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한 절대자의 뉴비생활-62화 (63/279)

제 62화

62화 - 군노이스 자작령

#1

쉬는 시간을 가진 후, 하시스 성의 아침.

드레젠은 처리할 일을 처리하고 무구를 챙겼다.

오늘 그가 입을 옷은 경량화되어 있는 갑옷이었다.

“경장 갑옷에 대한 설명을 하겠습니다.”

무기고로 들어가, 쓸 만한 갑옷 몇 개를 챙긴 그가 주르륵 늘어놓고 설명을 시작했다.

가상 현실은 정말 좋은 교보재였다.

실시간으로 정확한 정보들을 전달할 수 있었으니까.

“마법 처리가 된 속옷입니다. 방열과 방한 기능이 있고, 날카로운 것들의 침입을 막아 주죠. 스판덱스와 비슷한 물건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저런 거 현실에서 팔면 대박 아이템ㅋㅋㅋㅋ

-좋아 보이긴 하누

다음은 두꺼운 천을 가슴과 복부에 칭칭 감았다.

이 역시 기본적으로 마법 처리가 되어 있는 물품이었다.

공학자들이 이런 곳에서 일하다 보니, 발달한 기술이었다.

“복대라고도 하죠. 날붙이가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합니다. 도검에 의한 자상을 예방해 줍니다. 물론 더 큰 마나가 개입하면 무용지물이지만.”

그래도 기사가 아닌 이상, 이 정도 무장을 뚫을 수 있는 병사는 없었다.

칼에 베이고 창에 찔려도 움직일 수 있는 이유가 이런 것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그 위에 다시 ‘갬비슨’이라는 물품을 착용했다.

“본래 지구에서의 갬비슨은 솜을 사용했습니다만, 마법이 있는 곳에서는 이렇게, 단순히 천을 사용합니다. 이건 추가 방어력을 위해서 입는 겁니다.”

-겁나 덥겠네;;

-그래서 히트텍을 안에다 입는 듯

-와 진짜 겹겹이 입넼ㅋㅋㅋㅋ

마지막으로 가죽 갑옷을 입고, 망토를 둘렀다.

하의 역시 레깅스와 갬비슨을 착용하고 갑옷을 입었다.

마지막으로 군화까지 신으면 완성.

경갑옷이라고는 했지만, 상당히 무게가 많이 나가는 편이었다.

그렇기에 단련이 필요한 것이었고.

“자, 이러면 레인저들이 입는 방식과 같습니다. 실제로 입어 보면 두꺼운 패딩 몇 개를 입는 느낌이 날 겁니다.”

-진짜 살기 위해 발악한 느낌임

-ㅋㅋㅋㅋㅋㅋㅇㅈ

-답답하겠누

-그래도 죽는 것보단 낫짘ㅋㅋㅋ

사람들은 신이 나서 떠들고 있었지만, 그렇게 웃을 처지가 아니었다.

드레젠은 호신용 단검을 겨드랑이 밑에 있는 홀스터에 꽂으며 말했다.

뼈를 찌르는 한마디였다.

“여러분들은 이것보다 훨씬 더 무거운 갑옷을 입어야 합니다. 좋아할 게 아니죠.”

-참.교.육

-엌ㅋㅋㅋㅋㅋ

-맞아…… 병사로 들어갔는데 군장 %(@)#$%

-ㅋㅋㅋㅋ군대 두 번 가게 생겼누ㅠㅠㅠ

드레젠은 피식 웃고, 병영에서 내성으로 향한 레인저들과 합류했다.

그들은 새로운 성주와 함께 임무를 한다는 사실에 복잡한 심경을 가지고 있었다.

베스티안 백작도 인정했고, 그의 차남인 에드윈 역시 따르고 있었다.

그 압도적인 실력을 만천하에 공개했기에 감히 고개를 빳빳하게 들 수가 없었다.

“출발하지. 길은 내가 안내하마.”

“알겠습니다.”

철저하게 훈련을 받은 티가 물씬 흘렀다.

이런 가문이 한순간에 멸망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총 여섯 명이 순식간에 자리에서 없어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샤페론과 크리스.

“잘 다녀오시겠죠?”

“어디 가서 맞고 다닐 실력은 아니지 않습니까.”

크리스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마스터급의 사내가 어디 가서 맞고 다닐 리가 없었다.

드레젠은 떠나기 전, 렉스에게 무언가를 명령했다.

“이건 여러분도 알면 안 되니까, 잠시 오디오를 끄겠습니다.”

-아!

-ㅋㅋㅋㅋㅋ너무햌ㅋㅋㅋㅋ

-진짴ㅋㅋㅋㅋㅋ끊지 못하게 만드누 ㅠㅠ

시청자들의 알 권리까지 없애면서 이야기한 내용.

그것은 일종의 보험이었다.

사악한 표정이 정말 일품이었다.

#2

군노이스 자작령.

곡창 지대가 있는 작은 평야와 질 좋은 목재가 나오는 숲.

항상 오크가 덤벼 오지만, 그렇기에 끊임없이 무구 사업을 주도할 수 있는 영지였다.

작지만 힘이 있는 곳이기에, 그 누구도 함부로 할 수 없는 막강한 세력이기도 했다.

“그런 곳이 저 꼴이었단 말이죠. 비록 다른 세션이긴 하지만, 시작 배경은 비슷할 겁니다.”

하이디엔과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눴던 것들이 떠올랐다.

엘프들은 정말정말 특별한 마법을 사용했다.

무려 일곱 영웅 중 다섯 명이 뭉쳐서 만들어 낸 가상 시뮬레이션.

세계의 축을 돌리고, 그것을 영원히 복제할 수 있는 가상 현실.

‘개입을 못한다고 그랬지.’

그 말은, 엘프들도 뭐가 어디서 일어나는지 모른다는 얘기다.

그저 시간만 과거로 돌려, 무한히 반복되는 시뮬레이션을 만들었으니까.

현실이되 현실이 아닌 것.

그렇기에 더욱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것이리라.

‘소스 코드처럼, 직접 밝혀낼 수밖에 없나.’

어쨌든 가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대체 어떤 일들이 벌어졌을까.

힐링도 힐링이지만, 이 빌어먹을 세상에 오게 된 원인 정도는 찾고 싶었다.

상반된 마음이 서로 부딪쳐, 그의 표정을 오묘하게 만들었다.

-호랭이 드센세 등장

-또 가서 어떤 깽판을 치려곸ㅋㅋㅋㅋ

-가서 또 성 하나 먹어 버리는 거임!

-?? : 방금 드레젠 성 두 개 먹는 상상 함!

-?? : 다 죽이면 힐링 떼노스 라이프

시청자들은 캠에 잡힌 드레젠의 표정을 보고 깔깔 웃었다.

창식이 말했던, 부하들 팔다리 하나씩 부러뜨릴 때 지은 표정이 바로 이것이었다.

이젠 트레이드마크가 되어 버린 표정이기도 했다.

“흠, 좀 생각할 것이 있어서……. 여러분이 과연 깽판을 좋아할지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엌ㅋㅋㅋㅋ

-니즈를 생각하는 그는 대체

-ㅋㅋㅋㅋㅋㅋㅋ

[‘뉴비환영해!’ 님 10,000코인 후원!]

[이번에도 성 점령 가즈아아!]

드레젠은 피식 웃었다.

거기까지 갈 필요는 없었다.

하시스 성만 해도 평생 놀고먹을 수 있는 세금이 나오니까.

감당할 수 없는 세력은 오히려 등에서 자신을 노리는 비수가 될 가능성이 컸다.

“무리하게 확장하는 것은 좋지 않으니까…… 적당히 깽판만 치죠.”

어쨌든 정보를 얻어야 하니까.

레인저와 드레젠은 가도를 따라서 군노이스 자작령으로 향했다.

막 어딘가의 닌자 만화처럼 나무 사이로 이동하거나 그러진 않았다.

잠행이 막 몰래 슉슉 들어가고 그런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할 텐데.

#3

“아오! 좀 살살 발라!”

“너는 힐링 마법도 있으면서 왜 이렇게 고집하는 거야?!”

“마나 아깝잖아!”

난데없는 만담을 펼치고 있는 이들이 있었다.

한쪽 팔에 기다란 자상을 입은 자.

그 옆에서 연고를 발라 주는 자.

두 사람은 꽤나 단란한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주변의 풍경을 본다면 그런 생각이 쏙 들어갈 것이다.

“그놈, 어디서 튀어나온 거래?”

“그걸 모르겠단 말이지. 진짜 하늘에서 뚝 떨어졌어. 드레젠이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가명 같은데.”

“그 자식이 들쑤시기 시작하면 난리가 날 텐데, 어쩌냐.”

가장 무서운 것은 따로 있었다. 영광의 전당에서 만났던 그자는 별로 두렵지 않았다.

그 후에 닥쳐올 사람들이 무서운 것이지.

검은색 방, 상당히 많은 실험 용기들이 즐비해 있었다.

마법을 걸어, 자체적으로 움직이는 도구들은 한두 푼 하는 것이 아니었다.

“일단 막아야지. 범람은?”

“얼마 전에 그놈이 마법사도 죽였더라. 전력 약화는 됐지만 상관없어. 로드가 직접 움직일 테니까.”

“그거 좋네. 이번에야말로…….”

콰앙-!

그때, 칙칙하고 어두컴컴한 곳에 한 줄기 광명이 찾아왔다.

눈부시게 빛나는 문밖.

후광을 받아, 마치 영화의 주인공처럼 등장한 사람.

“야! 이게 어디서 눈뽕을 하고 지랄이야!”

“지금 그 새끼가 군노이스 자작령에 도착했다!”

“어?!”

들고 온 소식은 광명이 아니라 야근하라는 소리였지만.

나름대로 평범한 분위기는 단번에 박살 났다.

그들의 몸에서 흉흉한 기운이 일어났다.

“그 자식을 어떻게 하면 쫓아낼 수 있을까?”

“범람을 일으켜서 하시스 성을 쳐야지 뭐.”

“……진짜? 너무 빠르지 않아?”

“그러면, 지금 당장 우리 전력에 마스터급이 있냐?”

누군가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마스터.

대륙에서 드래곤보다 보기 힘든 존재였다.

보통 각 단체, 그것도 거대한 단체의 수장으로 있는 자들을 무슨 수로 끌어들일까?

“지원 요청하면?”

“지원 요청해서 올라가는 게 빠를까, 아니면 그 자식이 깽판 치는 게 빠를까?”

그것도 그랬다.

총체적으로 난국이었다.

“걔 진짜 세다. 나도 까딱하면 죽을 뻔했다니까.”

“일단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지원 요청하자. 그러면 되잖아?”

“그러면 내가 다녀오도록 하지.”

남자 한 명이 로브를 뒤집어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주섬주섬 재료들을 챙겼다.

오크들을 흥분시킬 재료들이었다.

“시간 없는 거 알지? 일주일 내로 끝내야 된다.”

“알았다고.”

남자가 밖으로 나갔다.

다른 사람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마스터급 전력이 홀연히 나타날 줄이야.

진짜 어떻게 되나 싶었다.

“진짜 승급 전에 이게 무슨 고생이냐고.”

“그러게 말이다.”

한숨이 점점 늘어 갔다.

어쨌든, ‘그 녀석’인 드레젠을 막기 위한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4

레베린 요새.

드레젠이 이전, 깽판을 놓았던 곳이기도 했다.

피스트 마스터의 힘을 잠시 보여 준 곳.

그곳에 들어가자마자 병사들이 몰려들었다.

“어이-! 용건을 말해라!”

“신원을 확인하겠다.”

드레젠은 성주를 증명하는 패를 휙 던졌다.

그 패를 확인하자 병사들의 표정이 볼만하게 바뀌었다.

지금 이 근방에서 드레젠의 이름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

소문으로 듣던 신흥 강자가 눈앞에 있다니!

“무, 무슨 용건입니까?”

“앞으로 이웃 될 사람인데, 주변을 좀 둘러보는 중이다.”

“다른 용무는 없는 겁니까?”

드레젠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병사들의 태도는 다영의 세션에서 보였던 것과는 영 딴판이었다.

그들도 사람을 봐 가면서 덤빈다는 얘기였다.

드레젠은 무사히 요새를 통과할 수 있었다.

“역시 상황이 열악하군요. 조금 더 조사를 해 봐야겠어요.”

-하시스 성이랑 완전 딴판이네

-여기에 흑막이 있는 건가!

-그런데 반전이 있었던 거임!

군노이스 자작령은 더미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밑져야 본전.

조사해서 나쁠 것은 없었다.

“다들 흩어져서 흑마법에 대한 단서를 가져와. 교전은 최대한 피한다.”

“알겠습니다.”

“시간은 얼마나 필요하지?”

레인저들은 서로의 눈치를 보더니 조심스럽게 얘기했다.

군노이스 자작령은 변방에 있어서 꽤 넓었다.

하루 이틀로는 샅샅이 뒤질 수가 없는 지형이었다.

“일주일 주지. 일주일 후에 이곳에서 모인다. 알겠나?”

“알겠습니다.”

“조를 나눠서 이동하도록 해.”

드레젠은 단독 행동이 가능했다.

하지만 레인저들은 기본적으로 2인 1조가 원칙이었다.

레인저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것을 확인한 후, 드레젠은 본격적으로 정보를 모으기로 했다.

“그렇다면 군노이스 자작령의 수도로 향하죠. 여러분께 보여 드리고 싶은 것이 한가득입니다.”

-가즈아아아!

-하시스 성을 벗어나는구만!

-조으다 조으다

시청자들은 각종 후원을 쏟아 내며 새로운 지형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드레젠은 힘차게 발걸음을 옮겼다.

저 멀리, 거대한 산맥 위에 우뚝 솟은 장엄한 성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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