던전 보내려고?

-ㅋㅋㅋㅋㅋㅋ그가 생각하는 초보의 기준이란;;

-ㅋㅋㅋ엌ㅋㅋㅋㅋ

-쓰앵님 우리는 천재가 아니에오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충분히 따라 할 수 있는 것들로 선정해 볼게요. 일단은 군노라로 향하죠.”

현재 브튜브에서는 수많은 공략 영상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진짜 초보들을 겨냥한 영상들.

정말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소소한 꿀팁들 등등.

드레젠의 밥줄을 위협하는 영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천만에.

“아무도 모르는 저만의 공략들로 찾아오도록 하죠.”

영상을 만드는 방법이야 이미 생각해 두었다.

자신의 세션을 그대로 진행하면서 새로운 지형에서의 공략법을 찾는 것.

하이디엔은 괜히 있는 것이 아니란 말이지.

“이곳이 바로 군노라입니다.”

푸르륵-!

군노라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단단한 성벽과 험난한 지형.

마지막으로 그곳을 방어하고 있는 몬스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브락시아 대륙은 이처럼 몬스터와 골렘을 전략적 병기로 활용했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드레젠을 내려다보는 사족 보행 몬스터.

“크록스입니다. 험난한 산지를 이동할 수 있는 최적의 신체 조건을 가지고 있죠.”

“멈추시오. 신원 확인을 하겠습니다.”

크록스의 고삐를 잡은 기사가 엄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드레젠은 레베린 요새 때와 똑같은 절차를 거친 뒤에 군노라로 입성할 수 있었다.

그의 설명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크록스는 군노라의 특산물이기도 합니다. 서식지가 파베론 산맥 중에서도 수림과 습지가 적절하게 분배되어 있는, 바로 이 근방이거든요.”

-무섭게 생겼누

-약간 호랑이 닮았네

-멋있닼ㅋㅋㅋ

-저것도 테이밍 가능?

“테이밍이야 충분히 가능합니다. 실제로 사육도 할 수 있어요. 번식도 시킬 수 있죠.”

그래서 인기 있는 몬스터 중 하나였다.

멀리 보면 강아지와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있어, 한번 주인으로 인식하면 충성을 다한다는 장점도 있었다.

두꺼운 다리와 호랑이를 닮은 머리, 호랑이보다 훨씬 커다란 몸체는 군노라의 침입자들을 사정없이 찢어발겼다.

“자, 시간이 별로 없으니까 오늘은 대충 정리해야겠군요.”

-벌써ㅜㅜ

-나도 슬슬 게임해야지!

-ㅋㅋㅋㅋ드좌 방송 땐 시청하는 게 국룰이지

사람들은 이제 드레젠의 방송은 꼭 챙겨 보고 게임을 했다.

그가 전달하는 멘트와 행동에서, 브락시아에 대한 것들을 많이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름대로 분석한 영상도 올라왔을 정도.

드레젠의 방송을 보지 못하는 것은 손해라는 말까지 나왔다.

“자, 숙소를 잡았으니 오늘은 이만 종료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가지고 있는 스킬을 사용해서 조사를 진행할 거지만, 여러분이 만약 저를 따라오신다면 신중하게 움직여야 할 겁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곳은 적의 본거지나 다름없었으니까.

오늘 방송도 끝났다.

드레젠은 게임을 종료하고, 다시 강일로 돌아왔다.

#2

“할 게 많은데.”

방송을 종료하고, 지금까지 진행 상황을 정리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일단 시청자 이벤트가 한 번 더 남았고.

샤페론에게 마나를 되찾아 주는 작업을 해야 한다.

공략 영상도 찍어야 되고.

‘슬슬 알바도 그만둬야겠다.’

돈이야 부족하지 않았다.

한순간에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날개를 달고 날아올랐으니까.

이제는 앞으로의 일을 생각할 때가 되었지.

노트를 펼쳐 슥슥 필기를 하던 와중에, 생각난 것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

아마존 TV 메인 홈페이지에 떡하니 자리하고 있는 문구.

올해 가장 핫한 BJ를 뽑는 시상식이었다.

벌써 으슬으슬한 한기가 들이치는 날씨였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정산하는 시간이 다가온 것.

“별로 관심은 없지만.”

아직 누군가의 앞에 나서기엔 볼품이 없거니와…….

최대한 정체는 드러내지 않을 생각이었다.

대상 따위, 다른 사람이나 받으라지.

저런 곳에서 시선을 받는 것도 귀찮아 죽겠다고.

“운동이나 하러 가자.”

마나를 운용한다면 맨몸 운동으로도 충분한 부하를 줄 수 있었다.

마나 결핍증이라는 것이 해결되자, 육체는 빠르게 폼을 되찾는 중이다.

육체에 한해서라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육체가 없으면 마나 운용도 없으니까.”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는 말이 있지.

하지만 아무리 강한 정신력을 가지고 있어도, 받쳐 줄 육체가 없으면 단명한다.

천재들이 괜히 일찍 죽는 게 아니야.

체력은 곧 삶의 질과도 연결되는 항목이니까.

‘어떻게…… 휴방을 좀 할까?’

턱걸이를 하며, 고민했다.

하이디엔에게 계정 하나를 빌리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휴방과 브튜브 영상.

방송을 쉬면 후원 금액에 손실이 상당하거든.

“뭐, 둘 다 하지.”

며칠 빡빡하게 일하면 되니까.

용사 생활을 했을 때 일주일 넘게 잠 안 자고도 잘 살았다.

마나가 있으면 피로 회복제도 따로 필요 없거든.

“그럼, 쉬지 말고 일이나 하자.”

운동을 전부 마치고 하이디엔에게 연락을 넣었다.

영상을 확인해서 어떤 식으로 편집하는지 살펴봐야겠다.

사업 아이템은 공유해야지.

#3

브튜브.

수많은 영상들이 우후죽순 쏟아지는 플랫폼이었다.

강일은 ‘브락시아 공략’이라는 키워드를 치고, 동영상들을 하나씩 살펴봤다.

조회 수 10만은 기본적으로 넘긴 동영상들.

초보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감사하다고 댓글을 남겼다.

‘뭐야.’

다음.

또 다음.

조회 수가 많은 동영상이었지만, 강일의 표정은 점점 구겨졌다.

클릭을 하는 손놀림이 조금씩 거칠어졌다.

심각한 표정으로 동영상을 전부 시청한 후, 강일은 짙은 한숨을 내뱉었다.

“후- 생각보다 심각하네.”

브락시아에는 수많은 인물과 장소가 존재한다.

단체도 어마어마하게 많았고, 기술을 가지고 있는 이들도 수두룩했다.

초보들이 가장 흔하게 저지르는 실수가 바로 여기서 나온다.

사람을 보지 않고, 기술을 보고 배우러 들어가는 경우.

‘벌써 여럿 망쳤겠군.’

강일은 동영상의 내용들을 곱씹었다.

본래 이들을 저격할 생각은 없었는데, 생각이 바뀌었다.

[님들 이거 따라 하지 마세요;;]

[저 지금 리겜하고 있음;; 이거 따라 했다가 피 봄;;]

[이 쉑 처음에 알려 주는 척하면서 노예로 부려 먹음;;]

아니나 다를까, 스크롤을 조금만 내려 보자 데이터를 삭제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댓글이 줄지어 나타났다.

역시.

이 동영상의 문제점은 NPC를 잘못 찾아간 것.

‘닉스’라고 하는 이 NPC는 꽤 뛰어난 용병이었지만, 전형적인 악인이었다.

“사람 좋은 인상으로 다가가서, 모든 것을 빼앗는 놈이지.”

강일은 피식 웃으며 영상을 하나 만들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대본을 작성하고, 녹음을 시작했다.

조잡한 장비밖에 없었지만, 목소리를 전달하는 것뿐인 영상은 충분히 뽑아낼 수 있었다.

급하게 영상 하나를 만드니, 벌써 자정이 훌쩍 넘어가는 시간이 되었다.

“멈출 수야 없지.”

마침 하이디엔에게 연락이 왔다.

-강일 님 하고 싶은 거 다 하셔도 됩니다. 캐릭터 하나 준비해 두겠습니다.

-캐릭터 준비 끝났습니다. 캡슐 조작은…….

-고마워.

강일은 짧게 답장을 보내고 캡슐을 조작한 뒤에 새로운 아이디로 들어갔다.

진짜 뉴비들을 위한 공략 영상을 제작하기 위해서였다.

기준은 다영, 그 이하의 수준을 가진 플레이어들.

“가 보자.”

혹자는 말했다.

자면서까지 돈이 들어와야 진짜 부자가 되는 것이라고.

혹은 통장에 얼마나 있는지 인지하지 못할 정도의 돈이 있어야 부자가 된 것이라고.

지금 강일은 부자가 되어 가고 있었다.

#4

다음 날 오후.

여느 때와 같은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현실에서는 잘 모르겠지만, 브튜브에서는 한 동영상으로 인해 파문이 일었다.

세이브 더 브락시아에서 가장 유명한 스트리머이자, 공식 후원 BJ로 알려진 드레젠.

그의 브튜브 채널에 올라온 동영상 때문이었다.

[뉴비들이 걸러야 하는 NPC들 총집합]

오직 드레젠만이 제작할 수 있는 영상.

그 영상에는 이전에 나왔던 영상들을 저격하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어라? 이런 것도 있었나?”

다영은 오전부터 드레젠이 방송을 시작하기 전까지 게임을 하곤 했다.

스트리머 중에서도 알려진 드레젠 덕후였던 그녀의 일정이었다.

그녀는 게임을 시작하기 전, 언제나처럼 브튜브 탐방을 시작했다.

홀린 듯이 클릭한 드레젠의 동영상.

[안녕하세요. 드레젠입니다. 오늘은 제가 목소리만으로 영상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잔잔하면서도 힘 있는 멘트로 시작한 드레젠의 영상.

이후 나오는 내용들은 수많은 플레이어들을 충격으로 내몰았다.

지금 대부분 영상에 나오는 공략들이 모조리 잘못되었다는 것과 동일한 내용이었으니까.

“와, 이게 다 뭐야?”

-저격인 듯

-ㅇㅇ 저 영상대로 따라 하면 지읒 된다는 거지

-실제로 내 친구도 리겜함ㅋㅋㅋ

다영은 시청자들의 말을 듣고 다른 공략 영상들을 찾아봤다.

몇 개는 이미 내려가 있는 상태였고, 나머지 몇몇도 욕을 대차게 얻어먹는 중이었다.

물론 조회 수는 그만큼 많이 뽑히긴 했지만.

뒤이어 드레젠의 영상 하나가 또 공개되었다.

[특별 기획 : 뉴비들을 위한 검술 공략 1탄!]

“어? 이거 저 아니에요?”

-ㅋㅋㅋㅋ맞넼ㅋㅋㅋ

-뉴비들을 위한 공략 ㅇㅈ이지

-맞말이긴 하짘ㅋㅋㅋㅋ

-다영냥 킹별출현이다 이 말이얔ㅋㅋㅋㅋ

레베린 요새에서의 이야기를 비롯해, 몇 가지 영상이 더 올라왔다.

영상에 달린 댓글들은 반반이었다.

진짜 정보를 알려 줘서 고맙다는 내용과 저격을 굳이 했어야 했냐는 내용이었다.

다영은 댓글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틀린 걸 고쳐 줘도 뭐라고 하네. 역시 대한민국 사람들이란…….”

그녀의 말에 반박할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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